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캔돔 대공가의 가장 지위가 높은 대공과 가장 낮은 곳에 머무는 아름다운 남장 하인과의 아슬아슬 유쾌한 사랑이야기 표지)신드롬(레이블-인첸티드)출판사 제공
Lihat lebih banyak키요리타, 구 도르하르 제국민들의 터전을 가로막은 거대한 결계의 입구.지하 깊은 곳에서는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묵직한 진동이 울려 퍼졌고, 지상에서는 바아르가 휘두른 오러가 결계의 틈새를 향해 사정없이 쏟아졌다.수십 미터에 달하는 검붉은 연기가 키요리타 일대를 옥죄어 왔고, 그의 검날이 내뿜은 묵직한 충격은 마침내 견고하던 결계에 균열을 만들어 냈다.“바아르! 됐어! 입구 쪽에 금이 가기 시작했어!”“좋아! 싹 다 부숴 버리겠다!”“그래! 선발대라도 먼저 침투시키자!”“길! 화산이라도 터지면 들어가기도 전에 전멸이다! 소규모 병력 따위는 저쪽 마법사 군대의 먹잇감만 될 뿐이야. 입구를 완전히 삼켜야 해! 한꺼번에 밀어붙여!”바아르의 검이 다시 한번 궤적을 그리며 내리꽂히자, 결계의 균열이 뱀처럼 비틀거리며 점차 붉어져 갔다.땅울림이 그치지 않는 와중에도 바아르는 쉼 없이 일격을 날렸다.“바아르! 마력을 아껴! 그러다 발작이라도 일어나면 어떻게 해!”“시간이 없어!”바아르는 내재된 마력을 모조리 해방했다. 검은 빛을 띠던 오러가 폭풍처럼 일렁이더니, 이내 불길한 핏빛으로 물들어 갔다.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캔돔가와 하르트가의 기사들은 그 무지막지한 위압감에 숨을 들이켜며 혀를 내둘렀다. 바아르는 더 이상 제 전력을 숨길 생각이 없었다.“바아르, 너! 오러의 색은 물론이고 마력의 궤 자체가 달라졌잖아? 대체 어떻게 된 거지?”“나중에 얘기해!”짙은 핏빛 연기가 키요리타 주변 반경 백여 미터를 붉은 광풍으로 물들였다. 그리고 그 막대한 에너지는 순식간에 바아르의 검끝으로 응축되어
우르르 쾅쾅. 우르르.그때, 손바닥만큼은 자유로웠던 세실리에가 기습적으로 마력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에잇!”라이신은 급히 제 마력을 뿜어내어 세실리에를 향해 내던졌다. 공격이나 방어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닌, 오롯이 그녀의 마력을 상쇄하고 소실시키기 위한 시도였다.“라이신! 네 이년! 어서 속박을 풀어! 결계를 파훼해서 이 저주도 당장 풀란 말이다!”속박이든 저주든 내막은 알 수 없었으나, 라이신의 마력에 가로막힌 세실리에는 또다시 몸이 단단히 굳어버렸다.지하 미궁의 바닥을 흔드는 진동은 점차 거세졌고, 지상에서 들려오는 울림 역시 불길하기 짝이 없었다.미끼 역할을 자처하며 같이 왔던 할 로드와 레이나마저 이 거대한 미궁의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의식을 잃은 듯했다.“······빨리 이곳을 나가야 하는데.”쓰러져 눈을 가물거리는 마리를 안은 라이신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바로 그 순간이었다.“하아, 하아! 나도 당장 풀어! 안 그러면 저주를 내리겠어!”자유로운 손을 그러모은 세실리에가 섬뜩한 은빛 연기를 피워 올리더니, 마리를 향해 다급히 저주를 내뿜었다. 아직 라이신의 눈에는 저주의 기운을 간파해 낼 능력이 부족했다. 상황을 직감한 마리만이, 의식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흠칫거리며 쓰러진 몸을 움직였다.“으악!”“마리!”라이신 대신 저주를 받은 마리의 입에서는 피가 흘러 나왔다.“진작 이걸 썼어야 했는데! 저주쯤은
도르하르 깊고 깊은 지하 미궁에는 기이한 소리가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사람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그 소리는 크고 웅장하면서도 괴이해 숨도 못 쉴 정도의 공포심을 안겨 주었다.“으윽······! 마리! 이 무시무시한······ 굉음은······ 뭐지? 설마, 여기 무너지는 거야?”세실리에의 말에 마리도 공포에 질린 듯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세실리에의 몸은 굳어져 움직여지지 않아 이대로 매몰될 판국이었다.그런데 마리는 갑자기 이곳 구석으로 향하더니 온 힘을 다해 마력을 불러일으켰다.그 순간, 갑자기 스르륵 무언가 막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곳에서 무지갯빛 연기가 활활 피어올랐다.세실리에는 조금씩 몸이 움직일 수 있게 되어 손은 줬다 폈다 하면서 빤히 앞을 바라보았다.“설마······ 은밀 마법? 누구를 숨겨 놓았어?”연기가 걷히자, 피투성이가 된 누군가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그때, 누워있는 사람의 바닥과 머리 위에도 그제야 붉은 마법진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을 세실리에는 알아차렸다.마리는 제 온 은빛 마력을 울면서 쓰러진 그 사람에게 쏟아부었다.“흑흑······ 제 마력 모두 다······ 드릴게요. 라이신 님···&mid
어디서 시작된 것인지 가늠할 수 없는 기이한 푸른 빛이 어둠을 집어삼킨 지하 미궁의 한가운데.우우웅, 우우웅.황궁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한 번도 들려온 적 없는 불길한 대지의 울림이 공간을 기분 나쁘게 울리고 있었다.할 로드와 레이나가 무기력하게 쓰러진 곳 근처까지 다가섰던 세실리에는 그제야 제 두 발이 바닥에 달라붙은 듯 단 1밀리미터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마리! 추잡하고 미천한 년이 감히 나를 결계에 가둬?”세실리에의 허울뿐인 권위 속에서 참아왔던 분노가 치가 떨릴 만큼 거칠게 폭발했다.“하하! 하하하!”미궁을 찌르는 마리의 기괴하고 음산한 웃음소리가 공기를 사납게 흔들었다.붉은 마법진이라는 직조된 덫에 꼼짝없이 걸려든 세실리에를 향해, 이 미궁 전체가 비웃음을 퍼붓는 듯했다.“이 은혜도 모르는 천한 년!”“당신이라고 고귀한 행동을 한 것도 아니잖아! 레투니카와 도르하르 사이에서 박쥐처럼 기회만 엿보며 자기 잇속만 챙긴 주제에 무슨!”캔돔가의 빛바랜 하녀 복장, 갈색 머리카락에 주근깨가 흩뿌려진 꾸밈없는 얼굴. 스무 살 남짓의 수수한 하녀 모습 그대로였으나, 마리가 품은 기운은 이미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괴물이었다.사실 세실리에는 마리에게 제대로 된 금은보화를 쥐여준 적은 없었다. 그저 할 로드의 후첩으로 넣어주겠다는 달콤한 감언이설로 그녀를 철저히 이용해 먹었을 뿐이었다.마리는 표독스러운 눈빛을 품은 채 천천히, 한 걸음씩 공터 중앙을 향해 다가섰다.“세실리에, 당신의 그 오만한 야욕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피를 흘렸는지 알아? 당신의 개인적인 욕심이 도르하르 제국의 독립을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밀어 넣었어! 가만히만 있었어도 바아르 각
할 로드의 염려는 지극히 타당했고, 반박할 수 없을 만큼 올곧은 진심이었다.사실 이 냉혹한 세계에서 라이신이 여자라는 비밀을 공유하는 이는 할 로드와 로드 부부뿐이었다.자신을 향한 투명한 걱정을 마주하자, 라이신은 묘한 죄책감에 그의 눈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시선을 비스듬히 꺾었다.‘매 맞는 것만으로도 저렇게 가슴 아파하는데···. 만약 바아르 각하와 얼떨결에 뜨거운 밤을 보냈다는 걸 알게 되면 얼마나 놀랄까.’비밀을 품은 자 특유의 민망함이 밀려와 라이신은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할 로드, 이렇게 걱정해 주니 고맙다.
세상에 이런 신기한 일이.라이신은 돈주머니를 오목한 구덩이에 밀어 넣고, 다시 흙을 덮고자 손끝에 미미한 힘을 실었다. 그러자 신기루처럼 주변의 흙들이 스스로 살아 움직이며 구덩이 위로 모여들었다. 순식간에 평탄해진 바닥은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듯 매끄러웠고, 소중한 전리품은 대지의 품속에 완벽히 감춰졌다.이곳은 터가 좋은 것일까, 아니면 이 땅 자체가 마력을 머금고 있는 것일까. 라이신은 기분 좋은 전율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모든 것이 숙소를 옮긴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자 이사가 한층 더 만족스러워졌다.이전 공동 숙
파공성을 내지르며 채찍질보다 매서운 물푸레나무 회초리(Birch)가 라이신의 몸에 감겼다.찰싹.위잉, 찰싹.위이잉, 찰싹찰싹.살점이 터져 나가는 소름 끼치는 금속음이 정적을 깨부쉈지만, 라이신의 붉게 달아오른 입술 사이에서는 단 한마디의 신음도 새어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매질을 휘두르는 스레기니 남작 부인과 그것을 지켜보는 미하엘 공녀가 움찔하며 그녀의 기묘한 인내심에 마른침을 삼켰다.그리고 바아르. 그는 다리를 꼰 채 우아하게 책장을 넘기던 손길을 멈추고, 마치 흥미로운 실험체를 대하듯 라이신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
라이신은 바아르와 보낸 그날은 제정신이 아니었던 터라 주변을 살필 여유가 없었지만, 이제야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었다.핏빛처럼 짙은 붉은 카펫이 복도를 길게 수놓았고, 사람 키의 몇 배는 됨직한 높은 천장에는 정교한 프레스코화가 수놓아져 있었다. 벽마다 걸린 거대한 초상화와 조각상들은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듯 생동감이 넘쳤다. 고풍스러운 장엄함이 라이신의 가슴을 짓눌렀다. 마치 소설 속 문장들이 살아서 춤을 추며 자신을 집어삼키려는 것만 같았다.상념의 늪에 빠져 있던 라이신은 문득 옆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Ulasan-ulas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