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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김호영은 겁에 질려 몸을 벌벌 떨며 끝까지 협박했다.

“그럼 도련님 아내분과 함께 죽을 겁니다.”

남하준은 살인에 늘 단호한 법이다. 그 누구에게도 협박당해보지 못한 그였기에 두 눈에 살기가 스쳤다!

별안간 일곱 발의 탄알이 폭발하는 소리가 서다인의 고막을 울렸다.

그녀는 몸을 움찔거리더니 온몸에 피가 굳은 듯 제자리에 경직되어서 두 눈만 질끈 감고 있었다.

잔인한 참살이 이뤄지고 선홍빛 핏물이 창백한 그녀의 얼굴에 튀었다.

이 순간 그녀가 남하준의 아내란 신분은 단지 우스갯소리에 불과했다. 이토록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니!

남하준이 구한 건 그녀가 아니라 사기 센터에 갇힌 수천 명의 피해자였으니 실수로 그녀를 죽여도 전혀 괜찮겠지?!

서다인은 한없이 연약한 몸으로 이런 충격을 견디지 못해 비통한 슬픔에 젖은 채 바닥에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

군전 그룹 본사.

M국 최대 규모의 무기 생산 기지이자 삼엄한 경계를 이룬 국영 병기 공장.

“안돼...”

악몽에서 놀라 깬 서다인은 땀에 흠뻑 젖어서 두 눈을 부릅떴다.

그녀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의식이 흐트러진 채 사방을 둘러보다가 침대 맡에 서 있는 여자에게 시선이 멈췄다. 의학의 힘을 빌린 정교한 이목구비는 마치 인형 같았고 요염함 속에 은은한 청순함이 돋보였다.

여자의 손에 쥔 쟁반에는 온수 한 잔과 전복죽 한 그릇이 놓여 있었다.

“깼어? 오빠가 먹을 것 좀 가져다주라길래.”

백하린이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

“고마워요.”

서다인은 친절하게 고마움을 표하고는 나른한 몸을 이끌고 겨우 침대에 일어나 앉았다.

그녀는 종일 물 한 방울도 안 마셔서 지금 허기지고 온몸에 기운이 쫙 빠졌다.

백하린은 입꼬리를 씩 올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나더러 네게 음식을 갖다 주라고 하긴 했지. 근데 아쉽게도 네가 대접받을 급은 아니잖아.”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백하린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수중의 음식을 바닥에 내던지고 본인도 잇따라 주저앉았다.

물건이 깨지는 요란한 소리가 문밖까지 울려 퍼졌다. 백하린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놀란 듯이 외쳤다.

“으악!”

서다인은 어안이 벙벙하여 꿈쩍하지도 못했다.

바짝 긴장해있던 그때 방문이 열리고 남하준이 성큼성큼 들어왔다.

바닥에 주저앉은 백하린을 본 순간 그는 안색이 돌변하고 두 눈이 싸늘해졌다.

그의 뒤엔 부하 류청이 서 있었다.

남하준은 백하린의 옆으로 다가가 그녀를 부축했다.

“괜찮아?”

백하린은 고개를 숙이고 속상한 표정을 지으며 온갖 가여운 척을 다 해댔다.

“다 하린이의 잘못이에요. 다인 언니가 안 먹겠다고 하는데 제가 한사코 음식 좀 먹으라고 권유하다가 결국 언니 심기를 건드렸네요. 음식도 낭비하고 바닥도 어지럽혔어요.”

“여긴 나한테 맡기고 넌 일단 돌아가서 쉬어.”

남하준이 다정하게 말했다.

백하린은 고개를 끄덕이고 떠나기 전에 그의 손을 꼭 잡으며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

“하준 오빠 절대 언니 탓하면 안 돼요. 다 내 잘못이에요.”

남하준은 알겠다며 머리를 끄덕였다.

서다인은 그녀의 구차한 연기를 본 순간 역겨워 토 나올 지경이었다.

백하린이 나간 후에야 방 안이 조용해졌다.

남하준의 강렬한 카리스마가 방 전체를 차갑게 뒤덮었다. 서다인은 숨 막히는 압박감에 긴장하면서도 조심스러워졌다.

반듯한 자세로 서 있는 남하준은 위엄이 차 넘쳤다. 그는 담담하고 소외감이 느껴지는 눈길로 서다인을 바라보며 질문했다.

“왜 화냈어?”

백하린을 깊이 사랑하는 그가 어찌 그녀의 자작극을 믿을 수 있겠는가!

“화 안 냈어요.”

서다인이 너무 속상한 나머지 목소리까지 작아졌다.

남하준은 차가운 눈길로 그녀를 노려보며 정색했다.

“한 번만 더 하린이한테 함부로 대하면 그땐 절대 가만 안 둬.”

남자의 편애하는 말투가 딱딱한 채찍이 되어 그녀의 몸을 여러 번 후려쳤다. 살이 찢기는 그 따가운 고통에 서다인은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남하준에게 속상한 표정을 들키지 않으려고 고개를 푹 숙였다.

잠시 마음을 추스른 후 그녀는 머리를 숙인 채 나지막이 말했다.

“남하준 씨, 저는 그쪽이 할머니한테 강요당해서 저랑 결혼한 줄을 전혀 몰랐어요. 할머니는 하준 씨가 저를 좋아한다고 하셨고 저도 하준 씨가 평생을 맡길 만큼 우수한 남자라고 생각돼서 혼인신고 하기로 한 거예요. 다만 인제 보니 제 생각이 그릇됐나 봅니다.”

서다인은 서러운 마음을 부여잡고 애써 담담한 척하며 계속 말을 이었다.

“남하준 씨는 좋아하는 여자가 있고 오늘 또 저한테 총까지 겨눴죠. 실수로 저를 죽일지 전혀 걱정하지 않고요. 이런 결혼생활은 더 이상 이어갈 필요가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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