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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втор: 라라
심하은 쪽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진수혁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급히 코트를 집어 들며 나가려고 했다.

떠나기 전 그는 강시연을 깊이 바라보다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나가야겠어. 너...”

그의 시선이 그녀의 상처에 머물더니 잠시 망설였다.

강시연은 그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어요.”

드문 일이다.

남편이 다른 여자를 걱정할 때조차 그녀가 다쳤다는 걸 떠올리는 게.

진수혁은 눈빛이 조금 부드러워지며 낮은 목소리로 당부했다.

“다쳤으니까 일찍 쉬어. 며칠 후 생일에 할 얘기가 있어.”

강시연은 평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남편이 밤중에 다른 여자를 만나러 가는 것에 대해 화를 내지도 않았고 슬픈 감정도 전혀 느끼지 않았다.

몇 분 후, 그녀는 손에 낀 결혼반지를 어루만지다가 조용히 반지를 벗어냈다.

몇 년간 그녀는 항상 이 결혼반지를 착용해 왔다.

진수혁과 가장 심하게 다퉜을 때조차도 절대 빼지 않았다.

고집스럽게도 이 결혼반지가 평생 진수혁과 그녀를 이어주고 그녀의 열정적이고 용감한 헌신을 상징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 이 과부 같은 결혼 생활을 끝내려 한다.

어쩌면 이미 오래전에 끝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결혼반지를 보석 상자에 넣었다.

그녀가 떠난 후 이 모든 것은 이혼 합의서와 함께 그대로 진수혁의 손에 전달될 것이다.

진수혁은 밤새 돌아오지 않았고 강시연은 오히려 푹 잤다.

그러나 다음 날 그녀는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화제가 되는 기사를 보았다. 심하은이 안티팬으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심하은의 회사 측에선 택배 상자를 공개했는데 안에 죽은 쥐와 피 묻은 옷과 함께 메모 한 장이 있었다.

편지에는 붉은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망할 년, 남의 남자 탐내지 마!]

회사에선 심하은이 데뷔 이후 늘 몸가짐을 바르게 해왔으며 어떤 부적절한 관계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살해 위협을 받아 이미 경찰에 신고했고 배후의 인물이 어떠한 무관한 사람에게도 손해를 끼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짧은 몇 마디였지만 큰 파장을 일으켰다.

대부분의 팬은 심하은을 모욕하고 협박한 배후 인물을 비난했으며 일부는 회사 측 공지를 분석하며 이 사건이 심하은을 시기하는 여성의 소행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극소수만 최근 심하은과 진수혁의 스캔들을 떠올리며 심하은이 정식 배우자의 보복을 받은 것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서아름이 소식을 듣고 고소하다는 듯 말했다.

“잔인한 수단이긴 해도 아주 적절한 경고네.”

심하은의 거짓된 모습이 눈에 거슬렸던 찰나 누군가 나서서 그녀에게 보복하자 서아름은 몸과 마음이 다 편안해졌다.

하지만 강시연은 곧바로 인터넷을 닫으며 눈동자에는 아무런 파문도 없었다.

그녀와 심하은은 원래 사이가 좋지 않았다.

어떤 여자가 남편 첫사랑의 거듭된 도발을 몇 번이나 참아주겠나.

하지만 진수혁을 제외하면 그녀와 심하은은 아무런 접점도, 충돌도 없었다.

이제 그녀는 포기하기로 결심했으니 당연히 남의 불행에 기뻐할 이유도 없었다.

오히려 그녀는 다른 것에 신경이 쓰였다.

강시연은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얼마 지나지 않으면 다른 도시로 가서 꽃이 핀 것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 정보는 어떻게 처리했어?”

“걱정하지 마. 이미 다 처리했어. 너 떠나면 진수혁은 물론이고 아무도 널 못 찾아. 시연아, 정말 결정한 거야?”

서아름은 한숨을 쉬었다.

비록 내심 아쉬웠지만 조금의 희망이라도 있었다면 강시연이 떠나지 않았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 이게 최선이야...”

강시연은 만개한 봄 풍경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럼 앞으로 아무도 모를 테니까...”

그녀의 말이 끝나기 전에 문밖에서 진수혁이 진도현을 데리고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어두웠고 말투에는 명백한 차가움이 묻어났다.

“뭘 아무도 모른다는 거야?”

강시연은 급히 전화를 끊고 차분히 대답했다.

“별일 아니에요.”

그녀는 소리 없이 떠나야 했기 때문에 진수혁이 알아차리지 않도록 해야 했다.

그러나 진수혁은 그녀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걸 느끼고 표정이 더 차가워졌다.

그는 아들의 손을 놓고 성큼성큼 다가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강시연, 하은이한테 한 짓 네가 한 거지?”

강시연은 멈칫하다가 이내 진수혁이 살해 협박에 관해 말하는 것임을 알았다.

진수혁은 서서히 손에 힘을 주어 꽉 조였고 얼음처럼 싸늘한 표정에 눈동자에는 혐오가 스쳐 지나갔다.

“왜 하은이한테 그러는 거야? 우리 사이의 일은 걔와 아무런 상관이 없어. 하은이 심장병 있는 거 몰라? 하마터면 놀라서 병원에 입원할 뻔했어!”

옆에 있던 진도현도 미간을 찌푸리며 맑은 눈동자에 혐오와 불만이 가득 차 있었다.

“엄마, 왜 항상 이모한테 그래요? 이모가 대체 뭘 잘못했다고 괴롭혀요? 내가 그런 엄마 피와 유전자를 물려받았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역겨운지 알아요?”

강시연은 눈앞의 부자 둘을 바라보았다.

깊은 눈매와 날렵한 이목구비를 자랑하는 진수혁과 그런 아버지의 유전자 대부분을 물려받은 진도현이었다.

비록 여섯 살이지만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귀여웠다.

아이와 어른 둘이 화를 내거나 혐오를 드러내는 모습까지도 완전히 같았다.

한 명은 같은 이불을 덮고 사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10개월 동안 뱃속에 품었다가 낳은 아이인데 지금 다른 여자를 위해 분노와 혐오에 사로잡혀 그녀를 추궁하고 있다.

상처에 앉은 딱지를 누군가 떼어내는 것처럼 미세한 통증과 무뎌진 가려움이 밀려오며 그녀는 차분히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진수혁에게 택배 발송자를 확인해 배후 원인을 조사하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진도현에게 그녀의 핏줄보다 심하은에 대한 진수혁의 사랑을 더 많이 물려받은 것 또한 말하지 않았다.

“나 아니에요.”

강시연은 딱 한 마디만 했다.

진수혁의 차갑게 다그치는 눈빛을 마주하며 그녀는 차분하게 말했다.

“두 사람이 믿든 말든 내가 한 게 아니라고요.”

그녀는 손을 빼며 뒤돌아 떠나려 했다.

“강시연, 난 우리 사이에 오해가 있고 다시 시작할 기회도 있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네가 반성의 기미도 없이 이런 일을 하면...”

진수혁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에 조롱을 담았다.

“하은이가 이미 경찰에 신고했어. 지금 당장 나랑 가서 하은이한테 사과해. 안 그러면...”

“진수혁 씨, 난 법의 공정성을 믿고 법의 판결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어요. 정말 내가 했다면 대가를 치르는 것도 당연하겠죠.”

강시연은 남편의 시선을 마주하며 차분히 말했다.

“그게 아니라면 내가 나쁜 짓을 하고도 법의 심판을 피해 갈 만큼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강시연이 그렇게 말할 줄 몰랐던 진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걸까. 아니면 조사해서 드러나더라도 심하은에게 고개를 숙이기 싫은 걸까.

‘정말 이렇게까지 고집을 부려야 하나.’

옆에 있던 진도현은 볼을 부풀리며 혐오스럽게 말했다.

“나는 이렇게 악독한 엄마를 원하지 않아요. 만약 엄마가 이모에게 사과하지 않는다면 나는 엄마를 내 엄마로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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