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비 오는 밤. 나는 내 동생에게 살해당했다. 다리 위에서 밀려 강물로 떨어졌고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3년 후. 죽은 줄 알았던 내가 재벌가 태성그룹에 돌아왔다. 그때 알게 된 진실. “당신이 진짜 상속녀입니다.” 병원에서 바뀐 아이. 내 인생을 훔친 동생. 그리고 나를 버린 남편. 게다가— 내 아이가 태성그룹 진짜 후계자라고 한다. 이제 시작이다. 재벌 상속 전쟁. 복수. 그리고 핏빛으로 얽힌 가족. 이번엔 내가 묻는다. “누가 진짜 주인인지 끝까지 확인해볼까?”
더 보기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윤서아는 비를 맞은 채 서 있었다.
숨이 가빴다.
“…태준.”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눈앞.
강태준.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는 윤지연.
“왜 여기 있어…”
짧은 침묵.
지연이 먼저 웃었다.
“언니.”
한 걸음 다가왔다.
“죽은 줄 알았는데, 끈질기네.”
공기가 식었다.
서아의 시선이 태준에게 향했다.
“…너.”
입술이 떨렸다.
“설마…”
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서아를 보고 있었다.
감정 없는 얼굴.
“…말해.”
“아니라고 해.”
정적.
하지만—
그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대답이었다.
서아의 눈이 무너졌다.
“…그래서.”
짧은 숨.
“이거야?”
지연이 손을 들었다.
뒤에서 검은 정장들이 움직였다.
위험.
명백한.
서아가 한 발 물러났다.
“태준.”
마지막이었다.
“…나 좀 봐.”
그 순간—
태준의 시선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정말—
아주 잠깐.
아무도 모르게.
그리고—
그가 입을 열었다.
“…끝내.”
지연이 웃었다.
“그래야지.”
손이 올라갔다.
총.
차가운 금속.
서아의 숨이 멎었다.
“…태준…”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 순간—
태준의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다.
총.
그리고—
서아의 몸.
아주 짧게.
위치 확인하듯.
“…쏴.”
그 한마디.
총성이 터졌다.
탕—
충격.
서아의 몸이 뒤로 밀렸다.
피가 튀었다.
시간이—
느리게 흘렀다.
그녀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태준을 향했다.
그 순간—
아주 짧게.
정말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살아.”
소리 없이.
서아의 눈이 흔들렸다.
그리고—
어둠이 덮쳤다.
지연이 웃었다.
“끝났네.”
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쓰러진 서아를 내려다봤다.
눈동자가—
한 번도 깜빡이지 않았다.
“처리해.”
그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완벽하게.
그 순간—
그의 손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하지만—
아무도 보지 못했다.
반년 뒤.태성 본사 지하에 있던 위원회 회의실은 사라졌다.대신 그 자리에는 작은 기록보존실이 들어섰다.문 앞에는 아무 이름도 없었다.S-line.Y-line.N-line.그 어떤 코드도 붙어 있지 않았다.벽에는 단 한 문장만 남았다.이 기록은 다시 사용하기 위해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사용되지 않게 하기 위해 보존한다.서아는 한동안 그 문장을 바라봤다.“엄마!”멀리서 하윤이 뛰어왔다.손에는 색종이로 만든 이름표가 들려 있었다.강하윤.“이거 학교에서 만들었어.”“예쁘네.”“뒤에도 있어.”하윤이 뒤집었다.좋아하는 것 — 딸기우유, 그림 그리기, 할머니랑 떡볶이 먹기.서아가 웃었다.예전 같으면 하윤의 이름 뒤에는 다른 말이 붙었을 것이다.N-12.승계 가능성.혈연 위험도.보호 대상.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없었다.그저 하윤이 좋아하는 것들뿐이었다.“가자. 할머니 기다려.”밖으로 나오자 민유라가 벤치에 앉아 있었다.이제 사람들은 그녀를 한서윤이라고 부르지 않았다.그렇다고 민유라라는 이름을 설명하라고 요구하지도 않았다.그 이름은 그냥 그녀의 것이었다.강무진은 회장실로 돌아가지 않았다.그가 내놓은 재산은 독립 회복기금으로 넘어갔고, 기금 어디에도 그의 이름은 붙지 않았다.한재욱은 법무재단을 떠났다.수사와 징계 절차를 받으면서도 피해기록 정리 작업에는 결정권 없는 자문으로만 참여했다.민서윤은 정말로 문 옆에 남았다.누군가 들어가고 싶다고 하면 절차를 설명했고,나가고 싶다고 하면 이유를 묻지 않았다.그리고 어느 날부터 그녀의 기록에서도 Former Gatekeeper라는 설명이 사라졌다.그냥.민서윤.박성진과 백윤호, 서문태는 각자의 행위에 대한 재판을 받고 있었다.강도현 역시 더 이상 D-01이 아니었다.법정 기록에 적힌 것은 코드가 아니라 이름이었다.피고인 강도현.서아는 그 사실을 들었을 때 아무 감정도 표현하지 않았다.그가 어떤 형을 받느냐가 이 이야기의 끝은 아니었다.중요한 건
강도현은 생각보다 평온해 보였다.유리벽 너머가 아니라 작은 면담실.기록관 한 명만 구석에 앉아 있었다.서아가 자리에 앉자 강도현이 먼저 말했다.“혼자 왔군.”“네.”“태준도 없이?”“오늘은 필요 없어요.”강도현은 희미하게 웃었다.“드디어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뜻인가?”서아는 고개를 저었다.“그것도 아니에요.”“그럼?”“당신에게 보여줄 사람이 더 이상 필요 없다는 뜻이에요.”강도현의 미소가 사라졌다.서아는 서류 한 장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숫자뿐이었다.Founder Authority — 0Medical Override — 0Identity Substitution — 0Contact Suppression — 0Bloodline Succession — terminated강도현이 문서를 훑었다.“그래서 자랑하러 왔나?”“아니요.”서아는 그의 앞에서 서류를 다시 접었다.“알려주러 왔어요.”“무엇을?”“끝났다고.”강도현의 눈빛이 가라앉았다.“회사는 아직 남아 있다.”“네.”“내가 만든 재단도.”“이름은 남겠죠.”“사람들도 결국 권력을 원할 거다.”서아는 조용히 그를 바라봤다.“그럴 수도 있어요.”강도현이 조금 몸을 앞으로 숙였다.“그런데 네가 없애버린 권한을 언젠가는 다시 필요로 할 거야. 가족이 충돌하면 누군가는 결정해야 하고, 회사가 흔들리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해.”“그게 왜 핏줄이어야 하죠?”“피만큼 확실한 기준이 없으니까.”서아는 아주 잠깐 웃었다.“당신은 끝까지 그 말을 하네요.”“틀렸나?”“네.”서아의 대답은 짧았다.“피는 관계를 만들 수 있어요. 권리는 만들지 못해요.”강도현의 얼굴이 굳었다.“그건 네가 아직 전체를 책임져보지 않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다.”“전 전체를 책임질 생각이 없어요.”“결국 피하는군.”서아는 고개를 저었다.“당신은 책임이랑 지배를 같은 말로 썼어요.”짧은 침묵.“전 그렇게 안 할 거예요.”강도현이 비웃듯 말했다.“그래서 사람
최종 심리 하루 전.서아는 더 이상 회의를 열지 않았다.대신 지금까지 함께 문을 열었던 사람들의 기록을 하나씩 확인했다.누가 어디에 있는지 감시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더 이상 누구도 태성의 코드로 남아 있지 않은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가장 먼저 화면에 나타난 것은 한지원이었다.S-04.그 코드는 이미 폐기돼 있었다.현재 기록에는 단 한 줄만 남아 있었다.한지원 — 승계 거부 확인. 추가 관여 의사 없음.지원은 태성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마지막으로 남긴 말도 짧았다.“제가 누구 딸인지보다, 앞으로 누구로 살지가 더 중요합니다.”서아는 그 문장을 그대로 닫았다.윤정원도 마찬가지였다.강윤서의 외가 쪽 기록을 이어받을 수 있었지만 거절했다.그녀는 윤서의 자료를 독립 기록보존소에 넘긴 뒤 운영에서도 빠졌다.“윤서가 남긴 걸 지키겠다고 제가 윤서 자리를 차지하면 안 되잖아요.”서아는 잠시 웃었다.그 말이 윤서답기도 했다.유도현.한때 N-00이라 불렸던 사람.그는 결국 자신이 선택한 이름, 유도현으로 살기로 했다.유도하라는 처음 이름도 버리지 않았다.법적 이름을 바꾸지 않은 대신 개인 기록에 남겼다.유도현. 그리고 한때 유도하라고 불렸던 사람.유서연과는 가끔 만났다.매주도 아니고,정해진 날도 아니었다.서로가 원하는 날에.그게 두 사람이 정한 가족의 방식이었다.서해린과 이재는 아직 만나지 않았다.하지만 두 사람의 문은 열려 있었다.서해린은 더 이상 아이를 찾으러 다니지 않았고,이재도 아직 엄마라는 이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그래도 이제 서로는 알고 있었다.상대가 살아 있다는 것.그것이면 지금은 충분했다.차라온은 보호기록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그는 자신이 아이들을 지킨다고 믿으며 통제했던 시간에 대해 변명하지 않았다.마지막 기록에 이렇게 남겼다.“기다리게 하는 것과 가두는 것은 다르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문이린은 자기 빈 기록을 채우지 않았다.누군가가 대신 적어주겠다고 했지만 거절했다.
강도현의 최종 심리를 앞두고 서아는 회의를 취소했다.대신 사람들을 한 명씩 불렀다.첫 번째는 민유라였다.“엄마는 어떻게 하고 싶어?”민유라는 잠시 생각하다 웃었다.“뭘?”“이름도 돌아왔고, 기록도 정리되고 있잖아. 그다음.”민유라는 창밖을 바라봤다.오랫동안 한서윤으로 살았다.죽은 사람처럼 숨어 있었고, 자기 딸을 찾으면서도 이름을 내놓지 못했다.이제는 민유라라는 이름으로 다시 살아갈 수 있었다.“난 그냥 살고 싶어.”서아가 조용히 엄마를 봤다.“어떻게?”“마트도 가고, 하윤이 학교 행사도 가고.”민유라가 웃었다.“누가 알아볼까 걱정하지 않고.”거창한 복원도 아니었다.평범한 하루.그게 민유라가 원하는 자리였다.두 번째는 민서윤이었다.그녀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전 피해자라고만 할 수도 없고, 가해자였다고만 할 수도 없어요.”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제가 살린 아이가 있다고 해서, 제가 넘긴 사람들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민서윤은 자신이 맡고 있던 모든 보호기록 권한을 내려놓겠다고 했다.“이제 문지기 안 할 겁니다.”“그럼 뭐 할 건데요?”민서윤이 처음으로 조금 웃었다.“문 옆에 있는 사람 정도.”“그게 뭐예요?”“들어가라고 안 하고, 나가라고도 안 하는 사람.”서아도 작게 웃었다.그 정도면 충분했다.한재욱은 법무재단 이사장직 사임서를 이미 제출한 상태였다.서아가 물었다.“다 내려놓고 뭐 하려고요?”“아직 모르겠습니다.”“처음 듣네요. 모르는 걸 인정하는 거.”한재욱이 씁쓸하게 웃었다.“예전엔 모르면 아는 척부터 했으니까요.”그는 변호사 자격 문제와 수사 결과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다만 피해자 회복 절차를 위한 법률기록 정리에는 계속 참여하되,결정권은 갖지 않겠다고 했다.“제가 만든 문장을 제가 없애는 데까지는 책임지고 싶습니다.”서아는 그 이상 묻지 않았다.강무진은 마지막이었다.그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서아를 바라봤다.“회사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알
문이 잠긴 소리가 아직 공기 속에 남아 있었다.철컥.그 짧은 금속음이—이 방을 완전히 밀실로 바꿔버렸다.윤서아는 움직이지 않았다.눈앞.한수민을 닮은 여자.하지만—전혀 다른 존재.“…엄마 아니야.”그 말이 머릿속에서 반복됐다.도윤이 먼저 움직였다.문으로 달려갔다.손잡이를 잡았다.철컥.돌아가지 않았다.“잠겼습니다.”낮고 짧은 보고.서아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당황하지 마.”도윤이 뒤를 돌아봤다.“상대가 유도했습니다.”“알아.”짧은 침묵.서아의 시선이 방 안을 훑었다.문. 창문. 가
비는 멈추지 않고 내리고 있었다.차창 위로 흐르는 물방울이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고 있었다.윤서아는 아무 말 없이 앞을 보고 있었다.손에는—반지.피가 말라붙은 채 남아 있는 반지.“…이상해요.”강도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서아의 시선이 움직이지 않았다.“뭐가.”“당신 어머니.”짧은 침묵.“죽은 기록이 없습니다.”서아의 눈이 미세하게 흔들렸다.“…뭐?”도윤이 말을 이었다.“사망 신고.”“없습니다.”정적.“장례 기록도 없고.”“화장 기록도 없습니다.”차 안 공기가 멎었다.“…그럼 뭐야 그게.”
태성가 본관은 밤이 되면 더 조용해졌다.낮에는 사람들의 발걸음과 시선이 오가지만, 밤이 되면—숨겨진 것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서아는 복도를 천천히 걸었다.손에는—그 반지.피가 묻어 있는 반지.손바닥에 쥐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계속 시선이 갔다.“…엄마.”그 이름을 입에 올리는 순간—가슴이 조였다.하지만 멈추지 않았다.걸음을 옮겼다.도착한 곳은—서재.회장의 공간.문 앞에서 잠시 멈췄다.그리고—노크 없이 문을 열었다.끼익—안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강진호가 혼자 앉아 있었다.책상 위에는—사
태성병원은 새벽인데도 불이 꺼지지 않았다.응급실 쪽 복도는 여전히 분주했지만, 서아가 향하는 곳은 완전히 다른 공간이었다.지하 기록 보관실.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곳.“…여기 맞습니다.”강도윤이 문 앞에서 멈췄다.금속 문.지문 인식.그리고—이중 잠금.“일반 접근은 안 됩니다.”“그럼?”도윤이 카드 하나를 꺼냈다.“비정상 접근하죠.”짧은 침묵.삑—문이 열렸다.차가운 공기가 흘러나왔다.서아는 잠시 멈췄다가—안으로 들어갔다.안은 어두웠다.형광등 몇 개만 켜져 있었고, 천장에서는 낮은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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