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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작가: 금야
”형평성 차원에서 이번 1~3위 발표는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표절 문제가 밝혀지면 다시 발표하겠습니다.”

이 말이 나오자 노형원은 커녕 다른 사람들도 난리가 났다.

"왜 발표를 미루는 거지? 이건 모두에게도 공평하지 않아요!"

"옳소, 이왕이면 둘 다 실격 처리합시다!"

"어느 두 회사인지 발표하세요!"

현장에서는 무슨 말이든 다 나오고 있었고 기자들은 더욱 생기가 돌았다.

그냥 평범한 콘테스트인 줄 알았는데 이런 가십거리가 나오다니, 내일 헤드라인은 걱정이 없겠군.

노형원은 자신의 회사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자신만만하게 한 걸음 더 나아가 외쳤다.

"여러분 말이 맞아요, 이런 상황이 벌어진 이상 조직위는 여기서 결과를 공개해야 합니다. 두 회사 관계자들이 모두 현장에 있고, 이렇게 많은 동업자들이 증언할 수 있다는 게 더 믿음직스럽지 않겠어요?"

스크린 안의 떠들썩한 광경에도 김서진의 관심은 모두 앞에 있는 여자에게 가 있었고, 그녀는 술잔을 손에 쥔 채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입가에 냉랭한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그녀는 마침내 자신의 것이 되었다.

그는 3년을 기다렸는데, 노형원 같은 어릿광대가 어떻게 한소은과 어울릴 수 있겠는가?

한소은이 정말 노형원과 결혼하려고 했다면 그는 제일 먼저 나서서 동의하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그 두 사람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했으니 수고를 덜었다.

그래도, 벌할 건 벌해야지. 평생을 내 아내로 살라고, 그러게 누가 나를 못 알아보래?

몇 년 동안 그녀는 겁이 많고 신중해져서 말을 할 때 많이 속삭였지만,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그녀의 눈빛은 그녀가 조금도 변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그녀는 여전히 이름도 알려지지 않았지만, 온몸에 자부심이 가득한 여자였다.

“제가 가야겠어요.”

술잔을 내려놓고 한소은은 그를 돌아보았다.

"내가 있다는 걸 기억해요."

김서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말했다.

비록 그녀는 김서진이 직접 나서게 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의 이 말은 그녀에게 큰 안도감을 주었다.

그녀는 감사함을 표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귀빈실 문을 열고 나갔다.

대회장은 여전히 매우 혼잡했고, 노형원은 흡사 리더라도 된 듯 그가 가장 심하게 고함을 질렀다.

강시유는 지금처럼 노형원 옆에 서 있는 것이 마치 스포트라이트가 된 것 같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사회자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고, 이때 한 사람이 무대에 올라 사회자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그는 찌푸렸던 미간을 펴고 고개를 돌려 노형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원래 대회는 표절자의 체면을 세워주려는 인도적 차원에서 공개하지 않으려 했으나, 요구가 거세지니 조직위는 두 회사와 출품작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표절자는 도둑이지, 도둑의 체면을 세워줘서 뭐 합니까! 모두가 질책을 하는 게 맞죠!"

노형원은 매우 흥분해 있었고, 그는 당연히 표절하는 쪽이 아니었다.

당사자가 아니면 당연히 상대방을 끝까지 공격해야 했고, 이렇게 폭로하면 내일 신문 1면에 기사가 실려 시원 웨이브의 인지도가 대폭 상승할 것이었고, 입소문도 크게 날 걸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이미 밝은 앞날과 막강한 부가 차려져 있는 것만 같았다.

사회자는 그를 흘겨보더니 이내 마이크를 조정한 뒤 말했다.

"이번 콘테스트에서는 두 회사가 같은 향수를 신청했는데, 이 향수의 이름을 '첫사랑'으로 지었습니다.”

사회자의 말을 듣자 강시유는 어리둥절했고, 노형원은 경악하며 말했다.

"첫사랑? 첫사랑은 우리 시원 웨이브가 낸 제품이잖아요. 그럼 저희가 출품한 것과 똑같은 이름을 지은 회사가 있다는 겁니까?”

노형원은 주위를 둘러보며 그 현장에 있던 사람들 중에서 찾아내려고 하는 것 같았다.

입을 뗐으니 사회자도 뜸을 들이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네, 같은 제품을 낸 회사 중 하나는 시원 웨이브이고, 나머지는 신생입니다.”

“신생?”

노형원은 이해가 되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신생은…. 어느 회사죠? 부디 제가 견문이 좁은 걸 용서해 주시죠.”

그는 겉으로는 매우 겸손하게 행동했지만, 속은 기뻐 날뛰고 있었다.

비록 어느 작은 회사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회사가 이기면 그만이었다.

“신생? 신생은 환아 계열사로 작년에 창업한 곳 아닌가?”

업계 상황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있어서 바로 그 회사를 생각해냈다.

"맞아요, 저도 들었습니다. 비록 새로 설립되었지만, 어쨌든 환아를 등에 업고 기세가 꽤 센 회사라고요.”

"그렇군요, 그럼 신생 담당자가 있을 수도 있겠네요? 저희 회사가 석 달 넘게 고생해 만든 '첫사랑'을 신생은 어떻게 얻었는지 무척 알고 싶네요.”

노형원이 이렇게 말한 것은 다른 사람이 표절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같았다.

그때, 점잖고 우아한 남자가 무대로 걸어 올라갔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신생의 홍보 매니저입니다. 제 성은 왕이고요, 오늘 밤 일은 저희도 매우 뜻밖입니다. 저희 회사 제품이 다른 회사 제품과 충돌할 줄 몰랐고, 유사도 또한 매우 높았습니다.”

“원래 조직 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해 물밑에서 검증하고 해결하려 했지만 상대 회사가 동의하지 않는 이상 현장 평가를 저희도 동의합니다.”

그는 점잖게 말을 잘했고, 게다가 환아에 대한 경외심까지 더해지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노형원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는 거리낌 없이 말했다.

"저 또한 현장에서 진위를 확인하는 데 절대적으로 동의합니다. 저희 시원 웨이브는 비록 작지만, 절대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으니 마땅히 검증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맞습니다! 첫사랑은 제가 직접 만든 건데, 왜 모조품이 나왔는지 저도 몹시 궁금하네요."

강시유는 진지하고 다급한 표정으로 한마디 덧붙였다.

짧은 시간 동안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 어려워, 사람들은 진행자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반면 신생 담당자는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출전 작의 데이터 기록과 특징에 대해서는 심사위원들에게 맡겼으니 공정한 판단이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하하, 저희도 이미 제출했고, 저 또한 전문 심사위원들이 어떤 것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확실히 구분해 낼 거라 믿습니다.”

노형원은 냉소를 하며 당당하게 말했다.

"사실 심사위원 쪽에서는 이미 결과가 나왔습니다."

봉투를 받은 사회자는 먼저 노형원을 바라보았다.

"노 대표님, 첫사랑 향수는 귀사의 제품 총책임자인 강시유 씨가 직접 제조하고 개발했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물론이죠."

노형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시유는 우리 회사의 가장 뛰어난 조향사이며 업계에서도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습니다. 이전에 우리 회사에서 잘 팔린 몇 가지 제품도 모두 그녀의 손에서 나온 것입니다”

진행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신생의 책임자를 바라보았다.

"왕 책임자님, 그럼 귀사에서 이 향수를 개발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왕 책임자는 웃으며 대답했다.

"공교롭게도 첫사랑의 조향사께서 오늘 현장에 와주셨고, 여러분들께 소개 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가 옆으로 팔을 뻗는 동작에 따라, 회의장 뒤쪽에서 한 사람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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