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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시원한 여름의 맛 — 셰어하우스 수제 빙수 파티

Author: 8489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08 21:07:25

보양식으로 기운을 든든하게 채운 다음 날, 꺾이지 않는 무더위에 마당의 수국 잎사귀들도 살짝 고개를 숙인 오후.

여름이는 거실 툇마루에 누워 부채를 살랑살랑 흔들며 중얼거렸다.

“아빠… 몸은 불끈불끈 힘이 나는데, 입안은 너무 더워. 얼음 둥둥 떠 있는 시원한 얼음과자 먹고 싶다…”

두부 역시 대리석 바닥에 배를 납작하게 붙인 채 ‘헥헥’ 소리를 내며 얼음 소리에 반응하듯 귀를 쫑긋거렸다.

아이의 작은 아쉬움을 네 아빠의 스페셜리스트 안테나가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입안의 체온을 신속하게 낮추고 당분을 충전할 최적의 디저트 작전이다.” 태준이 안경을 지그시 누르며 차분하게 선언했다.

“빙수 작전 가나요? 수동 빙수기는 감성이 없지. 빙질(氷質)을 눈꽃처럼 미세하게 제어할 수 있는 수제 눈꽃 빙수 시스템을 구축하겠습니다!” 유준이 패드를 튕기며 신나게 제안했다.

이수는 즉시 냉동실에서 꽁꽁 얼려둔 우유 블록을 꺼내왔고, 강태는 거대한 손으로 옛날식 얼음 분쇄기의 핸들을 가볍게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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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푸릇푸릇한 신입생이 된 여름이의 대학 캠퍼스는 다가오는 첫 대학 축제(대동제) 준비로 젊음의 열기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동아리 부스마다 화려한 현수막이 내걸렸고, 중앙 잔디밭에서는 연신 신나는 음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름이가 속한 컴퓨터공학과 부스는 '추억의 달고나 & 수제 꼬치 펍'. 새내기이자 과대표를 맡은 여름이는 아침 일찍부터 청바지 소매를 야무지게 걷어붙인 채 재료 상자를 옮기고 부스 텐트를 치느라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여름아! 아빠들 진짜 오늘 축제 구경 오신대?" 함께 꼬치 재료를 꼬챙이에 꿰던 동기 지훈이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 "응! 구경 오신다고는 했는데... 부스 운영하는 데 방해 안 되게 그냥 멀찍이서 잠시 얼굴만 보고 가신댔어. 아빠들이 조금 다정하셔서 그렇지, 막 유별나게 행동하시진 않을 거야!" 여름이는 손사래를 치며 웃었지만, 내심 살짝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빠들의 '잠깐 구경'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오는지 지난 10년간 뼈저리게 겪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후 3시, 여름이의 미세한 불안은 완벽하게 현실이 되었다. 캠퍼스 정문 쪽에서 갑자기 소란스러운 환호성과 함께 학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 곳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와, 저 사람들 뭐야? 모델이야? celebrity인가?" "저 차는 또 뭔데 과 부스 쪽으로 들어와?" 학생들의 동요 속에 등장한 것은, 그야말로 완벽하게 무장한 '여름이네 4인방 아빠'였다. 단정한 클래식 트렌치코트 차림에 안경을 고쳐 쓰며 지적인 아우라를 풍기는 태준, 190cm의 훤칠한 피지컬에 형광색 선글라스를 끼고 레더 자켓을 멋들어지게 걸친 강태, 한 손에는 집에서 직접 달여 온 한방 보양차와 세탁된 앞치마를 챙겨 든 다정한 표정의 이수, 그리고 최고급 수제 에이드와 스페셜티 커피 100잔이 실린 럭셔리 푸드트럭을 대동하고 나타난 유준까지! "우리 딸 여름이 과 부스가 어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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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 남자와 어쩌다 여름이   제172화: 16살의 선택과 어깨 높이의 감동

    시간은 시속 100km로 달리는 열차처럼 거침없이 흘렀다. 사춘기의 열병을 지혜롭게 넘긴 여름이는 어느덧 중학교 3학년 졸업반, 16살의 어엿한 숙녀가 되어 있었다. 셰어하우스 거실 한쪽에 그어진 키 측정 선은 이제 아빠들의 가슴을 지나 어깨선 근처까지 다다르고 있었다. 예전처럼 번쩍 들어 올리기엔 제법 묵직해진 여름이었지만, 네 아빠에게 아이의 성장은 여전히 매 순간이 신기하고 기적 같았다. 하지만 3학년 2학기가 되자, 셰어하우스 식탁에는 또 한 번 커다란 고민거리가 올라왔다. 바로 '고등학교 진학' 문제였다. "예술고등학교 음악과라..." 태준이 진학 안내 책자를 읽으며 안경을 다스렸다. "여름이가 꾸준히 피아노를 쳐왔고 감각도 뛰어나니 예술고 진학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다만, 입시 레슨의 압박과 실기 스트레스가 어린 나이에 견디기 쉽지 않을 수 있어." 강태는 진학 책자를 보기도 전에 눈물이 글썽글썽했다. "아니, 예고든 일반고든 고등학교 가면 자습이다 뭐다 해서 밤 10시에나 집에 들어온다며?! 우리 여름이 얼굴 볼 시간도 없어지는 거잖아!" 유준은 이미 예고 실기 교습을 위한 최고급 파키나비아 그랜드 피아노와 개인 연습실 부지를 알아보는 중이었고, 이수는 "어느 학교를 가든 체력이 국력이다"라며 수삼을 넣은 삼계탕을 뚝배기 가득 끓여내고 있었다. 그때, 거실로 나온 16살의 여름이가 차분한 목소리로 아빠들 앞에 앉았다. "아빠들, 나 고민 많이 해봤는데... 일반고등학교로 가고 싶어." 네 남자의 시선이 여름이에게 쏠렸다. "피아노 치는 거 정말 좋아하지만, 난 음악을 전공으로 삼기보다는 즐거운 취미로 오래 남겨두고 싶어. 일반고에 가서 친구들이랑 공부도 열심히 하고, 다양한 걸 더 경험해 보고 싶어!"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고민하고 명확하게 말할 줄 아는 16살 여름이의 대견한 모습에, 네 남자는 서로를 바라보며 깊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우리 여름이가 원하는 길이라면 아빠들은 언제나 100%

  • 네 남자와 어쩌다 여름이   제171화: 닫힌 문과 15세의 국경선 — 셰어하우스 사춘기 경보

    중학교 2학년의 봄. 평화롭던 셰어하우스에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평화 파괴음이 울려 퍼졌다. 철컥. 학교에서 돌아온 15살의 여름이가 거실에 서 있는 아빠들을 향해 "다녀왔습니다~"하고 짧게 인사를 던지더니, 제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안에서 열쇠를 잠가버린 것이었다. 정막이 흐르는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네 남자의 정수리 위로 대형 비상경보기가 요란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방금... 문 잠근 거 맞지?" 강태가 멍한 표정으로 젓가락을 떨어뜨렸다. "우리 여름이가... 나한테 방금 눈도 안 맞추고 들어가서 문을 잠갔어. 이제 아빠들이 싫어진 거야... 아빠들 냄새난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냐고!" 강태가 190cm의 거구를 웅크린 채 소파 쿠션을 끌어안고 통곡하기 시작하자, 태준이 서둘러 노트북을 켜며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냈다. "성급한 추론은 금물이다, 강태야. 중학교 2학년은 대뇌 피질과 변연계의 불균형으로 인해 자아 정체성과 독립심이 폭발하는 시기다. 부모와의 심리적·공간적 거리두기는 지극히 정상적인..." 분석을 이어가던 태준이었지만, 그의 손가락 역시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왜 하필 오늘이지? 내가 아침에 잔소리를 너무 많이 했나?" 유준은 휴대폰을 들고 이미 어딘가로 전화를 걸고 있었다. "형들, 당장 최첨단 지문 인식 스마트 도어록을 떼어내고, 문틈 사이로 밀어 넣을 수 있는 초대형 슬림형 태블릿과 방 전용 무소음 미니 냉장고를 주문하겠습니다. 아이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면서 수발을 들죠." "너희 다 오버 좀 하지 마라." 이수가 한숨을 쉬며 주방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로제 떡볶이 접시를 쟁반에 담았다. "애 배고플 시간이다. 일단 먹이고 보자." 이수가 여름이의 방 문 앞으로 다가가 다정하게 두드렸다. 똑똑똑. "여름아, 아빠가 좋아하는 로제 떡볶이 해놨는데, 나와서 먹을래?" 잠시 후, 문 안쪽에서 웅얼거리는 여름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빠, 나 지금 바빠! 나중에 먹

  • 네 남자와 어쩌다 여름이   제170화: 중학교 첫 중간고사와 엄숙한 면담실의 거인들

    초등학교 시절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달리, 중학교의 봄은 생각보다 서슬 퍼런 중압감과 함께 찾아왔다. 바로 생애 첫 '중간고사'와 '1학기 학부모 개인 면담' 주간이 동시에 겹쳤기 때문이다. 시험 일주일 전부터 셰어하우스 거실은 거의 독서실 수준으로 개조되었다. 태준은 OMR 카드 작성법과 과목별 오답 노트 정리 노하우를 직접 제작해 여름이의 책상에 놓아주었고, 유준은 여름이 방에 눈이 피로하지 않은 최첨단 조명과 맞춤형 독서실 책상을 세팅했다. 이수는 기억력 향상에 좋다는 견과류 스콘과 수제 찹쌀떡을 매일 새벽마다 구워냈고, 강태는 거북목을 방지한다며 1시간마다 여름이를 거실로 불러내 스트레칭을 시켰다. "아빠들... 나 그냥 동네 학교 중간고사 치는 건데, 무슨 사법고시 보는 분위기 같아..." 여름이가 교복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붙이며 피식 웃었지만, 4인방 아빠들의 긴장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마침내 시험이 끝나고, 대망의 학부모 면담 날. 초등학교 학부모 총회 때와는 차원이 다른 엄숙한 중학교 교무실 복도. 차분한 쥐색 맞춤 정장을 차려입은 네 남자가 일렬로 걸어오자, 복도를 지나가던 중학생들과 교사들의 시선이 일제히 고정되었다. 1학년 3반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안경을 쓴 베테랑 담임선생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보통 한 명의 보호자만 오던 자리에 훤칠하고 건장한 성인 남성 넷이 들이닥치자, 선생님은 순간 찻잔을 들던 손을 멈칫했다. "아... 여름이 아버님들 되시죠?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태준이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며 의자에 앉았다. "선생님, 바쁘신 와중에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여름이가 중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혹시 학업이나 교우 관계에 문제는 없는지 솔직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강태는 혹시나 선생님 입에서 나쁜 소리가 나올까 봐 주먹을 불끈 쥐며 침을 꼴깍 삼켰고, 유준과 이수 역시 초조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선생님은 성적표와 생활기록부를 펼치며 허허 웃음을 터뜨렸다.

  • 네 남자와 어쩌다 여름이   제10화: 핑크색 쿵 방지 쿠션과 VVIP의 비밀 영수증

    "거기, TV 장식장 모서리! 1mm의 틈도 없이 완벽하게 붙여! 애 이마 찢어지면 네가 책임질 거야?!"주말 아침, 이태준의 불호령이 셰어하우스를 뒤흔들었다. 한 손에 줄자를 든 태준은 마치 건설 현장 소장처럼 거실을 누비며 위험 요소를 색출하고 있었다.여름이가 '뒤집기'라는 신기술을 장착한 지 불과 3일. 얌전히 바운서에 누워있던 천사는 사라지고, 눈만 떼면 매트 밖으로 굴러가 바닥을 핥거나 테이블 다리에 머리를 들이미는 '직진형 굴삭기'가 탄생했다.결국 태준은 '제2차 베이비 룸 개조 작전'을 선포했다."아니, 형!

  • 네 남자와 어쩌다 여름이   제9화: 월드컵 결승전보다 짜릿한 180도의 기적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는 4월의 주말 오후.평화로운 연희동 셰어하우스 거실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거실 한가운데 깔린 뽀로로 퍼즐 매트 위. 그곳에는 엎드린 채 낑낑거리며 용을 쓰고 있는 생후 7개월 여름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을 네 명의 성인 남자가 숨죽인 채 둥글게 포위하고 있었다.사건의 발단은 10분 전이었다.매트 위에서 모빌을 보며 놀던 여름이가 갑자기 한쪽 다리를 번쩍 들더니, 허리를 활처럼 휘며 몸을 옆으로 틀기 시작한 것이다."어? 어어?! 형들! 이거 봐! 여름이 몸이 반으로 꺾였어!"가장

  • 네 남자와 어쩌다 여름이    제2화: 기저귀는 어느 방향으로 채우는 건데?!

    오전 5시 30분.이태준의 아침은 언제나 완벽한 통제 아래 시작되어야 했다. 알람이 울리기 1분 전에 눈을 뜨고, 세안 후 피부 수분 유지를 위해 정확히 3초 안에 달바(d'Alba) 미스트를 뿌리는 것. 그것이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승률 99% 변호사 이태준의 철칙이었다.하지만 오늘, 그의 완벽한 아침은 알람 시계 대신 고막을 찌르는 앙칼진 사이렌 소리에 무참히 박살 났다.**"으아아아아앙-!!!"**"아악! 내 귀!"태준이 침대에서 튀어 오르며 방문을 열어젖혔다. 거실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밤새 한숨도

  • 네 남자와 어쩌다 여름이   제1화: 완벽한 루틴을 깨부수는 불청객

    강남 로펌에서 연희동 셰어하우스까지 정확히 45분. 이태준(32세, 변호사)은 대문 앞에 서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비에 젖은 그의 손에 들린 각 잡힌 루이비통 서류가방이 평소보다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는 퇴근길이었다. 매사를 분 단위로 쪼개며 철저한 루틴대로 살아가는 그에게, 입주 한 달 차를 맞은 이 셰어하우스는 그야말로 통제 불능의 무법지대였다."하… 진짜 미치겠네."대문을 열고 들어선 태준의 미간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마당 한가운데에는 비틀즈와 머라이어 캐리의 희귀 빈티지 LP판들이 위태로운 탑처럼 쌓여 있었다. 비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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