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0“말투는 이렇지만 내 마음은 진심이야.”“그걸 왜 여기서 말하는데요!”“여기가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긴의 다정한 다갈색 눈동자는 오롯이 네리나를 담고 있었다. 네리나가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려 뒤돌았다.긴이 그녀의 등에 머리를 기대었다.“이정도는 괜찮아?”“뭐가요. 안괜찮아요.”그가 머리를 기댄 채로 말하자 네리나의 가슴까지 그의 목소리가 닿는 듯 했다. 긴이 곧바로 머리를 떼어내며 소리내어 웃었다.“기억하라고, 아가씨. 오늘은 긴이 고백한 날이야. 적어도 내일까지는 내 생각으로 가득하겠지.”네리나는 갑작스러운 긴의 고백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왕궁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긴의 고백이 머릿속에 감돌았다. 긴은 굳이 네리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용의 비늘! 벌써 찾았군요!”톰이 눈에 띄게 네리나와 긴을 반겼다. 그가 덥썩 용의 비늘을 잡으려 했다.“워워, 내 생명과 맞바꿔서 가져온거라고. 통구이 되기 싫으면 물러서.”긴이 그리 말하며 용의 비늘을 조세르에게 넘겨주었다.“나는 만질 수조차 없더군요.”“필히 그럴 것이니.”조세르가 우아하게 대답하며 비늘을 받아들었다. 그가 검지손가락으로 비늘을 톡 건드렸다.
Last Updated: 2026-06-21
Chapter: 39“인어비늘갑옷은?”“입었고, 검도 챙겼어요.”“잘했어, 아가씨.”엘프 왕국의 서쪽으로는 수풀이 가득해 있었다. 말의 발이 나뭇잎에 푹푹 빠지기는 했지만, 오르하와 갔던 북쪽보다는 수월한 경로였다. 네리나는 긴을 꼭 끌어안고 싶지는 않아서 말의 앞에 타겠다고 했다.“긴, 레드 드래곤이 물이 있는 서쪽으로 왔을까요?”“모르는 소리. 벤자민은 인간이라 물이 필요하잖아.”“아, 그러네.”네리나가 눈에 띄게 풀죽은 표정을 했다. 긴이 다정한 목소리를 꾸며내며 말했다.“왜 기분이 안좋아졌어?”“벤자민이 보고 싶어서요. 내 유일한 가족이었는데.”“벤자민이 보고 싶구나.”그 말을 끝으로 긴은 더 말을 붙이지 않았다. 긴은 이따금 네리나의 정수리를 흐트렸고, 네리나는 씩씩대며 머리의 모양을 잡았다.얼마나 더 말을 타고 들어갔을까, 마침내 물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말을 매어두고 물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우와아…!”거대한 폭포가 그들의 눈 앞에 서 있었다. 햇빛과 물줄기가 어우러져서 무지개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네리나는 그 거대한 풍경에 압도되어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아가씨, 이제 기분 좀 나아졌어?”“네? 네.”&l
Last Updated: 2026-06-20
Chapter: 38“리르카는 알아본다네 네리나야 네리나여 네리나다. 요호 우 위르케 위르카 오!”리르카가 멀리서 그들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네리나는 안도감에 가슴이 턱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리르카! 여기는 어쩐 일이에요? 우리를 따라온 거예요?”“요호 우 위르케 위르카 오! 리르카는 모든 숲의 주인이라네! 따라오다니!”“기분 나빴다면 미, 미안해요.”“리르카는 네리나를 도와주러 왔다네, 네리나는 도움이 필요하다네.”“맞아요. 나무들이 왜 갑자기 화가 났는지 모르겠지만… 오르하를 공격했어요.”리르카가 가져온 나무 물병의 뚜껑을 열고는 오르하의 상처에 쏟아부었다. 깨끗하고 청량한 물이 지나가자 그의 상처가 아무는 것이 눈에 보였다.“어린 애들이 까불면 화가 나기 마련이네, 요호 우 위르케 위르카 오!”“까불다뇨. 우린 최대한 숨죽이고 조용히 있었다구요.”“네리나는 모르는 그런 게 있다네, 리르카는 안다네.”“으음….”그때 오르하가 정신을 차리며 일어났다. 눈 앞에 리르카가 있는 것을 보고 안도의 눈빛을 했다.“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나만 더 여쭤봐도 될까요…?”“뭐든 한가지는 대답해주지, 엘프 오르하여.”“숲의 주인이니 아시겠죠. 숲에서 용의 흔적을 발견하신 적이 있습니까?” 
Last Updated: 2026-06-19
Chapter: 37“쉿, 나무들이 움직이는 소리예요.”“나무가 움직여요?”네리나가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우우웅’거리는 소리가 더 크게 울려왔다.“북쪽의 나무들은 자극하지 않는 것이 좋아요. 그들은 마법을 부릴 수 있답니다.”오르하가 그렇게 말한 후 네리나는 입을 함 하고 다물었다. 눈알만 도륵도륵 굴리며 용의 흔적을 찾는 모습에 오르하가 킥킥거리며 웃음을 삼켰다.“어떻게 찾죠? 너무 넓어요.”시간이 꽤 흐른 후 네리나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오르하도 지친 눈치였다.“해가 지고 있으니 돌아가는 게… 아. 나무들이 길을 닫아버렸군요.”오르하의 말에 네리나는 고개를 휘휘 둘러보았다. 그들이 걸어온 길은 온데간데없고, 거대한 고목만이 자리하고 있었다.“우리가 돌아가는 걸 원하지 않나봐요.”“레드 드래곤이니, 나무에 어떤 식으로든 흔적이 남았을 겁니다.”오르하와 네리나는 거대한 나무뿌리 근처에서 예정에 없던 야영을 하기로 결정했다. 오르하가 나뭇잎을 갈대줄기로 촘촘히 엮어 네리나를 위한 이불을 순식간에 만들었다.네리나는 저도 모르게 따뜻한 오르하의 품으로 파고들게 되었다.“그거 알아요, 네리나양? 당신의 머리카락은 정말 아름다워요. 마치 불꽃을 다듬은 것처럼.”갑작스러운 오르하의 말에 네리나의 눈
Last Updated: 2026-06-18
Chapter: 36“톰, 톰~!”“아, 네리나양!”톰이 싱긋 웃으며 네리나를 맞이했다. 여전히 은발은 반짝거려서, 네리나는 구불구불한 자신의 머리카락을 괜히 한 번 펴보았다.“뭐하고 있었어요?”“물의 신에 대한 책을 좀 보고 있었습니다.”“와아… 난 살면서 책을 본 적이 드물어요.”“그렇습니까.”잠시 그들의 사이에 침묵이 맴돌았다. 톰이 그녀의 눈치를 살피다 입을 열었다.“그래서 어쩐 일로…?”“아니, 톰이랑 같이 못가게 돼서, 좀 섭섭해져서요.”네리나의 말에 톰이 활짝 웃었다. 자색 눈동자가 반으로 접히자 오르하 못지 않은 환상적인 미인이 앉아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네리나양이 그렇게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저는 괜찮….”“하지만 난 신경이 쓰인다구요.”네리나의 말에 톰이 지긋이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네리나는 공연히 귀가 빨개지는 기분이 들어서 그의 시선을 피했다.“그 마음이면 충분합니다.”톰이 웃으며 그녀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긴 속눈썹이 촘촘하게 내려앉아 있어서, 네리나는 문득 그의 속눈썹을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나의 네리나, 마지막 밤은 나와 보내야지.”“어머, 미쳤나 봐. 무슨 말이에요?”조세르가 불쑥 나타나 그들의 사이를 갈라놓았다. 톰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밤’이라는 단어를 계속 중얼거렸다.“정정하지, 그대의 마지막 시간을 나에게 온전히 줘.”조세르가 그렇게 말하고는 넉살좋게 웃었다. 네리나는 입술을 앙다물었다. 그의 말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조세르가 네리나를 인형처럼 덜렁 안아들고는 그녀의 방으로 향하며 말했다.“저런 인간에게까지 시간을 내어주면서, 나에게는 매정하군. 오, 네리나여.”“그렇게 일부러 극적으로 말하지 말아요.”“왕은 광대란다, 네리나.”네리나는 그의 말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쓸쓸해하는 것은 명백히 느껴져서, 그의 어깨에 두른 팔을 조금 더 꽉 감았다.조세르가 그녀를 방에 눕히고는 말했다.“긴장되지, 네리나? 너무 걱정하지
Last Updated: 2026-06-17
Chapter: 35“용은 어디로 갔지?”조세르가 물었다.“같이 있던 남자는 괜찮은가요?”네리나가 물었다.엘프 왕은 기분 좋게 웃으며 대답했다.“남자는 건강해보였고, 용은 제 거취를 밝히지 않았다네.”네리나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조세르는 못마땅해보였다.“보상을 준비했다네. 인간들은 돈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지?”엘프왕이 깃털처럼 가벼워보이는 주머니를 허공으로 던졌다가 다시 잡았다.“굉장히 얼마 없어 보이는데요.”톰이 수근거리자 에녹이 고개를 끄덕였다.“깃털처럼 가벼워지는 마법을 걸어놓은 상태지. 자, 안을 한 번 보게.”오르하가 주머니를 받아 네리나에게 넘겨주었다. 네리나가 주머니 안을 들여다보자, 새어머니가 준비해준 것보다 더 많은 크리스탈화와 금화들이 보였다.“이만하면 보답이 되었는가?”“네!”네리나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긴이 네리나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웃었다.“여기서 더 머물러야겠어.”조세르의 말에 일행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문가에 서서 엿듣고 있던 엘프 쌍둥이들이 와다다 달려왔다. 엘프왕이 그들을 와락 껴안으며 물었다.&n
Last Updated: 2026-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