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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타 엘리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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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bela ni 포타 엘리엇

금지된 이름으로 너를 부른다

금지된 이름으로 너를 부른다

윤혜진은 카페 공사장에서 스물한 살 이태오를 만난다. 충동처럼 시작되어 하룻밤으로 끝났다고 믿었던 관계. 그러나 다시는 만나지 않기로 한 그가, 어느 날 남편 한정우와 함께 혜진의 앞에 나타난다.
Basahin
Chapter: 35화
고아원에 도착한 것은 오전 열한 시가 조금 넘어서였다.정우는 차에서 내려 건물 외벽을 올려다봤다. 십여 년 전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건물은 낡고 초라했다. 겨울이면 복도에 찬바람이 들었고, 장마철에는 천장에서 물이 샜다.지금은 제법 그럴싸하다. 새로 칠한 외벽은 깔끔했고, 운동장에는 작은 놀이기구도 들여놨다. — 보람이 있네.“한회장.”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원장이 반갑게 다가왔다.“오랜만이야.”“잘 지내셨습니까?”“덕분에. 이번에도 이렇게 신경 써주셔서 얼마나 고마운지.”“별말씀을요.”정우는 뒤편의 화물차를 돌아봤다. 직원들이 상자를 내리고 있었다. 얇은 침구와 새 학기를 맞은 아이들을 위한 학용품도 있었고, 제철과일들을 가득 담은 나무 상자도 연신 내려졌다. “노트북은 다음 주에 들어올 겁니다.”“아이고, 그것까지?”“아이들이 쓰는 게 많이 낡았더군요.”원장은 연신 고맙다고 하자, 정우는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안으로 들어가시죠.”원장실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낡은 책장이 벽 한쪽을 차지하고 있었고, 창가에는 잎이 무성한 화분이 놓여 있었다. 정우는 소파에 앉아 차를 받았다.“태오 군은 잘 지내?”정우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네. 대학에도 들어갔습니다.”“아, 정말? 역시.”“조리 쪽으로요. 본인이 워낙 하고 싶어 했던 일이라.”“그 아이가 유독 손재주가 좋았지.”원장이 반가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어릴 때부터 고장 난 물건을 보면 그냥 지나치질 못했지. 식당 아주머니들 일도 곧잘 도왔었고.”정우는 찻잔을 내려놓았다.“그랬습니까?”“그럼. 말수는 적어도 속이 깊은 아이였어.”원장은 잠시 옛날을 떠올리는 듯했다.“엄마를 많이 닮았지.”괜히 눈시울이 시큰해지는지 원장은 안경을 벗어 눈가를 비볐다.정우도 찻잔 위로 피어오르는 김을 바라보며 태오의 엄마를 떠올렸다.자신보다 세 살이나 어리면서도 늘 자신을 챙겨주던 아이.태오에게서 가끔 그 애의 마음결을 느끼고는 놀랄 때가 종종 있
Huling Na-update: 2026-10-10
Chapter: 34화
그리고 세월이 한참 흐른 지금, 혜진은 맞은편에 앉은 지유와 제 옆의 태준을 번갈아 바라봤다.—- 한 번 보고 끝낼 여자에게 이렇게까지 시간을 쓴다고?“왜.”태준이 물었다. 혜진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진작 알고 있었던 모양이었다.“아니.”혜진은 물잔을 들었다.“그냥 신기해서.”“뭐가.”혜진의 시선이 지유에게 한번 갔다가 돌아왔다.“그냥.”혜진은 웃으며 물을 마셨다. 오래전 동아리방 앞에 서 있던 여자의 얼굴은 지금도 선명했지만, 이름만은 기억이 안났다. 그리고 뽑아준 커피에는 한모금도 대지 않고 돌아갔다는 것만. 지유와 태오는 꽤 친해 보였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스스럼없는 터치가 몇 번이나 오갔고, 눈이 마주칠 때마다 웃음이 이어졌다. 유독 그 시간이 길어 보였다.— 잘 어울리네.아무런 사심 없는 솔직한 감상이었다. 비슷한 나이. 같은 일터. 같은 관심사. 둘 사이에는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가벼움이 있었다.혜진은 물잔을 들어 입술을 축였다.그사이 태준은 오래전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그때 진짜 웃겼는데. 다이빙 처음 배우면서—”“선배.”혜진이 눈을 흘겼다.“왜. 사실이잖아.”“뭔데요?”태오가 곧장 물었다. 꽤 진지한 얼굴이었다.태준이 들려주는 대학 시절의 이야기부터 태오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혜진의 옛 친구들 이름까지. 하나라도 빠뜨리지 않고 기억해두려는 사람처럼 귀를 기울였다.“그때 어땠어요?”태준이 혜진을 한번 보고 웃었다.“지금이랑 똑같았지, 고집세고 자유분방하고.”“선배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혜진에게는 시답잖은 옛날 이야기였다. 태오는 맞은편의 혜진을 잠시 바라봤다.자신이 알기 전의 윤혜진.— 내가 모르는 시간들이 너무 많네.자신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존재했던 사람의 시간을 이제 와 따라잡으려는 것처럼, 태오는 다시 태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식사가 끝날 무렵에는 두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태준이 탁자 위에 놓인 계산서를 집어 들었다. “내가 할게.”“선배, 됐
Huling Na-update: 2026-10-09
Chapter: 33화
태오가 뒤를 돌아봤다. 지유, 그리고 그 뒤에 선 남자. 두 사람을 차례로 확인하는 눈동자에 놀라움과 의문이 동시에 번졌다.네 사람의 시선이 묘하게 한가운데서 엉켰다. 가장 먼저 웃은 건 태준이었다.“이게 무슨 조합이야.”태준이 태오에게 눈짓했다.“그때 봤죠?”“네.”둘은 가볍게 목례를 주고받았다. 혜진이 눈을 조금 크게 떴다.“둘이 구면이야?”“그렇게 됐네.”태준이 빈자리를 한번 내려다봤다.“합석해도 되나?”대답을 기다릴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던 모양이었다. 재킷을 벗어 들고 자연스럽게 혜진의 옆자리를 차지했다. 지유도 얼떨결에 태오의 옆자리에 앉았다.“선배, 여긴 제 아들…… 태오예요.”“아들?”태준의 눈이 태오에게 향했다.—그때 그 애가 벌써 이렇게 컸나.지유 역시 태오를 바라봤다.—아, 엄마였구나.서로 전혀 다른 이유로 두 사람의 시선이 태오에게 머물렀다. 지유는 며칠째 손이 닿지 않던 곳의 가려움이 단번에 긁힌 기분이었다. 새벽에 오피스텔에서 나오던 것도, 같은 층에서 몇 번이나 마주쳤던 것도 이제야 전부 설명이 됐다.“네. 한태오입니다.”태오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혜진의 시선이 지유에게 향했다.“그런데 이쪽은……?”태준이 지유를 돌아봤다.“정지유 씨. 아는 동생이야.”“안녕하세요. 정지유예요.”지유가 한결 가벼워진 표정으로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혜진과도 이미 몇 번이나 얼굴을 마주친 사이였다. 제대로 이름을 주고받는 건 오늘이 처음이었지만.“안녕하세요.”혜진도 마주 인사했다. 태준이 메뉴판을 집어 들었다.“야, 이렇게 또 만났는데 그냥 갈 것도 아니고. 요리 하나 더 시켜서 천천히 얘기나 하자고.”--------태준과 지유가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만난 사이라는 걸 알고 혜진은 적잖이 놀랐다. 기억 속 태준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동아리방에서 처음 마주쳤을 때 받은 강렬한 인상은 함께 활동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짙어졌다.자신을 유심히 바라보는 태준의 눈에는 분명 성적인 관심도 있었다.
Huling Na-update: 2026-10-08
Chapter: 32화
납골당은 평일 오전이라 한산했다. 태오는 한참 동안 유리 너머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사진 속 여자는 스물한 살이었다. 자신보다 겨우 한 살 많을 뿐이었는데,..어릴 때는 엄마가 아주 큰 어른인 줄 알았다. 뭐든 알고, 뭐든 할 수 있는 사람. 세상에 둘밖에 없었으니 비교할 대상도 없었다. 그런데 점점 커가면서 알게 되었다. 엄마가 얼마나 어렸는지. 태오는 유리문을 열어 꽃다발을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유골함 옆으로 꽃을 가지런히 세우고, 비뚤어진 사진을 손끝으로 바로잡았다.“나왔어.”대답이 있을 리 없는데도 매년 같은 말을 했다.“올해도.”사진 속 엄마는 여전히 같은 얼굴로 웃고 있었다. 함께 찍힌 사진 속 태오는 형편없이 어렸다. “나 대학 가.”조금 우습게 웃었다.“알고 있나.”그리고 이번에는 조금 뜸을 들였다.“요리해.”엄마가 살아 있었다면 좋아했을까, 잘했다고 했을까. 내가 해준 요리를 먹고는 엄지 척을 했겠지. “엄마.”심각한 전신화상을 입고도 엄마가 일주일이나 중환자실에서 버텼던 이유를 알게 된 것은 한참 뒤였다. 자신이 들어간 바로 그 보육원에서 엄마 역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였다.그날 태오는 엄마가 죽은 뒤 처음으로 펑펑 울었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입을 틀어막은 채 한참을 울었다.내가 유일한 가족이었구나. 그래서 그렇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구나.혼자 남을 자신이, 엄마처럼 외롭게 자랄까 봐. 유리문에 비친 태오의 얼굴이 사진 속 엄마의 얼굴 위로 희미하게 겹쳤다.“나도 이제 가족이 있어. 너무 걱정하지마.”물론 자신의 친아버지에 대한 궁금증은 가슴 한쪽에 있었다. —그 사람은 내가 있다는 걸 알았을까.딱 거기까지. 원망도 그리움도 아닌, 타인보다도 더 먼 그런 감정이었다. “나 갈게. 다음에 올땐 디저트 좀 싸올게.”농담처럼 말하고 납골당을 나왔다.밖은 눈이 부실 만큼 맑았다.태오는 계단을 내려가며 주머니를 더듬어 휴대폰을 꺼냈다.[나
Huling Na-update: 2026-10-07
Chapter: 31화
검은 패딩을 걸친 남자가 지유와 나란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훤칠한 키에 제법 다부진 체격. 지유가 무슨 말을 했는지 남자가 고개를 숙여 듣다가 웃었다.태준의 시선이 잠시 그에게 머물렀다. 지유가 먼저 태준을 발견하고는 걸음이 뚝 멎었다.“어?”태오도 그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는 사이 태준이 천천히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퇴근했어요?”지유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여긴 어떻게…”“세탁비 받으러 왔는데,”손목 시계를 흘끔 보고는,“너무 늦었으니까 30분만 빌리지?”“아…”지유는 잠시 태준을 바라봤다. 뜬금없긴 했다. 그 날 처음 본 손님이 퇴근 시간에 맞춰 레스토랑 앞까지 찾아온 것도, 다짜고짜 삼십 분을 달라는 것도. 지유는 짧은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럴게요.”그리고 태오를 돌아봤다.“먼저 들어가.”그제야 태준은 지유가 태오의 패딩 자락을 가볍게 잡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태오가 괜찮겠느냐는 듯 지유를 바라봤다. 지유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떨궜다. 그도 더 묻지 않았다.“내일 봐.”“응. 잘 가.”태오는 태준에게 가볍게 목례한 뒤 지나갔다. 태준도 별생각 없이 목례를 받아주었다.”어디 가게요?“”일단 차에 타지?“지유의 시선이 길가에 세워진 차로 향했다.갑자기? 아무리 손님으로 만났다고 해도 선뜻 올라타기에는 조금 꺼림칙했다. 태준은 먼저 조수석 문을 열어주는 대신 제 차 옆에 기대선 채 가만히 기다렸다. 그게 오히려 지유의 경계심을 조금 누그러뜨렸다.“진짜 딱 삼십 분요.”태준이 웃었다.“원하면 이십 분도 되고.”“십 분은요?”“그건 좀 아까운데.”지유가 결국 피식 웃었다.“뭐가 그렇게 아까워요?”“기다린 시간이 있어서.”“……기다렸어요?”지유가 눈을 가늘게 떴다. ----------차 안에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차창을 스치는 바람 소리만 잔잔하게 섞여 있었다. 재즈인지 클래식인지 모를 느린 리듬. 처음 타는 남자의 차인데도 이상하게 긴장이 풀렸다. 딱히 낯선
Huling Na-update: 2026-10-06
Chapter: 30화
충동이었다. 가끔 혜진은 그날의 충동이 자신의 삶을 이렇게까지 바꿔놓을 줄 누가 알았을까, 새삼 놀라곤 했다. 연애 한 번 해본 적 없는 자신이 처음 본 남자에게 그렇게 쉽게 끌려, 첫 경험까지 망설임 없이 해버리다니. 하지만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는 있었다. 오감이 전부 만족스러웠다.날렵하게 떨어지는 턱선. 낮은 목소리. 향수 냄새가 희미하게 섞인 남자의 체취. 원룸 문을 열다 휘청한 자신의 팔을 붙잡았던, 부드러우면서도 어딘가 거친 손가락. 그래서 맛보고 싶었다. 저 입술을 깨물면 무슨 맛이 날까.그리고 그날, 혜진은 처음 경험하는 종류의 감각을 알았다. 분명 아팠다. 그런데 아픔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았다. 음식으로는 도저히 재현할 수 없는 맛이 사람의 몸에도 있다는 것을 스무 살의 혜진은 그날 처음 알았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한 번 알아버린 감각을 자꾸만 되풀이하고 싶었다. 둘은 걷잡을 수 없이 서로를 탐했고, 연애다운 연애의 감정이 제대로 싹트기도 전에 아이부터 생겨버렸다. 정우는 책임감이 강한 남자였다. 무엇보다 제 핏줄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연애는 결혼부터 하고 하자.”우스운 말이었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됐다. 제대로 된 연애관이 생기기도 전에 결혼부터 했고, 아이부터 낳았다. 그 뒤로 혜진은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어, 놀라울 만큼 조용히 사회의 관습에 충실한 삶을 살아왔다.그런데 사라진 줄 알았던 그 충동이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는 자신을 관습 안으로 밀어 넣는 것이 아니라, 그 관습과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모조리 흔드는 방향으로.태오와의 일탈이 길어지면서, 정우를 품지 않은 지도 꽤 오래였다. 태오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정우와는 일주일에 몇 번씩 관계를 가질 만큼 잘 맞았다. 오랜 부부에게 으레 찾아온다는 권태도 두 사람의 잠자리만큼은 좀처럼 비껴갔다. 그러고 보면 정우 역시 그동안 자신을 찾지 않았다. 그러나 그 사실은 그 순간 혜진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기만 했다. 오늘은 그저 그 익숙함이 필요했다.혜진은 천천히 정우에게
Huling Na-update: 2026-10-05
그냥 지루했을 뿐이야

그냥 지루했을 뿐이야

서른둘, 평범한 회사원 진서하. 지루할 만큼 반듯했던 그녀의 일상은 열두 살 어린 대학생 박유건을 만나면서 완전히 뒤집힌다. 스무 살의 남자와 시작된 낯설고 위험한 관계. 그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욕망은 서하가 애써 외면해 온 삶의 균열을 하나둘 벌려놓는다. 그리고 두 사람의 관계를 중심으로 얽혀드는 또 다른 사람들. 사랑인지, 욕망인지, 아니면 단순한 충동인지. 누구도 이름 붙이지 못한 관계는 점점 더 뜨겁고 복잡해진다. 그냥 지루했을 뿐이었다. 처음에는, 정말 그뿐이었다.
Basahin
Chapter: 116화
유건이 첸잉의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스름한 새벽빛이 번지고 있었다. 언덕 너머로 붉게 물든 하늘이 조금씩 밝아지는 것을 보며, 유건은 문득 속초에서 서하와 함께 보았던 일몰을 떠올렸다. 그때도 하늘은 붉었다. 다만 그날의 붉음은 밤으로 향했고, 지금은 아침으로 향하고 있었다. 함께 살던 언니가 졸업한 뒤로는 혼자 지낸다는 첸잉의 아파트는 두 사람이 살기에도 넉넉해 보였다. 거실에는 서로 다른 취향의 쿠션과 머그잔, 다른 계열의 전공책들이 여전히 널부러져 있었다. 이미 술기운은 말끔히 가셨다. 문이 닫히자 첸잉이 먼저 유건을 바라봤다. 유건이 그녀를 끌어안자, 말캉하고 부드러운 살결의 냄새가 아랫배 안쪽 깊숙이까지 밀려 들었다. 첸잉의 온몸이 성감대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유건의 손길 하나에도 몸을 미세하게 떨었다. 유건은 그 작은 반응들을 하나씩 기억해냈다. 유건과 첸잉은 서로의 몸을 입술로, 손으로 훑어내렸다. 마음 안쪽까지 충분히 젖어서 흘러넘칠 정도가 되자, 첸잉이 간절하게 유건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잡았다. 한동안은 가만히 있었다. 곧 움직임이 시작되고, 전희가 너무 길었기 때문일까 금방 첸잉의 안이 차올랐다. “뭐야.” 첸잉이 웃으면서도 유건의 등을 끌어안았다. 그 때였다. 유건의 마음에서도 무언가가 왈칵하고 쏟아지기 시작했다. 왜 채원이 단단히 결합되었을 때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는지, 유건은 비로소 알 거 같았다. 아마 몸의 문이 열린 것처럼 꼭꼭 닫아두었던 문이 열려버려, 오래 혼자 짊어졌던 기억을 잠시 다른 사람에게 맡겨도 괜찮을 것 같은 순간이 왔었을 거다. 지금 유건이 왈칵 쏟은 정액처럼 비밀 얘기를 쏟아도 괜찮을 거 같은 느낌을 받은 것처럼. 평생 비밀처럼 품고 갈거라고 생각했던 이야기들을 했고, 가끔 고개를 끄덕이거나 짧은 질문을 던졌고, 유건이 말을 멈추면 가만히 등을 쓸어주었다. “그랬구나.” 그녀는 몇 번이고 그렇게 말했다. 첸잉이 그의 뺨에 손을 얹었다. “건.
Huling Na-update: 2026-10-10
Chapter: 115화
“…그래서 말이야, 내 친구랑 하고 있었다니까.”“와, 그건 좀 너무 많이 넘었네. 너네 집에서 그러는 건 좀 아니지 않나?”첸잉의 전전남친 이야기를 들으면서 유건은 첸잉과의 그날밤을 떠올렸다. 첸잉도 같은 기억에 닿았는지 잠시 유건을 바라봤다. 물담배 호스를 옆으로 밀어놓고는 느닷없이 물었다.“제임스 작년에 결혼한 거 알아?”“뭐?”“애도 있어.”첸잉이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찾았다.“봐. 애기 완전 귀여워.”화면 속 제임스는 아기를 품에 안고 웃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의 얼굴이 조금 남아 있기는 했지만, 어딘가 낯설었다.한동안 인스타를 지우고 보지 않았었다. 누군가의 근황을 보는 일이 견디기 어려웠던 때가 있었다. 별것 아닌 사진들. 여행지에서 찍은 풍경이나 생일 케이크, 친구들과 나란히 웃고 있는 얼굴들.자신이 멈춰 있는 동안에도 다른 사람들의 시간은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이 서러웠다.“걔가 우리 중에 제일 먼저 애 아빠가 될 줄 누가 알았겠어.”“그러게.”하지만 안 어울리는 건 아니었다. 제임스는 사귈 때마다 진심이었으니까. 물론 자의 타의적으로 그 기간이 짧았을 뿐. “나 결혼식도 갔잖아.”“어디서 했는데?”“샌디에이고. 완전 예뻤어. 바다가 보이는 데서 했거든.”“너는 남자친구 없어?”“지금?”“응.”“없어.”첸잉이 술잔을 들어 입술에 가져갔다.“헤어졌어. 넉 달 전에.”“오래 만났어?”“삼 년.”“꽤 오래 만났네.”“그러게. 내 인생에서 제일 긴 연애였어.”“왜 헤어졌는데?”“걔가 다른 여자 좋아했거든.”유건이 첸잉을 바라봤다.“바람피웠어?”“아니. 그랬으면 차라리 쉬웠을 텐데.”“그건 또 무슨 소리야.”“그냥 다른 여자를 좋아하게 됐대. 자기도 어쩔 수 없었다고.”첸잉이 웃었다.“웃기지 않아? 좋아하는 건 어쩔 수 없으면서 헤어지는 건 그렇게 쉽게 결정하더라.”“그래서?”“그래서 뭐. 헤어졌지.”“안 붙잡았어?”“붙잡았어.”유건이 조금 놀란 얼굴을 하자 첸잉의
Huling Na-update: 2026-10-09
Chapter: 114화
펍 바로 맞은편 호텔이었다. 각자의 시간과 공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성향의 친구들이라 방은 하나씩 따로 잡았다고 했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마자 이언이 서하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당기며 서하의 입술을 연신 머금었다. 조금 전까지 잔잔히 식어가던 모닥불에 마른 장작을 던져 넣은 것 같았다.재혁과의 마지막 밤 이후 처음이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누구도 만나지 않겠다고 결심한 적도 없었다. 다만 은근슬쩍 다가오는 남자들을 하나둘 밀어내다 보니 어느새 그렇게 되어 있었다.유건에게 보내지 않을 문자들을 쓰다 지우는 일마저 그만둔 것도 그 무렵이었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닿는 체온은 생각보다 빠르게 서하를 달아오르게 했다.서핑이 취미라던 이언에게서는 정말 바다 내음이 나는 것 같았다. 한참을 서하는 이언의 어깨, 가슴, 팔뚝의 냄새를 코로, 입으로 들이켰다. 햇볕에 오래 마른 피부와 낯선 향이 뒤섞여 있었다.이언도 그런 서하의 리듬에 맞춰줬다. 당장이라도 안으로 밀고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견디고 있다는 걸 서하도 알았다. 이미 서하의 허벅지에는 그의 쿠퍼액으로 번들거렸으니까. 더이상 참을 수 없을 지경까지 힘줄이 도드라진 그의 성기를 보고 서하가 숨을 가다듬고 손으로 훑기 시작했다. 그 순간 이언의 호흡이 크게 흐트러졌다. 거의 비명에 가까운 신음이 울대 아래에서 가까스로 억눌리는 것을 보자, 서하가 피식 웃으면서 안으로 잡아 끌었다. “…아….하…”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근육이 찢어질 듯 경련했다. 아무리 윤활이 충분해도 소용없는 것 같았다. 갯벌처럼 질척해진 안을 이언이 거듭 파고들었다 빠져나올 때마다, 겨우 메워진 자리에 다시 흔적이 깊게 패었다.이언의 손과 입술이 오래 머문 젖꼭지는 조금만 누르면 터질 듯하다.서하는 그의 등에 솟은 근육을 손바닥으로 천천히 더듬었다.자신이 의사였다면 이것들이 무슨 근육인지 하나하나 구별할 수 있었을까.생각하다가 웃음이 났다. 아니, 의사라도 지금은 머릿속이 새까매졌을 것이다.눈을 감았다. 별이 가
Huling Na-update: 2026-10-08
Chapter: 113화
골이 들어가자 펍 안이 들썩였다.사방에서 함성이 터지고 누군가는 테이블을 두드렸다. 서하의 옆에 앉아 있던 동료가 두 팔을 번쩍 들며 환호했다. 딱히 응원하는 팀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서하는 이렇게 한마음으로 떠들썩해지는 분위기가 좋았다. 가만히 있어도 주변의 열기가 알아서 마음을 밀어 올렸다. 제 감정을 애써 소모하지 않아도 덩달아 바닥까지 일렁이고 나면, 묵은 것들이 한 번씩 솎여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맥주 거품이 잦아든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려던 때였다. 대형 스크린 맞은편에 앉은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서양인 남자 둘과 맥주를 마시고 있는 동양인 남자였다. 골보다는 친구의 이야기가 더 흥미진진한 모양이었다. 모두가 스크린을 향해 환호하는 와중에도 남자는 옆에 앉은 사람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입가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서하가 시선을 거두지 못한 건 유난히 눈이 반짝여서였다. 조명 때문인가, 아니면 스크린에서 쏟아지는 빛 때문인가. 문득 펍 안의 모든 불이 꺼져도 저 눈만은 반짝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바라봤을까. 시선을 느꼈는지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치고, 정면에서 보니 더했다.검은 눈동자 안쪽에 작은 불빛이라도 들어 있는 것처럼 선명했다. 그런데도 차갑거나 날카롭지 않았다.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온기까지 느껴질 것 같은 광원이었다.남자도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친구에게 향해 있던 웃음기가 그대로 눈가에 남아 있었다. 서하가 맥주잔을 입술에 가져가며 먼저 시선을 거두었다.“진 팀장님.”옆자리에서 동료가 불렀다.“네?”“경기는 저쪽인데 뭘 그렇게 봐요?”서하는 스크린으로 고개를 돌렸다.“잘생긴 사람.”동료가 곧장 몸을 돌리려 하자 서하가 웃으며 팔을 잡았다.“보지 마.”“어디요?”“됐어.”“어디냐니까.”아직도 저 눈이 자신을 보고 있는지 다시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서하는 맥주만 들이켰다. 이미 미지근해진 맥주가 목을 타고 넘어갔다.“한 잔 더 시킬 사람?”바 앞은 사람들로 붐
Huling Na-update: 2026-10-07
Chapter: 112화
“건??”첸잉이었다. 유건의 눈이 커짐과 동시에 신호가 바뀌었다. 첸잉은 얼른 인도쪽으로 스쿠터를 붙이고는 헬멧을 벗었다. 검은 머리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렸다. 고등학교 때보다 훨씬 길어진 머리, 조금 짙어진 화장. 얼굴에는 그때의 앳된 티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웬일이래.”첸잉이 웃음을 떠트렸다. 한쪽 볼에만 보조개가 패이는 건 그대로다.“너 여기 학교 다녀??”“응, 넌?? 졸업하지 않았어??”가끔 제임스 인스타를 통해 건너건너 대학 졸업 사진을 본 거 같았다. “했지, 대학원 다녀.”첸잉도 5년만에 보는 게 너무 신기한지 유건의 이곳저곳을 자세히 보는 거 같았다. “너, 이따 저녁에 시간돼??“”왜?“”친구 생일 파티 있는데, 너도 와.“”내가 거길 왜가.“”심심하잖아.“첸잉은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는 여전하다. 유건은 피식 웃으며 번호를 입력했다.“저녁에 봐, 건.”스쿠터는 다시 매끈하게 도로로 빠져나갔다.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고 나서야, 옛날 기억들이 몰려왔다. 유건은 괜히 얼굴에 열이 오르는 거 같았다. -------그날 저녁, 유건은 첸잉이 보내준 주소 앞에서 한동안 집을 올려다봤다.생각했던 것보다 더 사람이 많았다. 낮은 담장 너머로 음악이 흘러나왔고, 열어둔 유리문 사이로 사람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들었다. 작게 심호흡을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음악 소리를 따라 집 안을 가로질러 뒤뜰로 나가자 작은 수영장이 나타났다. 수영장 가장자리에는 맨발로 앉아 두 다리를 물에 담그면서 담배를 피우는 무리들이 있었다. 방금 물에서 나온 듯 머리칼과 어깨가 흠뻑 젖은 남자는 수건을 허리에 걸친 채 맥주를 마시고 있었고, 그 옆에서는 비키니 차림의 여자가 선베드에 비스듬히 누워 친구와 깔깔거렸다.희뿌연 연기가 웃음소리 사이로 느릿하게 흩어졌다. 영어와 중국어가 뒤섞여 쉴 새 없이 오갔다. 누군가 큰 소리로 웃을 때마다 그보다 더 큰 목소리가 그 위를 덮었다. 중간중간 아는 얼굴들이 있어 몇 마디
Huling Na-update: 2026-10-06
Chapter: 111화
“신세 크게 졌네요.”재혁이 재킷을 벗어 직원에게 건네고 있는 본일에게 말했다.“응당 해야할 일이었는데요.”본일은 무심하게 대꾸하고 자리에 앉아 재혁을 응시했다. 자신도 깔끔하고 단정한 축에 속했지만 재혁의 단정함은 결이 달랐다. 흐트러지지 않는 것이 몸에 밴 사람 같았다.—알았을까?자신의 아들이 아니란 걸 알고도 충분히 키울 사람이었다. 그래서 혜원이 그렇게 하염없이 빠진 걸 수도. “병명은 혜원이한테 들었죠?””네, 대략.“재혁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본일은 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저도, 저희 모친께서도 가진 병이죠.”바로 스트레이트로 꽂아버린다. 재혁의 기분따위, 별로 고려하고 싶지 않다. 저 태연한 얼굴이 한 번쯤 구겨지는 것을 보고 싶을 뿐이다. 자신은 이십 년이 넘도록 마음 한구석이 그렇게 구겨진 채 살아왔으니까. 그러나 회심의 일격은 보기 좋게 빛나갔다. “그렇군요.”재혁은 살짝 입술을 비틀었다. 휘청한 것은 오히려 본일 쪽이었다. —알면서 왜??놀라지 않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묻지도 않는다. 유전성이라는 말과 본일의 병력이 한 문장 안에 놓였는데도 재혁은 지나치게 평온했다. 본일은 저도 모르게 혀끝으로 어금니를 눌렀다.“혜원이랑 같이 살 겁니다.”이번에는 본일 자신도 말을 내뱉고 나서야 아차 싶었다.— 재혁씨한텐 내가 얘기할게,그날 밤, 팔을 베고 누운 혜원이 본일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채 당부하듯 했던 말이었다. 그 약속을 불쑥 가로채 버렸다. 이번에는 반응이 있었다. 재혁의 미간이 순식간에 좁혀졌다. 얕은 한숨을 내쉰 그가 잠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다시 본일에게 시선을 꽂는다. “혜원이가 그래요? 같이 살겠다고?””네.“재혁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본일은 묘한 승리감 같은 것을 기대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막상 재혁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생각했던 것만큼 통쾌하지 않았다.“유건이는 압니까?”“아직.”재혁의 손가락이 테이블 위에서 아주 느리게 움직였다.“뭘 어디까지
Huling Na-update: 2026-10-05
ただ、退屈だっただけ

ただ、退屈だっただけ

32歳、平凡な会社員ジン・ソハです。 退屈するほどきちんとしていた彼女の日常は、12歳年下の大学生パク・ユゴンと出会ったことで完全にひっくり返ります。 二十歳の男と始まった見知らぬ危険な関係です。 彼を通して初めて知った欲望は、ソハが必死に無視してきた人生の亀裂を一つずつ広げていきます。 そして、二人の関係を中心に絡み合うもう一人の人物たちです。 愛なのか、欲望なのか、それとも単なる衝動なのか。 誰も名前を付けられなかった関係は、ますます熱く複雑になっていきます。 ただ退屈だっただけです。 最初は、本当にそれだけでした。
Basahin
Chapter: 第38話
「ここ、会社ですよ」「知ってる」「外には秘書もいるし」「それも知ってる」「なのに?」ジェヒョクはしばらくソハを見つめた。そして、ひどく低い声で言った。「会議のときは、あんなにまっすぐ俺を見てたのに」「……」「どうして今は見られないんです?」ソハはすぐに彼を見た。「見てるじゃないですか」ジェヒョクが笑った。その瞬間だった。ほんのわずかな一線を、二人は越えた。ドア一枚隔てた向こうには人がいる。秘書がいつノックしてもおかしくなかった。ほんの少し前まで、自分たちは専務とチーム長だった。その事実が、かえって二人の間の空気を張り詰めさせた。ソハが小さく尋ねた。「ドア、鍵かかってます?」ジェヒョクの目つきが変わった。短い沈黙。やがてジェヒョクが聞いた。「かけましょうか?」ソハは彼を見つめた。「いいえ。そこまでする必要はないです」そして――言葉の代わりに、つないだ手に少し力を込めた。先にキスをしたのはソハだった。会議室にいたときから、ソハはジェヒョクのことを意識しすぎていた。今すぐ彼に触れられたい。彼の腕の中で、さっきまで必死に保っていた平静を崩してしまいたい。そんな衝動を押さえるだけで精いっぱいだった。ジェヒョクも同じだった。ソハをソファへ追いやるように抱き寄せ、互いに抑えていた欲望を一気に解放した。「いつから?」ソハが息を乱しながら聞いた。「何が」「こんなふうになってたの」ジェヒョクは低く笑った。「会議室に君が入ってきたときから」その答えに、ソハは一瞬だけ目を閉じた。少し前まで、あれほど整然としていた女が。会議室の真ん中で、誰にも隙を見せなかった女が。今は自分の腕の中で、別の顔を見せている。ジェヒョクはその表情を見つめながら思った。これだ。自分が知っている、もう一人のチン・ソハ。欲しい。何度でも、こんな顔をさせたい。ジェヒョクが彼女を強く抱き寄せると、ソハも逃がすまいとするように腕を回した。二人の呼吸は次第に荒くなり、外に人がいることも、ここが会社だということも、一瞬だけ遠くなった。そうして二人は、互いに抑えきれないまま頂点へと駆け上がっていった。――――――――上品なフレンチレストランだった。ユゴンと彼女が会う場所は、いつもここだった。ユゴンはいつものように、チ
Huling Na-update: 2026-10-09
Chapter: 第37話
「専務?」ソハの声に、ジェヒョクは物思いから引き戻された。「私の説明に、何か問題がありますか?」ジェヒョクは彼女を見た。きちんとしたシャツ。綺麗に整えられた髪。少しの乱れもない表情。けれど、テーブルの下でペンを握る手には、わずかに力が入っていた。緊張している。ジェヒョクには分かった。それでも、逃げない。あのインターンもそうだった。そして今のチン・ソハも。そのときになって、ジェヒョクはようやく気づいた。自分には、ずっと昔から変わらない好みがあるらしい。強い女が好きだったわけじゃない。怖いもの知らずの女が好きだったわけでもない。怖がりながらも、引かない女。そして、誰もが知る強い顔の奥に、自分だけが知っているもう一つの顔を持つ女。ジェヒョクはゆっくりとペンを置いた。「いいえ」ソハと目が合った。「続けてください、チン・チーム長」ソハは再び画面に目を向けた。ジェヒョクは椅子の背にもたれた。厄介だった。ずっと昔、一度だけ本気でのめり込んだことのある種類の女だった。――――――――会議が終わった。「お疲れさまでした」椅子が引かれ、書類が閉じられる。二時間近く張り詰めていた会議室の空気が、ようやく緩んだ。ソハはノートパソコンを閉じた。緊張が解けた途端、指先がわずかに震えた。うまく終わった。少なくとも、言うべきことは全部言った。相手が専務だろうが何だろうが引かなかったし、準備してきた案も守った。問題は、その専務がパク・ジェヒョクだったということだけだ。「チン・チーム長」ソハが顔を上げた。ジェヒョクだった。「少し、私の部屋まで来ていただけますか?」その瞬間、周囲の視線が自然とソハに集まった。「先ほどの修正案について、確認したいことがあります」完璧に仕事上の口調だった。ソハも表情を変えなかった。「はい。資料を持って伺います」専務室は、思っていたより広かった。そして、あまりにも整然としていた。大きなデスク。打ち合わせ用のテーブル。ソファ。全面ガラスの窓の向こうには、ソウルの街が見下ろせた。入った瞬間、ソハは思った。家と同じ。余計なものが何ひとつない。「コーヒーはいかがですか?」秘書が尋ねた。「結構です」ソハが答える。ジェヒョクもジャケットのボタンを外しながら言った。「
Huling Na-update: 2026-10-07
Chapter: 第36話
ジェヒョクとソハが再び顔を合わせたのは、一週間後だった。今度はベッドでも、ワインバーでも、漢江を見下ろす彼の家でもなかった。会議室だった。「チン・チーム長、こちらの資料お願いします」「はい」ソハはノートパソコンを接続しながら顔を上げた。そして、そのまま固まった。会議室の向かい側のドアが開く。黒いスーツを着た男が、五人の社員を連れて入ってきた。パク・ジェヒョク。一瞬、ソハは自分の目を疑った。ジェヒョクもほんのわずかに歩みを緩めた。本当に、一瞬だけだった。すぐに何事もなかったような顔に戻った。「初めまして。専務のパク・ジェヒョクです」低く、落ち着いた声。ソハは呆れた。数日前、その声はベッドの上で自分の名前を呼んでいた。何度も。ソハの胸をつかみ、深く入り込みながら、吐息混じりに「お前は俺のものだ」と言っていた。そんな男が今は、まるで初対面の相手にするように名刺を差し出している。ソハも表情を整えた。「チーム長のチン・ソハです」名刺を交換する。ジェヒョクの指が、名刺の端をつまんだ。ソハはその手を見ないようにした。よりによって、真っ先に手を思い出してしまった。自分の二つの穴を弄り、濡れたところを指でなぞっていた、あの手。くそ。「よろしくお願いします」「こちらこそ」ジェヒョクの視線が、ほんの一瞬だけソハの顔に留まった。それだけだった。会議が始まった。ソハはすぐに別人になった。資料を説明し、質問に答え、修正された数字も即座に探し出した。「その条件では、こちらとしては受け入れがたいです」相手企業のチーム長が言った。ソハは画面を切り替えた。「ですので、代替案も併せて用意しています」ジェヒョクは腕を組んだまま、彼女を見つめていた。初めて見る顔だった。自分の腕の中にいた女でもなければ、自分に激しく抱かれ、顔を歪めながら快楽に溺れていた女でもない。話す速度が乱れることもなかった。相手に反論されても、表情ひとつ変えない。むしろ、相手が見落としていた数字を正確に指摘した。「専務」隣に座っていた社員が小声で呼んだ。「はい」「この条件で進めるのはどうでしょうか」ジェヒョクは書類に視線を落とした。「ちょっと待って」そして、もう一度ソハを見る。「チン・チーム長」「はい」「今ご提案いただいた案で
Huling Na-update: 2026-10-06
Chapter: 第35話
ある日、チェウォンはユゴンの腕の中に寝転んだまま言った。「私たち、冬に旅行行かない?」「どこに」「まだ決めてない。ヨーロッパでもいいし、東南アジアでもいいし」「でも、なんで俺?」チェウォンは当然だと言わんばかりに、指を一本ずつ折り始めた。「英語もできるし、中国語もできるでしょ。道にも強いし」「それだけ?」「体もいいから、ボディーガードもしてくれるし」チェウォンがにやっと笑った。「夜は一緒にセックスもできるし。あんた、ぴったりじゃん」ユゴンが呆れたように笑った。「ガイドにボディーガードに、夜の相手まで?」「うん。コスパ最高」「ウケる」ユゴンは笑っていたが、ふと尋ねた。「じゃあ、彼氏とはなんで付き合ってんの?」ほんの一瞬、チェウォンの顔に影が差した。一瞬だけの変化だった。ユゴンには見られていないと思ったのか、チェウォンはすぐいつもの表情に戻った。「彼氏は……タコ?」「は?」「タコ。足にできるやつ」「どういう意味だよ」チェウォンは天井を見上げた。「長くありすぎて、そこにあるのが当たり前になったもの」「……」「取ったら痛そうだから、そのままにしてるもの」ユゴンの笑みが少しずつ消えた。「好きだから付き合ってるんじゃないの?」チェウォンは少し考えた。「好きではあるよ」「でも?」「好きなのと、ときめくのは別でしょ」ユゴンは答えなかった。なぜか、その言葉が引っかかった。「じゃあ俺は?」チェウォンが顔を向ける。二人の目が合った。「あんた?」「俺は何なんだよ」チェウォンが笑った。「あんたは新しい皮膚?」「何それ」ユゴンは鼻で笑いながら顔をそらした。けれど、その笑いは長く続かなかった。チェウォンが自分を彼氏と比べていること自体が、なぜか気になった。そもそも比べる必要なんてない関係だった。二人は恋人ではない。互いに責任を負う必要もなければ、嫉妬する必要もない。誰かと会うなと言える権利だってなかった。なのに最近は、何かがおかしかった。セックスそのものより、そのあとの時間のほうが長くなっていた。旅行の話をして。一緒にご飯を食べて。授業が終わるのを待って。少しずつ、お互いの日常の中へ入り込んでいた。ユゴンはふと思った。こんなの、最初に決めたことじゃなかったのに。そのときチェウォ
Huling Na-update: 2026-10-05
Chapter: 第34話
チェウォン。読むつもりなんてなかった。ユゴンが手にしていたスマートフォンの画面が、たまたま目に入っただけだった。ユゴンはメッセージを確認すると、特に表情を変えることもなく画面を消した。いつもなら気にも留めなかったはずだ。二人は付き合っているわけではない。お互い、他の誰とも会わないと約束したこともなかった。ユゴンに他の女がいたって、おかしくはない。自分だって――昨夜、別の男と寝た。そう思った瞬間、胸の奥がひやりと冷えた。自分だって後ろめたいことをしているくせに、ユゴンのスマートフォンを気にしている。心の中にはジェヒョクの名前を抱えたまま、ユゴンの前では何事もなかったような顔をして座っていた。それなのに、なぜか口が先に動いた。「チェウォン?」ユゴンが顔を上げた。「うん」「仲いいの?」ユゴンの目に、一瞬だけ妙な色が浮かんだ。「ただの同期」「ただの?」「なんで?」ユゴンが笑った。「気になる?」「別に」ソハはすぐに否定した。あまりにも早く答えたせいで、かえって気持ちを見透かされたような気がした。「画面に名前が見えただけ」「ああ」ユゴンはそれ以上、何も説明しなかった。それが妙に気になった。説明しないユゴンも。説明してほしいと思っている自分も。どちらも知らない人間みたいだった。ソハは水の入ったグラスを持ち上げた。聞きたかった。チェウォンとはどういう関係なのか。二人きりで会っているのか。もしかして、寝ているのか。けれど、聞けなかった。何の権利があって?自分とユゴンは恋人同士ではない。初めて会った日から互いのいちばん深いところまで見せ合っていたとしても、恋人になろうと約束したことは一度もなかった。まして、昨夜の自分を思えば滑稽だった。ユゴンにチェウォンとはどういう関係なのかと尋ねた瞬間、自分はまずジェヒョクについて説明しなければならない気がした。その名前を口にした瞬間、何もかも変わってしまう気がした。ジェヒョクと寝たということだけじゃない。そのあともずっと、ジェヒョクのことを考え続けていることまで知られてしまいそうだった。ソハは水を一口飲んだ。「でも、お姉さん」ユゴンが不意に言った。「ん?」「お姉さんは、他の男と会ったりしてる?」ソハの手が止まった。心臓がどくんと沈んだ。ま
Huling Na-update: 2026-10-05
Chapter: 第33話
目を覚ますと、見知らぬ天井が目に入った。ソハはしばらくの間、ただ瞬きを繰り返した。ここ、どこだっけ。顔を横に向けた瞬間、記憶が戻ってきた。一面のガラス窓。漢江の夜景。男。昨夜。「……私、何やってるの」ソハは布団の中に顔を埋めた。いっそ酔っていたのならよかった。酔ってすらいなかった。あの男に無理やり連れてこられたわけでもない。車に乗らないこともできた。家の前で引き返すこともできた。彼が手を伸ばしてきたとき、拒むことだってできた。なのに、どれひとつしなかった。むしろ――ソハはそこで考えるのをやめた。これ以上、思い出したくなかった。ベッドの隣に目をやる。ジェヒョクはいなかった。そのことにほっとしながらも、ほんの少しだけ物足りなさを感じた。そんな気持ちを抱いたこと自体が気に入らなかった。ソハはベッドから降り、床に散らばっていた服を拾って身につけた。鏡の前で髪を整えていた手が、ふと止まる。鏡の中の自分の顔が、いつもと少し違って見えた。何が違うのかは、自分でも分からなかった。そのとき、スマートフォンが鳴った。ユゴンだった。[お姉さん、起きた?]ソハは画面を見つめた。いつもなら笑いながら返していたメッセージだった。けれど今日は、すぐには指が動かなかった。昨夜のジェヒョクが浮かんだ。低い声。自分を見つめていた目。手を握られたときに感じた体温。「なんで比べてるのよ」ソハは独り言のようにつぶやいた。比べる理由なんてなかった。ユゴンとジェヒョクは、まるで違う人間だった。ユゴンは若かった。素直で、感情がそのまま顔に出る。だからユゴンと一緒にいると、気が楽だった。ジェヒョクは正反対だった。何を考えているのか分からない。こちらへ近づいてきながらも、いつも余裕があった。自分を欲しがっていることを隠そうともしないくせに、本心には一歩たりとも踏み込ませない男だった。だから居心地が悪かった。なのに――ソハは唇をきゅっと噛んだ。その居心地の悪さが、嫌いではなかった。そこが問題だった。スマートフォンがもう一度鳴った。[今日の夜、会わない?]ソハはしばらくそのメッセージを見つめてから、返事を送った。[うん]送信してからも、気持ちは晴れなかった。そのとき、寝室のドアが開いた。ソハが顔を上げ
Huling Na-update: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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