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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s by 8489

나만 회귀 안 했다.

나만 회귀 안 했다.

나를 구박하던 시댁 식구들이 어느 날 갑자기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무심하기만 했던 남편은 울먹이며 말했다. “이번 생에는 절대 당신을 놓치지 않겠습니다.” ……잠깐만. 회귀한 사람은 당신들이잖아. 나는 아무것도 기억 못 한다고! 나만 회귀하지 않은 세계에서 벌어지는 ‘나의 전생’을 둘러싼 대환장 착각계 로맨스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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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제108화. 최고 시스템 본사 직행 포털과 ‘초기 입점비(Onboarding F*e) 및 보증금 강탈’의 덫
절대자 카이엔이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약재상 앞마당의 공간이 시퍼런 마력이나 핏빛 균열과는 차원이 다른, 눈부신 순백과 황금색의 차원 문으로 온화하게 열렸다. 시공간을 비틀어 여는 일반적인 차원 이동 마법과 달리, 세계의 근본 규칙을 직접 재설계하는 절대자의 권능이 담긴 특급 전용 통로였다. "엘리, 내 손을 바짝 잡으시오. 시스템 본사가 위치한 상위 차원층은 전 세계의 가상 데이터와 부정한 수수료 마력이 밀집해 있어 일반적인 육체로는 시공간의 압력을 견디기 힘들 것이오." 카이엔은 한 손으로는 내 손을 꼭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내 소중한 루이비통 M11919 가방을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이라도 되는 양 가슴에 안아 들었다. 밖에서 보면 대륙 전체를 호령하는 무시무시한 빛의 군주였지만, 내 옆에 서 있을 때는 여전히 미 내역 결제 하나에도 쩔쩔매는 든든하고 다정한 내 전속 무상 경리 알바생이었다. 우리가 빛의 포털을 통과하여 발을 내디딘 곳은, 푸른 잔디나 흙바닥이 아닌 차가운 유리와 은빛 금속 구조물이 끝없이 이어진 상위 차원의 진입 관문이었다. 허공에는 전 차원의 물류 흐름과 실시간 입출금 수치가 시뻘건 이진법 마법 문자로 어지럽게 스쳐 지나가고 있었고, 그 정중앙에는 전 차원의 시스템을 총괄하는 ‘최고 시스템 디렉터 본사 중앙 서버 타워’가 거대한 바벨탑처럼 오만하게 솟아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중앙 타워를 향해 첫발을 내딛기도 전, 허공에서 요란한 경고음과 함께 칠흑 같은 결계 사슬들이 쏟아져 내리며 차원 통로를 완벽하게 봉쇄했다. [경고! 최고 시스템 본사 네트워크 구역 진입 시도 감지!] [알림: 본 구역에 진입하려면 및 을 먼저 납부해야 합니다. 결제 미완료 시 즉시 무단 침입자로 규정되어 데이터 소거 프로토콜이 가동됩니다.] 차가운 기계음과 함께, 결계 사슬 너머에서 은빛 튜닉을 입고 머리 위에 '시스템 입점
Last Updated: 2026-09-25
Chapter: 제107화. ‘시스템 본사의 독점 입점(Exclusivity) 강제 및 검색 CPC 키워드 광고비 갈취’의 덫
상위 차원 관세통상청의 말도 안 되는 징벌적 세금 수탈 시도를 완벽하게 소각해 버린 다음 날. 나의 1평 약재상 겸 잡화점 '8489-WITH'는 전 차원 무관세 통상망의 중심지로서 그 어떤 검색 알고리즘의 조작에도 흔들리지 않는 100% 오가닉(Organic) 유입 및 단골 회권 직거래 흑자 영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카운터 구석에서는 절대자의 권능을 휘두르면서도 내 앞에서는 루이비통 M11919 가방에 흠집이라도 날까 안절부절못하는 무상 경리 알바생 카이엔이 차원 상단들의 실시간 입고 목록을 검수하고 있었다. 그는 장부에 ‘플랫폼 독점 수수료 0%, 키워드 입찰 광고비 지출 0실버, 100% 자율 상권 확립’ 도장을 쾅 찍으며 흐뭇하게 웃었다. "엘리…… 오늘도 단 1실버의 검색 상단 노출 광고비(CPC)나 강제 입점 수수료 지출 없이 완벽한 정산 방어에 성공했소. 당신이 피땀 흘려 가꿔온 이 투명한 상권을, 교활한 시스템 디렉터 놈들이 '알고리즘 순위 조작'이라는 명목으로 갉아먹지 못하도록 이 대공이 철통같이 지키겠소." 카이엔이 시퍼렇게 빛나는 눈동자로 다짐했고, 나는 입찰가만 미친 듯이 올리는 검색 광고비의 늪에 빠지지 않아도 되는 아날로그 직거래 상점의 평화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러나 글로벌 e커머스 및 플랫폼 생태계에서 뼈가 굵은 셀러라면, 샵이 전 차원급으로 거대해질 때 어김없이 날아오는 가장 악질적인 갑질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플랫폼 독점 입점(Exclusivity) 강제 요구 및 검색 상단 노출 CPC 광고비 갈취 콤보’다. ‘셀러님! 귀하의 상품을 전 차원 통합 메인 페이지에 노출해 드립니다! 단, 타 차원 개별 매장 및 자체 쇼핑몰 운영을 전면 금지하는 을 체결하고, 클릭당 50실버의 를 필수 집행하십시오! 거부 시 모든 검색 결과에서 영구 노출 제외(Shadowban)됩니다!’라는 시스템 본사의 일방적인 협박성 통지. 자체적인 브랜드 파워로 성장
Last Updated: 2026-09-24
Chapter: 제106화. 전 차원 통합 통상망 ‘8489-WITH’ 결성 및 이계 황실 무관세 FTA 협정의 덫
가짜 성녀가 남긴 마지막 미정산 결제 계류(Pending) 저주까지 완전 소각해 버린 직후. 대륙의 하늘을 채웠던 황금빛 차원 함대 ‘8489-WITH’는 일회성 마법 폭격단이 아니라, 전 차원의 물류와 통상을 책임지는 거대한 은하급 직구·역직구 허브로 그 위상을 완전히 탈바꿈하고 있었다. 내 1평 약재상 겸 잡화점 카운터 위에는 더 이상 제국 내부의 소소한 가죽 가방 장부만 올려져 있지 않았다. 드래곤이 지배하는 화산 차원의 희귀 원석, 수인족의 최고급 허브 약재, 그리고 천사계의 순백 미백 크림 재고를 실시간으로 연동하는 ‘전 차원 실시간 재고 관리 시스템(ERP)’ 스크롤이 찬란하게 빛을 내뿜고 있었다. 카운터 구석에서는 절대자의 권능을 각성하고도 내 눈치를 보며 얌전히 서 있는 무상 경리 알바생 카이엔이 어제 들어온 이계 황실들의 무관세 협정 서류를 정성껏 분류하고 있었다. 그는 다음 주에 있을 ‘위드(WITH) 차원 통합 골프 대회’의 2000mm x 1200mm 대형 현수막을 철저한 규격에 맞춰 접으며 장부에 ‘차원 간 관세율 0%, 영세율(Zero-Tax Rate) 승인 확정’ 도장을 쾅 찍었다. "엘리…… 전 차원의 12개 주요 제국과 수인족 연합, 심지어 마계 상단까지 우리의 ‘8489-WITH’ 물류망에 편입되었소. 단 1실버의 이중 과세나 불법 유통 수수료 없이, 완벽한 무관세 직거래망이 완성되었음을 보고하오." 카이엔이 시퍼렇게 빛나는 눈동자로 자부심 넘치게 말했고, 나는 21세기 크로스보더 셀러들의 꿈이자 궁극의 영역인 ‘전 차원 무관세 통상망’의 완성에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거대한 이권과 유통망이 생겨나면, 어김없이 숟가락을 얹으려 드는 하이에나 같은 관료 놈들이 기어 나오는 법이다. 바로 전 차원의 통상 약관과 관세를 조종하는 상위 기구, ‘상위 차원 시스템 관세통상청(System Tariff Bureau)’의 강제 이중과세 및 역외 부가가치세(VAT) 차압 사기 콤보였다. ‘셀러님! 귀하의 상점이
Last Updated: 2026-09-23
Chapter: 제105화. ‘미정산 결제 계류(Pending) 및 차원 배송 오귀속’의 늪
차원의 틈새에서 쏟아져 나오는 핏빛 아지랑이는 곧 대륙 전역의 마법 전송망과 물류 기지들을 빠르게 오염시켜 갔다. 카운터 위에 놓여 있던 내 장부의 '정산 완료' 도장들이 일제히 핏빛으로 물들며 '결제 대기중(Pending)'이라는 소름 끼치는 문구로 바뀌어 갔다. "경고! 대륙간 마법 송금 및 물류 운송장에 치명적인 오귀속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모든 상점의 정산금이 차원 틈새로 강제 유출됩니다!" 제국 재무청의 경보 마도구가 비명을 질러댔다. 가짜 성녀가 남긴 마지막 저주는 참으로 지독했다. 대륙의 상인들이 물건을 팔아도 돈을 받지 못하고, 물건은 영원히 차원의 미로 속을 헤매게 만드는 ‘시스템 전체 미정산 계류 및 배송 오귀속 사기’를 발동시킨 것이었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대륙의 모든 자영업자는 배송비와 물품 대금을 회수하지 못해 연쇄 파산할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 봤느냐, 엘리아나! 내가 소멸하더라도 너희의 그 잘난 '위드(WITH)' 상단은 정산금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하고 영원한 차원 미아 상점으로 남게 될 것이다!" 허공에 잔상으로 남아 있던 가짜 성녀의 붉은 영혼이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나는 당황하기는커녕,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21세기 크로스보더 e커머스 시장에서 오배송과 정산 지연, 플랫폼의 시스템 오류를 수없이 겪어본 나에게 이 정도 시스템 랙은 그저 '고객센터 클레임 1순위 처리 대상'에 불과했다. "카이엔, 무상 경리 알바생으로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뭐지?" "장부의 오류를 바로잡고, 미정산된 모든 0.1실버까지 샅샅이 추적해 내는 것이오!" 카이엔이 황금빛 마력을 폭발시키며 장부를 펼쳐 들었다. 그의 등 뒤에서 나타난 전설의 차원 함대 포문들이 차원의 균열을 향해 일제히 고정되었다. "좋아. 시스템에 랙 걸렸을 때는 강제 리셋이 답이지. 전 함대, '차원 운송장 재발행 및 오배송 강제 회수' 프로토콜 가동! 저 미정산 틈새로 들어간 내 정산금과 물건들, 단 1
Last Updated: 2026-09-22
Chapter: 제104화. 최후의 악성 재고가 남긴 저주, 그리고 무한 계류(Pending) 차원의 틈새
순백의 정화 포화가 허공을 꿰뚫고 지나간 자리에는, 가짜 성녀의 흉측한 본체가 잿가루가 되어 부스러져 내리고 있었다. 대륙의 생명력을 갉아먹던 악의적인 섀도우밴(Shadowban)의 마력 거점들도 함대의 포격에 연쇄 폭발을 일으키며 흔적도 없이 소거되었다. 핏빛으로 찢어졌던 하늘의 장막이 걷히고, 잃어버렸던 본래의 맑고 푸른 하늘이 서서히 골프장의 잔디 위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완벽한 승리, 그리고 악성 데이터의 완전한 영구 삭제(Delete)가 이루어진 듯했다. 하지만 서연의 서늘한 눈동자는 아직 경계를 풀지 않았다. 1평 약재상에서 수십만 건의 글로벌 배송을 처리하며 체득한 크로스보더(Cross-Border) 셀러의 본능이 그녀의 등골을 싸늘하게 핥고 지나갔다. 가장 악독한 블랙 컨슈머는 환불이 거절되는 그 마지막 순간에 가장 끔찍한 진상 짓을 벌이는 법이었다. "크… 흐흐흐… 하하하하!" 잿더미로 변해 흩어지던 가짜 성녀의 얼굴 파편에서 기괴하고도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형체를 잃어가는 그녀의 입술이 마지막 저주의 언어를 토해내기 위해 뒤틀렸다. "어리석은 것들…… 하찮은 인간계의 장부 하나를 정리했다고 이 거대한 우주의 거래가 끝난 줄 아느냐? 내가 파멸한다면, 이 세계가 누리던 모든 차원의 물류와 생명력의 흐름 또한 영원한 미아 상태로 만들어주마! 이것이 내가 남기는 가장 완벽한 반품 배송비 폭탄이다!" 그녀의 단말마가 끝나는 순간, 허공에 떠 있던 가짜 성녀의 마지막 남은 칠흑빛 마력 코어가 스스로 맹렬하게 붕괴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폭발이 아니었다.균열 너머에서 휘몰아치는 핏빛 오라는 가짜 성녀가 소멸 직전에 던진 악렬한 '미정산 결제 계류(Pending) 및 강제 차원 배송 오류'의 저주였다."이, 이건…… 단순한 마력 소용돌이가 아니야!"내 곁에 선 카이엔의 시퍼런 눈동자가 거세게 일렁였다. 찢어진 시공간의 틈새 너머로, 대륙의 악덕 가문들이 숨겨두었던 추악한 '막장 혈통 비화'와 억울하게 파산
Last Updated: 2026-09-21
Chapter: 제103화. 차원 함드(WITH)’의 포격, 그리고 붕괴하는 핏빛 유산(Crimson Legacy)
하늘을 기괴하게 찢어발기며 강림한 것은 단순한 마법의 환영이나 허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서연이 지난 3년간 피땀 흘려 구축했던 정직한 크로스보더(Cross-Border) 물류망과 흔들림 없는 상권의 신뢰가 차원의 경계를 넘어 완벽하게 실체화된, 압도적인 위용의 황금빛 마도 함대였다. 대륙을 뒤덮은 핏빛 폭풍 속에서 뱃머리에 선명하게 각인된 ‘8489-WITH’의 문장이 마치 구원의 태양처럼 찬란하게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서연의 손에 들린 마스터 스크롤이 공명하며 거대한 홀로그램 전술 지도를 허공에 펼쳐냈다. 그 지도에는 가짜 성녀가 대륙 곳곳에 심어두었던 악성 섀도우밴(Shadowban)의 마력 거점들과, 사람들의 생명력을 빨아들이던 불법적인 유령 상단들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붉게 점멸하며 낱낱이 특정되고 있었다. 단 1실버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던 1평 약재상의 깐깐한 장부 관리가, 이제는 차원 전체의 악의적 오류를 색출해 내는 완벽한 신성 레이더로 진화한 것이다. "이, 이따위 장난감 함대로 내 핏빛 유산을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느냐!" 궁지에 몰린 가짜 성녀가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그녀의 등 뒤로 붉은 하늘이 쩍쩍 갈라지더니, 대륙의 수백만 상인들을 파산으로 몰아넣었던 허위 클레임과 악성 반품(SNAD) 데이터들이 시궁창의 오물처럼 뭉쳐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곧 수십 개의 머리를 가진 기괴하고 거대한 마룡(魔龍)의 형상으로 변모하여 골프장의 푸른 잔디를 향해 맹렬하게 강하했다. 닿는 모든 것을 부식시키고 상단의 마진을 갉아먹는, 가장 악의적이고 더러운 탐욕 알고리즘의 결정체였다. "서연아, 저건 평범한 물리 공격이나 일반적인 마법으로는 타격을 입힐 수 없어. 저 마룡의 본질은 끝없는 탐욕과 무논리적인 블랙 컨슈머의 원념 그 자체니까." 과거의 철없던 껍데기를 완전히 벗어던지고 절대적인 빛의 군주로 각성한 남편이 서연의 등 뒤로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든든하게 감싸 안았다. 그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눈부신 황금빛 오라가 서연이 쥔
Last Updated: 2026-09-20
네 남자와 어쩌다 여름이

네 남자와 어쩌다 여름이

​가족의 완성은 혈연일까, 아니면 함께 보낸 시간일까?" 완벽주의 변호사, 자유분방한 예술가, 무뚝뚝한 체육관 관장, 정체를 숨긴 재벌 3세. 각자의 상처와 결핍을 안고 타인과 거리를 두며 살아가던 네 남자가 핏덩이 아기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삶을 양보하고 희생한다. 육아라는 극한의 일상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아이가 자라는 만큼 어른들도 함께 성장해 나가는 따뜻한 코믹 힐링 스토리를 그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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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제165화: 체르니와 쇼팽 사이 — 4인 4색 피아노 학원 대소동
"아빠, 나 다른 친구들처럼 피아노 학원 다니고 싶어!" 저녁 식사 자리에서 나온 여름이의 한마디에 식탁 위가 일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딸의 첫 '예술 교육' 선언에 네 아빠의 머릿속 센서가 일제히 작동하기 시작했다. "피아노? 당장 독일에서 스태인웨이 앤 선즈 그랜드 피아노 하나 주문할게. 거실에 두면 딱이겠네." 유준이 태연하게 수표책을 떠올리자, 태준이 매서운 눈빛으로 그를 제지했다. "유준아, 과유불급이다. 지금 중요한 건 장비가 아니라 체계적인 커리큘럼이야. 바이엘과 체르니 중 어느 과정을 채택하는지, 연주회 주기는 어떻게 되는지 면밀히 분석해야 해." 태준이 즉시 노트북을 켜고 동네 피아노 학원 리스트와 평가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강태는 가슴을 치며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다. "아니, 우리 여름이 가녀린 손가락으로 피아노 치다가 무리 오면 어떡하냐? 그리고 원장 선생님 인성이 제일 중요하지! 애들한테 소리 지르는 사람 아니어야 해!" 이수는 허허 웃으며 야무진 수제 쿠키를 상자에 담았다. "첫 방문인데 빈손으로 갈 순 없지. 원장님이랑 선생님들 드실 간식 챙겨놨으니까 같이 둘러보러 가자." 다음 날 오후, 동네 상가 피아노 학원 밀집 지역에 거대하고 훤칠한 사내 넷이 등장했다. 첫 번째 클래식 전문 학원. 태준은 안경을 번뜩이며 학원 이력서와 방음 시설의 데시벨 측정을 꼼꼼히 확인했고, 강태는 의자가 너무 딱딱해서 여름이 엉덩이가 아프지 않을지 손으로 일일이 눌러보았다. 유준은 "연습실 전 소음 차단 공사와 최신형 에어컨 교체를 지원하겠다"며 자본주의적 제안을 던져 원장 선생님을 하얗게 질리게 만들었다. 결국 여름이가 선택한 곳은 알록달록한 체리 그림이 그려진, 친구들이 깔깔거리며 피아노를 치는 따뜻하고 정겨운 동네 학원이었다. 며칠 뒤, 첫 수업을 마치고 온 여름이가 거실 한가운데 놓인(유준이가 층간소음 방지용으로 몰래 설치한 최고급 디지털 피아노) 의자에 수줍게 앉았다. "아빠들! 나 오늘 배운 거 보여줄
Last Updated: 2026-09-25
Chapter: 제164화: 형광빛 터미네이터와 등굣길 결사대
오전 7시 30분,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는 마치 군대의 새벽 비상 소집을 방불케 하는 살벌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터질 듯한 근육 위에 야광 형광 조끼를 꽉 끼게 껴입고, 손에는 경찰용 LED 야광봉을 쥔 강태가 신호등 앞에 우뚝 섰다. 그 뒤로는 스톱워치를 들고 신호 주기를 정밀 측정한 태준과, 도로변 불법 주정차 차량을 일절 허용하지 않겠다며 사비로 초고선명 LED 가변 표지판을 도배한 유준이 배수진을 쳤다. 교문 앞에서는 이수가 추운 아침 등교하는 아이들을 위해 따뜻한 수제 꿀유자차를 보온병에 담아 나눠줄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작전명 '어린이 보호구역 철통 방어'. 오늘 단 한 대의 차도 스쿨존 속도위반을 허용하지 않는다!" 강태가 호루라기를 입에 물고 비장하게 선언했다. 마침내 아이들의 등교가 시작되자 강태의 폭주가 개막했다.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는 순간, 강태는 호루라기를 삐익-! 소리가 나게 불며 항공모함 유도 요원처럼 절도 있고 화려한 손짓으로 차량들을 가로막았다. 190cm 거구의 형광빛 거인이 도로 한가운데를 가로막아서자, 출근길 승용차들은 감히 정지선을 1cm도 넘지 못하고 덜컥 멈춰 섰다. 심지어 정지선을 슬그머니 넘어서려던 배달 오토바이 한 대는, 맹수 같은 눈빛으로 야광봉을 치러 든 강태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횡단보도 10미터 전부터 스키드 마크를 남기며 정지했다. "선생님! 서행입니다, 서행! 스쿨존 제한 속도는 시속 30km입니다!" 강태가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정중하고도 압도적인 경고를 날리자, 운전자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차선을 물러섰다. 그 광경을 보며 친구 지훈이와 함께 걸어오던 여름이는 순간 자리에 얼어붙었다. 도로 한가운데를 지배하는 형광 조끼의 강태, 옆에서 카메라로 불법 주정차를 채증 중인 태준, 커피 차를 대동해 학부모들에게 음료를 돌리는 유준, 아이들에게 "천천히 걸어가라"며 유자차를 쥐여주는 이수까지. "여름아... 너네 아빠들 진짜 무슨 특수
Last Updated: 2026-09-24
Chapter: 제163화: 4학년 1반 학부모 총회의 거인들
3월의 햇살이 포근하게 내리쬐는 새 학기 첫 주.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여름이가 가방 속에 들어있던 가정통신문 한 장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4학년 학부모 총회 및 학부모회 임원 선출 안내] 통신문을 확인한 순간, 네 남자의 눈동자에 동시에 불꽃이 튀었다. "드디어 때가 왔군." 태준이 안경을 지체 없이 밀어 올렸다. "초등학교 4학년은 아이의 학업 성취도와 교우 관계가 정립되는 가장 중요한 시기다. 학부모 총회 참석은 선택이 아닌 필수지." "무슨 소리! 당연히 내가 가야지!" 강태가 가슴을 팡팡 쳤다. "내가 학교 앞 교통지도 맡아서 우리 여름이랑 동네 아이들 안전을 철통 방어할 거라고!" 유준은 턱을 괴며 여유롭게 미소를 지었다. "형들, 그렇게 세련되지 못하게 싸울 필요 없습니다. 제가 학교 발전기금을 기부하고 교실마다 최고급 공기청정기와 전자칠판을 세팅하면 학부모회장 자리는 자연스럽게..." "너 또 자본주의로 폭주하지 마라." 이수가 조용히 칼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 마음을 얻는 건 정성이 담긴 음식이야. 당일 학부모회 간식은 내가 수제 핑거푸드로 완벽하게 차려낼 테니까." 결국 대망의 학부모 총회 당일, 네 남자는 그 누구도 양보하지 못한 채 '4인 단체 출석'이라는 전무후무한 결정을 내렸다. 교실 문이 열리고, 맞춤 정장을 깔끔하게 입은 태준과 유준, 넓은 어깨를 자랑하는 강태, 그리고 묵직한 포스를 풍기는 이수가 차례로 들어서자 교실 안은 일순간 적막에 싸였다. 학부모 총회에 시원시원한 피지컬의 건장한 남성 넷이 세트로 등장했으니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했다. 임원 선출 시간이 되자, 네 아빠들의 은밀한 존재감 경쟁이 시작되었다. 태준은 특유의 논리정연한 언변으로 학교 교육 과정에 대한 날카로우면서도 다정한 질문을 던져 담임선생님의 감탄을 자아냈고, 유준은 은근슬쩍 학급 학습 자재 지원을 약속해 학부모들의 환호를 받았다. 압권은 '녹색어머니/아버지회' 선출 시간이었다. 강태
Last Updated: 2026-09-23
Chapter: 제162화: 시골 강아지 '누룽지'와 셰어하우스 서열 전쟁
아침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시골집 마당, 잠에서 깬 여름이가 마루에서 기지개를 켜다 자지러지게 기뻐하는 소리를 질렀다. "아빠! 이것 좀 봐! 진짜 조그맣고 귀여운 강아지가 있어!" 할머니 집 툇마루 밑에서 꼬리를 털털 털며 나온 것은 누런 털이 덥수룩하고 발바닥이 꼬질꼬질한 시골 길강아지였다. 누룽지를 닮은 구수한 털 색 때문에 여름이는 녀석에게 즉석에서 '누룽지'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녀석은 처음 본 여름이의 손길에도 기분이 좋은지 꼬리가 프로펠러처럼 돌아갔다. 할머니는 껄껄 웃으며 말씀하셨다. "동네 돌아다니는 들개 새끼인데, 며칠 전부터 우리 집 툇마루 밑에 굴을 파고 살더구나. 가여운 놈이지." 그 말을 들은 여름이의 눈동자가 초롱초롱해졌다. 네 아빠를 향해 필살의 '초롱초롱 광선'을 쏘아 보내는 여름이. "아빠… 우리 누룽지 서울 집으로 같이 데려가면 안 돼? 불쌍하잖아…" 태준이 미간을 짚었다. "여름아, 집에는 이미 두부랑 치즈가 있잖아. 갑자기 새 식구가 들어오면 두부랑 치즈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구." 원칙주의자 태준이 설득에 나섰지만, 이미 유준은 휴대폰으로 '최고급 출장 애완동물 검진 및 예방접종'을 예약하고 있었고, 강태는 누룽지를 한 손에 가볍게 들고 "크으, 녀석 뼈대가 튼튼한 게 장군감이네!"라며 볼을 비비고 있었다. 결국 서울로 돌아오는 유준의 차 뒷좌석에는 여름이의 품에 안긴 누룽지가 당당히 탑승해 있었다. 문제는 셰어하우스에 도착한 직후였다. 대문이 열리고 누룽지가 마당에 발을 디디는 순간, 셰어하우스의 기존 터줏대감인 순둥이 골든리트리버 '두부'와 까칠한 고양이 '치즈'가 정색을 하며 달려 나왔다. "왈! 왈!" 두부가 덩치에 걸맞게 위엄을 과시하며 짖어대자, 꼬질꼬질한 시골 똥강아지 누룽지는 주춤하기는커녕 '컹!' 하고 짧게 맞받아치며 두부의 코앞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그러더니 두부의 전용 고급 수제 간식 그릇으로 직행해 냠냠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당황한 것은 오히려
Last Updated: 2026-09-22
Chapter: 제161화: 시골집의 야간 습격자와 할머니의 뚝배기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강원도 시골 마을의 정적을 깨트린 것은, 유준이 몰고 온 고급 SUV의 거친 엔진 소리였다. 시계 바늘은 이미 새벽 1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어머니! 저희 왔습니다!" 시골집 대문을 부서질 듯 두드리는 소리에, 자다 깨서 빗자루를 틀어쥐고 나온 할머니는 문 앞에 서 있는 사내 넷을 보고 하얗게 질렸다. 번쩍이는 서울 옷차림을 한 거구의 남정네 넷이 렌턴 불빛을 비추며 서 있는 모습은 흡사 강도단 같았다. "아니, 이 한밤중에 웬 장정들이 남의 집 대문을 부술 기세로 찾아와?! 도둑놈들이여 뭐여!" "어머니, 죄송합니다! 저희예요, 여름이 아빠들!" 태준이 서둘러 안경을 고쳐 쓰며 굽신거렸고, 강태는 품에 안은 대형 곰 인형을 들어 올리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사정을 들은 할머니는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껄껄 찼다. "뭐라? 애가 영상 통화로 보고 싶다 한마디 했다고, 이 밤중에 서울에서 세 시간을 달려서 내려왔다고? 에이고, 유별나다 유별나! 세상에 이런 유별난 아빠들이 어디 있다냐!" 할머니는 잔소리를 늘어놓으면서도, 밤길을 달려오느라 고생한 네 남자를 위해 서둘러 아궁이에 불을 짚이고 큼직한 뚝배기에 시골 된장찌개를 보글보글 끓여냈다. 묵은지와 시골 손두부, 야들야들한 돼지수육이 한 상 가득 차려졌다. "이야… 이 된장 깊은 맛은 진짜 감탄만 나오네요." 셰어하우스의 공식 셰프 이수가 된장찌개 국물을 한 입 삼키며 진심 어린 감탄을 내뱉었다. 강태는 밥 두 공기를 순식간에 비워내며 할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배를 든든하게 채운 네 남자는 여름이가 잠들어 있는 작은 아랫목 방으로 슬그머니 들어갔다.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황토방 온돌 바닥 위에 190cm가 넘는 강태를 비롯해 건장한 성인 남성 넷이 뒹굴기엔 방이 턱없이 비좁았다. 유준은 "형, 내 다리 치워요!", "아우, 방바닥이 너무 뜨거워!"라며 투덜거렸지만, 아무도 거실로 나가지 않았다. 네 남자는 푹 곤히 잠든 여름이의 작
Last Updated: 2026-09-21
Chapter: 제160화: 정적 속에 남겨진 거인들 — 아빠들의 분리불안
"다녀오겠습니다!" 여름이가 시골 할머니 댁으로 향하는 버스에 오르며 활짝 손을 흔들었다. 긴 방학 중 단 사흘간의 시골 체험이었지만, 아이를 배웅하고 돌아온 셰어하우스의 거실은 마치 몇 년은 방치된 것처럼 차갑고 적막했다. 다음 날 아침 7시. 평소라면 "아빠! 나 오늘 핑크색 양말 어디 있어?"하는 귀여운 비명이 퍼졌을 시간이었다. 이수는 습관처럼 7가지 반찬과 따뜻한 소고기뭇국을 정성스레 차려놓았으나, 정작 식탁에 앉은 사내 넷은 숟가락만 든 채 멍하게 빈 의자 하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름이가 늘 앉던 방석이 놓인 자리였다. "…이수야. 계란말이에 하트 모양 케첩 안 올렸다." 강태가 멍한 눈으로 젓가락을 깨물며 중얼거렸다. 이수가 허탈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올려봤자 먹을 애가 없잖아." 오후가 되자 네 남자의 '분리불안 증세'는 극에 달했다. 190cm 근육질의 강태는 여름이가 두고 간 앙증맞은 곰 인형을 품에 안은 채 소파에 웅크려 누워 있었다. "여름이가 없으니까 운동할 맛이 안 나… 덤벨이 가벼워서 재미가 없어…" 유준은 노트북 화면 가득 시골 마을 주변의 기상 특보를 띄워놓고 연신 초조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형, 지금 시골에 눈 내려요. 시골길 빙판길 되면 어쩌죠? 당장 민간 헬기라도 띄워서 모셔올까요?" "다들 정신 차려." 태준이 안경을 고쳐 쓰며 차분한 목소리로 메모지를 내밀었다. 하지만 그의 손가락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겨울방학 시골 체험은 아이의 자립심에 유익하다. 우리는 이 시간을 생산적으로… 잠깐, 내가 방금 작성한 메모가 왜 '여름이 안부 전화 타이밍 분 단위 리스트'지?" 자신도 모르게 10분 간격으로 시골 할머니 댁에 전화할 구실을 적어둔 태준은 스스로의 집착에 충격을 받았다. 그때, 식탁 한가운데 놓인 스마트폰에서 영상 통화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 딩동-! 네 남자는 거실 바닥에 슬라이딩하듯 몸을 날려 화면 앞으로 몰려들었다. 화면 속에는 분홍색 귀마개를 한 여
Last Updated: 2026-09-20
핏빛 유산

핏빛 유산

비 오는 밤. 나는 내 동생에게 살해당했다. 다리 위에서 밀려 강물로 떨어졌고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3년 후. 죽은 줄 알았던 내가 재벌가 태성그룹에 돌아왔다. 그때 알게 된 진실. “당신이 진짜 상속녀입니다.” 병원에서 바뀐 아이. 내 인생을 훔친 동생. 그리고 나를 버린 남편. 게다가— 내 아이가 태성그룹 진짜 후계자라고 한다. 이제 시작이다. 재벌 상속 전쟁. 복수. 그리고 핏빛으로 얽힌 가족. 이번엔 내가 묻는다. “누가 진짜 주인인지 끝까지 확인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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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78화 — 거부를 막는 법
Emergency Reversion Clause activated.도윤이 붉어진 화면을 바라봤다.“조항이 살아 있습니다. S-Line 전원이 승계를 거부하면 통제권이 D-Line으로 되돌아가게 되어 있어요.”한재욱은 원본 신탁 문서와 수정본을 나란히 띄웠다.“문제는 수정 시점입니다.”S-02 사망 3일 후.강윤서가 죽고 사흘 뒤.그녀의 거부가 사라진 직후, 강도현은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길을 막았다.서아가 낮게 물었다.“이 수정, 누가 승인했죠?”“형식상 D-01 단독 긴급승인입니다.”“단독으로 가능했어요?”한재욱이 입술을 굳혔다.“원래는 아닙니다.”그가 다음 문서를 열었다.Emergency Founder Protection — Temporary Amendment Authority태준이 말했다.“또 긴급 권한.”“네. 다만 이 권한은 ‘창업자 혈통에 즉각적이고 회복 불가능한 손실이 발생할 위험’이 있을 때만 사용 가능합니다.”지연이 비웃었다.“딸이 자기 뜻대로 살겠다는 게 혈통 손실이었네.”서아는 화면을 바라봤다.강도현에게 윤서는 딸이 아니었다.승계 가능성.권력의 다음 칸.그리고 그 칸이 비어버리는 것이 가장 큰 위험이었다.한재욱이 말했다.“이 조항을 없애려면 단순 취소로는 안 됩니다. 당시 긴급승인 자체가 무효였다는 판단을 받아야 합니다.”“근거는요?”한재욱이 대답했다.“윤서 씨의 거부 기록.”서아의 눈빛이 달라졌다.“이미 승계를 거부한 사람을 후계자로 전제해서 긴급 상황을 만들었다?”“맞습니다.”한재욱은 빠르게 정리했다.“강윤서 씨는 사망 전에 명확히 승계를 거부했습니다. 그렇다면 S-02의 사망은 ‘후계자 상실’이 아닙니다. 이미 후계자가 아니었던 사람의 죽음을 이유로 긴급승계조항을 만든 셈입니다.”최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긴급사유 자체가 허위였다는 거군요.”도윤이 관련 서류를 더 불러왔다.그리고 한 파일에서 멈췄다.Emergency Loss Assessment — S
Last Updated: 2026-09-25
Chapter: 177화 — 처음 쓰는 거부권
거부는 배신이 아니다.그 문장이 원칙으로 등록된 다음 날, 한재욱은 서아에게 한 장의 문서를 내밀었다.S-Line Succession Refusal Declaration“원칙만으로는 부족합니다.”서아가 문서를 내려다봤다.“직접 쓰라는 거네요.”“네. 강윤서 씨의 거부를 과거의 증거로만 남기지 않으려면, 지금 살아 있는 사람이 실제로 행사해야 합니다.”첫 번째 칸에는 이미 이름이 적혀 있었다.S-01 강서아태준이 서아를 바라봤다.“괜찮겠어?”서아는 잠시 웃었다.“이걸 하려고 여기까지 온 것 같아.”펜을 들었다.본인은 혈연을 이유로 부여되는 태성의 승계권, 의결권, 상속 지배권을 거부한다.서아의 손이 잠시 멈췄다.그리고 마지막 문장을 직접 추가했다.단, 피해자로서 진실을 요구할 권리와 하윤을 보호할 권리는 포기하지 않는다.서명.강서아.한재욱이 조용히 말했다.“이걸 제출하면 Founder Line 최종 후계자 지정은 사실상 효력을 잃습니다.”“좋아요.”“다시 되돌리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서아는 그를 바라봤다.“내가 원한 적 없는 자리잖아요.”짧은 침묵.“잃는 게 아니라 돌려주는 거예요.”문서는 법원에 접수됐다.그리고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두 번째 선언이 도착했다.S-04 한지원화면 속 한지원은 담담했다.“저도 거부하겠습니다.”서아가 물었다.“확실해요?”한지원은 씁쓸하게 웃었다.“예전에는 S-code를 관리하면서 내가 시스템 안에 있어야 다른 사람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짧은 숨.“결국 나도 사람을 번호로 봤어요.”그녀는 서류에 서명했다.혈연에 근거한 승계 및 관리 권한 전부 거부.잠시 후 세 번째 알림.S-03 윤정원윤정원도 직접 영상 연결을 요청했다.그녀의 뒤에는 강윤서의 오래된 사진이 놓여 있었다.“윤서가 살아 있었다면 먼저 했을 겁니다.”윤정원은 망설이지 않았다.“저도 거부합니다.”세 번의 서명이 모였다.S-01 — REFUSEDS-03 — REFUSED
Last Updated: 2026-09-24
Chapter: 176화 — 죽은 딸의 거부
법원의 긴급 심문은 그날 저녁 바로 열렸다.쟁점은 단 하나였다.강윤서의 세 번째 거부 녹음을 증거로 인정할 것인가.강도현 측 대리인은 시작부터 밀어붙였다.“사망자의 음성 파일은 작성 경위와 보관 과정이 불분명합니다. 편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한재욱이 바로 일어났다.“편집된 건 오히려 신청인 측 제출 자료입니다.”도윤이 두 개의 파형을 화면에 띄웠다.하나는 윤서의 전체 녹음.다른 하나는 강도현 측이 제출하려던 짧은 파일.나는 당신 피를 이어받았다.그 뒤가 잘려 있었다.도윤이 말했다.“삭제된 구간은 4.8초입니다.”재판장이 물었다.“그 구간 내용은?”한재욱이 원문을 읽었다.“하지만 당신 뜻을 이어받지는 않는다.”심문실이 조용해졌다.강도현 측 대리인이 즉시 반박했다.“그 문장은 감정적 갈등 표현일 뿐, 법률상 승계 거부로 볼 수 없습니다.”그때 서아가 고개를 들었다.“그럼 왜 잘랐습니까?”대리인이 멈칫했다.“무슨 말씀이죠?”“법률적 의미가 없는 말이라면 그대로 두면 되잖아요.”짧은 침묵.서아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왜 굳이 죽은 사람의 말을 잘라서 제출하려 했죠?”대리인은 대답하지 못했다.재판장의 표정도 굳어졌다.한재욱이 곧바로 강무진의 자진 진술서를 제출했다.D-02 강무진, S-02 세 번째 거부 기록 삭제 사실 인정.재판장이 문서를 읽다가 물었다.“강무진 씨가 직접 삭제했다고 인정했습니까?”“예.”“강도현 씨 지시에 따라?”“예.”강도현 측 대리인의 얼굴이 굳었다.서아는 그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처음이었다.강도현 쪽이 변명을 준비하지 못한 표정.그들은 윤서의 거부가 영원히 사라졌다고 믿었던 것이다.재판장은 잠시 기록을 살핀 뒤 말했다.“원본성 검증 전까지 해당 녹음은 임시 증거로 채택합니다. 동시에 D-01 측이 제출한 편집본은 증거 신뢰성 검토 대상으로 분류합니다.”심문실 뒤편이 술렁였다.하지만 서아는 기뻐하지 않았다.아직 하나가 남았다.그녀는 재판장을 향해
Last Updated: 2026-09-23
Chapter: 175화 — 지워진 거부
D-01 Legal Defense Submission Server도윤은 호출된 파일을 열었다.화면에 강윤서의 이름이 떴다.그 아래, 짧은 문장 하나.S-02 acknowledges D-01 succession authority.차라온의 얼굴이 새하얘졌다.“거짓말이야.”한재욱도 즉시 고개를 저었다.“원문이 아닙니다.”서아는 아무 말 없이 화면을 바라봤다.윤서가 남긴 말은 분명했다.나는 당신 피를 이어받았지만, 당신 뜻을 이어받지는 않는다.그런데 강도현 측 문서에는 앞부분만 남아 있었다.나는 당신 피를 이어받았다.뒤가 잘려 있었다.거부가 승인으로 바뀌어 있었다.태준이 낮게 욕을 삼켰다.“문장을 잘랐네.”한재욱의 표정이 굳었다.“법률적으로 가장 악질적인 방식입니다. 거짓 문장을 새로 만든 게 아니라, 진짜 문장에서 의미를 지웠어요.”서아가 천천히 말했다.“그래야 위조라고 잡히기 어려우니까.”도윤이 파일 생성 이력을 확인했다.“원본에서 음성 파형 일부만 추출해 문서화했습니다. 그리고 D-01 변호인 측은 이걸 ‘생전 승계 인정 진술’로 제출할 준비 중입니다.”차라온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죽은 사람은 반박도 못 하잖아요.”그 말에 방 안이 조용해졌다.서아는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죽은 사람의 이름을 쓰고, 죽은 사람의 문장을 자르고, 죽은 사람이 원하지 않았던 권력을 정당화한다.태성이 가장 오래 해온 방식이었다.“원본을 법원에 먼저 넣어요.”한재욱이 고개를 끄덕였다.“전체 녹음과 편집 이력, 삭제 이력까지 함께요.”도윤이 자료를 묶기 시작했다.그때 강무진에게서 연락이 왔다.직접 말하겠다.서아는 잠시 망설이다 통화를 연결했다.강무진의 얼굴은 어두웠다.“세 번째 거부 기록.”그가 먼저 말했다.“내가 지웠다.”모두가 굳었다.서아는 조용히 물었다.“이번엔 이름만 쓰인 게 아니네요.”“그래.”강무진은 피하지 않았다.“윤서가 죽고 나서 형이 그 기록을 없애라고 했다. 그때 나는… 이미
Last Updated: 2026-09-22
Chapter: 174화 — 윤서의 인장
Kang Yoon-seo Memorial Foundation — Closed Archive폐쇄된 재단 건물은 불이 꺼져 있었다.서아와 태준, 한재욱, 차라온이 도착했을 때 출입문 봉인은 멀쩡했다.차라온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누가 들어갔다면 정문은 아니에요.”도윤의 목소리가 이어폰으로 들렸다.― 지하 기록실 쪽 전력 사용 흔적이 있습니다. 18분 전부터요.태준이 주변을 살폈다.“뒤쪽으로 가자.”재단 뒤편에는 오래된 화물 승강기가 있었다. 폐쇄 당시 전원도 끊긴 곳이었다.그런데 버튼 하나에 희미한 불이 들어와 있었다.B2.차라온의 얼굴이 창백해졌다.“저기는 윤서 언니 개인 기록실이었어요.”서아가 그녀를 봤다.“알고 있었어요?”“존재만요. 열쇠는 없었습니다.”한재욱이 낮게 말했다.“그럼 누군가는 열쇠가 있다는 뜻이군요.”지하 2층.문이 열리자 차가운 공기와 오래된 종이 냄새가 밀려왔다.기록실 문은 열려 있었다.안쪽 서랍들이 바닥에 쏟아져 있었다.태준이 서아의 앞을 막았다.“먼저 들어가지 마.”그 순간 안쪽에서 금속음이 났다.쨍그랑.누군가 창문을 깨고 나간 흔적.태준이 뛰어갔지만 이미 늦었다.도윤이 말했다.― 건물 뒤편 차량 출발 확인. 번호판 식별 안 됩니다.서아는 쫓지 않았다.대신 방 안을 보았다.무엇을 가져갔는지가 더 중요했다.차라온이 서랍들을 확인하다 멈췄다.“여기…”빈 상자 하나.상자 안쪽에 작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S-02 Personal Seal서아의 얼굴이 굳었다.“없네요.”한재욱이 주변을 살폈다.“강도현 쪽이 먼저 가져간 겁니까?”차라온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모두가 그녀를 봤다.차라온은 상자 바닥을 손가락으로 눌렀다.딸깍.얇은 이중 바닥이 열렸다.안에는 인장이 아니라 작은 카세트 하나가 들어 있었다.윤정원의 목소리가 영상통화 너머로 떨렸다.“윤서가 했던 방식이에요. 중요한 건 항상 보이는 곳에 두지 않았어요.”도윤이 녹음 파일을 변환했다.잠시 뒤 강
Last Updated: 2026-09-21
Chapter: 173화 — 이름이 없는 금고
Unauthorized access detected.Target: Original Claimant Identity Vault도윤의 손이 키보드 위에서 멈추지 않았다.“외부 접속 세 개. 하나는 법무재단 폐기 계정, 하나는 복지재단 백업망, 마지막 하나는…”그의 얼굴이 굳었다.“회장실 구형 인증 서버입니다.”태준이 이를 악물었다.“세 군데를 동시에 열었다고?”“아니요.”도윤은 화면을 빠르게 넘겼다.“세 군데에서 같은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서아는 금고 상태를 바라봤다.그 안에는 보호 대상자의 실명과 과거 기록을 연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보가 있었다.도담. CP-02.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강도현이 가장 원하던 것.다시 사람을 이름으로 묶는 힘.“잠가요.”태준이 말했다.도윤이 손을 움직이려는 순간 서아가 막았다.“잠깐.”모두가 그녀를 봤다.“지금 닫으면 저쪽도 우리가 발견한 걸 알아요.”도윤의 눈빛이 달라졌다.“그럼 계속 들어오게 둡니까?”“금고 안에 뭐가 있는지부터 확인해요.”도윤은 잠시 멈칫했다.그리고 관리자 화면을 열었다.그 순간 그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서아 씨.”“왜요?”“실명이 없습니다.”한재욱이 고개를 들었다.“무슨 뜻이죠?”도윤이 금고 내부 구조를 화면에 띄웠다.Claimant A-001Claimant A-002Protected Minor P-001Protected Minor P-002번호뿐이었다.이름도, 주소도, 관계도 없었다.서아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그제야 기억났다.처음 ‘이름의 자리’를 만들 때 정했던 원칙.실명은 한곳에 모으지 않는다.변호사가 확인한 이름. 회계감시인이 확인한 지급정보. 의료기관이 확인한 치료정보.서로 연결할 열쇠는 당사자 동의가 있을 때만 만들어진다.도윤이 말했다.“저쪽이 금고 구조를 잘못 알고 있습니다.”태준의 눈빛이 차가워졌다.“강도현이 예전 방식으로 생각한 거네.”태성의 옛 시스템은 언제나 하나
Last Updated: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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