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빛 유산

핏빛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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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밤. 나는 내 동생에게 살해당했다. 다리 위에서 밀려 강물로 떨어졌고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3년 후. 죽은 줄 알았던 내가 재벌가 태성그룹에 돌아왔다. 그때 알게 된 진실. “당신이 진짜 상속녀입니다.” 병원에서 바뀐 아이. 내 인생을 훔친 동생. 그리고 나를 버린 남편. 게다가— 내 아이가 태성그룹 진짜 후계자라고 한다. 이제 시작이다. 재벌 상속 전쟁. 복수. 그리고 핏빛으로 얽힌 가족. 이번엔 내가 묻는다. “누가 진짜 주인인지 끝까지 확인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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الفصل الأول

1화 — 핏빛 유산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윤서아는 비를 맞은 채 서 있었다.

숨이 가빴다.

“…태준.”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눈앞.

강태준.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는 윤지연.

“왜 여기 있어…”

짧은 침묵.

지연이 먼저 웃었다.

“언니.”

한 걸음 다가왔다.

“죽은 줄 알았는데, 끈질기네.”

공기가 식었다.

서아의 시선이 태준에게 향했다.

“…너.”

입술이 떨렸다.

“설마…”

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서아를 보고 있었다.

감정 없는 얼굴.

“…말해.”

“아니라고 해.”

정적.

하지만—

그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대답이었다.

서아의 눈이 무너졌다.

“…그래서.”

짧은 숨.

“이거야?”

지연이 손을 들었다.

뒤에서 검은 정장들이 움직였다.

위험.

명백한.

서아가 한 발 물러났다.

“태준.”

마지막이었다.

“…나 좀 봐.”

그 순간—

태준의 시선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정말—

아주 잠깐.

아무도 모르게.

그리고—

그가 입을 열었다.

“…끝내.”

지연이 웃었다.

“그래야지.”

손이 올라갔다.

총.

차가운 금속.

서아의 숨이 멎었다.

“…태준…”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 순간—

태준의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다.

총.

그리고—

서아의 몸.

아주 짧게.

위치 확인하듯.

“…쏴.”

그 한마디.

총성이 터졌다.

탕—

충격.

서아의 몸이 뒤로 밀렸다.

피가 튀었다.

시간이—

느리게 흘렀다.

그녀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태준을 향했다.

그 순간—

아주 짧게.

정말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살아.”

소리 없이.

서아의 눈이 흔들렸다.

그리고—

어둠이 덮쳤다.


지연이 웃었다.

“끝났네.”

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쓰러진 서아를 내려다봤다.

눈동자가—

한 번도 깜빡이지 않았다.

“처리해.”

그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완벽하게.

그 순간—

그의 손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하지만—

아무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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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 핏빛 유산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윤서아는 비를 맞은 채 서 있었다.숨이 가빴다.“…태준.”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눈앞.강태준.그리고—그 옆에 서 있는 윤지연.“왜 여기 있어…”짧은 침묵.지연이 먼저 웃었다.“언니.”한 걸음 다가왔다.“죽은 줄 알았는데, 끈질기네.”공기가 식었다.서아의 시선이 태준에게 향했다.“…너.”입술이 떨렸다.“설마…”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서아를 보고 있었다.감정 없는 얼굴.“…말해.”“아니라고 해.”정적.하지만—그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침묵이—대답이었다.서아의 눈이 무너졌다.“…그래서.”짧은 숨.“이거야?”지연이 손을 들었다.뒤에서 검은 정장들이 움직였다.위험.명백한.서아가 한 발 물러났다.“태준.”마지막이었다.“…나 좀 봐.”그 순간—태준의 시선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정말—아주 잠깐.아무도 모르게.그리고—그가 입을 열었다.“…끝내.”지연이 웃었다.“그래야지.”손이 올라갔다.총.차가운 금속.서아의 숨이 멎었다.“…태준…”그녀의 눈에—눈물이 고였다.그 순간—태준의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다.총.그리고—서아의 몸.아주 짧게.위치 확인하듯.“…쏴.”그 한마디.총성이 터졌다.탕—충격.서아의 몸이 뒤로 밀렸다.피가 튀었다.시간이—느리게 흘렀다.그녀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태준을 향했다.그 순간—아주 짧게.정말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그의 입술이 움직였다.“…살아.”소리 없이.서아의 눈이 흔들렸다.그리고—어둠이 덮쳤다.지연이 웃었다.“끝났네.”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쓰러진 서아를 내려다봤다.눈동자가—한 번도 깜빡이지 않았다.“처리해.”그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완벽하게.그 순간—그의 손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하지만—아무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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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 기억이 돌아왔다
어둠 속에서 소리가 먼저 떠올랐다.삐— 삐— 삐—규칙적인 기계음.그 다음에야 감각이 돌아왔다.차가운 공기. 무거운 몸. 그리고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답답함.윤서아는 아주 천천히 눈을 떴다.흐릿한 천장. 형광등 불빛이 번져 보였다.“…여기…”입을 열었지만 소리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목이 바짝 말라 있었다.그때였다.“환자분! 눈 뜨셨어요?”간호사의 목소리가 갑자기 가까워졌다. 발걸음 소리가 이어졌고, 곧 의사가 따라 들어왔다.서아의 시야에 여러 얼굴이 겹쳐 보였다.“의식 돌아왔습니다. 동공 반응 확인하세요.”“네.”손전등 불빛이 눈을 스쳤다.서아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물…”겨우 나온 한마디였다.간호사가 급히 물을 적신 거즈를 입술에 가져다 댔다.“조금만 참으세요. 아직 많이 드시면 안 돼요.”입술이 젖자 그제야 현실감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병원.살아 있다.그 사실이 너무 이상하게 느껴졌다.의사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름 기억하십니까?”짧은 침묵.서아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이름.자신의 이름.…윤서아.분명 알고 있어야 하는데—입이 떨어지지 않았다.“…모르겠어요.”의사의 표정이 굳었다.“기억상실 가능성 있습니다.”그 말이 병실 안 공기를 바꿨다.기억상실.그 단어가 머릿속에 맴도는 순간—번쩍.어딘가가 찢어지는 느낌과 함께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비.다리.차 문이 열리던 소리.그리고—윤지연.“언니.”차가운 목소리.“이제 좀 사라져 줘야겠어.”서아의 손이 갑자기 움켜쥐어졌다.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환자분? 괜찮으세요?”의사가 놀라 물었다.하지만 서아는 그 말을 듣지 못했다.또 다른 장면이 떠올랐다.강태준.자신의 남편.그가 했던 말.“이번엔… 나도 널 못 지켜.”“…아…”숨이 막혔다.“환자분!”기계음이 빨라졌다.삐— 삐— 삐—서아는 눈을 크게 떴다.“…지연…”“네?”“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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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 죽은 사람이 돌아왔다
태성그룹 본사 로비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출근 시간인데도 사람들의 움직임이 둔했다. 오늘은 이사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차기 후계 구도를 논의하는 자리.겉으로는 회의.하지만 실제로는—권력을 나누는 날.그때였다.건물 앞에 검은 세단 한 대가 멈췄다.문이 열렸다.구두가 바닥에 닿았다.또각.로비 유리문이 열리자, 직원 한 명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그리고—숨이 멎었다.“…어?”옆에 있던 직원이 물었다.“왜 그래?”대답이 나오지 않았다.그저 시선이 한 곳에 고정됐다.천천히 걸어오는 여자.검은 코트.정리된 머리.그리고—익숙한 얼굴.“…윤서아?”누군가 중얼거렸다.그 말이 퍼지는 데는 3초도 걸리지 않았다.“말도 안 돼…” “죽은 거 아니었어?” “실종 아니었나?”속삭임이 파도처럼 번졌다.하지만—그 중심에 선 윤서아는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그녀는 모든 시선을 무시한 채 걸었다.마치—이미 이곳에 돌아올 걸 알고 있었다는 듯이.엘리베이터 앞.문이 열렸다.서아는 그대로 안으로 들어갔다.닫히는 순간까지도 시선이 따라붙었다.딩—최상층.회장실이 있는 층.문이 열렸다.조용한 복도.그 끝.태성의 중심.서아의 발걸음이 멈추지 않았다.비서실 앞.비서가 고개를 들었다가—굳었다.“…윤서아 씨?”그 목소리는 거의 숨소리에 가까웠다.“회장님 계세요?”너무 평범한 질문이었다.그래서 더 비현실적으로 들렸다.“지금… 이사회 중이십니다.”“들어가면 되겠네요.”“잠깐—!”말리기도 전에—회장실 문이 열렸다.회의가 막 끝난 듯, 임원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었다.그리고 그 사이에서—강진호가 모습을 드러냈다.그의 시선이 서아에게 닿았다.그리고 멈췄다.완전히.“…서아?”시간이 끊긴 것처럼 조용해졌다.임원들도, 비서도, 아무도 움직이지 못했다.서아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봤다.그 눈에는 감정이 없었다.놀람도.원망도.오직—결심.그녀는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회장실 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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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 네가 내 딸이라고?
회장실 문이 닫히자, 바깥의 소음이 완전히 차단됐다.고요했다.너무 조용해서, 숨소리조차 크게 들릴 정도로.강진호는 여전히 서류를 쥔 채 서 있었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DNA 검사 결과.단 한 줄.부녀 관계 일치그는 그 문장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말이 안 된다.”낮게, 거의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서아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저 가만히 서 있었다.그 눈빛은 이미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의 것이었다.“이건 조작일 수도 있어.”강진호가 서류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요즘은 이런 거—”“그럼.”서아가 말을 잘랐다.짧고, 단호하게.“다시 검사하면 되죠.”정적.그 말은 도망칠 길을 막는 말이었다.강진호의 입이 다물렸다.서아가 한 걸음 다가왔다.“병원 기록도 가져왔어요.”그녀는 가방에서 또 다른 서류를 꺼냈다.탁.“출생 기록, 당시 담당 의사, 간호사 명단까지.”강진호의 시선이 서류로 떨어졌다.“……” “확인해 보세요.”짧은 침묵.서아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제가 거짓말하는지.”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그때—문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그리고—쾅.문이 다시 열렸다.“아빠, 잠깐—”윤지연이었다.하지만 이번엔 아까와 달랐다.표정이 정리되어 있었다.놀란 기색도, 흔들림도—완전히 사라진 상태.그녀의 눈이 서아를 향했다.“…아직 있네.”서아는 돌아보지 않았다.지연이 안으로 들어왔다.문이 닫혔다.세 사람.같은 공간.완벽한 정적.지연이 먼저 웃었다.“얘기 끝났어?”강진호가 낮게 말했다.“지연, 나가 있어라.”“싫어요.”짧은 침묵.“이건 나랑도 관련된 일이잖아요.”그녀는 자연스럽게 서아 옆으로 걸어왔다.그리고—서류를 집어 들었다.DNA 검사 결과.잠깐 읽더니—피식 웃었다.“이걸로 끝이에요?”서아의 눈이 움직였다.지연이 고개를 기울였다.“언니.”짧은 침묵.“이 집이 어떤 집인지 몰라?”“알아.”“그럼 왜 이렇게 단순하게 와.”지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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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 가짜 딸의 눈물
태성가 저택은 평소보다 더 조용했다.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듯 평온했지만, 그 안쪽 공기는 이미 완전히 뒤틀려 있었다.윤지연은 2층 자신의 방 거울 앞에 서 있었다.아무 표정도 없었다.그저—자신의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진짜 딸.”입술이 아주 작게 움직였다.거울 속 자신을 보며, 천천히 웃었다.“웃기지 마.”그녀는 손을 들어 자신의 뺨을 살짝 쳤다.짝.그리고—다시.짝.점점 세게.순간, 하얀 피부 위로 붉은 자국이 올라왔다.지연은 멈췄다.거울을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이 정도면 되겠네.”그녀의 눈빛이 완전히 달라졌다.눈가에 힘을 풀고, 입술을 조금 떨었다.그리고—눈물이 고였다.아주 자연스럽게.연기였다.완벽한.그때—문이 열렸다.“지연아.”강진호였다.그는 문 앞에서 멈췄다.“…왜 울고 있어.”지연은 고개를 들었다.그리고—터져버렸다.“아빠…”그녀는 그대로 무너지듯 주저앉았다.“저… 저 어떻게 해요…”강진호의 얼굴이 굳었다.그는 급히 다가왔다.“무슨 일이야.”지연은 숨을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것처럼 떨었다.“저… 다 가짜래요…”짧은 침묵.“아빠 딸 아니래요…”강진호의 손이 멈췄다.지연이 그의 옷을 붙잡았다.“저 진짜 모르고 살았어요…”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저도 피해자예요…”그녀의 목소리는 처절하게 떨리고 있었다.“왜 저한테 이러는 거예요…”정적.강진호의 눈이 흔들렸다.지연은 그 틈을 정확히 파고들었다.“아빠는 저 버릴 거예요?”그 질문은 단순하지 않았다.관계를 끊는 말.선택을 강요하는 말.강진호의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지연.”그 한마디에—지연이 더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저 갈 데 없어요…”짧은 침묵.“저… 여기 아니면 아무것도 없어요…”그녀의 손이 더 세게 떨렸다.“아빠…”그리고 아주 작게.“저 버리지 마요…”그 순간—강진호의 표정이 무너졌다.그는 천천히 지연의 어깨를 붙잡았다.“…누가 너 버린다고 했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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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 피 묻은 반지
비는 그날도 내리고 있었다.마치—3년 전 그날처럼.윤서아는 우산도 쓰지 않은 채 골목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오래된 주택가. 사람이 거의 드나들지 않는, 기억 속에만 남아 있던 장소.그리고—멈췄다.낡은 철문 앞.“…여기네.”한수민이 살던 집.어머니의 집.손을 들어 문을 밀었다.끼이익—쇠가 갈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안쪽 공기가 그대로 흘러나왔다.오래된 냄새.먼지.그리고—버려진 시간.서아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발걸음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다.거실.낡은 소파.뒤집힌 액자.그대로 멈춰버린 공간.“…엄마.”대답은 없었다.당연한 일이었다.하지만—이상하게도 누군가 금방이라도 나타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서아는 시선을 돌렸다.안쪽 방.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그녀는 잠시 멈췄다가—밀었다.삐걱.방 안은 더 조용했다.창문 커튼은 반쯤 뜯겨 있었고, 바닥에는 오래된 물건들이 흩어져 있었다.그리고—서랍.책상 한쪽이 열려 있었다.누군가 뒤진 흔적.서아의 눈이 가늘어졌다.“…이미 왔었네.”지연.아니면—그 뒤에 있는 누군가.그녀는 천천히 서랍 쪽으로 다가갔다.남아 있는 물건은 많지 않았다.사진.편지.그리고—작은 벨벳 상자 하나.서아의 손이 멈췄다.이건—처음 보는 물건이었다.그녀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집어 들었다.그리고—열었다.딸깍.안에는 반지 하나가 들어 있었다.은색.단순한 디자인.하지만—그 표면에 말라붙은 붉은 얼룩.피였다.서아의 숨이 멎었다.“…뭐야 이거…”손끝이 떨렸다.반지를 들어 올리는 순간—손바닥에 닿는 감각이 이상했다.차갑고—무겁게 느껴졌다.그때.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그거.”서아의 몸이 순간 굳었다.“…놔두는 게 좋습니다.”서아가 천천히 돌아섰다.문가에 남자가 서 있었다.검은 정장.차가운 눈.그리고—낯선 얼굴.“누구예요.”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그저—반지를 바라봤다.“그 반지.”짧은 침묵.“피 묻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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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 병원에서 바뀐 운명
태성병원은 새벽인데도 불이 꺼지지 않았다.응급실 쪽 복도는 여전히 분주했지만, 서아가 향하는 곳은 완전히 다른 공간이었다.지하 기록 보관실.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곳.“…여기 맞습니다.”강도윤이 문 앞에서 멈췄다.금속 문.지문 인식.그리고—이중 잠금.“일반 접근은 안 됩니다.”“그럼?”도윤이 카드 하나를 꺼냈다.“비정상 접근하죠.”짧은 침묵.삑—문이 열렸다.차가운 공기가 흘러나왔다.서아는 잠시 멈췄다가—안으로 들어갔다.안은 어두웠다.형광등 몇 개만 켜져 있었고, 천장에서는 낮은 기계음이 울리고 있었다.수십 년치 기록이 쌓여 있는 공간.도윤이 말했다.“날짜는 확인했습니다.”“언제.”“당신 생일.”짧은 침묵.“그날 기록만 이상합니다.”서아의 발걸음이 멈췄다.“…어떻게.”“지워졌다가 복구된 흔적.”짧은 멈춤.“두 번 건드려졌습니다.”정적.그 말은—처음 조작한 사람 말고도 나중에 다시 손댄 사람이 있다는 뜻이었다.서아의 눈이 가늘어졌다.“…지연.”“가능성 있습니다.”도윤은 서랍 하나를 열었다.파일을 꺼냈다.낡은 종이.바랜 글씨.“여기입니다.”서아의 손이 천천히 움직였다.파일을 넘겼다.출생 기록.이름.시간.그리고—멈췄다.두 개의 이름.같은 시간.같은 병실.윤서아그리고—윤지연정적.“…같은 날?”“네.”도윤이 낮게 말했다.“같은 시간대 출생.”서아의 숨이 멎었다.“그럼…”“확률적으로도 이상합니다.”짧은 침묵.서아의 손이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그리고—멈췄다.붉은 펜으로 적힌 메모.“교체 완료”손이 떨렸다.“…미쳤어.”도윤의 눈도 굳었다.“확정입니다.”“누가 했어.”짧은 침묵.도윤이 다른 봉투를 꺼냈다.사진이었다.흑백 사진.병원 신생아실.유리창 너머 아기들.그리고—밖에 서 있는 두 여자.서아의 손이 멈췄다.“…엄마.”한수민.그리고—다른 여자 하나.익숙한 얼굴.“…김선영.”윤지연의 어머니.정적.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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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 회장의 옛사랑
태성가 본관은 밤이 되면 더 조용해졌다.낮에는 사람들의 발걸음과 시선이 오가지만, 밤이 되면—숨겨진 것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서아는 복도를 천천히 걸었다.손에는—그 반지.피가 묻어 있는 반지.손바닥에 쥐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계속 시선이 갔다.“…엄마.”그 이름을 입에 올리는 순간—가슴이 조였다.하지만 멈추지 않았다.걸음을 옮겼다.도착한 곳은—서재.회장의 공간.문 앞에서 잠시 멈췄다.그리고—노크 없이 문을 열었다.끼익—안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강진호가 혼자 앉아 있었다.책상 위에는—사진 한 장.서아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했다.그리고—멈췄다.“…그거.”사진 속 인물.젊은 시절의 한수민.지금보다 훨씬 밝게 웃고 있는 얼굴.서아의 숨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아직도 갖고 있었네요.”강진호의 손이 멈췄다.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노크는 해야지.”“그럴 사이 아닌 것 같은데요.”짧은 침묵.서아가 안으로 들어왔다.문이 닫혔다.정적.“엄마랑.”그녀가 말했다.“무슨 사이였어요.”강진호의 눈이 흔들렸다.아주 미세하게.하지만—숨길 수 없었다.“…그건 왜 묻냐.”“이제 알아야 할 것 같아서요.”짧은 침묵.서아의 손이 반지를 꺼냈다.탁.책상 위에 올렸다.피 묻은 반지.그 순간—강진호의 표정이 완전히 굳었다.“…그걸 어디서.”“엄마 집.”짧은 침묵.“이거.”서아가 말했다.“알죠?”정적.강진호의 시선이 반지에 고정됐다.그리고—아주 천천히 손을 뻗었다.하지만—끝까지 닿지 못했다.“…그건.”짧은 침묵.“…내가 준 거다.”공기가 멈췄다.서아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뭐라고요.”강진호의 시선이 흔들렸다.“그 반지.”짧은 침묵.“내가 수민이한테 준 거야.”정적.서아의 숨이 멎었다.“그럼…”말이 이어지지 않았다.강진호가 눈을 감았다.그리고—천천히 말했다.“우린… 연인이었다.”순간—모든 소리가 사라진 것 같았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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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 죽은 줄 알았던 여자
비는 멈추지 않고 내리고 있었다.차창 위로 흐르는 물방울이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고 있었다.윤서아는 아무 말 없이 앞을 보고 있었다.손에는—반지.피가 말라붙은 채 남아 있는 반지.“…이상해요.”강도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서아의 시선이 움직이지 않았다.“뭐가.”“당신 어머니.”짧은 침묵.“죽은 기록이 없습니다.”서아의 눈이 미세하게 흔들렸다.“…뭐?”도윤이 말을 이었다.“사망 신고.”“없습니다.”정적.“장례 기록도 없고.”“화장 기록도 없습니다.”차 안 공기가 멎었다.“…그럼 뭐야 그게.”서아의 목소리가 낮게 떨렸다.“사람이 죽었는데 기록이 없다고?”“정상적인 경우는 아닙니다.”짧은 침묵.“누군가 지웠거나.”“애초에—”도윤이 시선을 돌렸다.“…죽지 않았거나.”정적.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서아의 심장이 강하게 뛰었다.“…말도 안 돼.”“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도윤이 말했다.“그래서 확인했습니다.”짧은 침묵.“3년 전.”“이름 없는 여성 환자 하나.”서아의 시선이 돌아갔다.“어디.”도윤이 답했다.“서울 외곽.”짧은 멈춤.“요양시설.”정적.“얼굴 정보는 없습니다.”“기록 일부 삭제.”“신원 불명 처리.”서아의 손이 천천히 떨렸다.“…왜 지금까지 말 안 했어.”“확신이 없었습니다.”짧은 침묵.“하지만—”도윤의 시선이 반지로 향했다.“이게 나오면서.”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가능성이 생겼습니다.”정적.서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머릿속이—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엄마 죽음.기록 없음.반지.피.그리고—태성.모든 게—하나로 이어지기 시작했다.“…가요.”짧은 침묵.도윤이 물었다.“확인하러?”서아의 눈이 완전히 식어 있었다.“직접 봐야 믿지.”차가 방향을 틀었다.서울 외곽.낡은 요양시설.비에 젖은 간판이 덜렁거리고 있었다.차가 멈췄다.서아는 문을 열었다.내렸다.차가운 공기가 폐를 파고들었다.하지만—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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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 탈출
문이 잠긴 소리가 아직 공기 속에 남아 있었다.철컥.그 짧은 금속음이—이 방을 완전히 밀실로 바꿔버렸다.윤서아는 움직이지 않았다.눈앞.한수민을 닮은 여자.하지만—전혀 다른 존재.“…엄마 아니야.”그 말이 머릿속에서 반복됐다.도윤이 먼저 움직였다.문으로 달려갔다.손잡이를 잡았다.철컥.돌아가지 않았다.“잠겼습니다.”낮고 짧은 보고.서아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당황하지 마.”도윤이 뒤를 돌아봤다.“상대가 유도했습니다.”“알아.”짧은 침묵.서아의 시선이 방 안을 훑었다.문. 창문. 가구. 천장.“여기.”그녀가 말했다.“처음부터 탈출 못 하게 만든 구조야.”도윤의 눈이 좁아졌다.“그럼 목적은.”서아가 답했다.“시간 끌기.”정적.그때—가짜 여자가 웃었다.“…늦었어.”또 그 말이었다.서아의 눈이 번뜩였다.“왜 자꾸 그 말이야.”여자가 고개를 기울였다.“이미 시작됐으니까.”정적.그 순간—치직—스피커에서 소리가 흘러나왔다.“언니.”윤지연.서아의 시선이 위로 향했다.“…문 열어.”지연이 웃었다.“싫어.”짧은 침묵.“혼자 나가봐.”도윤이 낮게 말했다.“유도입니다.”“알아.”서아는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근데 힌트 주고 있잖아.”정적.지연이 말했다.“역시 빠르네.”짧은 침묵.“언니.”“항상 정면만 보지?”서아의 눈이 가늘어졌다.“…그래서.”“이번엔 아래 봐.”정적.도윤의 시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타일.같은 패턴.하지만—하나가 아주 미세하게 달랐다.“…찾았습니다.”서아가 바로 무릎을 꿇었다.손으로 눌렀다.딸깍.조금 내려갔다.“들어 올려.”도윤이 바로 도왔다.끼익—타일이 들렸다.그 아래—좁은 통로.어둠.정적.지연의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왔다.“거기로 가.”짧은 침묵.“살고 싶으면.”서아가 낮게 말했다.“함정이야.”“당연하지.”지연이 웃었다.“그래도 가야지.”정적.선택.서아의 눈이 완전히 식었다.“…간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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