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8화

Author: 라라
강시연은 자기 아들을 바라보며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

그해 진도현을 낳으면서 그녀는 대출혈을 겪었고 산후에는 기력이 크게 약해졌다.

한 번도 아이를 세상 밖으로 낳은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았는데 지금 이 순간 자신이 무척 우습게 느껴졌다.

겨우 여섯살이고 아무리 조숙하다고 해도 눈동자에 좋고 싫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지금 이 순간 아이의 눈동자에 드러난 것은 명백한 거부감과 혐오였다.

과거 아이가 심하은과 가깝게 지내도 슬펐지만 그래도 아직 어린아이라며 스스로를 달랬다.

어린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빛나는 사람을 동경하니까.

게다가 뭐가 됐든 엄마이니 다른 사람 때문에 그녀를 멀리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아이의 눈동자에 번쩍이는 혐오감은 혈연관계도 무의미함을 증명한다.

“나는 단지 네 생물학적 엄마일 뿐이야. 넌 아직 어리지만 그래도 엄마를 선택할 권리가 있어.”

강시연은 아이를 응시하며 차갑게 말했다.

어린아이라서 철이 없으니 그냥 넘어가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더 이상 상대하기도 싫다.

그녀가 뒤돌아 가버리자 진수혁은 그녀의 표정을 살피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났다.

무슨 뜻일까.

‘도현이한테 다른 여자를 엄마로 삼고 진씨 가문 사모님 자리도 필요 없다는 건가?’

“강시연.”

진수혁은 얇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다가 갑자기 그녀를 불러세우며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도현이는 아직 어려서 철이 없고 하은이랑 가깝게 지내는 것뿐이야. 게다가 이번 일은 네가 잘못했으니까 사과하면 없던 일로 넘어갈게.”

그녀를 믿지 않으면서 심하은과 그녀 사이를 풀려고 하는 게 무척 우스꽝스럽게 느껴져 고개를 든 강시연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필요 없어요. 난 내가 하지도 않은 일로 사과 안 해요. 당신이 내 결백을 인정해 줄 필요도 없고요. 심하은 씨가 증거만 가져오면 결과 그대로 받아들일게요.”

아들과 남편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이 없었고 그들과 굳이 언쟁을 벌이고 싶지도 않았다.

고양이 카페로 간 그녀는 입양할 고양이를 데려갈 절차를 마쳤다.

진수혁은 집에서 동물을 키우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강시연은 작은 고양이들을 매우 좋아했다.

그래서 삼색 고양이를 길에서 주웠어도 두 부자를 배려해 집이 아닌 고양이 카페에 맡긴 뒤 가끔 찾아가 보았다.

강시연은 고양이 카페 주인과 제법 가까운 사이가 되었는데 그녀가 운송을 부탁하자 웃으며 놀리듯 말했다.

“남편과 아들이 싫어해서 집에서 키울 수 없다더니, 다른 사람에게 주려고요?”

“아니요.”

강시연은 문득 해방감을 느끼며 입꼬리를 올려 농담으로 말했다.

“남편과 아들이 고양이보다 못한 것 같아서요.”

그들은 다른 사람을 더 좋아하지만 고양이는 충분히 잘해주기만 하면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친구로 될 수 있다.

카페 사장도 웃었다.

“그렇죠. 결혼했다고 자기가 좋아하는 고양이도 못 키우는 건 말이 안 돼요.”

강시연은 웃으며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그녀는 진수혁과 진도현을 위해 자신의 취향은 모두 뒷전으로 두었다.

그래도 홀로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 넓은 세상에 마음대로 살 기회는 충분히 많으니까.

한참 동안 고양이를 쓰다듬으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마침 서아름도 연락이 와서 그녀를 위한 파티를 열어주겠다고 했다.

강시연의 다음 일정은 밝히지 않은 채 단지 모임을 핑계로 대학 시절 친했던 친구 몇 명을 초대했다.

강시연이 도착했을 때 몇몇 친구들은 벌써 모여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녀를 보자 중앙에 앉아 있던 남자가 고개를 들어 미소를 지으며 놀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바쁜 분께서 시간 내서 우리랑 만나주네.”

그 남자는 강시연의 대학 시절 선배이자 당시 유명한 바람둥이였던 성규민이었다.

강시연은 대학 시절 친구도 많고 좋다고 따라다니는 남자도 많았는데 성규민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자유분방하고 생기 넘치며 밝고 화려해 항상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존재였다.

그래서 강씨 가문이 몰락한 후 진수혁과 결혼해 가정에만 전념하며 몇 차례의 모임에도 참석하지 않아 모두를 놀라게 했다.

다행히 눈치 있는 친구들은 더 묻지 않았고 술이 몇 잔 들어가자 누군가 취기에 문득 대학 시절 일을 언급했다.

“그러고 보니 시연아, 그때 성규민이 너 좋아했잖아. 네가 결혼 후 그렇게 변할 줄 알았더라면 그때 성규민과 너를 이어주는 건데.”

강시연이 멈칫하며 고개를 들자 성규민의 따뜻하고 깊은 눈빛과 마주하게 되었다.

과거 성규민은 그녀에게 마음을 품었다.

시선을 돌린 그녀가 무기력한 어투로 말했다.

“너희들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저 선배는 모든 여자한테 다 그럴걸.”

성규민이 그 틈에 자연스럽게 눈썹을 치켜올리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가만히 있다가 나를 왜 저격해. 일편단심인 척하려고 했더니.”

그렇게 다들 웃고 떠들며 이야기는 넘어갔다.

성규민도 그녀에 대한 마음을 장난으로 치부하며 넘겼고 강시연도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진수혁에 대한 마음이 차갑게 식었지만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한 다른 가능성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룸에서 나오던 송민우가 그 모습을 보고 말을 꺼냈다.

“엇, 저기 형수님 아니야? 왜 여기 있지?”

진수혁의 걸음이 멈칫하며 시선이 성규민과 강시연에게 닿자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진수혁은 오늘 친구 환영회가 있었는데 자리가 끝나고 나올 때 강시연과 마주칠 줄은 몰랐다.

결혼 후 그녀는 가정에 집중하느라 이런 장소에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옆에 있던 심하은이 눈을 번뜩이며 불쑥 입을 열었다.

“수혁아, 저 사람 성규민 아니야? 평판이 안 좋은 바람둥이인데 강시연 씨가 왜 저런 사람이랑 같이 있지?”

무심한 진수혁의 얼굴에 서늘함이 풍겼다.

성규민을 처음 보는 건 아니다.

대학 시절부터 성규민은 강시연과 가까운 사이였고 성규민이 강시연을 좋아한다는 소문도 돌았다.

나중에 강시연이 그와 결혼하고 성규민이 해외로 떠나면서 소문은 일단락되었다.

멀지 않은 곳에 강시연 일행도 진수혁의 등장을 알아차렸다.

심하은은 진수혁 따라 강시연 일행을 향해 걸어갔다.

진수혁의 시선이 성규민을 지나쳐 강시연에게 향하며 서늘한 어투로 말했다.

“도현이랑 바이올린 연습은 안 하고 이런 곳에서 다른 남자랑 데이트 할 시간은 있나 보네.”

성규민이 느긋하게 눈썹을 치켜올리다가 그의 뒤에 있는 심하은을 돌아보고는 의미심장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진수혁 씨 말 참 재밌게 하시네요. 본인도 다른 여자를 옆에 두면서.”

심하은이 강시연을 보고는 서둘러 웃으며 해명했다.

“강시연 씨, 오해하지 말아요. 요즘 안티팬 사건으로 떠들썩해서 수혁이가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해서 제가 따라온 거예요. 괜찮죠?”

살짝 올라간 입꼬리와 눈가엔 의기양양함이 담겨 있었다.

말 마디마디에 진수혁이 자기를 걱정하고 챙겨준다는 걸 과시하고 있었다.

“괜찮아요.”

강시연은 화를 내지 않고 진수혁을 스쳐 지나가며 차분히 말했다.

“원한다면 줄게요.”
Patuloy na basahin ang aklat na ito nang libre
I-scan ang code upang i-download ang App

Pinakabagong kabanata

  • 돌이킬 수 없는   제392화

    “다만 떠나기 전에 너와 술 한잔하고 싶어. 그저 수년간의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메우는 의미로 말이야.”사슴 같은 맑은 눈동자에는 간절함과 기대가 가득했다.다른 남자라면 이미 못 이기는 척 승낙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수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예전에 그는 두 여자 사이에서 애매하게 굴어 모두에게 상처를 줬었고 이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없었다.오랜 침묵 끝에 심하은은 거절의 의미를 알았고 심장이 완전히 가라앉았다.다행히 그녀에겐 다른 계획이 있었다.“그럼 건배만이라도 하자. 그것 정도는 괜찮지?”이번에는 진수혁이 더는 거절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잠시 더 이야기를 나누며 술기운이 점점 오르기 시작했다.심하은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며 진수혁을 바라봤고 목소리가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밖이 너무 춥네. 안에서 이야기할래?”“그래.”허자옥의 생일 연회는 5성급 호텔에서 열렸고 방이 부족할 리 없었다.진수혁의 크고 넓은 등을 바라보며 곧 일어날 일을 생각하자 입안이 바짝 마르고 온몸으로 뜨거운 열기가 퍼졌다.곧 시야가 흐릿해졌다.“더워... 너무 더워...”심하은은 순간 자신이 약에 당한 것을 깨달았다.하지만 그 약을 탄 술은 원래 진수혁의 몫이었고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녀는 완전히 의식을 잃었다.다음 날 아침 따뜻한 햇살이 창문을 통해 방 안으로 쏟아졌다.심하은은 천천히 눈을 떴다.머리가 깨질 듯 아팠고 몸은 마치 트럭에 치인 듯 전신이 욱신거렸다.옆에 누워 있는 남자의 기척을 느낀 순간 수년간의 꿈이 이루어진 줄 알며 강한 기쁨이 치밀었다.“수혁아... 우리...”심하은은 부끄러운 듯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돌렸지만 시야에 들어온 건 평범하기 그지없는 얼굴이었다.“꺄악.”날카로운 비명이 방 안을 울렸다.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며 외쳤다.“손유항? 왜... 왜 네가 여기에?”의식을 잃기 전 분명 진수혁과 함께 있었는데 어젯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 돌이킬 수 없는   제391화

    진수혁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지며 그녀를 쓱 바라봤다.“선을 넘었어.”편들기가 분명히 묻어나는 한마디였다.심하은은 입술을 꽉 깨물고 보기 힘든 억지 미소를 지었다.“미안해. 내가 너를 너무 신경 쓰다 보니 그만...”진수혁은 대꾸하지 않았고 멀어져 가는 강시연의 뒷모습을 끝까지 바라보다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고서야 그제야 시선을 거두었다.다른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어떻게 된 거죠? 진 대표님이 심하은 씨만 챙기고 아내는 신경도 안 쓴다더니?”“소문이랑 다른데요? 내 아내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잖아요. 꽤 아끼는 것 같은데요.”“재벌가 일은 알 수 없지. 우리 그냥 그 강시연이란 사람은 건드리지 말아요.”“그러고 보니 심하은 씨 처지가 꽤 난감하네요.”잡담이 끊이지 않았다.심하은의 얼굴빛은 계속 변했고 표정 하나 유지하기 힘들 정도였다. 두 손을 힘껏 쥐며 마음을 다잡았다.오늘 밤의 계획을 떠올리며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오늘만 넘기만 되니 참아야 한다고 되뇌었다.아이만 가지면 아이 덕에 어머니로서 지위를 얻을 수 있으니 그때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연회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허자옥이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진도현의 손을 잡은 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익숙한 얼굴을 발견하자 눈이 반짝이며 손짓해 불렀다.“모두 소개할게요. 이분이 내 며느리 강시연이에요.”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그중 일부는 아까 진수혁이 강시연을 감싸는 모습을 직접 봤기에 곧장 공손히 미소를 지었다.“강시연 씨, 처음 뵙겠습니다. 제 명함입니다.”“예전부터 미인이라고 들었는데 역시 남다르군요.”“내일 오후 시간 괜찮으신가요? 정원에서 다과회를 열려 하는데 함께 이야기 나누면 좋겠어요.”어른들이란 대체로 현실적이다.이득이 보이면 곧바로 태도가 부드러워진다.강시연은 고개를 저으며 정중히 그들의 초대를 거절했다.허자옥이 일부러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걸 알지만

  • 돌이킬 수 없는   제390화

    그러나 이번에는 그가 스스로 다가갔다.심하은의 우쭐했던 표정은 순간 사라지고 원망의 눈빛이 스쳤지만 어쩔 수 없이 빠르게 따라붙었다.그와 동시에 권아민도 마주 걸어오는 두 사람을 보았다.마음속은 이유 없이 불안했지만 금세 정신을 다잡았고 괜찮다고 속으로 되뇌었다.자신은 그저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고 어쩌면 진수혁의 속마음을 정확히 짚었을지도 모른다. 그가 상을 주러 온 걸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동시에 권아민은 고개를 들고 가슴을 펴며 두 손으로 치맛자락을 살짝 집고는 표준 예법으로 인사했다.“진 대표님, 심하은 씨, 오랜만이네요.”곧이어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불쾌함이 서린 어조였다.“당신은 어느 가문 사람이죠?”진수혁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으며 한 글자 한 글자 내뱉었다.“여긴 우리 진씨 가문의 연회장이에요. 언제부터 그쪽이 내 아내를 꾸짖을 차례가 된 거죠?”그는 날카롭게 추궁하며 특히 내 아내라는 몇 글자를 힘주어 말했고 주변의 공기는 순식간에 싸늘해졌다.원래 떠들썩하던 연회장은 곧 조용해졌고 모두 한 방향만을 바라보았다.권아민은 순간 멍해져 그의 말뜻을 곧바로 이해하지 못했다.곧이어 맑은 소리와 함께 뺨이 울렸다.그녀는 온몸이 굳은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남편을 바라보며 내뱉었다.“지금 뭐 하는 거야?”권아민의 남편 장정국 역시 강성에서 이름난 인물이지만 진수혁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였고 감히 거스를 수 없었다.“닥쳐. 당장 진 대표님께 사과해.”장정국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거칠게 잡아채며 단호히 명령했다.겉만 번듯하고 속은 짧다는 옛말이 정말 틀린 말이 아니었다.진수혁과 강시연의 관계가 어떻든 그녀 같은 외부인이 끼어들 일이 아니었다.장정국은 생각할수록 더 역겨웠고 얼굴엔 혐오와 경멸이 번졌다.집에 돌아가면 이 여자와 당장 이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처럼 입을 함부로 놀리다 언제 장씨 가문을 망쳐버릴지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다.주위 공기가 팽팽히 긴장되었다.진수혁은 표정 변화 없이 손가락

  • 돌이킬 수 없는   제389화

    허자옥은 잠깐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내일 밤에 내가 포시즌 호텔에서 생일 연회를 해. 시간 되면 잠깐 와줄 수 있어?”강시연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지만 곧바로 대답하진 않았다.“상황 봐서 시간 되면 갈게요.”허자옥은 다소 아쉬워했지만 더 묻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다음 날 아침 강시연은 평소처럼 상담소로 출근해 오전 내내 분주히 일하며 생일 연회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그때 전화가 울렸다.“엄마, 오늘 퇴근하고 시간 있어요?”진도현의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고 강시연의 눈빛이 부드러워지며 다정하게 물었다.“왜, 도현이 무슨 일 있어?”“저... 저...”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었다.“오늘 할머니 생일이잖아요. 엄마, 저랑 같이 가줄 수 있어요?”며칠 전 아빠와 크게 다투었던 터라 생일 연회에서 그를 마주칠 건 분명했다.진도현은 절대 겁이 나서가 아니라 단순히 엄마가 보고 싶어서라고 스스로 다독였다.강시연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지. 엄마가 데리러 갈게.”밤이 어두워질 즈음, 호텔 입구에는 값비싼 고급 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그 속에서 강시연의 평범한 차량은 단번에 눈에 띄었고 호기심 어린 시선이 따라왔다.하지만 그녀는 그런 시선을 아예 신경 쓰지 않고 진도현의 손을 꼭 잡은 채 당당히 홀 안으로 들어섰다.사방에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두세 명씩 모여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며 분위기가 한껏 들떠 있었다.곧 진씨 가문 사람들이 진도현을 데려갔고 강시연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이미 그들이 자신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걸 익히 알고 있었고 오히려 혼자 있게 되어 속이 시원했다.하지만 때론 그녀가 피한다고 해서 피해지는 건 아니었다.문득 눈앞이 어둑해졌고 화려하게 차려입은 몇몇 귀부인들이 다가왔다. 얼굴에 드러난 경멸을 감추지 못한 채 비아냥거렸다.“어머. 진 대표님 사모님 아니에요? 혼자 서서 술 마시고 계시네요?”“그럼 뭐 하겠어요? 듣자 하니 진 대표는 지금 심하은 씨랑 함께 있는

  • 돌이킬 수 없는   제388화

    원래 팽팽하던 분위기가 단숨에 누그러졌다.강시연은 입가를 살짝 올리며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왔어. 첫 조각은 당연히 우리 아가 거지.”한편, 다른 곳에서 심하은은 혼자 병실에 앉아 있었다. 아침에 진수혁이 떠나기 전 자신에게 보낸 차가운 시선을 떠올리며 마음이 불안했다.일이 점점 통제할 수 없게 되어가고 있었다.걱정하던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남자에게 메시지를 보내려다 문 앞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수혁아, 난 네가...”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목소리가 뚝 끊겼다.“혜연 고모였네요. 어떻게 오셨어요?”심하은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지만 목소리 속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진혜연은 방 안을 둘러보다 익숙한 모습이 보이지 않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벌써 15일이 다 지났는데 아직도 수혁이 마음을 못 잡은 거야?”“저...”심하은은 입술을 달싹였지만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한 채 옷자락을 꼭 움켜쥐었다.예전엔 진수혁이 그녀의 부탁을 거의 거절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강시연이 집을 나간 뒤로 모든 게 달라졌다.심하은의 눈에 억울함이 스치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고모,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곧 제가....”“그만, 난 이제 더 못 기다리겠어.”진혜연이 말을 끊으며 예전의 다정함을 거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동안 네가 수혁의 곁에 있도록 둔 건 중요한 회사 정보를 내가 알아내려는 거였어. 그런데 결과가 뭐야? 너, 그 강시연 씨만도 못하잖아.”차가운 목소리가 병실 안을 울렸다.심하은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고 손가락 관절이 하얗게 드러날 만큼 주먹을 움켜쥐었다.사실 진혜연은 처음부터 진수혁에게 회사를 물려줄 생각이 없었다. 늘 진한 그룹을 다시 빼앗아 완전히 자기 손에 넣으려 했다.그녀는 떠나기 전 자신을 대신해 뛰어 줄 말을 남겼고 바로 심하은이었다.안타깝게도 심하은은 그녀를 실망하게 했다.진혜연의 눈에 경멸이 스쳤고 분노가 서린 목소리가 이어졌다.“누가 목숨을 살려준 사람인지조차 구분 못 한

  • 돌이킬 수 없는   제387화

    강시연은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들고 집에 돌아왔다. 막 문턱을 넘자마자 안에서 환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외할아버지, 이거 제가 직접 접은 종이비행기예요.”진도현의 얼굴 가득 웃음이 번졌고 어제 병원에서 있었던 불쾌한 일은 이미 잊은 듯했다.이 기간 강민석은 친구를 만나러 타지로 갔다가 오늘에서야 집에 돌아왔다.그는 진도현을 번쩍 안아 올리며 즐겁게 말했다.“도현이 정말 대단하구나. 외할아버지가 없던 며칠 동안 엄마 말씀 잘 들었지?”“당연하죠.”진도현은 턱을 살짝 치켜들다 문가에 선 강시연을 발견하고 곧장 달려갔다.“엄마, 어서 오세요.”강시연은 가슴이 따뜻해졌다. 진도현이 다시 활력을 되찾은 모습을 보니 그제야 안도감이 들었다.“우리 아가 착하지, 엄마가 뭐 가져왔는지 볼래?”“우와. 아이스크림 케이크다.”진도현은 눈을 반달처럼 휘며 신나게 간식 상자를 받아 들고 깡충깡충 뛰며 식탁으로 달려갔다.그때, 강민석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몸은 괜찮아? 요즘 별일 없었지?”“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다 괜찮아요.”강시연은 고개를 저으며 진수혁과의 갈등은 말하지 않기로 했다.어제 이미 그런 얘기를 나눴으니 그녀가 아는 진수혁의 자존심과 성격을 생각하면 머지않아 이혼에 동의할 것 같았다.어차피 그가 심하은을 그렇게 좋아하는데 언제까지 상대를 이름 없는 사람으로 둘 리 없었다.머릿속의 잡다한 생각을 떨치고 강시연은 강민석을 바라보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아빠는요? 요즘 어떤 성과가 있었어요?”그녀는 아버지가 재기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응원하며 자기 적금의 절반을 내놓기까지 했다.이야기를 꺼내자 강민석의 눈빛이 반짝이며 얼굴엔 감출 수 없는 기쁨과 설렘이 번졌다.“시연아, 내가 신흥 제약을 인수해서 그 기반 위에 다시 사업을 일으켜보려 한다.”지금은 예전과 달라서 완전히 처음부터 창업하는 건 너무 어렵다. 기존 브랜드를 인수해 개조하고 혁신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Higit pang Kabanata
Galugarin at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Libreng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sa GoodNovel app. I-download ang mga librong gusto mo at basahin kahit saan at anumang oras.
Libreng basahin ang mga aklat sa app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