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정부가 필요한 게 아니에요.”엔데스 현우가 차갑게 얘기했다.“내가 고작 이런 능력으로 당신을 붙잡아 두려고 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엔데스 현우는 앞에 있는 와인을 들고 잔을 비워버렸다. 엔데스 현우의 침묵은 곧 긍정으로 돌아왔다.소은지는 그런 엔데스 현우를 보면서 피식 웃었다.“누가 그래요? 당신을 붙잡으려고 한다고? 현우 씨가 뭐가 잘났다고요?”게다가 이런 수단으로 붙잡는다니.소은지는 감정에 휩쓸리는 사람이 아니다. 엔데스 현우도 마찬가지다.엔데스 현우는 미간을 찌푸리고 소은지를 쳐다보았다.“할리 연 얼굴이 보기 좋게 구겨졌겠네요.”“소은지 씨!”엔데스 현우는 결국 참지 못하고 언성을 높였다.소은지는 그런 엔데스 현우를 보면서 그저 웃었다.그 웃음은 아주 거슬렸다.“이번에 해외로 나가서 관계를 잘 회복했나 보죠?”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일로 인해서 두 사람은 또 멀어졌을 것이다.엔데스 현우는 그렇게 말하는 소은지를 보면서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넥타이를 조금 풀었다.“잘 생각해 봤어요? 언제 나한테 그 자리를 줄 건지?”그 자리.소은지는 계속 그 자리에 관해 얘기하고 있었다. 마치 왕비 자리가 원래부터 소은지의 것이었던 것처럼 말이다.“소은지 씨한테는 불가능합니다.”엔데스 현우가 소은지에게 줄 수 있는 대답은 그것뿐이었다.“3일이면 어때요?”“뭐요?”“나는 그 자리를 3일만 쓸 거예요.”3일이라면 엔데스 명우한테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그건 그 자리에 평생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잖아요!”3일이 아니라 3분도 불가능했다.소은지는 엔데스 현우가 이렇게 매몰차게 거절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화가 나지도 않았다.“그러면 여기 더 오래 있으면서 더 많은 일을 해야겠네요.”예를 들면, 엔데스 현우가 어떻게 영주의 일을 소은지에게 뒤집어씌운 것인지 알아본다거나.사실 소은지는 그 일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바뀌었다. 엔데스 현우가 그 자리를 내어주지 않겠다면 소은지는 지금
여진우가 그런 소식을 발표했으니 할리 연은 이제 함부로 소은지를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예전에는 몰라도 정씨 가문에서 그런 소식을 발표했으니 우리가 선을 넘으면 정씨 가문과 대적하는 것이 될 거야.”“그럼 소은지는 엔데스 현우의 아내가 될 자격이 생긴 거네요?”할리 연이 진중한 말투로 얘기했다.하선희는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할리 연의 말이 맞았다.가뜩이나 소은지가 눈에 거슬렸는데 이제는 건드릴 수도 없게 되었다.“그건 소은지가 본인을 지키는 방법 중 하나일 거야. 게다가 이제야 발표한 것이니 정통 혈통도 아닌 거잖아.”“...”할리 연은 그 말에 아무 반응도 할 수 없었다.그저 얼굴이 더욱 새하얗게 질려버렸다.사실 할리 연의 신분도 그렇게 당당한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할리 연은 그저 할리 가문의...“연아.”“네, 어머니.”하선희의 엄숙한 말투에 할리 연이 고개를 숙였다.하선희는 그런 할리 연을 보면서 얘기했다.“어찌 되었든, 우리 할리 가문에서 왕비가 나와야 하지 않겠니?”그렇게 말하는 하선희의 말투에는 차가운 냉철함이 묻어났다. 마치 할리 연이 왕비가 되지 못하면 아주 큰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할리 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어머니.”하선희의 말을 들으면서 할리 연은 알게 되었다.만약 할리 연이 그 자리에 오르지 못한다면 할리 연은 할리 가문에서의 쓸모를 다 못하는 것이다. 할리 연은 그런 처지에 처하고 싶지 않았다.할리 가문은 그동안 할리 연에게 많은 돈을 투자했다. 그러니 이번 사건에서 실수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니 너도 앞으로 엔데스 현우에게 신경을 많이 써. 알겠어?”하선희가 할리 연을 보면서 엄격하게 얘기했다.할리 연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소은지는 내가 처리해 줄 테니까.”할리 가문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할리 연을 왕비로 만들어야 했다.오랜 시간 동안 할리 가문은 그 자리를 갖지 못했다.그러니 이번 기회에는 무조건 할리 연을 왕비로 만들어야 했다.
다른 한편.엔데스 현우는 할리 연과 함께 해외 공항에 있었다. VIP 통로에는 경호원이 가득했고 할리 연은 엔데스 현우가 전화를 끊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얘기했다.“현우 씨가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하라고 일러뒀어요. 어머니가 아주 기뻐하실 거예요.”엔데스 현우가 약간 미간을 찌푸리고 얘기했다.“준비하지 않아도 돼요.”할리 연은 그 말을 듣고 그대로 굳어버렸다.왜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까.설마...“그...”“처리해야 할 업무가 밀려서요. 도착하면 먼저 집으로 가요.”할리 연더러 먼저 가라는 것이다.엔데스 현우는 할리 연과 함께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그 생각에 할리 연의 표정이 약간 어두워졌다.하지만 엔데스 현우 앞에서는 티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나오기 전, 하선희가 얘기했었다.할리 가문은 파리에서 아주 지위가 높은 가문이다. 그러니 엔데스 현우 앞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 엔데스 현우는 할리 가문이 조급해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그럼 바쁜 일부터 처리해야죠.”사실 할리 연은 엔데스 현우가 뭐 하러 가는지 알 것 같았다.아까 전화는 소은지가 걸어온 것일 테다. 엔데스 현우를 그렇게 화나게 만드는 사람은 오직 소은지니까.할리 연은 소은지를 떠올리면 짜증이 치밀어올랐다.이번에 엔데스 현우와 함께 해외로 나온 것은 엔데스 현우와 할리 가문의 사이를 돈독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 소은지 때문에 망쳐버렸다.하지만 이번 일로 인해 할리 연은 엔데스 현우가 할리 가문에 대한 태도를 알게 되었다. 소은지를 잠시 막을 수 있어도 평생 막을 수 없다는 것까지도....여섯 시간의 비행이 끝났다.비행기에서 내릴 때, 할리 연은 그렇게 헤어지기 싫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엔데스 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남우준을 시켜서 모셔다드릴게요.”남우준은 엔데스 현우 곁에서 가장 믿을만한 사람이었다.할리 연은 그 말을 듣고 미소를 지으면서 얘기했다.“그럼 먼저 들어갈게요.”“네.”할리 연이 떠나고 엔데스 현우 혼자 엔데스 저택으로
하지만 강이한이 이유영을 놓을 수 있을까?강이한의 마음과는 상관없었다. 이제 영원히 이유영을 되찾을 수 없으니까 말이다.소용이 없었다....결국 강이한은 떠났다. 오늘 강이한과 소은지가 나눈 얘기가 강이한에게 얼마나 큰 심경의 변화를 가져다주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떠나기 전에 강이한이 얘기했다.“엔데스 현우에 대해서 알아봐 줄게.”엔데스 현우에 대해서 조사한다. 그게 바로 소은지에게 필요한 것이었다.강이한은 이유영의 위치에 대해 더 묻지 않았다. 강이한이 정말 이유영을 완전히 포기한 것인지는 아무도 몰랐다.다만 강이한이 전에 한 행동들을 떠올리면 그가 이유영을 완전히 내려놓기란 어려운 일이다.10년이 지났으니까 말이다.10년이란 얼마나 긴 시간인가. 모든 것이 설레었던 첫 시작부터 모든 것이 익숙해지기까지.강이한은 이유영이 있는 삶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이제는 소용없었다.강이한은 앞으로의 나날을 홀로 어둠 속에서 살아야 할 것이다....엔데스 명우는 소은지의 전화를 받았다. 강경하게 파리를 떠나겠다고 얘기하던 소은지는 이제...“여기 남을 거야.”“그래?”“시간은 얼마나 있어?”“시간은 내가 정하는 거야.”“엔데스 명우!”소은지가 무거워진 말투로 엔데스 명우의 이름을 불렀다.그가 마음대로 정하는 것이라니.“소은지, 그 사람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아. 남기로 결정했으면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말을 마친 엔데스 명우는 소은지가 뭐라고 얘기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쿵.소은지는 손에 든 핸드폰을 바닥으로 확 던져버렸다.소은지의 가슴 속은 분노로 가득했다.주용선이 들어와서 얘기했다.“여섯째 도련님이 알려주시길, 오늘 밤 그분이 돌아올 거라고 하셨습니다.’그분은 바로 엔데스 현우다.엔데스 명우는 소은지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소은지에게는 그런 위협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주용선을 슥 본 소은지가 얘기했다.“나가. 앞으로 내 방에 들어오지 마. 한 번만 더 들어오면...”들어오면..
그런 소은지를 보면서 강이한은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 같았다.뭐라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소은지가 얘기한 대로 강이한이 이유영에게 한 짓은 거의 다 용서받지 못하는 것들이다.“유영이를 놓아줘. 그리고 네 마음도 접어. 알겠어? 이제 그 악연의 고리를 끊어내.”악연의 고리...소은지는 강이한과 이유영의 관계를 그렇게 정리했다.전에 강이한은 이유영이 강이한에게 완전히 실망한 것을 보고 포기하려고 했다. 이유영의 인생이 순탄했으면 하니까 말이다.하지만... 이유영이 누구랑 결혼하든지 강이한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특히 이유영이 엔데스 가문 사람과 함께 있는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이제는 이유영이 엔데스 신우와 함께 어디로 갔는지도 모른다. 물론 엔데스 가문의 가주가 정해졌다고 하지만 소은지와 엔데스 현우의 사이만 봐도 엔데스 가문 내부에는 위험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 수 있으니까.그런 상황에서 강이한은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소은지는 그런 강이한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심호흡하더니 말을 이었다.“유영이랑 누구랑 결혼해도 너랑 결혼하는 것보다는 나을 거야. 알겠어?”“...”아무나 만나도 강이한보다 나을 것이다.강이한은 소은지의 그 말을 듣고 가슴이 아파졌다.“이온유는 이미 떠나보냈어.”“소용없어.”소은지가 대답했다.강이한이 더 얘기하기도 전에 소은지가 이어서 얘기했다.“그다음에는 수많은 사생아가 쏟아질지도 모르지.”“...”“넌 유영이보다 다른 사람이 더 중요하니까.”“...”그 순간 강이한의 두 눈이 붉게 물들었다.소은지는 강이한을 보면서 인내심이 다 닳았다. 이유영을 향한 강이한의 태도는 원래부터 문제가 있었다. 강이한의 비서가 이유영보다 위에 있다는 것이 청하에 다 소문이 돌 정도니까. 소은지는 강이한이 이유영의 입장을 전혀 생각해 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이제 와서 이유영을 붙잡으려고 하다니.“제발 놓아줘. 응?”소은지가 강이한을 보면서 다시 한번 얘기했다.사실 일이
게다가 두 사람은 손을 잡았던 사이다. 엔데스 현우는 이미 소은지가 그렇게 쉬운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소은지 곁에는 다 엔데스 현우의 사람이었다. 그러니 소은지가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엔데스 현우는 소은지와 손을 잡는 그 순간부터 소은지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획해 둔 사람 같았다.그리고 소은지는 그런 엔데스 현우의 계획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마음대로 해. 어차피 난 조급하지 않으니까.”소은지가 한숨을 내쉬고 얘기했다.“나한테 이유영의 위치를 알려줘.”“...”강이한은 결국 이유영 때문에 찾아온 것이었다.“너희가 연락을 주고받는다는 걸 알아.”강이한이 어두운 눈빛으로 소은지를 쳐다보았다.단역에서 여기까지 온 것은 바로 소은지와 이유영이 연락을 주고받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그동안 찾을 수 있는 곳은 거의 다 찾아보았다. 강이한이 아무리 이유영을 찾으려고 노력해도 결국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다.그래서 강이한은 마지못해 소은지를 찾아온 것이었다.소은지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나가.”“소은지.”강이한이 한층 더 무거워진 말투로 얘기했다.“강이한, 아직도 모르겠어? 유영이는 널 두려워하는 거야.”이유영은 강이한의 집착에 진절머리가 났다.“처음부터 유영이는 너랑 결혼할 생각 없었어. 네가 매달려서 이렇게 된 거지. 하지만 넌 그런 유영이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정말 잊은 거야?”이유영과 강이한이 함께하던 시절을 떠올리면 소은지는 화가 났다.그때...그때의 일은 무슨 상황이었던가. 강이한의 엄마만 보아도 강이한이 어떤 사람인지 알았을 텐데, 이유영은 눈에 콩깍지가 씌어 강이한과 결혼한 것이다.이유영의 유일한 친구인 소은지도 계속 이유영을 말렸다.하지만 결국 그런 상황에서도 이유영과 강이한은 결혼했다.왜?바로 강이한의 집착 때문에.소은지가 얘기한 것처럼, 모든 것은 강이한이 원해서 이렇게 된 것이다. 강이한이 이유영을 좋다고 쫓아다녀서 결혼에 골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