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전시회가 한창 이어지던 오후.
학과 직원이 수아를 찾았다.“이수아 학생.”“네?”“잠깐 이야기 좀 할까요?”수아는 의아한 얼굴로 다가갔다.“무슨 일이세요?”직원이 웃었다.“축하해요.”“네?”“작품들 판매됐어요.”수아는 잠시 이해하지 못했다.“제 작품이요?”“네.”“어떤 거요?”직원의 미소가 더 커졌다.“전부요.”수아의 눈이 커졌다.“전부요?”“네. 출품한 작품 모두.”수아는 믿기지 않는 얼굴로 자신의 작품들을 돌아봤다.“정말요?”“정말이에요.”직원도 꽤 기쁜 표정이었다.“졸업 작품전에서 작품 한두 점이 팔리는 경우는 있지만 한 학생 작품이 전부 판매되는 건 흔한 일이 아니에요.”“누가…….”수아가 얼떨떨한전시회가 한창 이어지던 오후.학과 직원이 수아를 찾았다.“이수아 학생.”“네?”“잠깐 이야기 좀 할까요?”수아는 의아한 얼굴로 다가갔다.“무슨 일이세요?”직원이 웃었다.“축하해요.”“네?”“작품들 판매됐어요.”수아는 잠시 이해하지 못했다.“제 작품이요?”“네.”“어떤 거요?”직원의 미소가 더 커졌다.“전부요.”수아의 눈이 커졌다.“전부요?”“네. 출품한 작품 모두.”수아는 믿기지 않는 얼굴로 자신의 작품들을 돌아봤다.“정말요?”“정말이에요.”직원도 꽤 기쁜 표정이었다.“졸업 작품전에서 작품 한두 점이 팔리는 경우는 있지만 한 학생 작품이 전부 판매되는 건 흔한 일이 아니에요.”“누가…….”수아가 얼떨떨한 얼굴로 물었다.“누가 산 거예요?”“태하그룹 산하 병원 쪽에서 구매 의사를 전달해 왔어요.”“병원이요?”“네. 병원에 전시할 작품을 찾고 있었나 봐요.”수아는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태하그룹.‘설마 도윤씨가…’태하그룹 산하에 얼마나 많은 계열사와 병원이 있는지 수아도 알고 있었다.“축하해요, 수아 학생.”“감사합니다.”수아가 환하게 웃었다.직원이 돌아간 뒤에도 수아는 한동안 자신의 그림 앞을 떠나지 못했다.하나씩 천천히 바라보자 그림을 그리던 시간들이 떠올랐다.학교와 아르바이트를 오가며 밤늦게까지 붓을 잡았던 날들.돈이 없어 좋은 재료를 마음껏 사지 못했던 때도 있었고, 졸업 후에도 계속 그림을 그리며 살아갈 수 있을지 막막했던 순간도 많았다.그런데 누군가 자신의 그림을 돈을 주고 샀다.그
정민수는 쉽게 전시장을 떠나지 않았다. 수아와 대화를 마친 뒤에도 천천히 작품들을 둘러보던 그의 시선이 다시 한 작품 앞에서 멈췄다. 조금 전— 수아가 자신에게 직접 설명해 주었던 그림이었다. 처음부터 그림을 사러 온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이곳에 온 목적은 단 하나. 차도윤의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수아를 만나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민수는 한동안 그림을 바라봤다. 조금 전 이 그림 앞에서 웃으며 이야기하던 수아의 얼굴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맑게 휘어지던 눈.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별다른 의심 없이 받아들이던 순진한 표정. 그리고 그림을 이야기할 때 유난히 반짝이던 눈빛까지. 민수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민수는 전시 관계자에게 다가갔다. “저 작품, 구매할 수 있습니까?” 직원이 민수가 가리킨 작품을 확인했다. “이수아 작가 작품 말씀이시죠?” “네.” “잠시만요.” 직원이 자료를 확인했다. 그런데 잠시 후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죄송합니다. 그 작품은 이미 판매가 결정됐습니다.” 민수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벌써요?” “네.” 민수는 다시 그림을 바라봤다. 아쉽기는 했지만 이상할 정도는 아니었다. 졸업 작품전이라고 해도 마음에 드는 작품을 미리 구매하는 사람은 있을 테니까. “그럼 다른 작품은요?” “어떤
정민수가 수아의 졸업 작품전을 찾아온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한서희에게서 사진을 받은 이후— 민수는 이수아라는 여자에 대해 조금 더 알아봤다. 현재 졸업 작품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까지. 민수가 굳이 전시회까지 찾아온 이유는 단순했다. 차도윤의 여자. 그 말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다. 도대체 어떤 여자이기에— 그 차도윤이 곁에 두고 있는 것인지. 처음 서희에게 사진을 받았을 때만 해도 민수의 감상은 특별하지 않았다. 예쁘기는 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민수의 주변에는 언제나 아름다운 여자들이 넘쳐났다. 화려한 여자들에게 익숙한 민수의 눈에 사진 속 수아는 오히려 평범한 편이었다. 하지만— 전시회장 안에서 수아를 마주한 순간, 민수의 눈빛이 잘게 흔들렸다. “네. 물론이죠.” 자신을 향해 웃으며 작품 앞으로 다가가는 수아를 보는 순간, 민수의 시선이 잠시 멈췄다.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있었다. 청초했다. 특히 자신에게 그림을 설명하기 위해 수줍게 미소 짓는 그 얼굴과 맑은 눈빛을 마주하자, 민수의 본능적인 독점욕이 뜨겁게 치솟았다. ‘과연…… 차도윤이 이 여자에게 눈이 멀어있던 이유가 있었어.’ 민수에게는 오히려 그런 아름다움이 낯설었다. 수아가 자신의 작품을 가리켰다. “이 그림은요…… 처음에는 조금 다른 분위기로 시작했어요.” 민수는 그림을 보는 척하면서 수아의 옆얼굴을 바라봤다. 수아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
“김 실장.” 인터폰으로 도윤의 목소리가 들렸다. 민철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전무님.” 집무실로 들어가자 도윤은 서류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유럽 출장 일정 나왔지?” “네.” “언제 출국이야.” “다음 주 목요일입니다. 런던을 시작으로 파리, 프랑크푸르트까지 약 열흘 일정입니다.” 도윤이 서류 한 장을 넘겼다. “일정 하루 늘려.” 민철이 잠시 멈췄다. “하루를요?” “응.” “어느 도시에서 늘릴까요?” “파리.” 민철은 메모했다. “알겠습니다.” 도윤은 아무렇지 않게 다음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한 명 더 가.” “누구 말씀입니까?” 그제야 도윤이 서류에서 눈을 들었다. “수아.” 민철의 손이 멈췄다. “……이수아 씨 말씀이십니까?” 민철은 제 귀를 의심하며 눈을 크게 떴다. 공적이고 엄중한 해외 출장에 사적인 인물을 동행시킨다는 것은 도윤의 철저한 공사 구분 원칙에 완전히 어긋나는 일이었다. 민철은 재빨리 표정을 관리했다. “같이 출국하시는 겁니까?” “응.” “전 일정 동행으로 준비할까요?” 도윤이 잠시 생각했다. “회사 일정에는 안 따라다녀도 돼. 호텔이랑 이동만 같이 준비해.” “네.” “항공편도.” 민철은 다시 한번 확인
세상의 낯선 소문과 시선을 뒤로하고 도윤 옆에 있는 동안은 도윤을 온전히 사랑하기로 마음먹은 이후, 수아의 일상에는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아가씨, 그렇게 많이 넣으면 짜요.”“아…… 진짜요?”수아가 화들짝 놀라 숟가락을 멈췄다.옆에서 지켜보던 유진이 웃음을 터뜨렸다.“조금만 넣으세요.”“이 정도요?”“네. 그 정도면 돼요.”수아는 조심스럽게 국간장을 넣었다.그리고 다시 국자로 국을 저었다.아직 이른 아침이었다.평소 같으면 조금 더 자고 있을 시간이었지만 요즘 수아는 유진을 따라 주방에 내려오는 날이 많아졌다.처음에는 그저 옆에서 구경만 했다.그러다 어느 날부터는 유진에게 하나씩 묻기 시작했다.주방에 서는 법부터 서툴렀던 수아는 집사 유진의 곁에 얌전히 붙어 서서 도윤이 좋아하는 입맛과 취향을 하나씩 알아가며 서툴지만 진심 어린 손길로 식사 준비를 도왔다.수아는 애써 먼 미래를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오늘만 생각하자.오늘 도윤이 자신의 음식을 먹고 좋아하면,그것으로 충분했다.주방 입구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도윤이었다.출근 준비를 마친 그는 짙은 회색 슈트 차림으로 서 있었다.“일어났어요?”수아가 환하게 웃었다.도윤의 시선이 그녀에게 머물렀다.자신을 보자 자연스럽게 번지는 미소.요 며칠 수아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자신을 피하지 않았다.퇴근하면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고,잠들 때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품으로 들어왔다.그것만으로도 이상할 만큼 마음이 편안했다.“뭐 해?”“아침 준비했어요.”도윤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네가?”“왜요?”수아가 조금 불만스러운
늦은 밤.현관문을 열고 들어선 도윤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미국과 유럽 프로젝트 때문에 하루 종일 회의에 시달렸던 날이었다. 뉴욕 법인과의 화상회의에 이어 런던 쪽 투자사와의 미팅까지 겹치면서 제대로 식사할 시간조차 없었다.머리가 무거웠다.어깨에는 피로가 내려앉아 있었다.내일 아침에도 일찍 출근해야 했다.그런데 거실을 지나치던 도윤의 걸음이 불쑥 멈췄다. 소파에 수아가 있었다. 작게 몸을 웅크린 채 깊이 잠들어 있는 모습이었다. 테이블 위에는 읽다 만 책과 미지근하게 식은 차가 놓여 있었다. 도윤은 한동안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움직이지 못했다. 서희와의 약혼이 공식화되기 전, 수아는 종종 이렇게 자신을 기다렸다.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거실에서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다가 소파에서 잠이 들곤 했다.하지만 언론에 자신과 서희의 기사가 나간 이후부터는 달라졌다.퇴근 시간을 묻는 메시지도 줄었고,늦게 돌아오면 수아는 먼저 침실에 들어가 있었다.때로는 등을 돌린 채 잠들어 있었다.그런 수아가 자신을 기다리던 그 모습 그대로 잠든 수아를 마주한 순간, 도윤의 가슴이 쿵 하고 크게 뛰었다. 수백억이 오가는 계약을 성사시켰을 때도 이렇게 가슴이 뛰지는 않았다.도윤은 조용히 다가가 소파 앞에 잠시 서서 잠든 얼굴을 내려다봤다.화장기 없는 깨끗한 얼굴.길게 내려온 머리카락이 뺨 위에 조금 흩어져 있었다.도윤은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