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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4화

Penulis: 애니
한지수가 바로 두 다리를 모았다.

“부딪혀서 그렇지! 설무산 절의 계단이 얼마나 가파른지 너도 알잖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설무산의 연휘사는 오래된 절이었다. 아흔아홉 개의 계단은 경사가 거의 45도에 이를 만큼 가팔랐다.

계단도 산에서 구한 돌을 정교하게 다듬지 않고 쌓아 놓은 것이었다.

표면에 모난 데가 많아서 무릎으로 오르며 기도하다 보면 살갗이 쉽게 벗겨졌다.

한지수의 해명은 그럴듯했다.

강서이는 더 의심하지 않고 반대쪽 무릎의 상처를 치료하는 데 집중했다.

한지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동시에 어떤 변태에게 온갖 욕을 퍼붓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입 맞출 데가 없어서 꼭 거기여야 했어? 대체 어디서 배운 거야.’

‘못된 것만 배워서는. 입술이나 다 헐어 버려라!’

몇몇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자 뺨이 괜히 뜨거워졌다.

‘그 인간, 침대에서는 정말 봐주는 법이 없지.’

‘가장 격렬했던 건 욕실에서였어.’

‘물론 할머니가 끓여 준 보양식 때문이었을 수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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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64화

    한지수가 바로 두 다리를 모았다. “부딪혀서 그렇지! 설무산 절의 계단이 얼마나 가파른지 너도 알잖아.”틀린 말은 아니었다.설무산의 연휘사는 오래된 절이었다. 아흔아홉 개의 계단은 경사가 거의 45도에 이를 만큼 가팔랐다.계단도 산에서 구한 돌을 정교하게 다듬지 않고 쌓아 놓은 것이었다. 표면에 모난 데가 많아서 무릎으로 오르며 기도하다 보면 살갗이 쉽게 벗겨졌다.한지수의 해명은 그럴듯했다.강서이는 더 의심하지 않고 반대쪽 무릎의 상처를 치료하는 데 집중했다.한지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동시에 어떤 변태에게 온갖 욕을 퍼붓는 것도 잊지 않았다.‘입 맞출 데가 없어서 꼭 거기여야 했어? 대체 어디서 배운 거야.’‘못된 것만 배워서는. 입술이나 다 헐어 버려라!’몇몇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자 뺨이 괜히 뜨거워졌다.‘그 인간, 침대에서는 정말 봐주는 법이 없지.’‘가장 격렬했던 건 욕실에서였어.’‘물론 할머니가 끓여 준 보양식 때문이었을 수도 있었지만...’어쨌든 한지수의 다리는 아직도 떨렸다.“이따 씻을 때 무릎에 랩 감아. 물 닿지 않게.” 상처를 다 돌본 강서이가 당부하며 고개를 들었다. 한지수의 뺨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강서이가 의아해하면서 물었다. “너 왜 얼굴이 빨개?”한지수는 거침없이 받아쳤다. “너한테 설레서.”다행히 강서이는 한지수의 허무맹랑한 농담에 익숙했다. 별생각 없이 한 번 더 당부했다. “상처에 물 묻히지 말라고.”“그럼 오늘 밤 같이 잘래?”“정중히 거절할게.”한지수가 상처받은 가슴을 부여잡았다. “강서이, 진짜 매정한 여자야.”강서이의 대답은 침실 문을 매정하게 닫아 버리는 것이었다.강서이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한지수는 비로소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다행이다. 얼렁뚱땅 넘어갔어. 눈치 못 챘네.’...다음 날은 주말이었지만 강서이는 일찍 일어났다.강윤희를 모시고 병원에 가는 날이었다. 수술 뒤 반년마다 받는 정기 검진이 예정돼 있었다.한지수도 같이 가겠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63화

    마치 두 사람 사이에 아무런 과거도 없었던 것처럼.그때까지 조용하던 노아리는 민도하의 답장이 올라온 뒤에야 무심하게 메시지를 남겼다. [우리도 못 만난 지 꽤 됐네. 다들 B시에 돌아오면 한번 모이자.]서태우가 가장 먼저 호응했다. [좋아! 난 언제든 시간 되니까!]남유환과 한승도 차마 외면할 수는 없어 그러자고 답했다.이후 노아리는 서태우에게 따로 메시지를 보내서 고온 초전도 사업에 투자할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예전 같으면 따지지도 않고 함께 투자했을 서태우가 이번에는 우물쭈물했다.[아리야, 나도 정말 투자하고 싶지. 그런데 너도 알잖아. 조송메디컬에서 내 말은 힘이 없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노아리의 눈빛이 착 가라앉았다. 그래도 친구로서 걱정해 주는 듯 한마디를 덧붙였다. [잊지 마. 조송메디컬은 서씨 집안 회사야. 강씨 집안 게 아니고.]...인수·합병 건에 진전이 생기자 강서이는 곧바로 윤성미에게 상황을 보고했다.하지만 이번에 전화를 받은 사람은 구기민이었다.구기민은 윤성미가 입원했다고 전했다.그 말을 듣자 강서이의 마음은 무겁게 내려앉았다.[제 아내 상태는 어느 정도 알고 계시죠?]구기민이 물었다.강서이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유방암이라고 들었어요.”[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심장 질환이 심해서 수술을 받을 수가 없어요.]강서이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윤성미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무슨 말이든 하고 싶었다. 위로라도, 힘을 내라는 말이라도...하지만 끝내 목구멍에 걸리면서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SH테크는 제 아내가 마지막까지 마음에 두고 있는 일이에요. 부탁드리겠습니다.]구기민이 간곡하게 말했다.강서이는 목이 멘 채 답했다. “네.”전화를 끊고도 한동안 마음을 추스를 수가 없었다.한지수가 돌아올 때까지도 계속 그랬다.무려 사흘 만의 귀가였다.한지수도 찔리는 게 있는지 살금살금 집 안으로 들어왔다.강서이는 불도 켜지 않은 채 혼자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62화

    손규원은 그 말에 잠깐 난처해졌다. 그제야 아까 강서이가 왜 그토록 담담했는지 이해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도 저마다 다른 생각에 잠겼다.그렇다고 노아리를 치켜세우는 태도가 달라지지는 않았다.전에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고, 맡은 사업마다 연달아 문제가 생겼다고 해도 전혀 상관이 없었다.민도하가 뒤에서 수습해 줄 의향만 있다면 다들 적당히 눈감아 줄 수 있기에.앞서 두 번이나 발을 뺐던 유진욱 대표까지도 이번에는 참석했다.손규원이 민도하를 두고 노아리에게 하는 게 흠잡을 데 없다고 감탄한 것도 그래서였다.정말 더 할 말이 없었다.그만한 믿음과 지원은 여기 모인 대표들조차 쉽게 보여 줄 수 있는 게 아니었다.노아리는 진욱이 약속을 어긴 일을 따지지 않았다. 오히려 너그럽게 모임에 초대했다.모두에게 똑똑히 보여 주고 싶었다. 민도하가 있는 한, 노아리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노아리가 먼저 잔을 들었다. 주인다운 태도로 손님들을 환영했다.B시 재계 인맥이 거의 한자리에 모였으니 소식은 금세 퍼졌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강서이도 어느 대표의 SNS에서 그 식사 모임 사진을 보았다.모임 이름까지 붙여 놓았다.‘도아 커플 모임’이었다.노아리의 ‘아’.민도하의 ‘도’.제법 그럴듯했다. 커플 이름까지 만들었으니, 누가 봐도 잘 어울린다고 한마디쯤 거들 만했다.SNS를 닫으려던 강서이는 민도하가 그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는 걸 발견했다.커플 이름이 꽤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나중에 볼일이 생겨 다시 친구로 추가했을 때 삭제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덕분에 이렇게 따끈따끈한 소식도 접할 수 있었다.강서이는 소리 없이 웃었다. 제법 기분이 좋아 보였다.그 모습을 본 배준석이 궁금한 듯 물었다. “무슨 좋은 일이 있으세요?”“별일 아니에요.”전 남자친구와 그 남자의 현 여친이 벌이는 커플 놀이를 구경하고 있다는 사실을 차마 입 밖에 낼 수는 없었다.배준석은 더 캐묻지 않았다. 대신 지난주 현장 점검을 나갔다가 겪은 재미있는 일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61화

    성이남은 있는 용기를 다 끌어내서 그 말을 꺼냈다.성이남에게 노아리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사람이었다. 남의 연애에 끼어들어 관계를 망칠 여자일 리 없었다.그래서 강서이가 진실을 밝힌 뒤에도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한참이 걸렸다.그런데도 마음은 여전히 노아리 쪽으로 더 기울어 있었다.한참 뒤에야 노아리에게서 답장이 왔다.[아니야. 강서이랑 도하 사이에 애매한 관계가 있었던 건 맞아.][그런데 그건 강서이가 지저분한 수를 써서 도하와 잠자리를 가졌기 때문이야. 아는 사람도 별로 없어. 도하랑 가까운 사람들만 아는 얘기지.][너도 알잖아. 도하는 민성그룹 후계자야. 강서이가 평생 만나 볼 수 있는 사람 중에 가장 대단한 상대였겠지. 그러니까 7년이나 매달린 거고...][도하는 그동안 한 번도 강서이를 연인이라고 밝힌 적 없어. 강서이 혼자 일방적으로 붙잡고 늘어진 거야.]‘그런 거였구나.’성이남은 메시지를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면서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아리 선배를 오해했네.’...강서이는 다음 날 배준석과 만나 SH테크 인수·합병 심사에 관해 이야기하기로 했다. 자리에서 강서이는 원하는 바를 분명하게 전했다.절차를 줄여서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인수·합병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것이었다.배준석은 진행 상황을 챙기며 독촉해 보겠다고 했다.이야기를 마치니 어느덧 식사 시간이었다.강서이는 자연스럽게 배준석에게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했다.배준석은 흔쾌히 응했다. 다른 직원에게 식사하러 간다고 얘기한 뒤 곧바로 강서이와 함께 밖으로 나섰다.나오는 길에 식사 약속에 가려던 선도기술 대표 손규원과 마주쳤다.손규원도 볼일이 있어 마침 시청에 들렀던 참이었다. 강서이를 보자 반갑게 웃으며 인사했다. “강 대표, 오랜만입니다. 일 보러 오셨어요?”“네.”마침 만난 김에 강서이는 손규원에게도 식사를 권했다. “배 과장님과 식사하러 가려는데, 손 대표님도 같이 가실래요?”손규원이 연신 손을 저었다. “아닙니다. 점심에 선약이 있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60화

    노아리는 샤워를 마치고 나온 뒤에야 성이남의 답장을 봤다.답장이 오기까지 꽤 오래 걸렸다.꼬박 8시간이었다.예전의 어느 때보다도 답이 늦었다.그래도 노아리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그저 성이남이 바빴겠거니 여겼다.성이남이 자신에게 얼마나 마음이 깊은지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노아리는 바로 답장하지 않았다.천천히 머리를 말린 뒤에야 메시지를 보냈다.연애 경험이 거의 없지만 집안도 좋고 자존심까지 강한 남자를 대하는 방법을 노아리는 잘 안다고 믿었다.너무 적극적이어도 안 되고, 너무 차갑게 굴어도 안 됐다.적당한 거리에서 밀고 당겨야 했다.[요즘 많이 바빠?]처음부터 본론으로 들어가지 않고 먼저 안부를 물었다.이번에는 성이남이 바로 답했다.[그럭저럭. 왜?]노아리가 메시지를 보냈다.[밥 한번 사려고. 전에도 계속 사겠다고 했는데 시간이 안 맞았잖아.]성이남이 답했다.[다음에 선배가 B시에 오면 같이 먹자.]노아리는 흔쾌히 좋다고 했다.그 뒤 오늘 시청에서 배준석을 만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내며 본론으로 들어갔다.[너 배준석 과장이랑 꽤 친하지? 어릴 때부터 알았던 것 같은데.][응. 예전에 이웃이었어.]노아리는 제대로 물어볼 사람을 찾았다고 생각했다.[배준석 과장의 집안도 꽤 괜찮지? 아직 서른 초반인데 벌써 시청 과장 자리까지 올라갔잖아. 집안 도움 없이 그렇게 빨리 승진하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성이남은 잠시 생각한 뒤 답했다.[집안 도움은 안 받았어. 지금 자리까지 전부 자기 힘으로 올라간 거야.]배준석의 집안 배경은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성이남은 공개해도 되는 부분만 골라서 대답했다.노아리는 머리가 빠른 편이었다.그 말만 들어도 자신의 짐작이 거의 맞았다고 받아들였다.조금 아쉬운 마음이 생겼다.‘그때 맞선에서 그렇게 단칼에 끊지 말걸.’관계를 어색하게 만들어 버린 탓에 지금 배준석은 노아리에게 꽤 냉담했다.남자들은 이런 부분을 은근히 오래 기억하는 법이라 관계를 다시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59화

    점심 무렵 회의가 끝나자, 노아리는 참석자 전원을 식사에 초대했다.배준석에게도 같이 가자고 했다.하지만 배준석은 아직 일이 남았다며 정중히 거절했다.노아리가 웃으며 다시 권했다.“과장님도 아무리 바쁘셔도 식사는 하셔야죠. 오전 내내 저희 일로 고생하셨는데 제가 식사 한 끼 대접하는 정도는 받아 주세요.”배준석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과한 말씀입니다. 제 업무를 한 것뿐이라 누구를 위해 따로 수고한 건 아닙니다.”말을 마친 뒤 곧바로 자리를 떴다.노아리는 멀어지는 배준석의 뒷모습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봤다.식사 중 노아리는 노장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주정만과 배준석이 어떤 관계인지 물었다.노장훈도 의아해했다.“둘이 특별히 아는 사이라는 말은 못 들었는데?”그 대답 때문에 노아리의 의문은 더 커졌다.예전에 배준석과 맞선을 볼 때 이예수도 배준석의 집안 배경을 알아본 적이 있었다.그때도 별다른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하지만 두 사람을 소개한 사람부터가 평범하지 않았다.노장훈이 예전에 근무했던 도시 시장의 배우자였다.노아리는 당시에도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다른 도시 시장의 배우자가 어떻게 B시의 과장급 공무원과 친분이 있을까?’진실이 너무 궁금해진 노아리는 성이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너 B시에 있어?]평소 성이남은 노아리의 메시지를 보면 거의 바로 대답했다.이번에는 꽤 오랫동안 답이 없었다.노아리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바쁜가 보다 생각하고 기다렸다.사실 메시지가 도착하자마자 성이남은 이미 읽었다.다만 한참 동안 화면만 바라봤다.예전처럼 들뜨거나 반가운 마음이 들지 않았다.강성대에서 노아리가 강서이와 민도하의 관계에 먼저 끼어들었다는 정황을 알게 된 뒤부터였다.노아리를 향한 감정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해졌다.그때 업무를 처리하던 성준환이 문득 생각난 듯 물었다.“내가 아는 사람한테 들었는데, SH테크 인수 건이 거의 마지막 단계라며. 성세그룹은 이제 완전히 기회가 없는 거야?”성이남은 입술을 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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