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치료는 여기까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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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8
Por:  6jayActualizado ah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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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명을 쓴 물리치료사 서은우에게 태성그룹 후계자 강태주가 10억 원의 전속 치료 계약을 제안한다. 사고 후 휠체어에 갇힌 그는 접촉을 거부한다. 서로를 경계하던 두 사람은 치료를 거듭하며 가까워지고, 3년 전 사고와 은우의 누명 뒤에 숨은 진실을 추적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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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ítulo 1

제1화. 10억원

“서명하면 병원 안에서 끝낼 수 있습니다.”

정민석 원장이 책상 너머로 종이를 밀었다. 서은우는 펜 대신 서류의 마지막 장을 집어 들었다. 손해배상 청구 금액, 5억 원. 그 아래에는 병원 소유의 도수 치료 매뉴얼을 외부로 유출했다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제가 보냈다는 자료부터 보여 주세요.”

“외부에 나간 문서에 선생님 이름이 있습니다.”

“제 이름이 있는 것과 제가 보낸 건 다른데요.”

정 원장은 펼쳐 둔 파일을 닫았다. 은우는 그 안에 끼어 있던 서명 페이지를 봤다. 페이지 아래의 날짜는 낯설지 않았다. 그 뒤로도 정 원장은 수정 요청을 보내며 서명을 독촉했다.

“사본을 주세요. 확인하고 답하겠습니다.”

“이 방을 나가면 법무 문제입니다. 국가대표 전담 경력까지 걸고 다퉈 보고 싶습니까?”

은우는 가방 끈을 고쳐 쥐었다. 손바닥이 축축했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복귀를 함께 준비하느라 몇 번이나 밤을 새웠던 병원이었다. 그 이름으로 지금 자신을 협박하고 있었다.

“확인하지 않은 일에 책임지겠다고 쓸 수는 없습니다.”

정 원장의 손가락이 책상을 두드리다 멎었다.

“유성제약 한유라 이사님도 보고 계신 건입니다. 좋게 정리하자는 뜻을 못 알아듣겠어요?”

한유라. 태성그룹의 예비 며느리라는 말을 부인하지 않고 다니던 유성제약 이사였다. 정 원장은 외부에 넘길 자료를 만들 때도 그 이름부터 꺼냈다. 은우가 자신의 이름을 쓰지 말라고 했던 바로 그 자료였다.

“한 이사님이 보셨다면 제가 거절한 답신도 같이 보셨겠네요.”

은우는 휴대폰 화면을 켜지 않았다. 개인 메일함에는 수정 요청과 자신의 답신이 남아 있었다. 그것만으로 누명을 벗을 수 있을지는 몰랐다. 병원 계정은 아침부터 접속되지 않았고, 원본을 확인하겠다는 요구에는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정 원장이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병원하고 싸우면서 다음 일자리는 어떻게 구할 겁니까.”

은우는 서류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5억 원을 낼 방법도, 당장 갈 병원도 없었다. 그래도 저 빈칸에 이름을 쓰고 나면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을 평생 설명해야 했다.

“사본부터 주세요.”

그때, 원장실 문이 노크도 없이 거칠게 열렸다.

“원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막으려고 했는데……!”

비서의 뒤로 짙은 회색 수트를 입은 중년 남성이 들어왔다. 은빛 머리칼을 빗어 넘긴 그의 가슴에 태성그룹의 백금 배지가 달려 있었다. 정 원장은 배지를 알아보고 의자에서 몸을 반쯤 일으켰다.

“정민석 원장님. 서은우 선생님께 면담을 요청하러 왔습니다.”

정 원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책상 위 서류를 뒤집었다. 박성민은 그 움직임을 보고도 말을 보태지 않았다. 은우에게 먼저 명함을 건넸다.

“태성그룹 비서실장 박성민입니다.”

“서은우입니다.”

박 실장은 안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은우 앞에 내려놓았다. 봉투 겉면에는 받는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안에는 접지 않은 계약서가 들어 있었다.

“국가대표 유도팀과 사격팀의 재활을 맡으셨지요. 선수들의 평가와 치료 경과를 확인했습니다.”

“어떤 일로 찾아오셨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강태주 전무님의 전담 재활 치료사 자리를 제안드립니다. 입주 근무이며, 진료를 맡는 의료진은 따로 있습니다.”

원장실 공기가 얼어붙었다. 강태주. 재계 1위 태성그룹의 유일무이한 적통 후계자. 동시에 3년 전 의문의 사고로 하반신 신경 마비와 극심한 환상통, 불면증을 앓으며 외부와의 접촉을 완벽히 차단한 ‘성북동의 괴물 야수’.

그를 거쳐 간 국내외 명의와 치료사 수십 명이 폭언과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사흘도 넘기지 못한 채 도망쳤다는 흉흉한 소문이 파다했다. 소문 중에는 더 지저분한 것도 있었다. 밤마다 통증으로 시트를 찢고, 다가온 여자의 손목을 분지르고, 약에 절어 욕설을 쏟아 낸다는 이야기. 정 원장이 사시나무처럼 떨며 끼어들었다.

“실장님, 서 선생은 병원과 정리할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태성에서 그 책임까지 맡으시겠다는 겁니까?”

“선생님께 직접 설명드리겠습니다.”

박 실장은 은우가 앉은 쪽으로 계약서를 돌려 놓았다. 정 원장이 끼어들려 하자 은우가 먼저 계약서의 업무 범위를 펼쳤다.

“계약금은 10억 원입니다. 배상 요구에는 선생님을 대리할 변호사가 자료를 확인한 뒤 대응합니다. 비용은 저희가 부담하되 합의 여부는 선생님께서 정하십니다. 급여와 근무 조건은 여기 적혀 있습니다. 숙소는 안채 옆 별도 공간이고, 야간 통증이 생기면 침실로 와 주셔야 합니다.”

“제가 병원에 잘못을 인정하는 조건은 아니죠?”

“잘못을 인정하라는 계약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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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10억원
“서명하면 병원 안에서 끝낼 수 있습니다.”정민석 원장이 책상 너머로 종이를 밀었다. 서은우는 펜 대신 서류의 마지막 장을 집어 들었다. 손해배상 청구 금액, 5억 원. 그 아래에는 병원 소유의 도수 치료 매뉴얼을 외부로 유출했다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제가 보냈다는 자료부터 보여 주세요.”“외부에 나간 문서에 선생님 이름이 있습니다.”“제 이름이 있는 것과 제가 보낸 건 다른데요.”정 원장은 펼쳐 둔 파일을 닫았다. 은우는 그 안에 끼어 있던 서명 페이지를 봤다. 페이지 아래의 날짜는 낯설지 않았다. 그 뒤로도 정 원장은 수정 요청을 보내며 서명을 독촉했다.“사본을 주세요. 확인하고 답하겠습니다.”“이 방을 나가면 법무 문제입니다. 국가대표 전담 경력까지 걸고 다퉈 보고 싶습니까?”은우는 가방 끈을 고쳐 쥐었다. 손바닥이 축축했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복귀를 함께 준비하느라 몇 번이나 밤을 새웠던 병원이었다. 그 이름으로 지금 자신을 협박하고 있었다.“확인하지 않은 일에 책임지겠다고 쓸 수는 없습니다.”정 원장의 손가락이 책상을 두드리다 멎었다.“유성제약 한유라 이사님도 보고 계신 건입니다. 좋게 정리하자는 뜻을 못 알아듣겠어요?”한유라. 태성그룹의 예비 며느리라는 말을 부인하지 않고 다니던 유성제약 이사였다. 정 원장은 외부에 넘길 자료를 만들 때도 그 이름부터 꺼냈다. 은우가 자신의 이름을 쓰지 말라고 했던 바로 그 자료였다.“한 이사님이 보셨다면 제가 거절한 답신도 같이 보셨겠네요.”은우는 휴대폰 화면을 켜지 않았다. 개인 메일함에는 수정 요청과 자신의 답신이 남아 있었다. 그것만으로 누명을 벗을 수 있을지는 몰랐다. 병원 계정은 아침부터 접속되지 않았고, 원본을 확인하겠다는 요구에는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정 원장이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병원하고 싸우면서 다음 일자리는 어떻게 구할 겁니까.”은우는 서류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5억 원을 낼 방법도, 당장 갈 병원도 없었다. 그래도 저 빈칸에 이름을 쓰고 나면 자신이 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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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계약
은우는 그 답을 듣고도 계약서에서 해당 조항을 찾아 읽었다. 법률 지원과 치료 성과가 별개의 항목으로 적혀 있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다음 장으로 넘겼다.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아니, 벼랑 끝에 몰린 은우에게 내려온 동아줄이었다. 하지만 은우의 시선은 돈보다 다른 곳에 머물렀다. 서류에 적힌 환자의 상태 차트.[L4-L5 신경근 유착 의증, 흉추 기립근 만성 과긴장, 지독한 환상통 및 3년간 수면제 내성. 접촉 시 교감신경 항진, 발기 기능은 보존되나 감각 과민으로 자가 위생 외 성적 접촉 전면 거부.]차트의 마지막 줄에서 은우의 시선이 멈췄다. 접촉 거부로 평가를 마치지 못했다는 기록이었다. 기록된 통증과 아직 확인하지 못한 상태가 한데 섞여 있었다. 환자가 무엇을 거부했는지 직접 들어 보고 싶었다.“단,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박 실장의 목소리에 무게가 실렸다.“도련님은 접촉 자체를 거부하십니다. 치료를 시작하는 것부터 쉽지 않을 겁니다. 선생님께서 일주일 안에 도련님의 통증을 단 10퍼센트라도 완화시키지 못하거나 스스로 포기하신다면, 계약은 즉시 파기됩니다. 야간 케어 중 신체 접촉의 범위는 선생님 재량입니다. 다만 도련님이 거부하면 즉시 손을 떼셔야 합니다. 그래도 맡으시겠습니까?”일주일. 살얼음판 같은 시간이었다. 은우는 품에 자신의 도수 치료용 테이핑 가위와 메모 수첩을 집어넣었다. 가위의 차가운 금속이 쇄골 아래 살갗을 스쳤다. 그 잠깐의 냉기조차, 곧 닿게 될 남자의 열과 대비되어 이상하게 또렷했다.그녀의 입술에 담담하지만 결연한 미소가 걸렸다.“소문이 어떤지는 상관없습니다. 저는 환자 상태를 직접 보겠습니다. 통증이 어디서 오는지, 제가 도울 수 있는지부터요. 몸이 거부하면 멈추고, 받아들이면 끝까지 풉니다.”“한 가지 더 확인하겠습니다. 제가 치료를 중단해야 한다고 판단해도, 계속하라고 하시면 안 됩니다.”박 실장이 펜을 멈췄다.“그 말씀은 도련님께 직접 하셔야 할 겁니다.”“그럴 생각입니다. 계약서에도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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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허락
단추를 서너 개 풀어헤친 검은 실크 셔츠 사이로 탄탄한 쇄골과 성난 흉근의 윤곽이 위험하게 드러나 있었다. 실크가 땀에 붙어 유두의 그림자를 옅게 새기고 있었다. 은우는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남자로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 손끝까지 흔들릴 것 같았다.강태주였다.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날카로운 콧날과 턱선 위로 짙은 눈동자가 은우를 향했다. 그 눈빛을 마주한 순간, 은우는 등골을 타고 흘러내리는 오싹한 전율을 느꼈다. 상처를 입고 굶주린 맹수가 영역을 침범당했을 때 뿜어내는 날것의 살기였다. 그리고 그 살기 아래, 너무 오래 굶은 몸의 열.“박 실장.”낮게 긁히는 중저음의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성대가 갈라진 소리였다. 밤마다 신음으로 목을 버린 사람 특유의.“내가 분명히 경고했을 텐데. 내 눈앞에 또다시 돌팔이 사기꾼을 들이밀면, 그땐 네 목을 치겠다고.”“도련님, 이번 선생님은 다릅니다. 국가대표 전담…….”챙그랑-!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태주의 긴 손가락이 쥐고 있던 크리스탈 글라스가 허공을 갈랐다. 유리잔은 은우의 뺨을 한 뼘도 되지 않는 거리로 스쳐 지나가 벽면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 파편이 튀고 독한 위스키가 은우의 구두 앞코를 적셨다. 몇 방울은 종아리까지 튀어 스타킹 올을 적셨다. 차가웠다. 그런데 그 냉기 위로 남자의 시선이 붙었다. 젖은 자리를, 너무 오래.박 실장이 경악하며 외쳤다.“도련님!”은우는 멈춰 섰다. 구두 앞에서 작은 파편이 미끄러졌다. 들고 있던 가방을 놓자 손잡이에 눌린 손바닥이 아팠다.“박 실장님, 바닥부터 치워 주세요.”그녀는 태주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한 걸음 옆으로 비켰다. 환자에게 다가가는 길과 문으로 돌아갈 길을 함께 확인했다. 잔을 던진 직후부터 그의 오른쪽 어깨가 내려오지 않고 있었다. ‘오른쪽 팔을 움직인 뒤부터 숨을 짧게 끊어 쉬고 있어.’차트에는 잔을 던질 때의 자세까지 나와 있지 않았다. 은우는 팔을 든 채 굳은 어깨를 보며, 먼저 어디가 아픈지 물을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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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문진
복도에서 유리를 치우는 소리가 들렸다. 은우는 손을 뻗지 않고 기다렸다.“확인하려면 다시 닿아야 합니다. 싫으시면 오늘은 문진만 하겠습니다.”태주의 손가락이 팔걸이를 쥐었다 놓았다. 은우는 그가 먼저 손을 돌려 내밀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얼마나 걸리지?”“먼저 반응을 보겠습니다. 불편하면 멈출게요.”그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은우는 손을 받치고 엄지를 손등에 얹었다.압박이 들어가는 순간 태주의 허벅지가 꿈틀했다. 슬랙스 앞섬이 불룩하게 당겨지는 것이 휠체어 팔걸이 그림자에 걸렸다. 통증으로 조여 있던 골반저가, 혈을 누르는 손가락 하나에 엉뚱한 방향으로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선다는 것 자체가 수치였다. 3년 만에 타인의 손에서 몸이 먼저 항복하는 감각은 더 지독한 수치였다.태주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거칠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은우의 엄지가 합곡을 파고들 때마다 그의 복부가 미세하게 뛰었다. 숨이 길어졌다. 길어진 숨 끝에서, 낮고 참지 못한 신음이 이 사이로 새어 나왔다.“하…….”은우는 그 소리를 치료 반응으로 기록했다. 기록하면서도, 손바닥 아래에 뛰는 맥박이 자신의 손목까지 타고 오르는 것을 부정하지는 못했다.“……하아.”태주의 입술 틈새로 3년 동안 짓눌려 있던 거친 날숨이 터져 나왔다. 은우의 단단하고 따뜻한 엄지손가락이 합곡혈을 깊숙이 파고든 순간, 목덜미부터 쇄골까지 굳어 있던 근막의 경련이 마법처럼 잦아들었다. 날카롭게 굳어 있던 흉곽이 천천히 내려앉으며, 태주의 넓은 가슴이 오랜만에 온전한 호흡으로 부풀어 올랐다. 들이쉴 때마다 실크 셔츠 앞섬이 열리고, 땀에 젖은 흉골이 드러났다.지옥 같은 통증 속에 갇혀 살던 태주에게는 거대한 충격이었다. 태주의 흑요석 같은 눈동자가 사납게 일렁였다. 타인의 손길이 닿는 것만으로도 살인 충동을 느끼던 결벽증이, 이 여자의 손가락 하나에 허무하게 뚫려버린 탓이었다. 뚫린 자리로 열기가 역류했다. 슬랙스 안쪽, 반쯤 선 성기가 천에 걸려 욱신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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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손끝
태주의 입술 사이로 날 선 경고가 쏟아져 나왔다. 188cm의 압도적인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은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은우는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태주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치료받으시는 동안은 제 지시에 따라주셔야 합니다. 아프면 말씀하시고, 멈추라면 멈추세요. 통증 없이 주무시고 싶으시다면요. 다른 반응이 와도, 숨기지만 않으면 제가 조절합니다.”지시에 따르라는 말에 태주의 짙은 눈썹이 사납게 꿈틀거렸다. 다른 반응이라는 말이 정확히 어디를 찌르는지 그도 알았다. 자신에게 조건을 내걸고도 눈 하나 피하지 않는 여자가 낯설었다. 태주는 이를 악물고 팔에 힘을 주어 몸을 옮겼다. 침대에 엎드린 뒤에도 턱의 힘은 풀리지 않았다.쿵.매트리스가 묵직하게 흔들렸다. 태주의 검은 실크 셔츠가 등 뒤로 팽팽하게 당겨졌다. 엎드리는 동작에 슬랙스 앞이 매트리스에 눌렸다. 그는 낮게 욕설을 삼켰다. 이미 선 것이 천에 긁혔다.“……해봐. 단 1밀리미터라도 허튼짓을 했다간 끝장이다.”은우는 대답 대신 소매를 단정하게 걷어 올렸다. 뽀얀 팔뚝과 유려한 손목이 드러났다. 그녀는 양손을 맞비벼 마찰열로 손바닥을 뜨겁게 달구었다.스륵.은우의 손가락이 태주의 검은 실크 셔츠 단추를 조심스럽게 풀어나갔다.“뭐 하는 짓이지?”“흉터 주변 피부와 근육을 확인하려고요. 어느 부분에 손을 댈지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셔츠가 양옆으로 벌어지자, 어둠 속에서도 조각 같은 태주의 광활한 등판이 드러났다. 완벽하게 갈라진 견갑골과 광배근 위로 사고의 흉터와 붉게 달아오른 유착 부위가 뒤엉켜 있었다. 허리선 아래로 슬랙스가 낮게 걸려, 둔근의 시작이 팬티 라인 없이 드러날 듯 말 듯했다. 은우의 따뜻한 손바닥이 태주의 오른쪽 견갑골 하단에 닿았다.살과 살이 맞닿는 순간, 태주의 온몸이 감전된 듯 빳빳하게 굳어졌다. 타인의 살결에 치밀던 구역질 대신, 손바닥의 짙은 열기가 얼어붙은 피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스며든 열은 등을 타고 내려가 골반에서 고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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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이완
낮게 으르렁거리는 태주의 시선이 은우를 집어삼킬 듯 옭아매고 있었다. 그는 뒤집히듯 상체를 틀어 그녀를 매트리스에 눌렀다. 뒤집히는 동작에 슬랙스 앞이 은우의 아랫배에 정면으로 닿았다. 단단하고, 뜨겁고, 이미 천을 적신 것이 옷감 너머로 전해졌다. 은우의 숨이 끊겼다.“도련님. 그건…… 치료 반응이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갑자기 몸을 틀면 다시 아플 수 있어요.”“치료 반응이 이렇게 지저분하게 서나.”태주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는 허리를 한 번, 아주 얕게 밀었다. 젖은 앞섬이 은우의 유니폼 위로 문질러졌다. 귀두의 윤곽이 천과 천 사이에서 뚜렷했다. 은우의 속옷이 한 번에 젖었다. 그녀는 그의 어깨를 짚었다. 밀 수도, 완전히 놓을 수도 없는 손이었다.“멈추라면 멈추신다고 했습니다.”“……아직 멈추라는 말은 안 했군.”태주가 은우의 귓가에 이를 세웠다. 깨물지는 않았다. 숨만 쏟았다. 뜨거운 숨이 귓바퀴를 적시고, 은우의 안쪽이 스스로 조여 드는 것을, 그녀는 차트 어디에도 적을 수 없었다. 그의 성기가 옷 위로 한 번 더 흔들렸다. 전립액이 슬랙스를 더 짙게 적셨다. 은우는 그의 옆구리를 지압하듯 눌렀다. 그 순간에는 자신의 손길을 전문적인 대응이라고 설명할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누르는 각도가, 하필 그의 골반을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하아…… 은우.”이름이 처음 떨어졌다. 선생도, 치료사도 아닌. 태주의 이마가 그녀의 어깨에 닿았다. 사정 직전의 경련이 아랫배에 왔다가, 그는 이를 악물고 참았다. 이를 악물고 버티는 그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은우가 손등으로 닦아 주었지만, 그 손끝도 떨리고 있었다.“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손목이 아픕니다. 놓아 주세요.”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의 허리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했다. 태주의 숨이 그녀의 쇄골을 적시고 있었다.침대 매트리스 위로 쏟아진 두 사람의 거친 숨결이 어둠 속에서 뜨겁게 뒤엉켰다. 태주는 은우의 손목을 놓지 않았다. 손아귀에 실린 힘 때문에 그녀의 손끝이 저렸다.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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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숙면
은우의 나직하고 단호한 속삭임이 태주의 귓가에 닿았다. 그 순간, 성북동의 포악한 야수 강태주의 단단한 이마가 은우의 어깨 위로 힘없이 툭 떨어져 내렸다. 새근, 새근.3년 동안 하루 한 시간도 온전히 눈을 붙이지 못하던 남자가, 은우의 품에 얼굴을 묻은 채 거짓말처럼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잠든 뒤에도 팔은 풀리지 않았다. 그의 허벅지가 은우의 다리 사이에 무겁게 걸쳐지고, 식지 않은 성기가 그녀의 치골에 눌린 채 간헐적으로 뛰었다. 은우는 움직이지 못했다. 움직이면 깨었다. 깨우면 이 첫 잠이 부서졌다.그녀의 속옷은 이미 젖어 허벅지 안쪽에 붙어 있었다. 그의 전립액인지 자신의 애액인지, 경계가 흐렸다. 은우는 조심스럽게 태주를 베개 위로 돌리려다 실패했다. 잠든 남자의 팔이 허리를 감은 채 힘을 주지 않고도 무거웠다. 그녀는 그의 셔츠를 여미고, 젖은 슬랙스 위를 타월로 덮었다. 타월을 덮던 손등에 귀두의 열이 전해졌다. 잠든 몸인데도 그 접촉에 성기가 한 번 더 부풀었다. 은우는 손을 거두고, 이불을 목선까지 끌어올렸다.‘환자의 침대에서…….’그녀는 그 생각을 끝까지 잇지 못한 채, 그의 숨이 완전히 길어질 때까지 어깨를 내어 주고 있었다. 한참 뒤에야 팔을 빼 침실 문을 조용히 닫고 나왔다. 복도에서 자신의 허벅지를 내려다보았다. 유니폼 안쪽이 어두웠다. 젖어서.***다음 날 오전 10시, 성북동 대저택 2층 복도. 집사가 쟁반을 든 채 침실 문 앞에서 멈춰 있었다. 박성민은 밤사이 기록을 확인하며 조식은 잠시 미뤄 달라고 했다.“중간에 깨신 적은 없습니까?”“확인하러 들어갔을 때 잠깐 눈을 뜨셨습니다. 물만 드시고 다시 주무셨고요.”수면 시간 옆에는 야간 담당자가 확인한 시각들이 적혀 있었다. 박 실장은 같은 줄을 두 번 읽었다. 잠을 못 자는 밤에 익숙해진 탓에, 길게 잠든 날 무엇을 해야 하는지부터 낯설었다.은우가 계단을 올라왔다. 걸을 때마다 어젯밤의 흔적이 허벅지 사이에서 미세하게 당겼다. 그녀는 표정을 지우며 옷매무새를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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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협박
태주의 서늘한 일갈에 사람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방 안에는 오직 태주와 은우만이 남았다. 태주가 침대 끝에 걸터앉으며 은우를 지그시 응시했다. 이불이 무릎 위로 쏟아지며, 슬랙스 앞의 윤곽이 다시 드러났다. 그는 가리지 않았다. 가려 봤자 이미 그녀가 알고 있었다.“서은우.”“네, 도련님.”“오늘부터 치료 일정은 네가 정해. 사람 바꿀 생각 없어.”“일정은 상태를 확인하고 정하겠습니다. 제가 요청하면 담당 의사와도 만나 주셔야 하고요.”“아침부터 조건이 많군.”“어제 한 번 주무신 걸로 다 나은 건 아니니까요.”태주는 반박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은우는 그 틈에 의자가 필요한지 물었다. 그는 됐다고 답한 뒤, 잠깐 더 침대에 앉아 있겠다고 덧붙였다.태주의 입꼬리가 위험하게 올라갔다. 그 순간, 은우의 휴대폰이 거칠게 울렸다. 화면에는 전 병원장 정민석의 이름이 떠 있었다. 그 위로 한유라가 남긴 부재중 전화 알림도 보였다.태주가 서늘한 눈빛으로 손을 내밀었다.“이리 내. 내 치료사를 건드린 버러지들에게, 성북동의 대답이 무엇인지 똑똑히 알려줄 테니.”태주의 묵직한 손이 은우의 손끝을 스치며 전화기를 낚아챘다. 스치는 손등이 그녀의 손목 안쪽을 오래 눌렀다. 어젯밤 자신이 베고 잔 자리의 온기를, 아직 기억하는 손이었다.침실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영하로 얼어붙었다. 은우의 손끝을 가볍게 스치며 휴대폰을 가로챈 태주의 손가락은 서늘하면서도 묵직한 힘이 서려 있었다. 액정 화면에 뜬 [정민석 원장]의 이름. 그 위에는 [한유라 이사]의 부재중 전화 알림이 남아 있었다.은우를 5억 원 배임이라는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비열하게 조롱하던 자들이었다. 태주는 흑요석 같은 눈동자를 가늘게 좁히며 화면을 밀어 통화를 연결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스피커폰 버튼을 눌렀다. 이불 아래의 발기는 가라앉지 않은 채, 통화의 냉기와 묘하게 공존했다.치익, 하는 기계음과 함께 수화기 너머에서 찌를 듯한 비웃음이 여과 없이 쏟아져 나왔다.“서은우 선생.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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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누명
태주의 시선이 허공을 차갑게 꿰뚫었다. 살얼음판 같은 냉기가 음성에 실렸다. 은우의 어깨를 쥔 손만은 뜨거웠다. 엄지가 유니폼 칼라 안쪽으로 들어가 맨살을 눌렀다.“유성제약 거래 자료는 우리 법무팀이 확인 중이다. 네가 이 전화에 끼어든 이유도 설명해야 할 거야.”“오, 오빠……! 오해예요, 저는 오빠를 위해서……!”한유라의 새된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태주는 일말의 자비도 없이 말을 잘랐다.“내 이름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마. 역겨우니까. 은우의 몸 이야기도, 네 입으로 한 번만 더 하면 그 입을 법정에서 닫게 해 주지.”뚝.태주는 가차 없이 통화를 종료했다. 그리고 은우의 휴대폰을 협탁 위에 던져놓았다. 태주가 침실 문가를 향해 나직하게 명령했다.“박 실장.”문이 즉각 열리며 대기하고 있던 박성민 비서실장이 깊이 고개를 숙였다.“네, 도련님.”“방금 통화 자료를 변호사에게 넘겨. 앞으로 병원 연락은 그쪽에서 받게 하고.”은우가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제가 받은 합의서도 같이 보내겠습니다. 무엇을 요구하는지 먼저 봐주셨으면 해요.”태주의 눈이 그녀에게 향했다. 은우는 화면을 열어 정 원장이 보낸 파일을 찾았다.“그리고 저한테 오는 답을 먼저 듣고 결정해 주세요.”태주는 잠시 말이 없었다가 박 실장에게 고개를 돌렸다.“그렇게 해. 선생한테 먼저 설명하고.”“담당 변호사가 연락드리겠습니다. 어제 접수한 자료와 추가로 필요한 자료를 구분해서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박 실장이 인사하고 물러났다.은우는 통화가 끝난 휴대폰에서 개인 메일함을 열었다. 병원 계정이 막히기 전 주고받았던 수정 요청이 남아 있었다. 다른 환자 정보가 섞인 자료는 보내지 않고, 자신의 답신과 정 원장이 보낸 서명 요구만 따로 모았다. 변호사에게 보낼 파일을 고르느라 시간이 걸려도 태주는 재촉하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협박을 쏟아내던 전화기는 잠잠했다. 은우는 검게 꺼진 액정을 한 번 내려다봤다. 수사와 소송은 남아 있었지만, 더는 혼자 그 전화를 받아낼 필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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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치료실
성북동 저택 지하 1층, 육중한 두께의 방음문이 열리자 은우의 눈앞에 최첨단 프라이빗 메디컬 센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독일제 최신 감압 도수 치료 테이블과 수중 재활 수조, 고주파 신경 자극 장비들이 벽면을 따라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었다.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라벤더와 시더우드 아로마 향, 그리고 따스한 앰버 톤의 간접 조명이 서늘했던 지하 공기를 부드럽고 은밀하게 감싸 안고 있었다. 방음이라 숨소리도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 사실이 은우의 목덜미를 뜨겁게 했다.은우는 벽에 걸린 치료 일정표 앞에서 멈췄다. 빈칸 위로 지난 담당자들의 이름이 차례로 지워져 있었다. 장비에는 사용법보다 구입 시기가 먼저 적혀 있었다.“가장 최근에 여기서 하신 건 뭔가요?”“기억 안 나.”“그만두고 싶었던 건요?”태주가 그녀를 쳐다봤다. 은우는 대답을 기다리며 일정표 아래의 빈 수첩을 펼쳤다.“서 보라는 것. 그만두자고 해도 횟수를 채우더군.”은우는 오늘 계획에서 기립 항목을 지웠다.“오늘은 하지 않겠습니다.”“포기가 빠르군.”“오늘 할 일과 나중에 할 일을 나누는 겁니다. 어느 동작까지 편한지 제가 아직 모르니까요.”그는 지워진 칸을 한 번 더 봤다. 은우는 다른 장비를 켜지 않고 치료 베드의 높이부터 맞췄다. 태주가 전동 휠체어에서 능숙하게 상체를 일으켜 전동 치료 베드 위로 몸을 옮겨 엎드렸다.스륵.태주가 어깨에 걸치고 있던 검은 실크 셔츠를 망설임 없이 벗어 던졌다. 조각칼로 정교하게 파낸 듯한 광활한 등판과 완벽한 척추 기립근 라인이 어둠 속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3년 동안 휠체어에 갇혀 지냈음에도 매일같이 지옥 같은 상체 단련으로 빚어낸 야생마 같은 근육질 육체였다. 그는 잠시 멈추더니, 은우의 시선을 등진 채 슬랙스 단추까지 풀었다.“신경이 엉덩이 깊숙이 있다고 네가 말했지. 천이 있으면 못 읽는다고도 했고.”슬랙스가 허벅지까지 내려갔다. 검은 브리프가 둔근의 시작을 감싸고 있었다. 이미 앞은 천을 밀어 올릴 만큼 서 있었다. 그는 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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