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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3화

Author: 낙화
“안 돼!”

남수진이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내가 너를 어떻게 데려왔는데 또 나겠다는 거야? 이 방대한 업무를 엄마가 무슨 수로 감당해? 아들, 제발 진정해.”

배진욱이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럼 앞으로 제 일에는 신경 끄세요.”

남수진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지만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어.”

한편, 울면서 방으로 뛰어간 배다인은 안에 있던 온갖 물건을 바닥에 집어 던졌다.

그제야 턱밑까지 차올랐던 분노가 겨우 가라앉는 듯했다.

이내 매서운 눈으로 허공을 노려보며 치를 떨었다.

“정루아, 이 더러운 년아! 구태윤을 홀리더니 이제 우리 오빠까지 눈독 들여? 절대 가만 안 둘 거야.”

...

다음 날 아침, 김철웅한테서 문자가 왔다.

아니나 다를까, 차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브레이크는 완전히 망가진 상태였다.

만약 차를 몰고 나갔다면, 주행 중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아 결국 끔찍한 사고로 이어졌을 터였다.

메시지를 확인하는 순간, 정루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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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356화

    스테이지 한가운데서 누군가 갑자기 정루아를 확 밀쳤다.정루아는 비틀거리며 앞으로 몇 걸음 휘청이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순간, 어둠 속에서 서늘한 빛이 번뜩였다.그녀의 동공이 수축했다.다름 아닌 칼이었다.“악! 아파!”이내 비명이 터져 나오면서 장내는 더욱 아수라장이 되었다.“루아야? 정루아!”멀지 않은 곳에서 이연희의 초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정루아는 다가가려 했지만,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는 사람들에게 밀려 도저히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연희야, 나 신경 쓰지 말고 먼저 도망가!”다급해진 정루아가 목청껏 소리쳤다.바로 그때, 등골이 오싹해지며 소름이 돋더니 서늘한 기운이 엄습했다.“루아 씨, 거기서 뛰어내리세요!”김철웅이 큰 소리로 외쳤다.정루아는 머릿속이 하얗게 질렸다.이내 다른 생각은 할 겨를도 없이 스테이지에서 뛰어내려 입구로 향했다.방금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위치가 노출되었고, 자신을 노리는 사람이 있으니 서둘러 자리를 옮겨야 했다.아직은 위험한 상황이라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 뼈저리게 느껴졌다.심장이 쿵쾅거렸다.앞뒤 좌우로 밀려드는 사람들 틈에 떠밀려 그녀는 천천히 앞으로 이동했다.하지만 이 방향은 출구가 아닌 것 같았다.결국 도착한 곳은 복도였다.양옆으로는 VIP룸들이 늘어서 있고, 사람들은 일제히 방문을 열고 뛰어 들어가 안에서 잠갔다.“여기야! 빈방이네. 얼른 들어가자.”정루아의 뒤를 따르던 몇몇 남자가 마침 눈앞에 보이던 룸으로 밀치며 들이닥쳤다.그녀도 사람들에게 떠밀려 안으로 들어서기 직전이었다.하지만 절대로 발을 들일 수는 없었다. 밀폐된 공간이 오히려 더욱 위험했으니까.따라서 어떻게든 밖으로 나가야 했다.그녀는 온 힘을 다해 몸을 돌려 빠져나가려 했다.하지만 누군가 어깨를 확 밀쳤다.“빨리 들어가요. 안에 있으면 안전하니까 경찰 올 때까지 버티면 돼요.”“싫어...”정루아는 무의식중으로 대답하려다가 잽싸게 입을 다물었다.지금 소리를 내어 위치를 노출해서는 안 됐다.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355화

    “태윤아, 루아 씨 지금 다른 남자랑 키스하게 생겼는데 가만히 놔둘 거야?”장유성은 충동적으로 내뱉고는, 아차 싶어 곧장 제 입술을 찰싹 내리쳤다.구태윤이 서늘한 눈동자로 그를 힐끗 흘겨보았다.“그럼 네가 가서 말리시든가.”장유성은 머쓱하게 뒤통수를 긁적였다.“하하, 그게... 오늘 딱히 할 일도 없겠다, 코 삐뚤어지게 한번 마셔보자고.”...한편, 정루아는 코앞까지 다가온 남자의 얼굴을 밀어내고는 소파 등받이에 기대어 말했다.“이거랑 이거, 그리고 저거.”그녀가 진열된 술병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이것들로 칵테일 한 잔 말아줘.”남자가 잽싸게 대답했다.“네!”곁에서 지켜보던 이연희가 혀를 차며 한마디 보탰다.“루아야, 그냥 확 키스라도 해버리지. 딴 남자 맛 좀 보면 그 똥차에 휘둘릴 일도 없을 텐데.”정루아가 나른하게 눈꺼풀을 들어 올려 그녀를 바라보았다.“다른 여자가 쓰던 남자를 입에 대고 싶진 않아.”이연희는 어리둥절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아, 맞네. 더러운 건 사실이지.”이내 주변에서 얌전히 눈치를 보던 남자들을 향해 말했다.“너희 춤이나 좀 춰봐, 나 춤추는 거 구경할래.”남자들은 테이블 앞으로 나란히 서더니, 음악 비트에 맞춰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그 사이, 정루아의 곁을 지키던 남자가 현란한 손놀림으로 칵테일 한 잔을 뚝딱 말아 건넸다.“누나, 이거 도수가 생각보다 좀 세요. 천천히 마셔요.”“이렇게 독한 걸 주면서, 왜 마시지 말라고는 안 해?”정루아가 실소를 터뜨리며 웃는 둥 마는 둥 사내를 응시했다.남자가 대답했다.“이런 데 오는 손님은 딱 두 종류거든요. 진짜로 즐기러 왔거나, 아니면 머릿속에 복잡한 일이 있거나. 제 생각엔 누나는 후자 쪽 같아서요. 어차피 마실 술이라면 제가 억지로 말린다고 안 드실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덜 마시게 챙겨주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 아닐까요?”정루아가 칵테일을 한 모금 홀짝이더니 입꼬리를 올렸다.“사람 마음을 잘 읽네.”남자가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354화

    정루아가 물었다.“그럼 어떻게 해야 기분이 좀 풀리겠어? 쇼핑이라도 갈래?”“우리 눈 호강하러 가자.”이연희가 눈동자를 도르르 굴리며 생글생글 웃었다.“그동안 선보면서 별의별 오징어를 다 봤더니, 안구 정화 좀 해야겠어.”정루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가자.”이연희는 신이 나서 말했다.“응!”두 사람은 곧장 청야 라운지로 향했다. 룸 대신 홀에 자리를 잡아 바 테이블에 앉았다.이연희가 손을 휘저으며 매니저를 불러 술을 주문했다. 그러고는 대기 중인 호스트를 전부 불러들여 두 눈으로 직접 고르겠다고 선언했다.매니저는 두 사람을 곁눈질로 훑어내렸다. 죄다 명품인 것을 확인하자 잽싸게 분부에 따랐다.잠시 후, 훤칠한 키의 남성 20명이 일렬로 나란히 늘어섰다.이연희는 한 손으로 팔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걸음을 옮기며 남자들을 스캔하기 시작했다.한 바퀴 둘러본 그녀가 턱짓으로 한 사람을 콕 집었다.“이 친구는 합격, 나머지는 전원 탈락. 한 20명 더 들여보내요.”그렇게 총 60여 명의 남자가 거쳐 간 끝에야 겨우 5명을 골랐다.이내 그나마 흡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어디 보자, 오늘 밤 누가 내 비위 제일 잘 맞춰주려나. 팁은 두둑하게 챙겨줄 테니까 알아서들 해.”간택 받은 5명의 남자가 잽싸게 이연희의 주변을 에워쌌다.어깨를 주무르는 사람, 다리를 안마하는 사람, 술을 따르는 사람, 과일을 입에 넣어주는 사람까지.그중 한 명은 이연희의 손목을 잡아 복근에 갖다 대며 능청스럽게 물었다.“누나, 제 복근 만져보실래요?”이연희는 완전히 심취해 있었다. 아까만 해도 부루퉁하던 모습은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었다.역시 답은 얼굴인가?정루아는 친구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생각에 잠겼다.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 화면을 확인하자 김철웅이 보낸 메시지가 떴다.[루아 씨, 안심하세요. 바로 좌측 뒤편에 있으니 편하게 놀다 가셔도 됩니다.]정루아가 피식 웃었다. 그제야 팽팽하게 당겨졌던 긴장의 끈이 스르륵 풀렸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353화

    “안 돼!”남수진이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내가 너를 어떻게 데려왔는데 또 나겠다는 거야? 이 방대한 업무를 엄마가 무슨 수로 감당해? 아들, 제발 진정해.”배진욱이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대답했다.“그럼 앞으로 제 일에는 신경 끄세요.”남수진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지만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알았어.”한편, 울면서 방으로 뛰어간 배다인은 안에 있던 온갖 물건을 바닥에 집어 던졌다.그제야 턱밑까지 차올랐던 분노가 겨우 가라앉는 듯했다.이내 매서운 눈으로 허공을 노려보며 치를 떨었다.“정루아, 이 더러운 년아! 구태윤을 홀리더니 이제 우리 오빠까지 눈독 들여? 절대 가만 안 둘 거야.”...다음 날 아침, 김철웅한테서 문자가 왔다.아니나 다를까, 차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었다.브레이크는 완전히 망가진 상태였다.만약 차를 몰고 나갔다면, 주행 중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아 결국 끔찍한 사고로 이어졌을 터였다.메시지를 확인하는 순간, 정루아의 손바닥에 식은땀이 맺혔다.그녀는 휴대폰을 꽉 움켜쥔 채 곧바로 김철웅에게 전화를 걸었다.“누가 이런 짓을 벌인 건지, 혹시 단서라도 잡았어요?”수화기 너머로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지금 최대한 파헤쳐 보는 중입니다만,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하셔야 할 겁니다. 아마 범인의 흔적은 찾아내기 어려울 확률이 높아요.”정루아가 질끈 눈을 감았다.“도대체 누가 날 이렇게까지 노리는 거죠? 내가 죽기라도 바라는 걸까요?”김철웅은 의문을 잠시 뒤로 하고 진지한 얼굴로 다짐했다.“루아 씨, 앞으로는 제가 곁에서 밀착해서 경호할게요. 다른 친구들은 주변에 잠복시켜서 감시하게 하고.”소파에 기대어 앉은 정루아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그래요.”당장 목숨이 오가는 판국에 다른 것을 따질 겨를 따위는 없었다....공항.비행기가 활주로에 부드럽게 착륙했다.훤칠한 키에 다부진 체격을 가진 남자가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입국장을 걸어 나왔다.얼굴은 선글라스에 가려졌고, 귀에는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352화

    정루아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이내 배진욱을 바라보았다.“오빠, 난 이만 가볼게.”배진욱이 씁쓸한 한숨을 내쉬었다.“미안하다, 루아야. 우리 집에서 이런 꼴을 겪게 해서.”정루아가 말했다.“나야 뺨 때려서 화도 다 풀렸어. 다만 오빠가 이제 골치 아파지겠네.”“뭐, 내가 골치 아플 건 없지. 다인이가 먼저 무례하게 굴었으니까.”배진욱이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나도 가봐야겠어.”두 사람은 현관 앞에서 각자 발걸음을 돌렸다.집으로 돌아온 정루아는 머릿속이 뒤죽박죽 했다.송문애가 손녀의 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고 수상한 낌새를 눈치챘다.“루아야, 무슨 일 있었어?”송문애의 목소리에 걱정이 묻어났다.정루아는 손을 씻고는 곧장 외할머니의 곁으로 다가와 털썩 주저앉았다.“할머니, 나 오늘 충격적인 사실을 알았어요. 그때 구태윤을 구해준 사람, 진짜로 정시연이었더라고요.”송문애는 눈에 띄게 놀라더니 곧바로 물었다.“그럼 너는 누구를 구했던 거니?”“구승태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거실 안에는 정적만이 내려앉았다.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그 생각뿐이었다.과연 구승태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두 사람은 꽤 자주 마주쳤었다.심지어 결혼식 날엔 신랑 들러리로 서주기까지 했었다.송문애는 손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진실을 알게 됐으면 홀가분해야 할 텐데, 왜 이렇게 낯빛이 어두워?”정루아가 미간을 찌푸린 채 대답했다.“그냥... 구태윤이 왜 굳이 이 사실을 숨겼는지 이해가 안 가서요.”송문애가 생각에 잠기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혹시 네가 진실을 알게 되면, 태윤이를 향했던 그 감정마저 흔들릴까 봐 겁이 났던 건 아닐까?”정루아는 순간 멍해지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제가 그 사람을 먼저 좋아했어요. 그래서 구하러 갔던 건데요.”“글쎄, 태윤이 입장에선 그렇게 단순하게만 받아들이지 못했을 수도 있지.”송문애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물론 내 짐작일 뿐이지만 말이다. 요즘 젊은 애들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351화

    정루아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그냥 일하다 보면 있는 소소한 골칫거리 같은 거야. 내가 알아서 잘 처리할 테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워낙 위험한 상황들이라 얽히는 사람이 적으면 적을수록 좋았다.그녀는 더 이상 누군가를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배진욱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힘들면 언제든 기대도 좋아. 나 믿지? 네가 짊어진 짐은 기꺼이 나눠 줄 테니까.”정루아가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고마워, 진욱 씨.”“우리 사이에 언제까지 그렇게 ‘씨’자 붙여가며 선을 그을 거야? 들을 때마다 엄청 서운하네.”배진욱이 짐짓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다.“이름 부르는 게 아직 어색하면, 차라리 오빠라고 불러.”“오빠...?”정루아가 멋쩍게 입을 뗐다.“훨씬 듣기 좋네. 그럼 나도 편하게 부른다?”배진욱이 싱긋 웃었다.“내 동생도 너 반만 닮아서 속 좀 덜 썩였으면 좋겠어.”정루아가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다인 씨도 평상시엔 나름 괜찮은 구석이 있어. 난 집에 가서 생각 정리해 봐야 하니까 이만 가볼게.”배진욱이 따라 웃었다.“그래, 배웅해 줄게.”두 사람이 나란히 현관문으로 걸어갔다.그리고 문을 여는 순간, 앞에 서서 손을 든 채 막 노크하려던 배다인을 마주쳤다.“오빠? 이 여자가 왜 여기서 나와?”배다인은 정루아를 발견하자마자 얼굴을 구기며 앙칼지게 쏘아붙였다.배진욱이 대답했다.“루아는 내 손님이야. 친구 집에 와서 차 한잔하고 간 게 뭐 어때서?”“진짜 그냥 손님 맞아?”배다인은 의심쩍은 표정으로 비아냥거렸다.정루아가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그녀를 쏘아붙였다.“어디 아프면 병원 가서 진료라도 받지? 마침 잘 아는 정신과 전문의가 있으니까, 필요하면 예약 잡아줄게.”배다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지금 나더러 돌았단 소리야?”정루아가 눈썹을 치켜올렸다.“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지. 넌 비아냥거릴 자격이 있고, 난 팩폭 날리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어?”“흥!”배다인이 콧방귀를 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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