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누명을 쓴 물리치료사 서은우에게 태성그룹 후계자 강태주가 10억 원의 전속 치료 계약을 제안한다. 사고 후 휠체어에 갇힌 그는 접촉을 거부한다. 서로를 경계하던 두 사람은 치료를 거듭하며 가까워지고, 3년 전 사고와 은우의 누명 뒤에 숨은 진실을 추적하는데...
Ver más“서명하면 병원 안에서 끝낼 수 있습니다.”
정민석 원장이 책상 너머로 종이를 밀었다. 서은우는 펜 대신 서류의 마지막 장을 집어 들었다. 손해배상 청구 금액, 5억 원. 그 아래에는 병원 소유의 도수 치료 매뉴얼을 외부로 유출했다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제가 보냈다는 자료부터 보여 주세요.”
“외부에 나간 문서에 선생님 이름이 있습니다.”
“제 이름이 있는 것과 제가 보낸 건 다른데요.”
정 원장은 펼쳐 둔 파일을 닫았다. 은우는 그 안에 끼어 있던 서명 페이지를 봤다. 페이지 아래의 날짜는 낯설지 않았다. 그 뒤로도 정 원장은 수정 요청을 보내며 서명을 독촉했다.
“사본을 주세요. 확인하고 답하겠습니다.”
“이 방을 나가면 법무 문제입니다. 국가대표 전담 경력까지 걸고 다퉈 보고 싶습니까?”
은우는 가방 끈을 고쳐 쥐었다. 손바닥이 축축했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복귀를 함께 준비하느라 몇 번이나 밤을 새웠던 병원이었다. 그 이름으로 지금 자신을 협박하고 있었다.
“확인하지 않은 일에 책임지겠다고 쓸 수는 없습니다.”
정 원장의 손가락이 책상을 두드리다 멎었다.
“유성제약 한유라 이사님도 보고 계신 건입니다. 좋게 정리하자는 뜻을 못 알아듣겠어요?”
한유라. 태성그룹의 예비 며느리라는 말을 부인하지 않고 다니던 유성제약 이사였다. 정 원장은 외부에 넘길 자료를 만들 때도 그 이름부터 꺼냈다. 은우가 자신의 이름을 쓰지 말라고 했던 바로 그 자료였다.
“한 이사님이 보셨다면 제가 거절한 답신도 같이 보셨겠네요.”
은우는 휴대폰 화면을 켜지 않았다. 개인 메일함에는 수정 요청과 자신의 답신이 남아 있었다. 그것만으로 누명을 벗을 수 있을지는 몰랐다. 병원 계정은 아침부터 접속되지 않았고, 원본을 확인하겠다는 요구에는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정 원장이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병원하고 싸우면서 다음 일자리는 어떻게 구할 겁니까.”
은우는 서류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5억 원을 낼 방법도, 당장 갈 병원도 없었다. 그래도 저 빈칸에 이름을 쓰고 나면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을 평생 설명해야 했다.
“사본부터 주세요.”
그때, 원장실 문이 노크도 없이 거칠게 열렸다.
“원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막으려고 했는데……!”
비서의 뒤로 짙은 회색 수트를 입은 중년 남성이 들어왔다. 은빛 머리칼을 빗어 넘긴 그의 가슴에 태성그룹의 백금 배지가 달려 있었다. 정 원장은 배지를 알아보고 의자에서 몸을 반쯤 일으켰다.
“정민석 원장님. 서은우 선생님께 면담을 요청하러 왔습니다.”
정 원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책상 위 서류를 뒤집었다. 박성민은 그 움직임을 보고도 말을 보태지 않았다. 은우에게 먼저 명함을 건넸다.
“태성그룹 비서실장 박성민입니다.”
“서은우입니다.”
박 실장은 안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은우 앞에 내려놓았다. 봉투 겉면에는 받는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안에는 접지 않은 계약서가 들어 있었다.
“국가대표 유도팀과 사격팀의 재활을 맡으셨지요. 선수들의 평가와 치료 경과를 확인했습니다.”
“어떤 일로 찾아오셨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강태주 전무님의 전담 재활 치료사 자리를 제안드립니다. 입주 근무이며, 진료를 맡는 의료진은 따로 있습니다.”
원장실 공기가 얼어붙었다. 강태주. 재계 1위 태성그룹의 유일무이한 적통 후계자. 동시에 3년 전 의문의 사고로 하반신 신경 마비와 극심한 환상통, 불면증을 앓으며 외부와의 접촉을 완벽히 차단한 ‘성북동의 괴물 야수’.
그를 거쳐 간 국내외 명의와 치료사 수십 명이 폭언과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사흘도 넘기지 못한 채 도망쳤다는 흉흉한 소문이 파다했다. 소문 중에는 더 지저분한 것도 있었다. 밤마다 통증으로 시트를 찢고, 다가온 여자의 손목을 분지르고, 약에 절어 욕설을 쏟아 낸다는 이야기. 정 원장이 사시나무처럼 떨며 끼어들었다.
“실장님, 서 선생은 병원과 정리할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태성에서 그 책임까지 맡으시겠다는 겁니까?”
“선생님께 직접 설명드리겠습니다.”
박 실장은 은우가 앉은 쪽으로 계약서를 돌려 놓았다. 정 원장이 끼어들려 하자 은우가 먼저 계약서의 업무 범위를 펼쳤다.
“계약금은 10억 원입니다. 배상 요구에는 선생님을 대리할 변호사가 자료를 확인한 뒤 대응합니다. 비용은 저희가 부담하되 합의 여부는 선생님께서 정하십니다. 급여와 근무 조건은 여기 적혀 있습니다. 숙소는 안채 옆 별도 공간이고, 야간 통증이 생기면 침실로 와 주셔야 합니다.”
“제가 병원에 잘못을 인정하는 조건은 아니죠?”
“잘못을 인정하라는 계약은 아닙니다.”
태주는 마지막에 표시한 쪽만 확인하겠다며 서류를 다시 달라고 했다. 은우는 질문을 적은 종이를 펼쳐 그 옆에 놓았다.서류를 다시 덮기 전, 은우는 브레이크 손상 부위의 재감정 사진을 한 장 더 넘겼다. 차가워진 손가락에 태주가 입술을 댔다. 손금에는 오일 냄새가 남아 있었다. 시계가 한 시를 가리킬 때까지 은우는 빠지지 않은 채 보고서의 마지막 문장을 읽었다. 읽는 도중 은우의 안쪽이 조일 때마다 태주는 낮게 욕을 삼키며 허리를 움직이지 않으려 버텼다. 그러다 정액이 한 번 더 배어 나왔다. 은우는 휴지로 닦으며 아침에 걸어 들어갈 다리의 감각을 종아리에서 다시 확인했다. 태주가 귀를 깨물 듯 스치고 놓자 그녀는 잠깐 눈을 감았다.은우는 보고서 모서리를 맞추다 태주의 호흡을 살폈다. 통증 때문이 아니라 여운이 남은 숨이었다. 그녀가 옆구리를 쓸자 태주가 눈을 감았다.흑요석 같은 눈동자에 서린 서늘한 독점욕에 은우의 온몸이 감전된 듯 떨려왔다. 두 사람의 입술이 아슬아슬하게 닿으려던 그 순간, 서재의 인터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삐익-! 박성민 실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찢고 터져 나왔다.- 도련님, 오전 9시 태성 바이오 임시 주총에서 배 이사가 매각안을 밀어붙일 예정입니다. 의결권 위임 자료에 확인할 부분이 있어 법무팀이 대조 중입니다.태주가 천천히 빠졌다. 빠진 자리가 정액으로 젖어 은우의 허벅지를 적셨다. 그는 타월을 건네며 눈빛을 거두었다.“닦고 나와. 걸어 들어갈 거니까. 네 손 잡고.”***오전 8시 50분, 여의도 태성 바이오 본사 15층 대회의실. 임시 주주총회 개회를 10분 앞둔 회의실 안은 수백 명의 기관 투자자와 소액주주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고 있었다. 단상 중앙에 선 배진혁 사내이사가 마이크를 잡고 탐욕스러운 미소를 흘렸다. 강승현 부사장의 충실한 하수인이자 이번 음모의 실행 총책이었다.
자정을 넘긴 시각, 성북동 대저택 지하 1층 비밀 서재. 방음벽으로 둘러싸인 어두운 실내에는 서늘한 긴장감이 얼음처럼 감돌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박성민 비서실장이 수사기관에 요청해 법무팀을 통해 전달받은 두툼한 서류철이 펼쳐져 있었다.3년 전 차량 전복 사고의 재감정 보고서. 브레이크 라인의 인위적 손상, 사고 직후 투약된 신경 독성 약물의 반입 경로, 강승현 측근의 통화 기록. 은우는 페이지를 넘기며 태주의 요추 흉터를 떠올렸다. 그 흉터 아래로 자신이 어젯밤 앉아 있던 자리였다. 서류의 냉기와 몸의 기억이 겹쳐 속이 거슬렸다.“사고 당일 투약 시각이 확인됐네요. 제 치료 기록보다 앞의 일이에요. 이 부분은 감정인에게 설명을 들어야겠습니다.”“그날 저녁엔 병원에 있었다는 것밖에 기억이 안 나. 형이 다녀간 건 나중에 들었지.”은우는 보고서를 덮지 않고 그 페이지를 옆으로 돌렸다.“지금 계속 보실 수 있겠어요?”태주는 숫자가 적힌 줄을 한동안 바라봤다. 처음에는 브레이크 사진부터 봤는데, 이제는 자신이 의식을 잃고 있던 시간에서 시선이 멎었다.“오늘은 여기까지만.”은우는 읽다 만 곳에 표시를 남기고 파일을 닫았다. 태주가 먼저 그만 보자고 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후 감정인의 설명을 들을 때 다시 펼칠 수 있도록, 질문을 적은 종이도 같은 곳에 끼웠다.태주가 휠체어를 밀지 않고 난간을 짚어 은우 곁으로 두 걸음 다가왔다. 두 걸음째에 종아리가 떨렸다. 앉으며 그가 은우의 손목을 잡아 서재 안쪽 전용 리커버리 베드로 이끌었다.“사고 보고서를 보느라 요추 신경이 또 곤두섰어. 서은우, 네 손으로 가라앉혀.”은우는 망설임 없이 소매를 걷어 올렸다. 따스하게 데운 라벤더와 시더우드 아로마 오일을 손바
암막 커튼이 드리워진 침실 안에는 은은한 시더우드와 라벤더 아로마 향이 부드럽게 감돌았다.“……읏.”침대 위에 엎드린 태주의 입술 사이로 낮게 억눌린 신음이 흘러나왔다. 공항에서 두 발로 서서 한유라를 단죄하느라 무리했던 탓에, 요추 4번과 5번의 척추 기립근, 그리고 둔근의 이상근이 돌덩이처럼 빳빳하게 굳어 있었다. 슬랙스는 허벅지까지 내려가 있었다. 은우는 단정한 트레이닝복 소매를 팔꿈치 위까지 걷어 올렸다.그녀는 따뜻하게 데워진 아르니카 릴랙스 오일을 손바닥에 넉넉히 덜어냈다. 촤악, 양손을 맞비벼 마찰열을 일으키자 향긋하고 달콤한 약초 향이 피어올랐다.“힘을 빼십시오, 도련님. 신경근의 반동 수축입니다. 억지로 버티려 하시면 요방형근까지 경련이 번집니다.”은우의 따뜻하고 단단한 손바닥이 태주의 단단한 허리선과 둔근 상부로 천천히 내려앉았다. 은우의 손이 허리에 닿자 태주는 굳은 쪽을 먼저 알려 주었다. 은우는 체중을 양손 끝에 싣고, 척추 신경 줄기를 따라 굳어 있던 근막을 깊숙하게 분리해나갔다. 분리될 때마다 성기가 시트에 눌린 채 단단해졌다. 전립액이 천을 적셨다.은우의 엄지 복부가 이상근 신경절을 묵직하게 파고들자, 찌릿한 온기가 다리 뒤편으로 퍼져나갔다. 퍼진 온기가 회음에서 모였다. 은우의 손날이 음낭을 받쳤다. 무게가 뜨거웠다.“하…… 윽!”태주의 커다란 손이 침대 시트를 으스러져라 쥐었다.“참느라 더 굳히지 마세요. 아픈 곳은 숨기셔도 손끝에 느껴집니다. 어느 쪽이 더 당기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서는 것도 경련이면 말씀하세요.”은우의 손길은 섬세하면서도 거침없었다. 은우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 하나가 태주의 매끄러운 견갑골 위로 톡 떨어졌다. 그 작은 온기에 태주
“아니야…… 이건 조작이야! 난 모르는 일이라고!”한유라가 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쥐어뜯으며 비명을 질렀다. 태주가 서늘한 걸음으로 다가가 한유라를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내려다보는 동안 오른쪽 종아리가 한 번 잠겼다. 은우의 손이 자연스럽게 그의 팔꿈치 뒤를 받쳤다. 한유라는 그 손의 각도를 보고 이를 갈았다.“내 사람에게 감히 5억 원 배임 누명을 씌우고 손목을 분지르겠다던 기개는 다 어디로 갔지? 몸 이야기도, 네 입에서 나온 순간 조서에 올라간다.”“오, 오빠…… 잘못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승현 오빠가 시킨 거였어요!”“늦었다. 네 더러운 발악은 감옥에서 평생 계속해.”수사관이 한유라에게 다가가 체포 사실과 이유를 알렸다. 태주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횡령 및 배임, 위조 여권 사용과 불법 출국 시도 혐의로 체포합니다!”비명을 지르며 끌려 나가는 한유라의 뒤로, 스마트폰 뉴스 속보가 빗발쳤다.[속보: 한유라, 불법 출국 시도 중 공항에서 체포… 유성제약 관련 수사 확대]은우는 한유라가 끌려간 출구를 바라보았다. 끝까지 자신을 노려보던 눈이 이제는 멀어지고 있었다. 현장이 정리되자, 꼿꼿이 서 있던 태주의 미간이 미세하게 일그러졌다.장시간 무리한 보행으로 요추 4번과 5번의 신경근이 찌릿하게 요동치며 반동 경련을 일으킨 탓이었다. 태주의 다리가 흔들리려는 찰나, 은우가 다가가 남자의 팔 아래로 자신의 어깨를 받쳐 넣었다.“도련님, 무리하셨습니다.”은우의 온기 어린 숨결이 태주의 목덜미에 닿았다. 태주가 은우의 어깨에 단단히 팔을 두르며 입꼬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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