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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낙화
그녀는 병실 문 앞에 서서 정시연이 구태윤에게 물을 건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심지어 구태윤은 잔을 받지도 않은 채 다른 여자가 들고 있는 컵에 그대로 입을 대고 한 모금 마셨다.

정루아는 이혼 합의서를 꽉 움켜쥐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구하준이 몸을 움찔하더니 구태윤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가 나타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구태윤의 짙은 눈썹이 일그러졌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다그치듯 물었다.

“여긴 왜 왔어? 하준이 이제 겨우 잠들었는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

정루아가 되물었다. 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당신이랑 또 무슨 상관이고? 당신 친아들이라도 돼? 왜 이렇게까지 유난인데?”

“정루아!”

구태윤이 큰 소리로 호통쳤다.

“애 아픈 거 안 보여? 할 말 있으면 나중에 집에 가서 해. 하준이 지금 푹 쉬어야 하니까 떠들지 마.”

이혼 합의서를 전하러 온 건 둘째치고, 보통 숙모로서 아픈 조카의 병문안은 당연한 권리 아닌가.

하지만 그녀가 나타나자마자 구태윤은 무의식중으로 평화를 깨뜨리는 불청객으로만 여기고 있었다.

정신을 차린 정루아는 이혼 합의서를 내밀었다.

“사인해. 빨리 할수록 숙려 기간도 짧아질 테니까.”

구태윤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마치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어린아이를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때 정시연이 다가와 말을 거들었다.

“루아야, 뭔가 오해가 있는 거 아니야? 태윤 씨는 정말 하준이 보러 왔어. 이제 고비는 넘겼으니까 어서 태윤 씨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

그리고 허리를 숙여 구하준에게 다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랬다.

“하준아, 엄마한테 와야지. 작은아빠 이제 집에 가서 쉬셔야 해.”

고작 세 살인 아이는 아픈 탓에 얼굴이 핼쑥해진 채였다.

구하준은 구태윤의 옷깃을 꽉 쥔 채 놓아주지 않았다.

“작은아빠랑 있을래요. 으앙, 작은아빠 가지 마세요.”

정시연의 얼굴에 곤란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평소보다 엄한 목소리로 타일렀다.

“하준아, 말 들어야지. 엄마한테 와.”

“됐어요. 내가 데리고 있을게요.”

구태윤이 정루아를 돌아보며 말했다.

“너도 봤지? 하준이가 힘들어하는 거. 루아야, 한 번만 좀 이해해 주면 안 돼?”

정루아는 이 모든 광경을 차가운 눈으로 지켜보았다.

가슴 한구석이 찢겨나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이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비아냥거렸다.

“응, 이해하지. 그러니까 사인해. 안 그러면...”

그녀는 구하준을 바라보더니 가까이 다가가 낮게 속삭였다.

“늑대한테 잡혀간다?”

가뜩이나 몸이 약해져 있던 터라 구하준은 그 말을 듣자 겁을 먹은 나머지 자지러지게 울었다.

하지만 늑대가 정말 나타날까 무서웠는지 감히 크게 울지도 못 했고, 끅끅대며 어깨를 들썩이는 모습이 더없이 가련해 보였다.

구태윤의 표정이 험악하게 변했다.

“고작 애를 상대로 지금 뭐 하는 거야?”

“사인해.”

정루아는 턱짓으로 이혼 합의서를 가리켰다.

사인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아이를 겁주겠다는 명백한 협박의 태도였다.

저토록 모자를 애지중지 아끼니 기꺼이 자리를 비켜줄 생각이었다.

거추장스러운 방해꾼만 사라지면 저들을 어떻게 끼고돌든 무슨 상관이랴.

제 형수와 침대 위에서 뒹굴든 말든, 더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병실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었다.

구태윤의 표정은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험악했고, 그의 품에 안긴 구하준은 여전히 훌쩍이고 있었다.

옆에 선 정시연은 난처한 기색과 죄책감이 뒤섞인 묘한 얼굴을 했다.

정루아는 하얀 손목에 채워진 값비싼 시계를 슬쩍 내려다보고 무심하게 한 마디 뱉었다.

“시간 늦었어. 나 가서 자야 하니까 남자답게 사인하고 끝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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