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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hor: 초향
고지후가 옆에 서 있던 고윤택에게 말했다.

“윤택아, 여기서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고윤택은 고지후가 임채아에게 응급 처치를 해야 한다는 걸 알고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

고지후가 가자마자 옆 테이블에서 낮게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박서원, 저 애 좀 봐. 너보다 훨씬 어린 것 같은데 엄마를 지켜주고 엄마를 괴롭히는 내연녀를 내쫓았어. 너도 나중에 저런 나쁜 여자를 보면 쟤처럼 무서워하지 말고 쫓아내야 해. 알았지?”

그 말에 고윤택의 시선이 그들에게 향했다.

30대쯤 돼 보이는 여자와 7, 8살쯤 된 남자아이가 밥을 먹고 있었다. 박서원이라는 남자아이가 고개를 힘껏 끄덕이더니 고윤택이 쳐다보는 걸 보고는 의자에서 뛰어내려 고윤택에게 다가갔다.

“진짜 대단하다, 너. 어떻게 하면 내연녀를 쫓아낼 수 있는지 가르쳐줄래?”

고윤택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연녀?”

박서원은 고윤택이 내연녀가 무슨 뜻인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진지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빠 엄마 사이를 망치는 여자를 흔히 내연녀라고 해. 그런 여자들 때문에 아빠 엄마가 이혼하고 엄마가 슬퍼하는 거야. 그런 여자는 다 나쁜 사람이야.”

박서원이 잔뜩 화난 표정을 지었다.

“요즘 어떤 나쁜 여자가 자꾸 우리 아빠한테 들러붙어. 근데...”

박서원의 얼굴에 다시 실망한 표정이 스쳤다.

“근데 난 그 여자를 쫓아내고 엄마를 지키는 방법을 모르겠어.”

그러고는 존경하는 눈빛으로 고윤택을 쳐다보았다.

“너 아까 진짜 멋있었어. 말 몇 마디로 내연녀를 쫓아내고 아빠 엄마 사이를 다시 좋아지게 만들었잖아. 어떻게 한 건지 나한테도 좀 가르쳐줄 수 있어?”

고윤택은 여전히 상황 파악이 잘 안 된 듯했다.

“아빠 엄마 사이를 다시 좋아지게 만들었다고요?”

‘엄마는 먼저 가버렸는데?’

박서원이 의아한 표정으로 고윤택을 쳐다보았다.

“아까 그 내연녀 말이야. 네가 몇 마디 하니까 화를 내면서 도망갔잖아. 그리고 네 아빠가 네 엄마를 안고 갔고.”

‘엄마? 채아 이모를 우리 엄마로 착각하고 있었구나.’

그때 박서원의 엄마도 다가오더니 고윤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했다.

“착하기도 해라. 엄마가 아주 든든하겠어. 우리 서원이는 그 나쁜 여자가 고작 사탕 하나 줬다고 좋다고 했었는데.”

박서원이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이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가 자꾸 사탕 못 먹게 하잖아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요.”

“엄마가 사탕 못 먹게 하는 건 네 이가 썩을까 봐 그런 거야. 나중에 어른이 되면 얼마나 먹든 엄마는 상관 안 해.”

박서원이 그녀의 팔을 붙잡고 애교를 부렸다.

“내가 잘못했어요. 엄마가 날 위해서 그런다는 거 알았으니까 더 이상 화내지 말아요.”

“그 여자한테 팔릴 뻔하더니 이제야 엄마가 좋은 줄 아네.”

박서원이 헤헤 웃었다.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죠.”

여자는 겉으로는 툴툴거렸지만 눈빛은 한없이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30분 정도 지난 후 고지후와 임채아가 돌아왔다. 임채아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지후야, 나 진짜 괜찮아. 아까는 그냥 저혈당 때문에 그래... 정말 병원에 안 가도 돼.”

고지후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쓰러지는 횟수가 전보다 잦아졌어. 병원에 가서 검사받아야 해. 병이 더 심해지기 전에.”

임채아의 표정이 저도 모르게 잠깐 굳어졌다.

최근 하지율에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고지후를 불러낸 횟수가 전보다 많아진 건 사실이었다.

임채아가 말했다.

“괜찮아. 시간도 늦었는데 얼른 밥부터 먹자. 윤택이도 저녁 못 먹었잖아. 병원은 내일 가도 돼.”

두 사람은 얘기를 나누면서 고윤택에게 다가갔다.

고윤택이 텅 빈 식탁에 홀로 앉아 창밖을 멍하니 쳐다보았는데 얼굴에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막연함이 묻어있었다.

고지후는 고윤택의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한 채 다가갔다.

“채아 이모가 몸이 안 좋아서 먼저 병원에 가봐야겠어. 병원에 갔다가 저녁 먹으러 가자.”

고지후의 목소리가 덤덤했지만 한 글자 한 글자에 거절할 수 없는 위엄이 느껴졌다. 뼛속까지 강압적인 사람이라 한번 내린 결정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평소였더라면 고윤택은 망설임 없이 동의했겠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자꾸 하지율의 모습이 떠올랐다.

오늘 전까지 하지율은 매일 꼬박꼬박 밥을 차려줬다. 고윤택의 위장이 약해서 제때 밥을 먹어야 했다.

가끔 임채아와 함께 외출할 때 밥 먹을 시간이 되면 먼저 간식이라도 먹이곤 했다. 고윤택의 특별한 체질 때문에 하지율은 간식도 직접 만들었다.

하지율의 요리 솜씨가 좋긴 했지만 자꾸 같은 것만 먹으니 질릴 때도 있었다. 밖에서 파는 음식이 다양하고 맛도 좋아서 고윤택은 하지율이 만들어주는 음식이 점점 싫어졌다.

임채아의 다정한 목소리에 고윤택은 하던 생각을 멈췄다.

“지후야, 윤택이는 몸이 약해서 뭐라도 좀 먹이는 게 좋겠어.”

고지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윤택이보다 네 몸이 더 중요해.”

그 말에 임채아의 두 볼이 발그스름해지더니 더는 거절하지 않고 고윤택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윤택아, 딸기 케이크라도 사서 가는 길에 먹을까?”

딸기 케이크는 고윤택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었다. 평소였더라면 뛸 듯이 기뻐했겠지만 오늘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네.”

임채아는 고윤택이 오늘따라 어딘가 이상한 것 같았지만 깊게 생각하진 않았다.

그녀는 종업원에게 딸기 케이크를 포장해달라고 부탁한 후 고윤택의 손을 잡고 식당을 나섰다.

병원으로 가는 길에 조수석에 앉은 임채아는 연신 뒤를 돌아보면서 고윤택에게 케이크를 먹을 때 조심하라고 주의를 줬다.

임채아가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차멀미만 안 했어도 윤택이 옆에 앉아 챙겨줬을 텐데.”

하지율이 있을 때도 임채아는 항상 조수석에 앉았다. 이유는 차멀미를 해서 앞자리에 앉는 게 더 편하다는 것이었다.

고윤택은 손에 들린 케이크를 보며 문득 박서원의 엄마가 사탕을 못 먹게 하는 이유가 박서원을 위해서라는 말이 떠올랐다.

고윤택이 갑자기 물었다.

“이모 혹시 내연녀예요?”

임채아가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잘못 들은 줄 알고 고윤택에게 되물었다.

“뭐라고?”

고윤택이 고개를 들고 다시 한번 진지하게 물었다.

“이모 혹시 내연녀예요?”

아이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내연녀라는 단어는 그 어떤 여자에게든 아주 치명적인 말이었다. 임채아의 표정이 확 굳어지더니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고윤택!”

고지후가 불쾌한 듯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기나 해? 평소 배운 예절은 다 어디다 팔아먹었어?”

그때 임채아도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지후야, 윤택이한테 화내지 마. 아직 어려서 뭘 모르잖아.”

그러고는 잠깐 멈칫했다가 슬픈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지율 씨가 날 싫어한다는 거 알아. 근데 윤택이한테 이런 말까지 해선 안 되지. 어른들 일에 아이를 끌어들이지 말았어야 했어. 아이는 아무 죄가 없잖아. 이제 몇 살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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