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차별 속에서 자란 사생아인 나는, 유일하게 나를 사랑해주던 남동생이 용에게 납치되자 그를 구하기 위해 직접 원정대를 꾸린다. 제국의 금기를 어기고 쫓기는 몸이 된 나는, 불사의 남자와 함께 여정을 이어가며 용의 흔적을 쫓는다. 그러나 끝내 마주한 진실은, 동생이 자의로 용과 함께 떠났다는 것. 사랑과 집착 사이에서 흔들리던 나는 선택의 기로에 서고, 잃어버린 것은 동생이 아닌 ‘나 자신’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View More네리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교복을 입고 머리를 빗는 등 부산스러웠다. 베이지색 교복은 네리나의 몸에 딱 맞게 준비된 것 같았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들어오세요!”“와, 네리나양. 정말 잘어울려요.”“볼만한데, 아가씨?”톰과 긴, 그리고 에녹이었다. 에녹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헤헤 정말요? 저 학교 가는 거 처음이에요.”네리나가 방실방실 웃으며 부끄러워하자 모두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나도 처음이야, 아가씨. 우리 대장 덕분에 별 경험을 다해보는군.”“저도요, 네리나양.”“나도.”네리나가 일행을 둘러보며 웃음지었다. 네리나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는 것을 알아챈 긴이 먼저 입을 열었다.“오르하랑 조세르는 이른 아침부터 수업이 있어서 먼저 갔어. 너무 서운해하지 마.”“서운하다뇨! 그냥 안보이니까 궁금해서….”“그래그래, 우리는 수업을 가자고.”수업은 1층에서 이루어졌다. 말이 1층이지, 허공에 둥둥 떠 있어서 높이를 가늠할 수는 없었다.네리나와 일행들이 교실로 들어서자 왁자지껄했던 교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네리나도 교실 안을 살폈다.‘엘프랑 오크에 고블린, 인어에다가… 인간은 안보이네.’&nb
“어떻게 가면 되지?”조세르의 반말에도 소년은 기분나쁜 내색 없이 대답했다.“이 코끼리를 타고 가시죠. 이 녀석은 특이하게도 사람을 가리지 않는답니다.”코끼리라 불린 생물은 크고 넓은 귀를 펄럭거리며 날고 있었다. 소년이 싱긋 웃으며 자리를 내주었다. 일행은 바위처럼 단단한 코끼리의 등에 올라탔다.코끼리의 귀가 크게 한번 펄럭이더니 위로,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그들의 눈에 거대한 탑의 형태가 보이기 시작했다.“땅에서는 안보였는데??”네리나가 크게 소리쳤다. 소년이 싱긋 웃고는 네리나를 돌아보며 말했다.“말씀드렸듯, 저희 아카데미는 특정한 조건을 충족해야 보고, 듣고, 들어올 수 있답니다.”코끼리는 탑의 최상층까지 훨훨 날았다. 그곳에 난 거대한 구멍을 통해 일행을 내려주고는 그대로 떠나버렸다. 일행이 어리둥절하게 서 있자, 의자가 있는 자리에서 무언가 불룩 솟아났다.“여기는 교장실이라네.”그들을 맞이한 것은 눈 부분이 뚫려있는 거대한 고깔이었다.“팔라가 신입생을 데려왔군 그래.”일행들은 순간 얼어붙었다. 가장 먼저 상황을 파악하고 나선 건 조세르였다.“맞아. 입학을 원해서 왔지. 그래서, 절차가 어떻게 되지?”고깔이 한참 조세르를 바라보다 껄껄대며 웃고는
네리나는 비로소 자신이 신비한 모험을 하고 있다는 것을 꺠달았다. 벌벌 떨고만 있을 떄가 아니었다. 벤자민을 향해 가는 모든 여정 동안 자신 역시 점점 넓어지고 깊어지리라는 생각이 들었다.긴과 톰은 재각기 흩어져서 귀신의 앞으로 가 주문을 외우기 바빴다. 오르하가 조세르에게 물었다.“이렇게 성불이 쉬운데, 왜 이 귀신들은 그 오랜 시간을 맴돌고 있었던 걸까요?”“굳이 여기까지 와서 이들을 성불시킬 필요가 없었겠지. 거대 평야는 그 어느 종족도 굳이 오지 않으니 말이야.”오르하는 아쉬운 마음에 쩝 하는 소리를 내었다. 따지고 보면 그들의 선조인데, 그 많은 시간동안 괴로워만 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긴과 톰이 지친 표정으로 일행에게 돌아왔다. 그들 주변에 있던 안야 귀신들은 모두 성불한 상태였다. 저 멀리서 안야 귀신들이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오늘은 이쯤 하고, 여기서 야영을 하는 게 어때요? 저 멀리 있는 안야귀신이 여기까지 올 것 같지는 않고.”“돌아가면서 불침번을 서면 되겠군.”“오르하, 나는 뺴줘. 나는 이미 몇 십마리나 퇴치하고 왔단 말이야.”“마리? 퇴치? 긴 너는 말을 조심하는 게 좋겠어.”긴과 오르하가 투닥거렸다. 톰은 나름 뿌듯해보였다.“톰, 기분이 좋아 보여요.”“물의 신을 믿는 신자로서, 한 생명이 물의 신의 품으로 귀의할 수 있게 도왔으니까요.”“아하.”
일행은 오크의 왕국에서 동쪽으로 움직였다. 긴은 서쪽과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간다는 사실이 못내 못마땅해 보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고 보니, 이 거대 평야에는 전설이 있어요.”“뭔데요, 오르하?”네리나가 귀를 쫑긋 세우며 물었다. 아까의 눈물은 에녹의 다그침에 아예 휘발된 것 같았다.“안야 귀신이 거대 평야를 거닐고 있다는 군요. 성불도 하지 못하구요.”“안야 귀신? 무슨 이름이 그래요?”“안야, 안야, 계속 그렇게 중얼거려서 안야 귀신이라고 하죠.”“와아. 좀 무서웠다.”네리나가 팔뚝에 돋은 소름을 문지르며 웃었다. 웃는 네리나의 모습에 오르하가 한쪽 눈썹을 치켜 올렸다.“오르하가 아는 전설이면 엄청 오래된 거겠네요. 조세르도 알아요?”“아버님께 듣기만 했어.”“거 봐, 엄청 오래됐네.”네리나가 킥킥대며 웃을 때였다. 오르하가 자신의 기분을 신경써주려 일부러 이야기를 꺼낸 것이 분명했다.평야로 점점 더 들어갈 때였다. 노을이 지며 어디선가 소리가 들렸다.“안…야. 안야.”“히익, 뭐야 진짜 있었잖아!”“딸꾹, 딸꾹, 딸꾹.”네리나와 톰이 기겁을 하며 각각 조세르와 에녹의 뒤로 가 숨었다.형체가 일정하지
네리나가 문득 톰의 환영을 떠올리고는 물었다.“톰이라는 이름은 마음에 들어요?”“하하. 그 이름이 흔하다는 건 나도 이제 알아요. 하지만 내가 나에게 준 첫번째 이름이라서 그런지 애틋하네요….”“아….”“환영에서 본거죠?”네리나는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남의 속 깊은 마음을 들여다보았다는 것이 미안하게 느껴졌다.“그러면 내가 진짜 멋진 두번째 이름을 줄게요.”“정말? 네리나씨가요?”문득 은빛 머리에 자색 눈동자를 한 톰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의 얼굴 한 구석에는 애수가 묻어 있어, 괜히 그녀의 모성애를 자극하
오르하가 귀를 기울이며 말했다. 그의 말에 네리나가 입을 떡 벌렸다.“안들려요?”“적어도 내 귀에는 아무것도 안들리는….”톰마저 한 마디를 보탰다. 네리나가 희게 질리자 조세르가 입을 열었다.“나의 백성들이 묻혀있는 무덤이다. 우리는 영생을 산다고 알려져 있지. 이들은 끝까지 버텼고, 영생을 누리는 것을 포기했다.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거야.”“그러면, 그러면 왜 내 손이 닿자마자 빛으로 변해서 없어진 거예요?”“그것까지는 잘 모르겠군. 확실한 건 네 손길이 그들에게는 안식이라는 거야 네리나.”
오르하가 엘프의 말로 무어라 중얼거리고는 말했다.“제1시대 마지막 전쟁이야.”“그렇게 부르나보군, 제1시대라고.”오르하의 말에 조세르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망자들 중 유독 많은 이들이 다홍빛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에녹을 비롯한 일행이 조세르를 힐끔 쳐다보았다.강의 한 가운데 돌과 나무로 만든 다리가 있었다. 마차 세 대가 나란히 지나가도 좋을 만큼 넓
에녹의 환영 속에는 네리나 자신이 울고 있었다. 에녹이 네리나의 환영에게 다가가려 하면 할수록 점점 멀어졌다. 에녹이 손을 툭 떨구고는 고개를 숙였다.“에녹!”에녹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어느새 그의 눈 앞에 네리나가 서 있었다.“에녹, 정신차려봐요!”에녹이 환하게 웃었다. 다시 손을 들어 그녀의 눈꼬리 쪽을 훑고는 만족했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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