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บทที่ 1 - บทที่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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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사람들은 말한다.모든 남자의 마음속에는 끝내 이루지 못한 첫사랑 하나쯤은 숨어있다고.민도하는 예외일거라고 강서이는 늘 생각해 왔다.어릴 적부터 이어진 시간, 둘 사이의 감정은 가볍지 않았고, 무엇보다 자신과 민도하는 함께 성장해 온 관계라고 믿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세상은 거대한 첫사랑의 무대였다.그리고 민도하 역시 그 평범한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쪽에 가까웠다.강서이는 열여덟에 민도하 곁에 섰다.그로부터 정확히 7년.2,000일이 넘는 낮과 밤을 함께 보냈고, 서로가 허락할 수 있는 가장 깊은 친밀함까지 나누었다.그런데도, 강서이는 끝내 민도하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 한 번의 찬란한 시선을 넘지 못했다.생각해 보면 우습기까지 했다.7년을 함께한 여자가 결국 한 남자의 마음을 끝내 읽지 못했다는 사실이.도대체 얼마나 사랑했기에, 민도하는 그 사람을 마음 깊숙이 숨겨 둔 채 이렇게 오래 버텨 온 걸까?강서이의 시선이 흐려진 걸 알아챈 민도하가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강서이, 집중해.”침대 위의 민도하는 늘 거침없었고, 그 와중에 실수로 협탁 위에 올려져 있던 검은 벨벳 케이스를 건드렸다.케이스가 떨어지려는 걸 민도하가 급히 받아냈다. 강서이를 다치게 할 뻔했다.민도하는 처음 보는 물건인 듯 잠시 멈칫하다가 물었다.“이거 뭐야?”강서이는 아무 감정도 실리지 않은 얼굴로 케이스를 빼앗듯 가져가 옆으로 던졌다.그리고 민도하의 목을 끌어안고, 목울대에 입술을 가져갔다.“이럴 때도 한눈파는 거야?”“나한테 질린 거 아니고?”민도하는 더 이상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강서이의 체온과 숨결에 방금 전의 궁금증은 완전히 잊혔다.민도하가 강서이를 향해 몰두하는 사이, 강서이는 고개를 살짝 돌려 방 한켠에 방치된 검은 벨벳 케이스를 바라봤다.눈가가 미묘하게 젖어 들었다.‘민도하, 당신은 영원히 모를 거야.’‘이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도.’...한 달 전, 프라임로드투자가 성공적으로 상장했다.민도하의 지인들은 작은 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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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서태우는 한 번 입을 열면 좀처럼 멈추질 않았다. 옆에 있던 사람들까지 장단을 맞추며 분위기를 부추겼고, 실내는 점점 소란스러워졌다.강서이는 민도하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속이 뒤틀리듯 아팠다.위장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었다.하지만 그 고통조차 가슴 안쪽에서 번지는 통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10월 10일.강서이가 알코올 중독으로 쓰러지고, 뱃속의 아이를 잃었던 날.홀로 생사를 넘나들며 응급실로 실려 가던 그날, 민도하는 첫사랑과 다시 연락을 주고받았다.“괜찮으세요? 어디 아프세요?”지나가던 서빙 직원이 바닥에 쪼그려 앉아 얼굴이 창백해진 강서이를 보고 놀라 다가왔다.강서이는 직원에게 구급차를 불러 달라고 부탁했다.구급차에 실려 누워 식은땀을 흘리고 있을 때, 민도하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평소라면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가장 먼저 받았을 전화였다.하지만 그날은 달랐다.너무 아파서 아무것도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아무것도 붙잡고 싶지 않았다.민도하도 마찬가지였다....강서이는 병원에 닷새를 입원해 있었다.진단은 심한 위염이었다.이전의 알코올 중독과 유산 이후 제대로 몸을 추스르지 못한 게 원인이었다.입원해 있는 동안 민도하는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전화도... 메시지도 없었다.처음부터 끝까지 민도하의 세계에서 강서이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였을지도 모른다.다만 예전의 강서이는 그 사실을 애써 외면했을 뿐이다....월요일.강서이는 회사로 복귀했다.비서 김설이 주변을 살피며 다가왔다.“서이 언니, 소문 들었어요?”“무슨 소문?”“언니, 우리 회사에 낙하산으로 한 명 온다던데요. 여자래요.”“낙하산?”강서이는 미간을 찌푸렸다.민도하는 인사에 있어 유난히 까다로운 사람이었다.강서이조차 프라임로드투자에 들어올 때는 말단 인턴부터 시작했다.그동안 회사에 ‘낙하산’이라는 말이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하지만 김설은 확신에 차 있었다.“진짜예요. 민 대표님이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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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강서이는 자료를 전송한 뒤 고개를 돌렸다. 그 사이 노아리는 이미 회의실 자리에 앉아 있었다.문제는 그 자리가 늘 강서이가 앉던 자리라는 점이었다.강서이는 잠시 그대로 멈춰 섰다. 입을 열어 조심스럽게 말해볼까 했지만, 그보다 먼저 민도하의 목소리가 회의실을 가로질렀다.“앞으로 강 비서는 저쪽에 앉아.”짧고 단정한 한마디였다.노아리는 강서이를 향해 미안하다는 듯 웃었다.“회사에 막 와서 모르는 게 많아요. 민 대표님한테 이것저것 물어봐야 해서요. 가까이 앉는 게 더 편할 것 같아서요.”민도하가 이미 말을 꺼낸 이상, 강서이가 달리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강서이는 아무 말 없이 서류를 정리하고 노트북을 안아 들었다. 그리고 회의실 한쪽 구석 자리로 이동했다.그동안 회의실 안은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울 만큼 조용했다.그러나 강서이는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직원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 담긴 감정을... 동정이었다.그 시선들이 등에 꽂히는 듯해,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불편했다.회의가 절반쯤 진행됐을 무렵, 민도하가 한 프로젝트 자료를 보며 손을 멈췄다.“이 프로젝트, 왜 아직 실행 단계로 안 넘어갔지? 담당자가 누구야?”차가운 어조였다.그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알았다. 저 말투는 기분이 상하기 직전의 신호라는 걸.회의실은 다시 얼어붙었다.강서이는 낮게 가라앉은 공기 속에서 자리에서 일어섰다.“제가 담당했습니다.”민도하의 시선이 곧장 강서이에게 꽂혔다. 눈빛이 차갑게 내려앉았다.“설명해.”“죄송합니다. 며칠 전에 몸이 안 좋아서, 진행이 조금 늦어졌습니다...”말이 끝나기도 전에 민도하가 잘라 말했다.“그건 이유가 안 돼.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업무 일정에 차질 생기는 거, 난 허용 안 한다고 분명히 말했어. 회사 규칙이야.”강서이는 잠시 말이 없었다. 더 이상 변명하지 않았다.그저 담담하게 말했다.“진도 바로 맞추겠습니다.”그제야 민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회의가 끝나기 직전, 민도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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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김설은 술 얘기가 나오자마자 표정이 굳었다.“안 돼요! 서이 언니 몸도 안 좋은데 술 마시면 안 돼요!”강서이가 알코올 중독 직전까지 갔던 그때, 김설은 거래처 접대 자리에서 옆을 지키고 있었다.그날의 상황이 그대로 눈앞에 아른거리는 듯, 김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의사는 조금만 더 늦었어도 강서이는 목숨도 구하지 못했을 거라고 했다.서태우는 그 말을 듣자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김설 씨, 우리 강 비서님 너무 과소평가하는 거 아닌가요? 강 비서님 주량 센 건 모르는 사람도 없죠.”“예전에 강 비서님이 민도하 대표님이랑 북쪽 가서 프로젝트 얘기했을 때, 스무 명이 모인 자리에서 잔이 두 바퀴를 돌아도 멀쩡했잖아.”“지금 와서 세 잔도 못 마신다고? 사람 봐가면서 그러는 건가? 아니면 우리 노 본부장님 체면을 안 세워주는 건가?”분위기가 갑자기 삭막해지자 노아리가 먼저 나섰다.“태우야, 강 비서님도 여자잖아. 그렇게 몰아붙이지 마.”서태우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내가 뭘 몰아붙여?”그러고는 민도하에게 시선을 돌렸다.“나 이거 몰아붙이는 거야?”민도하의 무표정한 눈빛이 강서이를 스치고 지나갔다. 입가가 미세하게 비틀렸다.“아니.”그 한마디에 서태우는 더 기세가 올랐다.“봐요, 우리 민 대표님도 아니라잖아. 노 본부장님이 너무 착한 거지. 강 비서님은 상대한테서 이득을 뽑아내는 데 익숙한 노련한 사람이니까. 이렇게 빠져나갈 구멍도 잘 알고.”서태우의 비아냥이 쏟아질수록 강서이는 반격하지 않았고, 오히려 고개를 들고 민도하를 가만히 응시했다.그 시선에 담긴 건 어딘가 기대 같은 것이었고, 어쩌면 마지막 희망이었다.혹시나 ‘그만해’ 라고 말해주지 않을까?혹은 ‘됐다’ 라는 짧은 한마디라도 건네주지 않을까?‘제발, 한 번만이라도...’그러나 민도하의 입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그 눈동자에는 오직 냉기만이 고여 있었다.그 무표정함이 목덜미까지 차갑게 파고드는 순간, 강서이는 모든 걸 깨달았다.마치 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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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진우수 대표는 강서이의 답을 듣고 아쉬움과 함께 감탄까지 동시에 내비쳤다.“민 대표님은 정말 복이 많으시네요. 강 비서님 같은 인재를 두고 있으니, 사업이 잘되는 게 당연합니다.”“진 대표님께 과찬을 듣네요. 저는 오히려 대표님처럼 맨손으로 시작해서 성공하신 분들을 더 존경합니다.”전형적인 술자리 인사였지만, 강서이의 말투와 표현은 언제나 상대의 기분을 부드럽게 풀어놓았다.진우수 대표는 기분이 한층 밝아져 잔을 들었다.“역시 강 비서님과 협상하는 게 제일 좋아요. 말 한마디가 사람 마음을 편하게 만들잖아요. 자, 이 한잔은 강 비서님께.”“대표님 간이 좋지 않으시다고 들었습니다. 이 잔은 제가 마실게요. 저는 마실 테니 대표님은 편하게 하세요.”진우수 대표는 이런 ‘시원한’ 성격을 좋아했다.강서이가 잔을 비우자마자 손사래를 쳤다.“이렇게까지 하실 필요 없어요. 이번 프로젝트는 저는 강 비서님하고만 합니다. 누구를 보내든 저는 다른 사람 안 만나요.”“감사합니다, 진 대표님.”강서이는 진우수의 잔에 직접 술을 채웠다.그런데 진우수 대표는 강서이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지는 걸 보고 조심스럽게 물었다.“강 비서님, 혹시 어디 안 좋으신 겁니까? 안색이 많이 나빠 보이는데요.”“괜찮습니다.”“아니에요. 제가 기사 부를까요? 병원부터 가시는 게 ...”강서이가 괜찮다고 말하려는 찰나, 룸 문이 두드려졌다.직원이 들어와 말했다.“진 대표님, 민 대표님께서 진 대표님이 여기 계신 걸 알고 특별히 이 술을 보내라고 하셨습니다.”직원이 들고 온 와인은 로마네 꽁띠. 사정 모르는 사람이라면 큰 감동을 받았을 법한 선택이었다.하지만 진우수 대표의 눈에 먼저 들어온 건 다른 부분이었다.‘여기 민 대표도 있는데 ... 왜 강 비서님은 혼자 있지?’질문이 입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민도하가 노아리와 함께 룸 안으로 들어왔다.“진 대표님. 와인 마음에 드십니까?”민도하의 시선은 단 한 번도 강서이에게 머물지 않았다.오직 진우수 대표에게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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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다음 날 아침,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김설이 뭔가 비밀스러운 것을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강서이를 찾아왔다.목소리도 최대한 낮췄다.“언니... 오늘 아침에 제가 본 건데요. 노 본부장님, 민 대표님이랑 밤 같이 보낸 것 같아요.”김설은 눈치를 보며 휴대폰 화면을 내밀었다.카메라에 찍힌 사진 속, 차 문을 열어주는 민도하의 옆모습이 담겨 있었다.차에서 내리려는 노아리를 내려다보는 시선.빛이 절반만 들어온 탓에 흐릿했지만, 사진 속 두 사람은 묘하게 친밀한 느낌이 들었다.강서이는 잠시 사진을 바라보다 아무 말 없이 시선을 거두었다.그리고 손 안에 쥐고 있던 약을 한 번에 털어 넣었다.뜨거운 물을 몇 모금 들이켜 약을 삼키는데, 강서이는 뜨거운 감각도 전혀 느끼지 못했다.아무렇지 않게....강서이는 오전 내내 밀린 자료를 정리하고, 담당하던 프로젝트 자료를 한데 모았다.그리고 잠깐 시간을 내 사직서를 작성했다.그 사이 노아리는 네 번이나 민도하 사무실을 들락거렸고, 갈 때마다 30분씩 머물렀다.‘기분이 좋은가 보네.’강서이는 그렇게 생각했다.어젯밤 연락을 씹었는데도 민도하는 아무 말도 없었다.오히려 더 편안하고 부드러워 보였다.노아리가 옆에 있어서일까.점심때, 둘은 나란히 문을 나섰다.강서이 자리 앞을 지날 때, 단 한 번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노아리는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도하야, 점심은 뭐 먹을래?”“근처에 한방 보양탕 잘하는 식당이 있어. 요즘 피곤해 보이니까 그런 거 좀 챙겨 먹자.”노아리는 감동한 눈빛이었다.“도하야... 챙겨줘서 고마워.”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강서이는 사직서 맨 아래에 자신의 이름을 눌렀다.그때 김설에게서 메시지가 왔다.[언니, 점심 뭐 먹어요?]강서이는 잠시 화면을 보다가 답했다.[우리... 한방 보양탕 먹으러 가자.]김설은 바로 답했다.[좋아요!]...점심시간이라 식당은 꽤 붐볐다.문을 들어서자마자 강서이는 민도하와 노아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두 사람의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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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투심위가 끝난 뒤, 회의실 공기가 서서히 가라앉아 갔다.그제야 가슴 깊숙이 눌러놓았던 통증이 천천히 퍼져나가기 시작했다.강서이의 머릿속에는 병원 천장의 희뿌연 조명이 떠올랐고, 코끝에는 아직도 남아 있는 듯한 소독약 냄새가 스며들었다.차가운 수술대와 임신중절수술 후의 서늘함.그 기억은 강서이의 몸에 깊이 새겨져 있었다.아기가 몸에서 떨어져 나갈 때 느꼈던 통증도.‘돌이켜 보면... 아기가 이미 알고 있었던 건 아닐까?’‘그래서 조용히 왔다가... 조용히 떠난 거겠지.’‘마치 나 대신 아픔을 가져가려고 온 것처럼.’가슴 안쪽이 묵직하게 조여 왔다.회의가 끝나자마자 노아리는 김설에게 말했다.“김설 씨, 방금 회의록 정리된 거 있으면 보내주세요.”김설은 속에 쌓인 분노를 참지 못하고 거칠게 대답했다.“아직 정리 안 됐어요.”노아리는 미간을 좁히며 다시 말했다.“그럼 정리되면 바로 보내주세요.”하지만 김설은 손에 들린 서류를 정리하며 퉁명스레 말했다.“지금 바빠서요.”노아리는 잠시 김설을 바라보더니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떠났다.김설은 여전히 씩씩대며 회의실 구석의 자료를 챙기고 있었다.그녀가 회의실 밖으로 나가자 강서이가 다소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설아, 감정을 일에 끌고 들어오면 안 돼. 여기서는 그게 제일 하지 말아야 할 일이야. 프라임로드투자에서 오래 버티고 싶으면... 누구도 함부로 대하면 안 돼.특히 너보다 직급 높은 사람에게는 더더욱.”김설은 억울함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저는 그냥 언니가 너무 억울한 것 같아서요.”강서이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얻고 잃는 게 어디 있어. 그냥 그런 거야.”강서이의 표정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강서이는 알고 있었다.감정은 반드시 보상받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을.자신이 민도하에게 잘해준 건 오직 자기 선택이었다.민도하가 어떻게 반응하든 그 또한 그의 선택이었다.이 둘을 억지로 맞추려 한다면 결국 다치는 건 자기 자신뿐이었다.강서이는 민도하를 사랑했기에 유학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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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민도하는 몰랐다. 강서이의 집이 어질러져 있는 이유는 그 안에 민도하의 물건이 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민도하는 지독한 워커홀릭이었다. 그리고 수석비서인 강서이는 거의 24시간 대기 상태였다.책상에는 민도하가 언제든 요구할 수 있는 각종 자료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벽에는 민도하의 일정표와 회의 스케줄, 준비해야 할 목록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옷장에는 민도하가 각종 행사나 파티에 입어야 할 정장과 셔츠들이 넘칠 정도로 걸려 있었으며, 바닥에는 고객들에게 전달해야 할 선물 박스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원래 좁은 방은 사실상 강서이의 두 번째 사무실이나 다름없었다.그 작은 공간 중, 오직 강서이의 영역은 구석에 있는 1인용 침대 하나뿐이었다.하지만 민도하는 그 침대가 너무 좁고 불편하다며 불평했고, 그 뒤로는 강서이의 집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외출하기 전, 강서이는 이삿짐센터에 전화를 걸었다.“주말에 정리 도와주실 분들 예약할 수 있을까요?”주말에 직원들을 보내준다는 답을 들은 뒤, 강서이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이제는, 이 방 안의 ‘자기 것이 아닌 것들’을 전부 내보내고 정리할 때였다....조규찬이 고른 식당은 최근 핫하게 떠오른 ‘DAAL’이라는 곳이었다.신선하고 담백한 요리로 유명했고, 분위기도 깔끔했다.아마 강서이가 전화에서 ‘위가 안 좋다’고 말한 걸 듣고, 일부러 자극 없는 메뉴가 있는 곳으로 선택한 것 같았다.마음 씀씀이가 자연스러운 사람은 가르칠 필요가 없다.강서이는 오랫동안 자신을 설득해 왔다.민도하가 생활 면에서 신경을 못 쓰는 건 워커홀릭의 특성 때문이라고.그래서 사소한 것들을 바라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다.하지만 오늘에야 깨달았다.민도하는 생활적인 배려를 못 하는 사람이 아니라 ‘노아리에게만’ 잘하는 사람이었다.노아리가 생리 중이라 컨디션이 안 좋다는 사실을 알고, 일부러 한방 보양탕을 먹이려고 식당까지 데리고 가는 세심함.‘그런 배려를 나는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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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서태우는 민도하가 분명 놀랄 거로 생각했는데, 통화기기 너머로 들려온 반응은 예상외로 차분했다.“조규찬, 아직도 포기 안 했어?”‘이 말투... 조규찬이 강서이한테 들이대는 게 한두 번이 아니구나.’[응.]민도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오히려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어차피 못 데려가. 강서이는 절대 조규찬 따라가지 않아.”서태우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서, 비웃음이 새어 나왔다.‘맞지. 강서이가 프라임로드투자를 왜 떠나겠어.’‘다른 건 몰라도, 민도하가 프라임로드투자에 있는 이상... 강서이는 절대로 회사를 나갈 리 없지.’서태우는 이미 모든 걸 꿰뚫고 있다는 듯한 말투로 농담을 이어갔다.[내 생각엔 강서이가 일부러 조규찬을 ‘DAAL’로 불러낸 것 같아. 나한테 들키게 하려고.][그러고 나서 네 귀에도 슬쩍 흘려서, 너한테 강서이가 이직 고민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거지. 그러면 네가 불러 붙잡을 테니까.]서태우의 목소리엔 조롱이 한가득 섞여 있었다.[아마 네가 요즘 아리를 챙기니까 강서이는 자기한테 좀 소홀해진 것 같다고 느낀 거겠지. 그래서 이런 잔재주 부리는 거야. 참 촌스러워. 눈치도 없고.][남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여자들끼리 질투하고 싸움 거는 거라는 걸 강서이는 모르나? 저렇게 티 내면 낼수록 널 더 멀어지게 한다는 것도 모르고.][자기가 뭔데? 아리랑 비교가 돼? 누가 봐도 답은 정해져 있는데?]하지만 민도하는 이런 이야기에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았다. 형식적인 대답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바로 책상 위 서류철을 펼쳤는데, 가장 위에 강서이의 사직서가 놓여 있었다.민도하의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곧바로 그 문서를 옆으로 밀어두고 아무렇지 않은 듯 다른 서류에 다시 사인했다....그 시각, 강서이는 조규찬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기분 좋게 집으로 향했다. 집 근처 꽃집에서 스스로에게 꽃 한 다발을 사 준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집 안에 놓인 수많은 ‘자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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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강서이는 송이호의 격한 목소리를 제대로 달래지도 못한 채, 통화가 끊긴 화면을 멍하니 바라봤다.다시 전화를 걸어보려는 찰나, 이번엔 민도하의 번호가 떴다.강서이는 숨을 가다듬고 통화를 받았다.[A시로 와.]민도하는 짧게 그렇게 말한 뒤, 설명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언제나처럼 명령하듯 일방적이었다.몇 초간 머뭇거리던 강서이는 결국 A시에 가기로 마음먹었다.하지만 이유는 민도하가 아니었다.엑스에이지와 송이호 때문이었다.엑스에이지는 강서이가 발굴한 프로젝트였고, 초기 커뮤니케이션과 실사 정리까지 수없이 오간 것도 모두 강서이였다.처음 송이호가 투자 유치에 소극적이었을 때, 여러 번 찾아가 협력 구조를 조정하고 설득한 것도 강서이였다.‘내가 해온 일을 포기하는 건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지.’강서이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했다.A시로 가는 결정은 어렵지 않았지만, 문제는 하강진과의 진료 약속이었다.결국 강서이는 약속을 취소했고, 하강진에게 한참 잔소리를 들었다.그저 일이 정리되면 반드시 제대로 치료받겠다고 약속하며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깊은 밤, 강서이가 A시에 도착했을 때 바깥은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급격히 내려간 기온 탓인지, 복부 깊은 곳이 쥐어짜듯 아렸다.급하게 나온 탓에 얇은 외투 하나 걸친 채 공항을 빠져나왔고, 강서이는 떨리는 손으로 택시를 잡아타고 호텔로 향했다.도착했을 때는 이미 자정을 넘기고 있었다.늦은 시간이긴 하지만, 강서이는 내일 송이호를 만나기 전에 민도하와 엑스에이지 관련 사안을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의견 통일이 되지 않으면 협상에 차질이 생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젖은 머리도 그대로 두고 강서이는 먼저 민도하에게 전화를 걸었다.연결음이 길게 이어지고 난 뒤에야 통화가 연결됐다.강서이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들려온 건 노아리의 목소리였다.[도하야, 강 비서님 전화 왔어.]민도하의 말소리는 물소리가 섞인 듯 흐릿했다. 구체적인 말은 알아듣기 어려웠다.노아리가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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