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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최종 병기, 출근합니다 2

Penulis: 고독한포켓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8-11 11:47:47

딸랑-

풍경 소리와 함께 은은한 커피 향, 그리고 LP판에서 흘러나오는 올드 팝이 나를 반겼다.

​"아이스 카페모카. 맞지?"

​카운터 너머, 주미혜 사장님이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나보다 3살 연상. 긴 웨이브 머리를 질끈 묶고 앞치마를 두른 모습이... 솔직히 말해서 예쁘다. 많이.

​"역시 사장님밖에 없네요."

"빈말은, 외상은 사절이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컵홀더에 초콜릿 하나를 슬쩍 끼워준다.

사실 내가 그녀에게 반한 건, 커피 맛 때문만은 아니다.

​「야, 저기 봐. 그 '최종 빙신' 아니냐? 껍데기만 EX급인 등신 새끼 ㅋㅋㅋ」

​몇 달 전, 동네 술집에서 취객들이 나를 안주 삼아 씹어댈 때였다. 옆 테이블에서 조용히 책을 읽던 미혜 누나가 벌떡 일어나더니, 그 취객들의 테이블을 엎어버렸다.

​「그게 뭐 어떻다고! EX급 개병신이 뭐! 니들은 F급 병신 주제에 어디서 주둥이를 놀려!」

​...

물론 나까지 싸잡아서 병신이라 하긴 했지만, 아무튼 그때의 걸크러쉬는 잊을 수가 없다.

​"조심해라."

"예?"

"오늘 느낌이 안 좋아. 다치지 말고."

​미혜 누나의 눈빛이 흔들렸다.

오늘따라 다들 왜 이러지. 할머니도, 히나도, 미혜 누나도.

​"걱정 마요. 제가 이래 봬도 EX급 아닙니까."

"그래, 얼어 죽을 놈의 EX급."

​피식 웃는 그녀의 미소를 뒤로하고, 나는 부대로 향하는 통근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오늘이 내 인생, 아니 인류의 운명이 갈리는 날이 될 줄은.

​*

​대한민국 육군 해안 방위사령부, 제7 격납고.

이곳은 남자의 로망과 기름 냄새, 그리고 마력의 잔향이 뒤섞인 공간이다.

​"우우웅- 치익-"

​거대한 기계음과 함께 높이 20미터의 육중한 강철 거인들이 위용을 드러냈다.

[저거노트(Juggernaut)].

심연 놈들의 마석을 동력원으로 움직이는 대 괴수용 결전 병기.

두꺼운 장갑판 위로 흐르는 마력 회로가 푸르게 빛나고, 파일럿의 신경과 동조된 기체들이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숨을 쉬고 있었다.

"충성! 하태수 상병, 출근했습니다!"

"오냐, 빙신 왔냐?"

​정비반장이 씩 웃으며 스패너를 흔들었다.

악의는 없다. 여기서 '빙신'은 내 애칭이자 마스코트니까.

"야, 태수! 오늘 정기점검인데 늦었네?"

"죄송합니다. 오는 길에 조금 지체됐습니다."

​평화로운 주말 오전이었다.

동료들은 낄낄대며 커피를 마시고, 정비병들은 콧노래를 부르며 나사를 조이고 있었다.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

​갑자기 기지 전체의 조명이 붉은색으로 미친 듯이 점멸하기 시작했다.

고막을 찢을 듯한 사이렌 소리. 훈련 상황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소름 끼치는 경보음이었다.

​"CODE RED! CODE RED! 전방 20km 해역! 제1 방어선 돌파!!"

​오퍼레이터의 다급한 비명이 스피커를 찢고 나왔다.

​"식별 코드 A-09! A-08! ...젠장, 숫자가 계속 늘어납니다! 현재 확인된 [해수(Sea Beast)]급 개체만 10기 이상! 그 뒤에 S급 추정 파장 감지!!"

​"뭐... 뭐라고? 해수급이 10기?"

​김 병장이 들고 있던 커피잔을 떨어뜨렸다.

통틀어 일반인들은 이것들을 '괴수'라 부른다. 그중 오 미터 이하를 해귀급, 오 미터 초과를 해수급이라 분류하며, 해수급 내에서도 등급으로 더 나뉜다. 특수 개체인 심해 군주급은 십 년 전 레비아탄이 처음 등장한 이래 이번이 두 번째 출현이다.

진짜 비상 상황.

A급 해수 하나를 잡으려면 A급 저거노트 10기, 혹은 S급 기체 3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10기? 이건 전쟁이다. 아니, 학살이다.

​"전 파일럿 탑승! 출격! 당장 출격해!!"

​격납고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나는 멍하니 중앙 모니터를 올려다봤다. 위성 화면에 잡힌 부산 앞바다.

검은 해일이 방벽을 향해 쇄도하고 있었다.

그것은 수천, 수만 마리의 해귀 떼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 산처럼 거대한 촉수 괴물들이 해운대 백사장을 향해 상륙하고 있었다.

​콰아아앙-!

​화면 속, 최전방에 있던 C급 저거노트가 해수의 촉수 한 방에 종잇장처럼 구겨져 폭발했다.

​"안 돼..."

​방벽 너머에는 사람들이 있다. 할머니가, 최 여사님이, 희선이가, 미혜 누나가 있다.

​"하태수 상병! 하태수 상병 어딨나!"

"사령관님 호출이다! 당장 제0 구역으로 오라고 하신다!"

​제0 구역.

그 말을 듣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곳에 있는 건 단 하나뿐이다.

​나는 미친 듯이 달렸다. 지하 깊숙한 곳, 봉인된 격납고로.

그곳에는 사령관과 연구원들이 창백한 얼굴로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강화유리 너머, 어둠 속에 잠긴 거대한 실루엣이 보였다.

​[Project LEVIATHAN]

10년 전, 인류를 공포에 떨게 했던 'SSS급 뇌전의 군주'는 엄청난 희생을 치르는 절체절명의 순간, 한국이 보유한 단 한 발의 비장의 무기인 위성 장착 텅스텐 벙커브레이커 '천상의 징벌(Celestial Rod)'과 공식적인 유일 SSS급 영웅 듀오인 '주지헌'헌터 부부를 동원해 무력화되었다.

​정부는 이 사태를 통해 회수한 괴수의 거대한 사체와 코어를 역이용, 결국 더욱 강력한 괴물을 만들어냈다.

​"왔나."

​사령관이 뒤를 돌아봤다. 그의 눈은 이미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상황은 들었겠지. 지금 가용할 수 있는 전력은 없다. 남은 건... 저 미친 전기뱀장어뿐이야."

​사령관의 시선이 레비아탄을 향했다.

​"5년 전이었지. 기체 완성 직후, 거금을 들여 외부에서 S급 용병을 초빙해 태워봤던 게."

"......"

"타자마자 1초도 안 돼서 비명 지르며 튀어 나오더군. 궁둥짝이 숯덩이가 되어서는, 계집애처럼 팔짝팔짝 뛰다가 졸도해 버렸지. 3도 화상이었다. 그 뒤로 봉인된 놈이다."

​그는 쓰게 웃으며 나를 쳐다봤다.

​"사실 자네를 태워보자는 의견은 예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EX급이라 해도 '빙정'이 굳어있는 상태라, 괜히 아까운 파일럿 하나 태워 죽일까 봐 보류했었지."

"......"

"하지만 지금은 태울 놈이 없다. 이대로라면 파일럿들은 전멸할테고, 남은 건 자네뿐이야. 네 빙정이 버틸 수 있을지 없을지는 나도 모른다. 아마 그 S급 놈처럼 엉덩이가 타 죽을 수도 있겠지."

​사령관이 내 어깨를 으스러져라 쥐었다.

​"하지만 타라. 타서, 엉덩이가 타들어가도 비명 지를 힘으로 조종간을 잡아. 네가 엉덩이 떼는 순간, 부산은 끝이야."

​모니터에는 이미 방벽을 기어오르는 괴수들의 모습이 보였다. 마린시티의 유리창이 깨지고, 시민들이 도망치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었다.

그 인파 속에, 별다방 앞치마를 두른 미혜 누나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나는 고개를 돌려 유리 너머의 '레비아탄'을 응시했다.

​심해의 칠흑 같은 어둠을 그대로 굳혀 만든 듯한 검푸른 장갑(裝甲).

'뇌전의 군주'의 비늘을 정밀하게 가공해 만든 외장은, 마치 신화 속 흑기사의 갑옷처럼 매끄럽고 날카로운 유선형을 그리며 서늘하게 빛나고 있었다.

기계장치라기보다는, 금방이라도 튀어나가 먹잇감의 목덜미를 물어뜯을 듯한 '강철의 맹수'.

​압도적인 조형미(造形美).

하지만 그 아름다움 뒤에는 탑승자를 태워 죽인다는 흉악한 살의가 푸른 전기의 형태로 웅웅거리며 도사리고 있었다.

​"탑승하겠습니다."

​나는 헬멧을 고쳐 썼다.

​"까짓거, 전기구이 되기 전에 얼려버리면 되니까요."

​키이이이잉- 철컹!

​두꺼운 격벽이 열리고, 나는 죽음의 아가리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날의 출근이,

내 전설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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