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로 연장생은 자음의 말을 듣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반나절 정도 걸리니까 성황급 수사에게 있어서 긴 시간은 아니었다.“마침 이번에 정혁의 종문에 가서 자질이 훌륭한 제자가 있는지 확인해 보겠소.”연장생은 웃으면서 말했다.이에 자음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여러분, 최근 우리는 혼원성지의 움직임을 살펴봐야 합니다. 허필수는 소심하고 복수심이 강한 사람이라 이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그가 들은 정보에 따르면 혼원성지의 유규태는 아직 생사를 알 수 없고 종문의 호도신병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혼원성지는 이렇게 큰 손해를 봤기에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자음은 머지않아 허필수가 태일성지에게 복수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이때 제2장로 유태양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다음 달에 동해 비경이 열리는데 허필수는 거기서 사숙님께 손을 쓸 것 같아요.” 주안식은 이 말을 듣자 유태양은 적의 기세를 북돋우고 자기편의 사기를 꺾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는 즉시 눈을 부릅뜨고 반박했다.“사숙님은 지금 성왕 경지로 돌파하셨어. 동해 비경에 기연이 있지만 사숙님이 편안하게 종문에 계시면 허필수가 쳐들어오지 않는 한, 누구도 사숙님을 해코지할 수 없어.”연장생은 고개를 흔들면서 말했다.“아마 불가능할걸. 내가 사숙님의 성격에 대해 좀 아는데 절대로 이런 기연을 놓치지 않을 것이야. 더구나 이 동해 비경은 우리 인족(人族)의 첫 선인(仙人) 청제의 보물과 관련이 있거든. 당시 청제가 만든 선기(仙器)와 선단도 들어 있으니 우리 태일성지는 반드시 들어가서 빼앗아야 해.”주안식은 연장생의 말을 듣고 말문이 막혔다.연장생의 말에 일리가 있다. 동해 비경의 중요성은 성공 전장 못지않았다.이 두 곳은 창란 세계에서 모두 성왕과 성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비경이었다.동해 비경의 개척자는 인족의 첫 선인 청제였다.전설에 따르면 상고 시대 온 창란 세계는 흉수의 천하였고 인족은 매우 나약해서 흉수의 먹이로
대전 내에 있는 성황급 장로들은 허필수의 말을 듣고 일제히 몸을 움찔했다.노조님의 뜻이라고?종문 노조도 허락했다는 소식을 들은 그들의 자신감이 더욱 높아졌다.쥐 눈을 가진 장로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노조님의 뜻이니 할 말이 없네요.”이윽고 그는 재빨리 일어서서 건주와 나주에 있는 황천성지와 유명성지에 가서 두 성지의 성주를 직접 초대하고자 하였다.허필수는 그를 힐끔 쳐다보고는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심씨와 명씨 가문, 그리고 용족에게도 서신을 보내.”이번의 실패를 통해 허필수는 이태호를 죽이고 그의 체내에 들어간 진선 정혈을 빼내려면 반드시 여러 세력의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그가 말한 심씨와 명씨 가문, 용족은 모두 이태호와 원수를 맺었다.적의 적은 친구란 말이 있지 않는가?특히 이태호는 명씨 가문과 용족의 천교 제자들을 죽였기에 결코 사소한 원한 관계는 아니었다.그는 이 두 세력이 필연코 협력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믿었다.마도와의 협력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마도는 괴팍하고 난폭해서 사람을 죽이고 보물을 빼앗는 일을 가장 좋아했다.마침 이태호의 체내에 있는 진선 정혈은 매우 좋은 미끼였다.허필수는 여러 세력과 손을 잡으면 태일성지를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고 믿었다.장문이 입을 열었고 주 노조도 허락했으니 양쪽에 앉아 있는 성황급 장로들은 당연히 아무런 이견도 없이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다.허필수가 태일성지와 맞서 싸우기 위해 연맹을 찾고 있을 때 성왕의 경축 의식에서 발생한 일은 온 창란 세계에 널리 퍼졌고 이태호의 명성이 더욱 자자하게 하였다. ...태일성지의 종문 대전 내에서 자음은 상석에 앉아 있고 양쪽에 종문의 5대 장로들이 앉아 있다.이번 성왕의 경축 의식에서 윤고현이 모습을 드러내서 태일성지의 위신이 더욱 높아졌다.자음의 기분이 아주 좋았다. 이번에 장로들을 소집한 것은 천남의 발전과 관련된 것이었다.이태호가 갑자기 유명세를 떨쳤고 종문에 입문한지 보름만에 성왕 경지로 돌
윤고현이 떠나자 자음은 이마에 흘린 식은땀을 닦았다. 방금 윤고현이 직접 나서지 않았다면 오늘 그는 태일성지의 명성에 먹칠했을 것이다.두 성황이 협력해도 유규태의 털끝을 다치지 못했다는 소식이 퍼지면 창란 세계의 뜨거운 화제가 되어 웃음거리로 될 것이다.자음은 부러운 표정으로 옆에 있는 이태호를 바라보면서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노조는 역시 사숙을 가장 아끼는군.’그는 잡다한 생각을 그만하고 사람들을 데리고 광장에 돌아와서 중단된 성왕 경축 의식을 계속 진행했다.이태호가 광장에 내려오자마자 주변의 빈객들은 몰려와서 칭찬과 아부를 아끼지 않았다.그는 이 사람들이 그에 대한 태도가 빠르게 변했고 그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그것은 윤고현이 그를 위해 직접 나섰기에 윤고현 친전제자의 신분이 더욱 가치가 있어 졌기 때문이었다.반나절 후 표정이 각기 다르고 여러 가지 생각을 품은 빈객들이 하나둘씩 태일성지를 떠났다.곧이어 오늘 성왕 경축 의식에서 발생한 일들이 빠르게 창란 세계의 각 대성지 등에 퍼졌다....혼원 성지의 대전에서 허필수는 안색이 어두워졌다.“이태호! 윤고현!”노발대발한 허필수는 분노의 사자처럼 포효했다.그의 칠흑과 같은 눈동자에서 살벌한 기운이 맴돌았다.혼원성지는 이번에 큰 손실을 보게 되었고 심지어 창란 세계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제2장로 유규태의 생사를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호도신병도 허무한 공간 난류 속에 빨려들어갔다.호도신병을 되찾으려면 엄청난 정력을 들여야 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번 일로 인해 그는 폐관 중인 노조 주진한의 수련을 방해했다.주진한은 그를 한바탕 꾸짖었고 그는 팽배한 기운의 압박으로 못처럼 바닥에 박았다.마지막에 그는 가까스로 벗어나서 다시 종문의 대전에 돌아온 것이었다.이 순간, 허필수는 예전부터 쌓아온 원한으로 인해 태일성지를 더욱 증오하게 되었다.그는 감히 윤고현에게 화풀이하지 못하고 자음과 이태호에게 화풀이했다.“이태호 저놈이 아니었다면 혼원성지가 이번에
광장에 있는 모든 사람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자음과 유규태, 두 성황급 대능력자의 싸움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면 윤고현은 꿍꿍이를 품고 있던 사람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고 큰 충격을 주었다.천 년 전부터 윤고현은 창란 세계에 이름을 떨쳤다.특히 그의 혁혁한 위명은 모두 목숨을 걸로 싸워서 얻은 것이었다.그는 많은 성지의 천교를 이겼고 수많은 같은 또래의 수사를 격살했다.그동안 윤고현이 오랫동안 폐관 수련을 한 후, 창란 세계에서 그에 대한 소식이 점점 적어졌다.천 년이 지난 후, 한때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했던 윤고현이 폐관 도중에 좌화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이태호가 입문해서 윤고현의 제자로 되었다는 소문이 퍼지지 않았다면 창란 세계의 많은세력가는 태일성지의 저력에 대해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성왕 경축 의식에서 먼저 용족 오수혁이 소란을 피웠고 이어서 혼원성지의 성자가 무례한 발언을 했으며 유규태가 혼원성지의 호도신병 시신창을 들고 자음과 살벌한 싸움이 벌어졌다.윤고현은 자기의 제자를 위해 직접 나서서 강경하게 유규태를 처치함으로써 현장의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파리를 잡듯이 거대한 손바닥이 유규태를 공간 틈새의 난류 속으로 날렸다.이윽고 하늘에서 윤고현이 어두운 허공 틈새 내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그의 눈빛은 강렬하고 담담한 표정을 지었으며 몸에서 어마어마한 기운을 내뿜어서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의 신혼이 떨리게 하였다.허공 틈새에서 걸어 나온 후, 윤고현은 고개를 들어 멀지 않은 곳에서 큰 충격에 멍을 때린 혼원 성자 예진기를 바라보았다.“꼬맹이, 돌아가서 주진한에게 우리 태일성지의 성왕 경축 의식에서 호도신병을 들고 소란을 피우는 것은 혼원성지가 우리 태일성지와 전쟁이라도 벌이려는 것이냐고 전하거라.”어안이 벙벙해진 예진기는 윤고현의 말을 듣고 몸이 파르르 떨렸다.주진한은 혼원성지의 태상 장로이고 윤고현과 같은 시대의 성황급 대능력자였다. 천 년 전부터 폐관해서 선경에 돌파하려고 하였다.9
호도신병은 한 종문의 내공을 상징하므로 생사와 관련된 위급한 순간이 아니라면 쉽게 꺼내지 않았다.그리고 호도신병은 무척 귀하고 성황급 수사의 내공을 가져야 그 위세를 완전히 발휘할 수 있었다.그러나 유규태가 호도신병을 꺼낸 것을 보면 틀림없이 이태호를 노리고 사용한 것이었다.자음이 화나는 동시에 경계의 눈빛으로 유규태를 바라보았다.자음도 태일성지의 호도신병을 꺼내려고 할 때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유규태는 바로 시신창을 들고 덤볐다.적홍색의 긴 창을 꽉 잡은 유규태는 비웃음을 날렸다.“하찮은 성왕급 수사를 위해 이렇게 호들갑을 떨 필요가 있나요?”덮쳐온 유규태를 보면서 자음은 다급히 영보를 꺼내서 방어하였다.삽시간에 하늘에서 귀청이 떨어질 듯한 폭발소리가 울려 퍼졌다.유규태는 호도신병을 들고 있기에 최상급 영보를 들고 있는 자음은 곧바로 열세에 몰리게 되었다.그는 종문의 보물고에 가서 태일성지의 호도신병을 꺼내려고 하였으나 유규태에게 발목이 잡혀 떠날 수가 없었다.자음이 열세에 몰린 것을 본 대장로 연장생은 즉시 하늘로 솟아올라서 어두운 표정으로 유규태를 향해 덤볐다.“유 영감, 내가 상대해 주마.”하늘로 솟아오른 연장생은 손에 검은색 장검을 들고 있었고 날카로운 기세를 내뿜었다. 주변의 공간은 그의 기운을 감당할 수 없듯이 모두 산산조각으로 붕괴했다.연장생이 자음과 손을 잡자 가까스로 호도신병을 들고 있는 유규태와 비길 수 있었다.“펑펑펑!”공포스러운 충격파가 허공에서 격렬하게 폭발하였고 광장의 상공에 배치한 종문의 방어 진법에 거세게 부딪혔다.투명한 진법의 표면은 마치 잔잔한 수면이 일렁이는 것처럼 조금 뒤흔들었다.진법 안에 있는 빈객들은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들은 진법이 깨져서 예상치 못한 재난을 당할까 봐 두려워했다.반주향의 시간이 지난 후, 힘들어서 숨을 헐떡이는 연장생과 자음은 서로 쳐다보면서 모두 경계하는 눈빛을 띠었다.호도신병은 성황급 수사의 실력을 대대적으로 높여서 두 사람이 손을 잡아도 유태규를
광장에 있는 사람들은 일제히 예진기를 쳐다보았다.성왕급 수사는 감지력이 예민해서 예진기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려도 그들의 귀에는 크게 들렸다.예진기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온 분노로 인해 잠깐 이성을 잃어서 저지른 실수였다. 그는 의기양양한 이태호를 보면서 성공 전장에서 놓친 선연이 떠올랐다. 원래 이태호에 대해 강한 적대감을 가진 그는 저도 모르게 불만을 토로한 것이었다.그러나 현장에 온 빈객들, 그리고 허공에 있는 이태호는 모두 성왕급 수사라 자연스럽게 예진기가 중얼거리는 말을 듣게 되었다.이때 현장은 다시 일촉즉발의 상황에 부닥치자 예진기의 옆에 있었던 혼원성지의 장로가 나섰다.그는 체구가 우람하고 건장하며 50세 정도 되어 보이는데 산악처럼 웅장한 9급 성황 경지의 기운을 내뿜었다. 이자가 바로 혼원성지의 대전에서 노발대발하면서 이태호를 죽이고 진선 정혈을 빼앗자고 큰소리를 쳤던 유규태였다. “이 성왕은 큰소리를 잘 치네. 방금 성왕 경지로 돌파해서 급급히 실력을 보여주고 싶은 모양이군.”유규태는 예진기의 앞에 서서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진선 정혈 때문에 혼원성지는 이태호와 적대 관계로 되었다.그것은 혼원성지는 진선 정혈을 얻기 위해 마지막에 호도신병까지 꺼냈지만 결국 실패했다.특히 유규태는 천 년 동안 9급 성황 경지에 정체되어 있었고 선경(仙境)에 다가갈 수 없었다.그러니 이태호가 선연을 가져간 것을 어찌 달갑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광장에 있는 빈객들은 유규태를 알아보자 시끄럽게 떠들썩해졌다.“허허. 유규태 장로까지 나선 걸 보면 이태호와 예진기의 원한 관계는 풀기 힘들 것 같군.”“오늘의 성왕 경축 의식이 재미있네. 소란을 피우러 온 사람들이 많아. 태일성지가 잘 처리하지 못한다면 체면이 완전히 구겨질 거야.”“...”자음은 사람들의 논의를 듣고 잔뜩 화가 나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그가 아무리 너그럽고 포용심이 강해도 성을 낼 수밖에 없었다.‘태일성지에 찾아와서 계속 소란을 피우는 걸 보면 종주인 나를 안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