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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4화

Author: 송진
태어난 아이의 이름은 성노을, 이건 누나인 성하늘이 정해줬다.

갓 태어났을 때 아이는 아주 순했다.

먹으면 자고 할 일이 없어도 자는 아이, 베이비시터조차 이렇게 얌전한 아기는 처음 본다며 감탄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평화는 딱 한 달이었다.

백 일 전까진 하루 종일 울고 또 울었다.

도우미며 베이비시터까지 붙어 있었지만 성유리는 그저 맡겨둘 수가 없었다.

노을이가 옆방에서 울기라도 하면 곧장 일어나 확인하러 갔다.

결국 박한빈이 결단을 내렸다.

아기와 베이비시터는 부부 침실로 들어오고 본인은 객실로 가서 살겠다는 것.

이 생활이 무려 백일 잔치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문제는 성유리가 그 이후로도 아기와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는 거다.

결국 아기 침대는 여전히 부부 침실에 눌러앉게 됐다.

부자지간 관계 또한 말 그대로 어색 그 자체였다.

성노을은 박한빈 품에 안기는 걸 끔찍이도 싫어했다.

그가 안기만 하면 곧바로 울음이 터졌고 수건으로 감싸는 걸 깜빡하기라도 하면 박한빈의 얼굴엔 아기 손톱이 스치고 지나간 상처가 생겼다.

최근엔 얼굴에 긁힌 자국이 무려 일주일이나 남아 있었고 백일 사진을 찍을 때조차 그 흉터가 선명했다.

그래도 박한빈은 물러서지 않았다.

안지 말라면 더 안고 싶어졌고 기저귀 갈고 분유 먹이고 손톱 깎는 일까지 도맡아 했다.

그런 기간을 거치며 두 사람의 관계는 조금씩 나아졌다.

적어도 지금은 박한빈이 안고 있을 때, 노을이가 대성통곡을 하지는 않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박한빈을 가장 괴롭게 만든 건, 성노을이 무슨 감지 센서라도 단 것처럼 성유리가 가까워지기만 하면 정확히 눈을 뜨고 울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백 일 이후부터는 박한빈이 성유리에게 입만 대려고 하면 꼭 울었다.

그 결과 반년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고기’를 먹은 적이 없게 됐다.

만약 노을이가 자기 아들만 아니었으면 이미 복도로 내보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건 그냥 상상일 뿐, 절대 실제로 그런 짓은 안 했다.

박한빈은 좋은 아빠가 되겠다고 성유리와 약속까지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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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빈은 직접 가보는 대신 백지환에게 전화를 걸었다.상대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너무 빨라서 박한빈조차 의아해할 정도였다.“여보세요?”백지환의 목소리가 곧장 들려왔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시죠?”“구급차가 가는 곳이 백 대표님 집입니까?”박한빈이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백지환은 잠시 멈칫했다.그러고는 곧 이렇게 대답했다.“염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별일은 아니고요. 제 아내가 그만 실수로 넘어졌습니다. 걱정하실 일 아닙니다.”“넘어졌다고요?”“네. 하지만 크게 다친 건 아니니 정말 괜찮습니다.”“그래요. 알겠습니다.”박한빈은 간단히 대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그러고는 다시 별장 안으로 발걸음을 돌렸다.그때 성유리도 마침 2층에서 내려오고 있었다.하늘이를 보고 온 듯, 그녀는 바깥 상황이 더 궁금한 얼굴이었다.“백지환 씨 아내가 계단에서 굴렀대.”박한빈이 얼른 상황을 설명했다.“계단에서요? 많이 다쳤대요?”“아니, 심각하지는 않다더라.”“근데 심각하지도 않은데 왜 구급차까지 불렀어요?”박한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잘은 모르겠어.”성유리는 다시 바깥을 바라봤다.그 사이 구급차 소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내일 우미한테 물어봐야겠어요.”성유리는 시계를 보며 중얼거렸다.“지금은 너무 늦었고 우미도 지금 병원에 있을 테니까 바로 답장 못 할 거예요. 그렇죠?”“응. 이제 자자.”“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지만 막상 침대로 돌아와서는 좀처럼 잠이 들지 않았다.결국, 성유리는 다시 팔을 뻗어 박한빈을 껴안았다.“잠이 안 와요.”“그래?”“그럼... 딴 거라도 할까?”그 말에 성유리는 잠시 멈칫하다 말없이 몸을 숙여 박한빈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짧고, 아무 감정 없는 키스.하지만 박한빈은 그녀의 의도를 바로 알아챘다.그래서 더 이상 무리하지 않고 그녀를 조심스레 안아주었다.그리고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됐어. 이제 자.”박한빈의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러웠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1366화

    “당신도 눈치챘어요?”성유리는 고개를 들어 박한빈을 바라보며 되물었다.그러고는 한숨을 내쉬며 이런 말을 덧붙였다.“확실히 그런 것 같아요. 지난번 고양이 일도 들으셨잖아요. 아무리 동물이라지만 엄연한 생명이었는데 그냥 바닥에 내팽개쳐서 죽이다니... 너무 잔인하잖아요.”“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박한빈은 그녀의 말에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성유리는 그 반응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왜 그러세요?”“뭐가?”“하고 싶은 말 더 있는 거 아니에요?”박한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가 말했다.“아니, 네가 다 맞는 말 했잖아. 내가 처음 백지환 씨를 봤을 때부터 말했었지? 아무리 봐도 좋은 사람 같지 않더라. 그래서 그런 짓을 했다고 해도 하나도 놀랍지도 않아.”“왜요?”“뭐가 왜야?”“예전부터 알던 사이예요?”“아니. 그냥 처음 봤을 때부터 기분이 찜찜했어. 그런 느낌 주는 사람은 분명 뭔가 있는 거야. 내 직감은 틀린 적 별로 없어.”박한빈은 당당하게 말했다.성유리는 별말을 못 하고 있다가 곧 다른 의문이 떠올랐는지 물었다.“근데 잠깐만요, 갑자기 왜 이 얘길 꺼낸 거예요?”“하늘이가 요즘 남현호라는 아이한테 신경 많이 쓰는 것 같아. 걱정도 많이 하고.”박한빈이 대답했다.“현호가 제대로 못 지내고 있으니까 하늘이도 덩달아 속상한 거지.”“그건 저도 알아요.”성유리는 작은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저도 전에 우미한테 그 얘기 했었거든요. 심지어 이혼도 권유했어요. 그런데 우미가 거절했어요. 이유를 물었더니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경제적인 이유 때문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더는 뭐라고 못 했죠.”박한빈은 그 얘기에 조용히 고개만 끄덕거렸다.그리고 성유리는 말없이 한참을 앉아 있다가 다시 길게 한숨을 쉬었다.그런 그녀의 얼굴을 보고 박한빈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더니 손을 뻗어 성유리의 볼을 꼬집었다.“왜 한숨을 쉬고 그래?”“그냥... 우미가 좀 안됐어요.”“세상에 완벽한 인생이라는 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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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1364화

    성유리는 집에 돌아와서야 박한빈이 말한 ‘달마시안’에 대한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그보다 더 문제였던 건 성노을의 온몸에 번진 먹물이 아무리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처음엔 성노을도 그럭저럭 차분했다.하지만 하늘이가 옆으로 다가오더니 그 모습을 보곤 한 마디 툭 던졌다.“못생겼어.”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성노을의 표정이 확 변했다.마치 그제야 자기가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자각한 것처럼.그러고는 귀청을 찢을 듯한 대성통곡이 시작됐다.성유리는 재빨리 끌어안으며 달랬다.“괜찮아, 괜찮아. 시간 지나면 다 지워질 거야.”“싫어! 당장 지워달라고!”성노을은 엉엉 울면서 고개를 돌려 박한빈을 바라봤다.아이 눈에 아빠는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슈퍼맨 같은 존재였다.그러니 지금처럼 이렇게 지워지지 않는 얼룩도 분명 아빠라면 어떻게든 해줄 거라고 믿었다.하지만 박한빈은 성노을의 시선을 마주하고도 냉정하게 말했다.“나도 몰라.”그 말이 떨어지자 성노을은 더 크게 울기 시작했는데 그건 거의 쓰러질 듯한 절규였다.성유리는 한숨을 쉬며 박한빈을 바라봤다.그러자 그가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의사한테 물어볼까?”박한빈의 말에 성노을은 희망이 가득 찬 눈빛으로 아빠를 바라봤다.결국 박한빈은 의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성노을은 아직 어린아이였고 피부도 예민했다.강한 세척제를 사용하면 오히려 피부 트러블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의사의 설명이었다.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히 없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그 말을 들은 성노을은 또다시 울음을 터뜨렸고 성유리는 아이를 안고 방으로 들어가 조심스레 달래주기 시작했다.한편, 하늘이는 한참 그 장면을 웃으며 바라보다가 성노을이 사라지자 서서히 웃음기가 가셨다.그리고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박한빈을 바라봤다.“숙제 다 했어?”“응.”“아빠가 검사해 줄까?”하늘이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괜찮아. 아빠, 남현호는 진짜 괜찮은 애야.”박한빈은 그 말을 듣고는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1363화

    그리고 성노을이 입고 있는 하얀색 셔츠 위에는 시커먼 얼룩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그 장면을 보는 순간, 박한빈은 화가 나 이를 악물며 집사를 호출했다.“집사님.”그의 목소리에 날이 서 있자 집사는 곧장 안으로 들어왔다.그리고 방 안의 광경을 보고는 얼굴빛이 사색이 되었다.“이... 이럴 수가. 죄송합니다, 대표님. 도련님이 여기에 있는 줄 몰랐어요. 지금 당장 데리고 나가겠습니다.”집사는 급히 달려와 성노을을 안아 들려고 했다.그러나 아직 손이 닿기도 전에 성노을이 두 팔을 번쩍 들며 외쳤다.“아빠! 안아 줘!”박한빈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성노을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아빠가 반응하지 않자 아이는 스스로 의자에서 내려오려 몸을 뒤집었다.아직 어린 성노을에게는 박한빈의 사무용 의자가 너무 컸다.배를 깔고 엉거주춤하게 내려오는 동안, 온몸에 묻은 먹물 자국이 의자 시트까지 잔뜩 번졌다.그때 박한빈은 살면서 처음으로 심장이 덜컥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그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성노을은 시커먼 손바닥을 높이 들어 올리며 다가왔다.“아빠! 안아 줘!”“만지지 마.”박한빈은 뒤로 한 발짝 물러서고는 옆에 서 있던 집사를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멍하니 서서 뭐 하고 계십니까? 얼른 데리고 나가세요.”그의 목소리는 완전히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집사는 기겁하듯 서둘러 달려가 성노을을 끌어안았다.“싫어! 나는 아빠한테 안기고 싶단 말이야!”요즘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성노을은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점점 더 또렷해지고 있었다.그래서 박한빈이 안아주지 않자 발버둥을 치며 집사의 품에서 벗어나려 애썼다.하지만 집사는 박한빈 눈치를 보느라 말도 제대로 못 꺼내고 부랴부랴 다른 도우미들을 불렀다.“어서 목욕물 준비하고 대표님 책상도 정리해!”박한빈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몇 번이나 깊은숨을 들이켰다.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책상 위의 계약서를 들었다.이번엔 그냥 낙서가 아니었다.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1362화

    “이 문제집은 뭐지?”박한빈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하늘이는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하지만 곧 침착하게 대답했다.“오늘 학교에서 한가해서 미리 풀어뒀어.”“이거 네 글씨 맞아?”박한빈이 곧장 되묻자 하늘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봤다.사실 오늘 그 문제집을 남현호에게 줄 때, 하늘이는 아주 꼼꼼하게 지시했다.꼭 자기 글씨체처럼 따라 쓰라고.실제로 문제집을 받아 봤을 때는 성하늘 자신조차 구분이 힘들 정도였다.그런데 박한빈은 단 한 번, 대충 훑어본 것만으로도 바로 알아챈 것이다.하늘이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박한빈의 예리함에 순간 할 말을 잃었다.곧 박한빈은 눈을 가늘게 뜨며 다시 물었다.“한 번만 더 묻는다. 이거 누가 쓴 거야?”하늘이는 입술을 꾹 다물고 망설이다가 결국 조용히 사실을 털어놨다.“남현호.”“너 아직도 걔랑 연락해?”“같은 반이야. 그리고 남현호랑 남현호 아버지는 달라. 난 현호가 괜찮은 애라고 생각해.”“그럼 그날도 사실 남현호가 먼저 사라졌고 넌 걔 찾으러 나갔던 거네?”박한빈의 말에 하늘이는 움찔했다.그 일은 이미 지나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와버렸다.그날 아이는 남현호의 아버지인 백지환에게 일부러 자신이 먼저 나가자고 했다고 둘러댔기에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듯 보였다.물론, 성유리는 전부 알고 있었지만.그때 남우미가 집에 들렀을 때, 하늘이는 아직 침대에 누워 있었다.그래서 아이는 성유리가 그걸 박한빈한테 얘기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그러니까 지금, 이 모든 건 박한빈이 직접 추리해 낸 것이라는 의미였다.“맞아.”그 순간, 박한빈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그때 현호가 그냥 학교 쪽으로 갔을 거 같아서... 그래서 잠깐 나가봤어.”“그럼 넌 네 엄마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전화를 몇 번이나 했는데? 그걸 다 무시하고 나간 거야? 넌 네 엄마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알면서... 내가 위치 추적 안 했으면 너 그날 엄마 미쳐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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