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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화

Author: 애니
조금 전까지 넘치던 자신감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민도하는 노아리를 내려다보면서 낮은 목소리로 달랬다.

“이기고 지는 건 중요하지 않아. 장 회장님도 나랑 다음에 다시 치기로 했잖아.”

그 말이 맞았다. 애초에 오늘 온 목적은 그쪽이었다.

노아리는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노아리도 필드에 섰다.

여전히 민도하의 골프채를 썼지만 파5 홀에서 다섯 번째 샷까지도 홀에 넣지 못했다.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였다.

평소 노아리의 실력은 이 정도가 아니었다.

마음이 흔들린 탓에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자신이 먼저 쳤다면 어쩌면 이글까지도 노려볼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결과가 평범했던 탓에, 경기가 끝났을 때 사람들의 관심은 이미 노아리에게서 멀어져 있었다.

장재영은 강서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까 골프 실력이 정말 좋았다고 칭찬하고 있었다.

스윙이나 경기 운영 방식이 민도하와 조금 닮았다며, 혹시 두 사람이 같은 프로에게 배운 적이 있냐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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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20화

    노아리의 말을 듣고서야 이예수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그래. 난 네가 다시 다 되찾을 수 있다고 믿어.”하지만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어도, 다음 날 노아리가 새 프로젝트를 논의하러 협력사를 찾았을 때는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혔다.한 달 전부터 이야기를 진행해 온 건이었고, 남은 조건을 오늘 마무리하기로 이미 약속까지 잡아 둔 상태였다.그런데 회사에 도착하자, 상대 측 비서가 담당자가 갑자기 출장을 갔다고 말했다.핑계라고 감추려는 성의조차 느껴지지 않았다.노아리가 돌아온 뒤 이런 식으로 문전박대를 당한 건 처음이었다.그래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비서에게 유진욱 대표가 돌아오면 가장 먼저 연락해 달라고 부탁했다.비서는 알겠다고 대답했다.노아리가 자리를 뜨자마자 비서는 유진욱 대표실로 전화를 걸었다. “대표님, 말씀하신 대로 노 사장님은 돌려보냈습니다.”안내 데스크 직원이 다가와서 조용히 물었다. “그런데 노아리도 멘탈이 대단하네요. 일이 그렇게 많이 터졌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협력 얘기를 하러 오잖아요. 밖에서 자기 얘기가 어떻게 도는지 모르는 건가?”비서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러게. 우리 대표님도 괜히 가까이했다가 재수 없는 일에 엮일까 걱정되는데, 뒤에 민도하 대표가 있으니 대놓고 거절은 못 하시잖아.” “그래서 저런 뻔한 핑계라도 대는 거지. 언제까지 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그러니까. 출발도 좋았고 학력도 화려한 데다 민도하 대표가 저렇게 밀어주는데, 어떻게 하는 일마다 이렇게 꼬일 수가 있지? 이쯤 되면 학력까지 괜히 의심된다니까.”“그만하자. 나 일하러 갈게.”밖에 서 있던 노아리는 두 사람의 대화를 한마디도 빠짐없이 들었다.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건물을 막 나왔을 때 이예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밖에 도는 소문이 대체 어떻게 된 거냐는 전화였다.“무슨 소문이요?”[아직 몰라?]이예수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아까 진창현 회장의 사모님이랑 차 마셨는데, 요즘 밖에서 네가 불운을 몰고 다닌다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19화

    조금 전까지 넘치던 자신감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민도하는 노아리를 내려다보면서 낮은 목소리로 달랬다. “이기고 지는 건 중요하지 않아. 장 회장님도 나랑 다음에 다시 치기로 했잖아.”그 말이 맞았다. 애초에 오늘 온 목적은 그쪽이었다.노아리는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결국 노아리도 필드에 섰다.여전히 민도하의 골프채를 썼지만 파5 홀에서 다섯 번째 샷까지도 홀에 넣지 못했다.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였다.평소 노아리의 실력은 이 정도가 아니었다.마음이 흔들린 탓에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을 뿐이었다.자신이 먼저 쳤다면 어쩌면 이글까지도 노려볼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결과가 평범했던 탓에, 경기가 끝났을 때 사람들의 관심은 이미 노아리에게서 멀어져 있었다.장재영은 강서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까 골프 실력이 정말 좋았다고 칭찬하고 있었다.스윙이나 경기 운영 방식이 민도하와 조금 닮았다며, 혹시 두 사람이 같은 프로에게 배운 적이 있냐고도 물었다.강서이는 잠깐 말이 없다가 대답했다. “아니에요.”같은 프로에게 배운 건 아니었다. 강서이에게 골프를 가르친 사람이 바로 민도하였으니까.옆에 있던 민도하는 그 대답을 듣자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강서이는 별다른 반응 없이 화제를 넘겼다.짧은 골프 한 판이었지만 서로의 거리를 좁히는 데에는 확실히 도움이 됐다.장재영도 아까보다는 노아리에게 한결 부드러운 태도를 보였다.물론 그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민도하였다.민도하가 곁에 있는 이상 누구도 노아리를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다만 고상만의 태도만큼은 여전히 차가웠다.노아리가 먼저 말을 걸어도 짧게 대답하거나 아예 반응하지도 않았다.처음부터 끝까지 차갑게 선을 긋는 듯한 태도였다.노아리가 몇 번이나 조심스럽게 말을 붙여 봤지만, 고상만의 표정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노아리도 점점 기운이 빠졌다.민도하는 노아리의 기색을 알아차린 듯 말했다. “고상만 교수님은 원래 자존심도 세고 사람한테 마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18화

    노아리는 강서이가 결국 빠질 거라고 생각했다.“가서 좀 쳐. 나도 조용히 좀 쉬고 싶다.” 고상만이 강서이를 떠밀듯 말했다.“알겠어요. 그럼 다녀올게요.” 강서이도 장재영과 조금 더 가까워질 기회라고 생각해서 굳이 사양하지 않았다.그때 노아리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공평하게 팀을 나누는 게 좋겠어요. 제가 장 회장님과 한 팀을 하고, 강 대표님은 도하랑 한 팀을 하죠. 가볍게 내기처럼 쳐 보면 어때요?”노아리가 이런 제안을 한 건 장재영과 빠르게 친분을 쌓기 위해서였다.민도하와의 관계에 자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선택이기도 했다.그래서 민도하가 강서이와 같은 팀이 되는 것쯤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노아리는 끝으로 그럴듯한 이유까지 덧붙였다. “도하는 골프를 워낙 잘 치잖아요. 장 회장님이 불리하실까 봐 실력을 좀 맞추자는 거예요.”돌려서 말했지만 결국 강서이가 가장 실력이 떨어진다는 뜻이었다.장재영은 특별히 반대하지 않았다.노아리가 정한 방식이라서 민도하 역시 굳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강서이는 노아리의 속셈을 알아차리고 가볍게 웃었다. “그렇게 나누는 것도 별로 공평해 보이진 않는데요.”“그럼 강 대표님은 어떻게 치고 싶으세요?” 노아리가 자신만만하게 눈썹을 들었다.“장 회장님은 민 대표랑 치시고요.” 강서이가 또렷하게 말했다. “저는 노 본부장님, 아니, 노 사장님과 칠게요.”뜻밖의 제안에 노아리가 잠깐 말을 잃었다.‘자기 실력을 그렇게 모르는 건가?’노아리는 해외계 은행에서 근무할 때, 접대와 모임으로 가장 많이 했던 운동이 골프였다. 실력도 상당한 편이었다.그런 자신에게 강서이가 정면으로 승부를 걸다니, 대체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오는지 알 수 없었다.‘한번 제대로 꺾어 줘야겠네. 자기가 뭐든 잘하는 줄 아는 모양이니까.’“좋아요. 그럼 그렇게 하죠.” 노아리의 승부욕이 단번에 달아올랐다.강서이를 이길 자신도 충분했다.장재영도 흥미를 보였다. “재미있겠네요. 그럼 추첨해서 어느 쪽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17화

    노아리는 민도하에게 무슨 말을 하려다, 그 역시 강서이를 보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표정은 여전히 담담했지만 시선만큼은 꽤 집중되어 있었다.노아리가 자신을 보고 있는 줄도 모른 채, 민도하의 눈썹 끝이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노아리는 이유도 모른 채 가슴 한쪽이 묵직해졌다. 막 민도하를 부르려던 때였다.강서이가 펜을 내려놓고 태연하게 말했다. “다 했어요. 교수님, 한번 봐 주세요. 맞는지요.”장재영이 놀라면서 물었다. “벌써요?”기껏해야 5분 남짓이었다. ‘그런데 벌써 다 풀었다고?’노아리조차 잠깐 놀랐다.고상만은 답이 적힌 문제지를 받아들더니 안경을 한 번 고쳐 쓰고 진지하게 살펴봤다.강서이의 풀이 방식부터 과정, 답까지 차례로 확인한 뒤였다.고상만의 눈에 반가운 빛이 돌았다. “맞아! 정확해. 올해 대회에서 우승한 학생의 풀이보다도 훨씬 더 깔끔하네!”그 말을 듣자 노아리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말도 안 돼.’‘강서이가 어떻게 저 문제를 정확하게 풀어?’고상만은 기분이 좋아진 듯 장재영에게 웃으며 말했다. “대회가 끝난 뒤 주최 측이 이 문제를 온라인에 공개해서 다양한 풀이를 받았거든요. 그중 한 사람이 지금 서이가 푼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풀었어요.”놀라 있던 노아리는 그 말을 듣자마자 금세 납득했다.‘그러니까 강서이는 온라인에서 본 풀이를 그대로 외운 거네.’‘하마터면 진짜 실력인 줄 알 뻔했잖아.’하지만 노아리에게는 강서이를 들춰낼 여유가 없었다. 오늘 이곳에 온 데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장재영과 인맥을 만들기 위해서였다.아까 장재영의 태도가 다소 미지근했던 만큼, 노아리는 어떤 화제로 거리를 좁힐지 고민했다.“회장님께서 골프를 정말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아리도 꽤 잘 치는데, 같이 한 게임 어떠십니까?”옆에 있던 민도하가 노아리 대신 자연스럽게 말을 꺼냈다.장재영에 대해 조금만 알아본 사람이라면, 그가 골프광이라는 사실을 모를 수 없었다.민도하가 골프 이야기를 꺼낸 것도 그 때문이었다.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16화

    그러자 고상만은 다시 인상을 찌푸린 채 강서이를 흘겨봤다.강서이는 고개를 더 푹 숙였다.고상만의 반응을 본 노아리는 소리 없이 웃었다.고상만은 학벌을 중요하게 보는 편이었다. 노아리가 명문대 박사 출신이라는 걸 알고 나자, 자연스럽게 몇 마디 더 이야기를 나눴다.앞서 논문 이야기까지 나온 터라, 고상만은 내친김에 올해 수학 경시대회에 출제됐던 문제라며 한 문제를 내밀었다.노아리도 겸손하게 받아 들고 꼼꼼히 문제를 살폈다.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문제였다.노아리는 좀처럼 펜을 들지 못한 채 한참 머리를 굴렸다.옆에서 문제를 함께 들여다보던 민도하가 물었다. “너무 오래 손을 놓아서 감이 좀 떨어졌어?”노아리가 멋쩍게 웃었다. “들켰네. 문제를 안 푼 지 꽤 오래됐거든. 나한테도 좀 어렵다.”“그럴 수 있죠.” 고상만이 말했다. “실력도 꾸준히 갈고 닦아야 유지되는 법이니까요. 일을 시작하고 나면 신경 쓸 데가 많아져서, 예전처럼 문제 하나에 오래 집중하기도 쉽지 않고요.”장재영도 호기심에 문제를 훑어보더니 말했다. “확실히 난이도가 있네요.”고상만이 물었다. “장 회장님도 한번 풀어 보시겠습니까?”장재영은 얼른 손사래를 쳤다. “교수님, 저한테까지 그러시면 곤란합니다. 이런 문제를 손에서 놓은 지가 몇 년인데요. 이제는 머리가 예전처럼 안 돌아갑니다.”아무도 선뜻 풀어내지 못하자 고상만은 제법 아쉬워했다.고상만이 문제지를 거두려던 참이었다.노아리가 옆에서 줄곧 아무 말도,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던 강서이에게 시선을 돌렸다.이럴 때는 아예 끼어들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하긴, 끼어들 능력도 없겠지.’‘눈치는 있네.’그렇다면 굳이 봐줄 필요도 없었다.“강 대표님도 한번 풀어 보실래요?” 노아리가 불쑥 입을 열었다.갑자기 지목을 당하자, 강서이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면서 눈에는 짜증이 스쳤다.고상만도 강서이를 바라봤다. “서이야, 너도 한번 해 볼래?”강서이가 대답하기도 전이었다.노아리가 먼저 말을 이었다.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15화

    노아리는 오늘 이곳에 온 것만으로 이렇게 큰 수확을 얻게 될 줄 몰랐다.반도체 업계의 대부를 알게 되는 데다 고상만 교수까지 직접 만날 수 있었다.고상만은 강서이를 봤을 때만 해도 반가워 보였다. 하지만 뒤따라오는 두 사람까지 발견하자 표정이 미묘하게 차가워졌다.불쾌하다는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강서이가 가까이 오자, 고상만은 일부러 두어 번 콧방귀까지 뀌면서 마음속에 쌓인 불만을 드러냈다.‘바로 저 남자 때문에 내가 이렇게 좋은 제자를 놓쳤지!’‘머리가 그렇게 좋은 애라서, 조금만 더 밀어붙였으면 지금쯤 학계에서도 자기 자리를 만들었을지 몰라.’‘지금처럼 인맥 하나 만들겠다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몸을 낮출 필요도 없었을 거고.’‘서이 자신이 남들이 찾아오는 인맥이 됐을 텐데!’‘그 좋은 앞날까지 포기하게 만든 남자가 마음은 다 받아 놓고 배신하더니...’‘이제는 다른 여자와 대놓고 약혼까지 해?’‘서이 청춘과 재능만 아깝게 됐잖아!’찔리는 데가 있는 강서이는 고상만의 불평을 받고도 아무 말 하지 못했다. 평소답지 않게 얌전히 눈을 내리깔았다.그 모습은 그대로 노아리의 눈에 들어왔다.노아리는 조금 놀랐다.‘고상만 교수님은 강서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은데.’‘오히려 싫어하는 쪽에 가깝잖아.’‘하긴. 내세울 것도 없고 머릿속도 빈 강서이 같은 사람을 고상만 교수님이 좋게 볼 리 없지.’노아리는 자신감을 되찾고 두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했다.“회장님, 안녕하세요. 영승반도체 총괄사장 노아리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골프채를 닦던 장재영의 손이 멈췄다. “영승반도체라고요?”“네, 맞습니다.” 노아리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영승반도체는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선도 기업이었다. 장재영이 모를 리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자기소개를 들은 장재영의 표정은 오히려 조금 차가워졌다.“그렇군요.”장재영은 짧게 대답하고 다시 골프채를 닦는 데 집중했다.너무 담담한 반응이라 노아리는 무슨 말로 대화를 이어 가야 할지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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