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아이들을 태운 고무보트를 이끌고 군청 대피소로 향하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꼬리(후면) 강풍대의 위력이 수시로 방향을 바꾸며 메가톤급 돌풍을 몰고 왔기 때문이다. 갑자기 밀려드는 조류에 보트가 요동치며 뒤집힐 위기에 처하자, 강태풍은 본능적으로 주변 지형을 살폈다. "이대로 물길을 계속 거슬러 가다가는 아이들이 저체온증으로 위험해 지겠습니다. 저기 저 상가 2층으로 일단 피신해서 폭풍을 잠시 피할 것입니다." 강태풍이 가리킨 곳은 침수된 도로변에 위치한 한 소형 카페의 2층 테라스였다. 대원들은 보트를 테라스 난간에 단단히 결속한 뒤, 깨진 창문 틈새로 신속하게 안으로 진압했다. 천만다행으로 2층은 물이 전혀 차지 않아 아늑했고, 손님들이 쓰던 담요와 방석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정전으로 인해 암흑의 가득한 카페 내부. 도훈은 랜턴을 바닥에 내려놓고 아이들에게 마른 담요를 겹겹이 덮어 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소방 조끼 방수 주머니에서 비상식량인 초콜릿을 꺼내어 조심스럽게 쪼개어 아이들의 입에 넣어 주었다. "자, 이거 먹어 봐. 엄청 달고 맛있지? 아저씨가 비밀 하나 말해줄까? 이 태풍이라는 녀석은 아저씨가 다 물리쳐 줄 테니까 눈 딱 감고 조금만 자고 있으면 돼. 자고 일어나면 태풍이 아저씨한테 한 대 마고 조용해 져 있을 거야. 알았지?" 도훈이 다정한 넉살과 거짓말에 아이들은 비로소 조금의 안도감을 느꼈는지 울음을 그치고 배시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사이 강태풍의 창가에 서서 부전기 안테나를 높이 세웠다. 지지직거리는 노이즈를 뚫고 군청 본부와의 연결을 시도하는 것이었다. "본부, 여기는 현장 구조대 강태풍. 현재 4구역 카페 건물 2층에 임시 피신 중이다. 물에 잠긴 상가에 고립되었던 아동 두 명과 함께 이동중, 돌풍으로 인해 고립자 아동 2명을 포함해 대원 전원 이곳에서 대기한다. 이상." 무전기 너머로 귀를 기울이고 있던 서나래의 안도 섞인 한숨 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흘
"차 반장! 머리 숙여!"강태풍의 날카로운 사자후가 폭풍우를 뚫고 마치 벼락처럼 울려 퍼졌다.소방관 차도훈은 그 목소리게 뇌를 거치지도 않고 본능적으로 몸을 물속으로 푹 숙였다.그 찰나의 순간, 날카롭게 찢어진 대형 철제 간판 하나가도훈의 머리가 있던 허공을 무서운 속도로 가로질러 지나갔다.간판은 이내 뒤편의 콘크리트 건물의 외벽에하는 굉음과 함께 박히며 불꽃을 튀기었다.조금만 반응이 늦었어도 도훈이 목숨을 잃을 뻔한,그야말로 종이 한 장처럼 간발의 차이의 아찔한 순간이었다.도훈은 흙탕물을 거칠게 내뱉으며 간신히 숨을 몰아 쉬었다.가슴이 터질 듯이 뛰었지만, 그는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으쓱였다."와, 진짜... 하느님, 조상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입니다. 아 해경 형씨 아니었으면 나 진짜로 현충원에 묻힐 뻔 했습니다?!?""농담할 시간 있으면 주변 경계나 똑바로 하십시오. 여기는 지금 언제 어디서 뭐가 날아올지 모르는 전쟁터나 마찬가지입니다. 정신 똑바로 안 차리면 비명횡사(非命橫死) 한단 말입니다."강태풍이 도훈의 젖은 어깨를 잡으며 따끔하게 경고했다. 그의 눈빛은 장난기를 완전히 지워낸 채 사방의 위험요소를 읽어내고 있었다.바로 그때, 상가 2층의 한 가구점 창문이 깨진 틈새로 랜턴 불빛이 닿았다.그곳에는 어린 자매가 서로를 꼭 껴안은 채, 공포와 추위에 질려 울고 있었다.아래층은 이미 물이 가득 차 올라 꺠단마저 끊어진 위대로운 고립 상황이었다."살려주세요! 아저씨! 무서워요... 아래에서 물이 께속 들어와요.. 제발 살려주세요!!""내가 올라갑니다."도훈이 다친 왼쪽 어깨의 통증을 악물고 상가 외벽의부서진 배관과 간판 지지대를 붙잡았다.소방관으로서의 본능이 온몸의 세포를 깨워 몸이 먼저 움직인 것이다.도훈은 날렵하게 벽을 타고 올라가 깨진 창틀을 넘어 안으로 진입했다.유리파편이 몸을 긁었지만 개의치 않았다.그는 떨고 있는 아이들을 한 명씩 안아 올렸다."걱정 마, 얘들아. 소방
"앞이 안 보입니다! 랜턴 출력을 최대로 올려도 고작 50 센티키터 앞이 한계입나다!" 소방관 차도훈이 세차게 따귀를 때리는 폭우 속에서 소리쳤다. 연실군청 대피소를 나선 합동 구조조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그야말로 종말을 맞이한 듯한 암흑의 도시였다. 시속 180 킬로미터의 꼬리 강풍은, 지상에 남아있는 모든 규기물을 찢어버릴 것만 같은 기세로 울부짖고 있었다. 도로의 물은 이제 완전히 성인의 가슴까지 차올라, 걸어간다기보다는 거친 흙탕물 강을 거슬러 헤엄치는 것에 가까웠다. 강태풍의 고무보트의 헤드라인을 꽉 잡은 채, 오리발을 저으며 대원들의 중심을 잡았다. 그의 허리에는 여전히 서나래의 목걸이가 묵직하게 찰랑이고 있었다. "대원들, 서로의 구명줄을 놓치지 마라! 지금 쓸려 내려가면 해경이라도 못 건진다!" 강태풍의 대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한편, 대피소에 남은 서나래 역시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년,ㄴ 밀려드는 경상자들을 치료하면서, 수시로 부전기 스피커에 귀를 기울였다. 지지직거리는 노이즈 속에서 강태풍의 거친 숨소리가 드릴 때마다, 서나래는 목에 걸린 강태풍의 해경 구조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무조건 살아서 돌아와라. 멀쩡하게 돌아 오란 말이다. 이 독종 놈아.' 구조조는 마침내 도심에서 가장 고립되기 쉬운 상가 밀집 지역의 막바지 진입로에 들어섰다. 상가 간판들이 바람에 뜯겨 나가며 공중에서 흉기처럼 날아다니는 위험천만한 현장이었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폭풍우 속에서, 영웅들의 처절한 야간 행진은 계속되고 있었다.
태풍으로 연실군에 모인지 열흘째의 아침이 밝아왔다.기상청의 최종 통보에 따르면, 태풍 제우스는 이제 연실군을 완전히 관통하여북상하기 직전 최후의 초강력 에너지를 쏟아 붓고 있었다.도심의 수위는 최고조에 달했고, 연실산의 토사는 언제 무너져 내려대피소를 덮칠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이었다.그야말로 제 2의 최고 위기가 도래한 였다.군청 마당에 정렬한 해경과 소방 대원들의 얼굴에는 비장함이 감돌았다.마지막 대규모 수색 및 방어선 구축을 위해 전원 출동 명령이 떨어진 것이었다.출동 직전, 강태풍운 서나래의 앞에 섰다.그는 자신의 해경 구조 목걸이를 불어 서나래의 목에 직접 걸어주었다."내 신분증이자, 내 목숨 같은 겁니다. 강 선생이 보관하고 있으십시오."서난래는 목걸이를 꽉 쥐며 강태풍의 방착모를 똑바로 잡아주었다."이거 나한테 맡겼으니까. 무저건 살아서 직접 받으러 와야 해요. 알았죠?ㅍ당신 안 오면 나 이거 중고 마켓에 팔아버릴 거예요."서나래의 걸크러쉬 넘치는 으름장에 강태풍이 호쾌하게 웃었다."예. 비싸게 팔리기 전에 꼭 멀쩡히 살아서 돌아오겠습니다."그 옆에서 도훈 역시 수아의 경찰 삼당봉을 만지작 거리며 씩 웃었다."민 순경님, 나 이거 빌려 갑니다. 괴물 같은 파도 오면 이걸로 다 때려 부수고 올 테니까, 민 순경은 대피소 잘 지키고 있으십시오.""까불지 말고 다치지나 마세요, 좀!!" 수아가 눈물이 고인 채 소리쳤다.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대항할 수 없을 것 같은 거대한 대자연의 폭격 앞에서,드 커플은 서로의 약속을 가슴에 품었다.사랑이 있기에 그들은 두려워하지 않았고,지켜야 할 존재가 있기에 그들은 더욱 강해질 수 있었다.그 거대한 전쟁을 앞두고, 영웅들은 서로의 온기를 전하며마침내 최종 폭풍 속으로 당당하게 걸어 나갔다.
같은 시각, 군청 대피소의 옥상 출입구 계단앞.도훈은 캔커피 두 개를 들고 서성거리고 있었다.이윽고 순찰을 마리초 들어오는 수아의 모습이 보이자,도훈은 얼른 캔커피를 그녀의 뺨에 슥 갖다 대었다."앗 뜨거워! 어, 차 소방관님?"수아가 놀라 바라보자 도훈이 배시시 웃으며 캔커피를 수아의 손에 전해 주었다."비상 발전기로 돌아가는 자판기에서 간신히 뽑은 귀한 온(溫)커피입니다. 민 순경님, 추운데 고생 많이 했습니다."수아는 커피를 받아 들고 도훈의 옆에 나란히 앉았다.두 사람은 계단에 걸터 앉아 가만히 커피를 마셨다."차 소방관님, 어깨는 좀 어때요? 아까 보니까 라면은 잘 드시던데...""아, 그거 다 민 순경님에게 엄살 부리려고 연기한 겁니다. 대한민극 소방관이 이 정도 상처로 꺾일 것 같습니까?"도훈이 팔에 알통을 만들어 보이며 털털하게 웃었다.수아는 피식 따라 웃으며 커피 캔을 만지작 거렸다."소방관님은 참 신기해요. 이런 무서운 재난 속에서도 어떻게 그렇게 맨날 싱글벙글 웃을 수가 있어요? 전 솔직이 무서워 죽겠는데...." 도훈의 표정이 서서히 진지해 졌다.그는 캔커피를 바닥에 내려놓고, 수아의 옆모습을 깊은 눈으로 바라보았다."나도 무섭습니다. 불길 속에 들어갈 때도, 이런 태풍 속에 서 있을 때도... 매번 무섭습니다. 근데....... 사람들을 못 구하는게 더 무섭고 싫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릅니다.""뭐가요?" 수아가 고개를 돌려 도훈을 바라보며 물었다."내 눈 앞에 민 순경님이 있으니까... 무서워할 시간도 아깝더라구요. 내가 무섭고 두렵다고 정신 놓고 있으면 이 자그마한 여자를 누가 지켜주나 싶어서..."도훈이 슬쩍 손을 뻗어 수아의 하얗고 작은 손을 감싸 잡았다."민수아 씨. 이번 태풍 무사히 지나가면 나랑............ 제대로 한 번 만나봅시다. 나 농담 잘하는 놈이긴 하지만, 지금 이 말은 내 인생에서 제일 진지한 말입니다."수아는 도훈의 돌직구 고백에
밤 11시.군청의 모등 비상등마저 전력 절약을 위해 꺼지고 최소한의 유도등만 켜진 시각.서나래는 피로에 지쳐 임시 의료소 간이 침대에 기대어 잠이 들려 하고 있었다.스윽-.누군가 서나래의 발치에 다가와 조심스럽게 담요를 덮어주었다.서나래가 번뜩 눈을 뜨자. 익숙한 스킨십과 함께 강태풍의 실루엣이 보였다."아, 나 때문에 깼습니까? 더 자도 됩니다.""강 팀장님... 언제 왔어요? 왜 불도 안 켜고 유령처럼 서 있어요?"서나래가 비몽사몽간에 뭊다, 강태풍은 서나래의 침대 가에 가만히 걸터 앉았다."사람들이 다 자고 있어서 불을 켜면 방해가 됩니다. 그리고..... 조용히 강 선생님 얼굴만 보고 가려고 했습니다."강태풍의 손이 서나래의 헝클어진 앞머리를 아주 조심스럽게 쓸어 넘겨주었다.그의 손길은 아까 무전기에서의 터프함과는 달리마치 유리그릇을 다루듯 조심스럽고 섬세했다."오늘 고생 많았습니다. 보건소에서 보니까 강 선생님 손목에 파스 붙어 있던데... 많이 아픕니까?""강 팀장님... 당신을 안고 있었을 때는 하나도 안 아팠는데, 떨어지니까 아프네... 그러니까.......... 강 팀장님이 책임져요."서나래가 어둠을 틈타 어리광을 부리며 강태풍의 허리를 꼬옥 안아버렸다.강태풍은 당황하면서도 싫지 않은 듯 서나래의 등을 어설프게 토닥였다.어둠 속에서 두 사람의 숨결이 가까워졌다.바깥의 폭풍우는 여전히 매서웠지만, 그들의 거리는 고작 몇 센티미터에 불과했다.강태풍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고, 서나래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쪽-.입술 끝에 닿은 짧고도 부드러운 감촉.재난의 한복판, 어둠이 허락한 비밀스러운 순간 속에서두 사람의 사랑은 태풍보다 더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며 무르익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