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지잉-레비아탄의 외부 스피커가 학교 전체를 울렸다. 베이스가 빵빵해서 건물이 울릴 정도였다.[아, 아. 마이크 테스트. 하나 둘, 하나 둘.][여기 2학년 3반 김희선 학생 학교 맞습니까?]교장 선생님이 벌벌 떨며 마이크를 잡았다."마, 맞습니다만... 누구십니까?"치이익-레비아탄의 가슴 콕핏 해치가 열렸다.하얀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가운데, 한 남자가 사다리를 타고 내려왔다.칼주름 잡힌 정복. 어깨에는 황금색 다이아몬드. 그리고 선글라스.나는 운동장 단상 위로 성큼성큼 걸어 올라갔다.그리고 선글라스를 벗으며 희선이가 있는 쪽을 향해 윙크를 날렸다."김희선 학생 보호자, 아크 부대장 하태수 준위. 일일 강사로 왔습니다."정적.그리고 1초 뒤."꺄아아악!!!!"학교가 떠나가라 함성이 터졌다.희선이의 어깨가 성층권까지 솟아오르는 게 보였다. 녀석의 표정은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이었다.*강당.나는 단상 위에 마련된 의자에 삐딱하게 앉아 마이크를 잡았다.전교생 500명의 눈동자가 나에게 꽂혀 있었다. 개미 새끼 한 마리 지나가는 소리도 들릴 만큼 조용했다. 교장 선생님조차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반갑습니다. 하태수입니다."내가 입을 열자마자 여학생들이 쓰러지는 시늉을 했다."오늘 진로 특강 펑크 났다면서요? 우리 희선이가 오라고 해서 왔습니다. 밥 먹다가 숟가락 놓고 왔네요."나는 앞줄에 앉아 있는 희선이를 가리켰다.녀석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옆에 앉은 반장(친구 B)을 툭툭 치고 있었다. 반장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고개도 못 들고 있었다."강연이라... 뭐 뻔한 얘기는 재미없고."나는 마이크를 고쳐 잡았다."여기 꿈이 헌터 또는 저거노트 파일럿인 사람 손?"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예체능 중학교라 그런지 각성자 지망생이 많았다."내리세요. 웬만하면 하지 마십쇼. 이거 3D 업종입니다. 더럽고, 어렵고, 위험해요. 할 만한 게 아닙니다."학생들이 웅성거렸다.
크리스마스의 열기가 식고, 다시 평범한 일상이 찾아왔다.연말이라 그런지 거리는 여전히 들떠 있었지만, 백수... 아니, 휴가 중인 군인에게는 그저 나른한 평일 오전일 뿐이었다."아... 심심하다."나는 하숙집 거실 소파에 늘어져 리모컨만 까딱거리고 있었다.철수는 삼천 그룹 면접 결과를 기다리며 도서관으로 출근했고(합격 기원!), 최 여사님은 연말 장을 보러 가셨다. 할머니는 노인정 망년회 가셨고, 미혜 누나와 하루 씨는 가게 대목이라 바쁘다.집에는 나와 내 손목에 붙어있는 껌딱지, 레비아탄뿐이었다.[형님. 심심하면 게임이나 하자. 내가 국방부 서버 우회해서 미국 서버 뚫어줄게.]"됐다. Z급 동체 시력으로 게임하면 재미없어. 총알 날아오는 게 슬로우 모션으로 보이는데 무슨 재미냐."남중국해 원정 이후 일주일이 훌쩍 지났지만, 리 웨이에게서는 아직 소집 명령이 없었다.이그니스 그놈도 조용하고, 세상은 멸망할 것 같더니 또 묘하게 평화롭다.폭풍전야의 고요함인가. 몸이 근질거려 죽을 지경이었다.그때였다.지잉- 지잉-내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울렸다.발신자: [김희선 (A급 중딩 꼴통)]."어, 희선아. 왜? 학교 안 갔나? 땡땡이냐?"전화를 받자마자 수화기 너머로 울먹이는, 아니 억울해 미치겠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햄!! 햄!! 내 좀 살려도!! 내 지금 억울해가꼬 복장 터져 죽을라 칸다!""왜? 누가 괴롭히나? 괴수 나왔나?"-"아이다! 내 학교에서 허언증 환자 취급받고 있다! 애들이 내 말 안 믿는다!"사정은 이랬다.희선이가 다니는 [부산 예술체육중학교].이제 중2인 녀석이 다니는 학교에서 오늘 5교시에 '전문직업인 초청 강연(진로의 날)' 행사가 있는데, 학교 측에서 섭외했던 B급 헌터가 당일 펑크를 냈다는 거다.문제는 그다음이었다.-"근데 반장 가시나가 내보고 비꼬는 거 아이가! '니네 오빠가 Z급이라매? 맨날 입만 열면 Z급, Z급 하더니 그럼 니가 오라 하면 되겠네~ 못 부르면 니
"잘 지내고 있습니다.""잘 지내긴요. F급 주제에 객기 부리고 나가더니, 결국 짐만 되고 있겠죠? 능력도 없는 게 자존심만 세서 원."윤 회장도 혀를 찼다."그 녀석 보면 전해주시오. 당장 짐 싸서 집으로 들어오라고. 내 회사 경비 자리라도 하나 줄 테니, 쥐죽은 듯 살라고. 더 이상 밖에서 망신시키지 말고."부모님의 말이 비수가 되어 철수의 방문을 뚫고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못난 놈. 짐. 망신.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이겠지만, 방식이 틀려 먹었다. 이건 사랑이 아니라 폭력이다."그만하시죠."내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실내 온도가 순식간에 뚝 떨어졌다.[빙정]의 기운이 은연중에 흘러나왔다. 창문에 하얀 성에가 끼기 시작했다."윽...?"S급에 준하는 A급 헌터인 윤 회장 부부가 흠칫하며 뒤로 물러났다. 본능적인 공포. Z급의 살기는 그들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다."철수는 짐이 아닙니다. 이 하숙집의 자랑스러운 식구고, 제 친구입니다."나는 그들을 똑바로 노려보며 말했다."그리고 F급? 등급이 전부입니까? 철수 머리는 S급입니다. 국내 1위 [삼천 그룹] 수석 입사를 노리고 밤새워 공부하는 인재를 몰라보시다니, 길드장님들 눈이 옹이구멍이시네요.""사, 삼천 그룹...?""예. 아드님은 부모님 빽 안 쓰고, 자기 힘으로 저거노트 만드는 연구원이 되겠다고 피 터지게 노력 중입니다. 그런 아들을 응원해주지는 못할망정, 쪽박은 깨지 마셔야죠."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돌아가십시오. 전 돈보다 의리가 중요하고, 자기 자식 귀한 줄 모르는 리더 밑에는 안 들어갑니다.""이, 이보게! 하 준위!""나가시라고 했습니다."나는 현관문을 활짝 열었다.밖에서 불어온 찬 바람보다, 내 눈빛이 더 차가웠으리라.기세에 눌린 두 사람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져서, 더 이상 아무 말도 못 하고 쫓겨나듯 나갔다."두고 보자... 네놈이 언제까지 그리 당당한지."윤 회장이 악담을 퍼붓고 차에 탔다.검은 세단들이 도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나고, 월요일 아침이 밝았다.직장인들에게는 지옥 같은 요일이지만, 백수... 아니, 휴가 중인 나에게는 그저 평화로운 평일일 뿐이었다.식구들은 모두 출근하거나 학교에 갔고, 하숙집에는 최 여사님과 나, 그리고 방구석 폐인 철수만 남아 있었다."날씨 좋네."나는 마당 평상에 앉아 레비아탄(스마트워치)의 화면을 닦고 있었다.어제 루돌프 코스프레하느라 붙였던 뿔 장식 떼어내고, 빨간 페인트 지우느라 정비병들이 꽤나 고생했을 거다.[형님. 근데 내 코 진짜 깨끗해진 거 맞아? 아직 좀 빨간 거 같은데.]"기분 탓이야. 술 덜 깨서 그래."[로봇이 술을 왜 마셔!]녀석과 투닥거리고 있을 때였다.부아아앙-골목 입구에서 묵직하고 정숙한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트럭이나 군용차 소리가 아니었다. 기름칠 잘 된 최고급 세단의 소리."뭐고? 또 뉴튜버들이가?"부엌에서 최 여사님이 나오셨다.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골목 입구 검문소의 헌병들이 차단봉을 올리고 경례를 붙이고 있었다. 정식으로 출입 허가를 받은 차량이라는 뜻이다.끼이익-대문 앞에 멈춰 선 차들은 번쩍거리는 검은색 세단 세 대였다.가운데 차량, 엠블럼을 보니 [마이바흐]다. 회장님 차.뒷문이 열리고, 명품 정장으로 온몸을 휘감은 중년의 남녀가 내렸다.그들의 가슴팍에는 파도가 넘실거리는 금색 뱃지가 달려 있었다.[해운대 길드].부산을 거점으로 하는 영남권 최대, 전국 랭킹 5위 안에 드는 거대 길드.그리고..."어...?"2층 창문 틈으로 그들을 훔쳐보던 철수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태, 태수야! 나 좀 숨겨도! 절대 나 있다고 하지 마라!"철수가 헐레벌떡 1층으로 뛰어 내려왔다. 녀석은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와 그라는데? 빚쟁이가?""아이다! 우리... 우리 엄빠다!""뭐?"저 사람들이 철수 부모님? 해운대 길드장이?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근데 왜 숨어? 부모님 오셨으면 인사를
오후 1시 30분. 남포동 레스토랑.통제구역 경계선 바로 바깥에 있는, 전망 좋은 이탈리안 레스토랑.부산항 대교가 한눈에 보이는 창가 자리였다.내 앞에는 티본스테이크와 크림 파스타가 놓여 있었다.하와이에서 스테이크 질린다고 했는데, 미혜 누나 앞이라 그런지 군말 없이 잘만 들어갔다."맛있어?""네. 근데 누나, 오늘따라 왜 이렇게 힘을 줬어요? 진짜 어디 가요?""크리스마스잖아. 너랑 단둘이 보내는 건 처음이고."누나가 턱을 괴고 그윽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오전의 하루 씨가 '수줍은 신혼'이었다면, 오후의 미혜 누나는 '노련한 연인'의 느낌이었다. 여유가 넘쳤다."너 오면 주려고 준비한 게 있어."누나가 의자 옆에 뒀던 쇼핑백 하나를 내밀었다."자, 선물.""이게 뭔데요? 비싼 거면 안 받습니다."열어보니 짙은 네이비색 털목도리가 들어있었다.브랜드 제품인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코가 좀 삐뚤빼뚤하고 매듭이 어설픈 게, 100% 수제품이었다. 공장에서 찍어낸 게 아니라, 한땀 한땀 뜬 정성."내가 짠 거야. 뉴튜브 보고 하긴 했는데... 좀 못생겼어도 하고 다녀.""오... 누나가 이런 것도 할 줄 알아요? 똥손인 줄 알았는데.""시끄러. 내 거라고 침 바르는 거니까 딴말하지 마. 다른 여자들이 못 넘보게 목줄 채우는 거야."누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목도리를 둘러주었다.따뜻하고 포근했다. 누나의 섬유 유연제 향기가 목도리에서 났다."잘 어울리네. 역시 내 안목."매듭을 지어주던 누나의 손길이 멈췄다.누나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속눈썹이 보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숨소리가 섞일 듯했다.쪽.기습적인 볼 뽀뽀.소피아 때와는 다른, 립글로스 향이 나는 진득하고 현실적인 입맞춤이었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볼에 남았다."이건 덤이야. 오늘 하루 종일 내 생각 해."누나가 여우처럼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나는 멍하니 뺨을 문질렀다. 얼굴이 화끈거렸다.[형님. 경고. 심박수 140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일요일) 오전 8시"으음..."일요일 아침. 게다가 크리스마스 당일이다.어제 아동병원 봉사를 마치고 뻗어버린 탓에, 오늘은 점심때까지 이불 속에서 꼼짝도 안 할 계획이었다. 암막 커튼을 치고, 스마트폰 알람도 다 껐다. 완벽한 늦잠 계획.남중국해 원정의 피로가 아직 근육 구석구석에 남아 있었다. Z급이고 뭐고, 이불 밖은 위험하다.하지만 내 야심 찬 계획은 방문을 두드리는 조심스러운, 하지만 끈질긴 노크 소리에 산산조각 났다.똑똑. 똑똑."오빠... 주무세요?"하루 씨의 목소리였다. 평소보다 한 톤 높고, 묘하게 들뜬 목소리.나는 비몽사몽간에 눈을 비비며 문을 열었다.문밖에는 단정한 베이지색 코트 차림의 하루 씨가 서 있었다."......?"잠이 확 깼다.평소의 편한 알바 복장이나 츄리닝이 아니었다. 머리도 예쁘게 땋아 내리고, 화장도 살짝 한 상태였다. 은은한 비누 향과 섬유 유연제 향기가 훅 끼쳐왔다."아, 죄송해요. 깨우려던 건 아닌데... 인기척이 없어서.""아닙니다. 무슨 일이세요? 아침부터 곱게 차려입으시고. 어디 가십니까?""저기... 오늘 저녁에 식구들 다 같이 파티하기로 했잖아요. 이모님이 바쁘셔서 제가 장을 봐야 하는데, 짐이 좀 무거울 것 같아서요. 혹시 시간 되시면..."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말끝을 흐렸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게 영락없이 데이트 신청하는 소녀였다.짐꾼이 필요하다는 건 핑계고, 이건 명백한 '데이트 신청'이었다.거절? 하숙집 막내이자, 이 집의 듬직한 머슴으로서 그럴 순 없지. 게다가 저렇게 예쁘게 차려입고 왔는데 돌려보내는 건 예의가 아니다."가시죠. 세수만 하고 나갈게요. 5분만 기다리세요."*오전 9시. 자갈치 시장.크리스마스 당일이자 일요일이라 시장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연말 대목을 맞은 상인들의 외침과 흥정하는 손님들의 소음이 섞여 활기가 넘쳤다.나는 양손에 커다란 장바구니를 들고 하루 씨의 뒤를 졸졸 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