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강서나래가 예고했던 목요일 아침,서울역은 출근길 시민들과 여행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남해에서 새벽 2시에 차를 몰고 풀 액셀로 상경한 강태풍은피곤함도 잊은 채 대합실 전광판 앞에 서서 서나래가 내릴 플랫폼을 눈이 빠져라 응시하고 있었다.손에는 서나래가 좋아하는 따뜻한 바닐라 라떼가 들려 있었다.잠시 후, 개찰구 너머로의사 가운을 벗고 화사한 베이지색 트렌치코트를 입은 서나래의 모습이 보였다.강태풍의 입꼬리가 호랑이 팀장이라는 직책이 무색하게 귀에 걸리려는 순간,서나래의 바로 옆에서 그녀의 커다란 캐리어를 대신 든 채다정하게 어깨를 감싸 안고 나오는 한 남자의 실루엣이 강태풍의 시야에 포착되었다.그 남자는 훤칠한 키에 선한 눈매, 그리고 어디 아프리카 오지라도 오랫동안 다녀온 듯살짝 그을렸지만 대단히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미남자였다.바로 서나래의 의대 시절 라이벌이자,그녀의 어머니가 친아들처럼 아끼는 천재 외과의 도진석이었다.진석은 서나래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환하게 웃었고,서나래 역시 서울역이 떠나가라 밝은 웃음으로 응답하고 있었다.두 사람이 개찰구를 나오자마자, 진석은 자연스럽게 나래를 품에 와락 안았다."강서나래, 오랜만이다.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네."그 광경을 정면에서 목격한 강태풍의 손에 들린 종이컵이 찌그러지며뜨거운 커피가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밤새 고속도로를 달려온 해경 특수구조대 팀장의 가슴속에,태풍 제우스보다 더 무시무시한 초강력 질투의 폭풍우가 시동을 거는 순간이었다.강태풍은 굳은 표정으로 두 사람의 앞을 가로막았다.뚜벅뚜벅 걸어오는 강태풍의 단단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에주변 행인들이 슬금슬금 길을 비킬 정도였다.서나래는 강태풍을 발견하고 반갑게 소리쳤다."어? 강 팀장님! 진짜 제시간에 왔네요?"하지만 강태풍은 서나래의 인사에 답하지 않은 채,날카로운 매의 눈으로 도진석을 아래위로 훑었다.태풍의 눈빛은 마치 밀입국 의심 선박을 검문하는 해경의 그것보다 훨
오후 4시.서울 00대학병원 앞의 한적한 커피숍.연속 24시간 당직을 서고 유령 같은 몰골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이키던 서나래의 앞에,갑자기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서나래가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가 비명을 지를 뻔했다.땀 냄새와 바다 내음이 미세하게 섞인 셔츠 차림의 강태풍이,숨을 헐떡이며 서나래의 맞은편 의자에 털썩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강 팀장님? 이 시간에 여기가 어디라고...아니... 그보다 어떻게 왔어요?!"서나래의 동공이 지진 난 듯 흔들리자,강태풍은 대답 대신 서나래의 앞에 놓인 아메리카노를 빼앗아 벌컥벌컥 마셨다.그리고는 잔을 내려놓으며 서나래의 손을 덥석 잡았다."훈련 끝나자마자 달렸습니다. 강 선생 보고 싶어서 휴게소 한 번 안 들르고 풀 액셀로 왔습니다."강태풍의 거칠어진 입술과 붉어진 눈을 보며 서나래는 가슴이 찡해 오면서도,이 무모하고 귀여운 남자의 깜짝 데이트 신청에 입꼬리가 통제 불능으로 올라갔다."미쳤어, 진짜…… 남해에서 서울까지 그 거리를... 직접 운전해서 왔다구요? 피곤해 죽으려고 작정했어요?"서나래가 타박하면서도 자기 손을 빼지 않고 태풍의 손가락을 꽉 맞잡아주자,강태풍은 그제야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댕댕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서울의 삭막한 커피숍 안이 두 사람의 재회로 인해 순식간에 달콤한 기류로 가득 차올랐다.짧았던 깜짝 데이트가 끝나갈 무렵,강태풍은 다시 남해로 내려가야 하는 시간의 압박에 시계를 보며연신 아쉬운 한숨을 내쉬었다.잡은 손을 놓지 못하고 밍기적거리는 강태풍을 보며, 서나래는 묘한 장난기가 발동했다.서나래는 테이블 위로 상체를 슥 숙이며 강태풍의 귀에 가까이 다가갔다.평소의 새침한 의사 가운 대신 캐주얼한 블라우스를 입은서나래의 분위기가 순간, 아주 매혹적으로 변했다."강 팀장님, 그렇게 아쉬워하지 마요. 나 다음 주 목요일부터 주말까지 꼬박 사흘 동안 오프(휴무)거든요."서나래가 은근히 자기의 오프 날짜를 흘리며 강태풍의 눈을 나직하게 바라보
서울과 남해를 오가는 장거리 연애의 시작은 생각보다 훨씬 더 애틋하고 절박했다.도훈과 수아 역시 마찬가지였다.도훈은 서울 강남소방서의 열혈 구조대원으로 복귀해 매일 밤 화재 현장으로 출동했고,서울로 올라온 수아는 종로의 한 지구대에서 주취자들과 씨름하며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같은 서울 하늘 아래 있었지만, 서로의 교대 근무 시간이 맞지 않아얼굴 한 번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서나래와 강태풍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남해 본부의 비상대기 근무와 서울 대학병원의 당직 일정이 엇갈리기 일쑤였다.밤 11시.겨우 통화가 연결되면 서나래의 목소리에는 피로가 가득했다."강 팀장님, 오늘 남해 바다는 맑았어요? 여기 서울은 매연밖에 안 보여요."그러면 강태풍은 침대에 누워 서나래의 사진을 보며 나직하게 대답했다."바다가 아무리 맑아도 강 선생 얼굴보다 못합니다. 보고 싶어서 미치겠습니다."장거리 연애 특유의 애틋함이 묻어나는 대화들이 이어졌지만,직접 닿지 못하는 물리적 거리는 두 사람의 갈증을 더욱 키워갈 뿐이었다.서로의 목소리에 기대어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면서도,문득 밀려오는 외로움에 폰을 꽉 쥐는 밤이 늘어만 갔다.참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주말 주간 합동 구조 훈련이 끝나자마자,강태풍은 대원들의 경례를 받는 둥 마는 둥 하고 주차장으로 달려갔다.온몸이 훈련으로 땀범벅이었지만, 대충 셔츠만 갈아입은 채 제 개인 차량의 운전대를 잡았다.네비게이션에 찍힌 목적지는 '서울 00대학병원'.예상 소요 시간 4시간 반.강태풍의 눈빛이 연실군 사태 때보다 더 매섭게 빛났다."보고 싶어 미치겠네, 진짜."강태풍은 중얼거리며 풀 액셀을 밟았다.같은 시각.차도훈 역시 야간 근무가 끝나자마자수아의 지구대 앞으로 외제 오토바이를 몰고 풀 액셀로 들이닥쳤다."민 순경! 퇴근했습니까? 오빠가 왔어요!"도훈의 우렁찬 외침에 지구대 문을 열고 나오던 수아의 얼굴에 화사한 미소가 피어났다."차 반장님! 잠도 안 자고 이 아침부터 여기
연실군에서의 합동 특수구조 TF 활동이 완벽하게 마무리되고,각 대원들의 본서 복귀 상향 명령이 떨어진 월요일 아침.해양경찰청 특수구조대 본부 앞마당에는 웅장한 국기 게양대 아래강태풍과 대원들이 도열해 있었다.강태풍의 제복 가슴팍에는 이번 제우스 본진 사투에서 주민들을 구해낸 공로로 수여된영예로운 훈장이 반짝이고 있었다.결국 서나래를 태운 의료지원단 버스는 서울로 출발했고, 태풍 역시 통영 해경 본부로 복귀했다.서울 대학병원 응급실로 복귀한 서나래 역시 의사 가운을 입고 밀려드는 환자들을 진두지휘하고 있었다.그녀의 목에는 강태풍이 선물한, 그리고 사선에서 자신들을 지켜준은빛 구조 목걸이가 당당하게 빛나고 있었다."치프 서나래, 복귀 완료했습니다. 수술방 준비해 주세요!"나래의 외침에는 이전보다 더 깊은 사명감과 강인함이 서려 있었다.연실군에서의 꿈같던 시간이 지나고, 네 명의 영웅들은 각자의 일상으로 완전히 복귀했다.병원 응급실은 여전히 밀려드는 환자들과 사이렌 소리로 아수라장이었고,서나래는 다시 차가운 이성과 날카로운 메스를 든 엘리트 의사로 돌아왔다.하지만 환자를 차트에서 지워낼 때마다, 그녀의 시선은 자꾸만 책상 위의 스마트폰으로 향했다.그 시각, 남해 바다의 해경 본부 특수구조대 훈련장.강태풍은 잠수복을 입고 거친 파도를 가르며 대원들을 혹독하게 훈련시키고 있었다."정신 안 차립니까! 파도는 자비가 없습니다!"현장에서는 여전히 칼날 같은 호랑이 팀장이었지만,훈련이 끝나고 샤워실로 들어오는 순간 태풍은 깊은 한숨을 쉬며 폰을 확인했다.서울과 남해, 지도상으로는 끝과 끝에 위치한 이 거대한 거리가두 사람의 일상 위에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뻔한 직장인과 공무원의 삶으로 돌아왔지만,그들의 마음속에는 연실군의 흙탕물 속에서 피워낸불꽃 같은 감정이 여전히 뜨겁게 요동치고 있었다.서로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면 숨이 막힐 것 같은 일상의 시작이었다.한편, 서울 강남 지구대로 자원입전한 수아와 강남 소방서로 복귀한 도훈은
모두가 복귀 준비로 분주한 가운데,서나래 역시 서울 대학병원 의료지원단의 철수 버스 앞에 서 있었다.흰 가운을 접어 가방에 넣는 서나래의 발걸음은 묘하게 무거웠다.이제 서울로 돌아가면 다시 숨 가쁜 응급실 일상으로 복귀해야 했고,무엇보다 무뚝뚝하면서도 다정한 이 남자, 강태풍을남해 바다에 두고 가야 한다는 사실이 가슴을 허전하게 만들었다.그때, 멀리서 뚜벅뚜벅 걸어온 태풍이 나래의 가방끈을 툭 붙잡았다.서나래가 놀라 돌아보자, 강태풍은 평소의 카리스마는 어디로 가고잔뜩 시무룩해진 대형견 같은 댕댕이 얼굴로 서나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강 선생, 진짜 지금 갑니까? 조금만 더 있다 가면 안 됩니까?"강태풍의 뜬금없는 붙잡음에 서나래는 당황하면서도 심장이 쿵쾅거렸다."버스가 지금 출발하는데 어떻게 더 있어요. 그리고 나 서울 병원에 환자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다고요."서나래가 애써 차분하게 말하자, 강태풍은 가방끈을 쥔 손에 힘을 주며 목소리를 한 톤 더 낮췄다."강 선생, 가지 마요. 그냥 여기 남해 병원으로 이직하면 안 됩니까? 내가 매일 출퇴근 시켜 주겠습니다."무뚝뚝함의 대명사였던 테토남 강태풍이 대놓고 부리는 애교와 앙탈에서나래는 정신이 아뜩해졌다.주변의 다른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큭큭거리며 쳐다보는 시선마저 잊은 채,서나래는 강태풍의 이 귀여운 반전 매력에 완전히 매료되어 버렸다.강태풍의 파괴적인 대형견 댕댕이 모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서나래가 주변 시선을 의식해 얼굴을 붉히며"이것 좀 놓으라"고 속삭이자,강태풍은 오히려 서나래의 손목을 부드럽게 감싸 쥐며 자기 가슴팍으로 바짝 끌어당겼다.현장을 진두지휘하던 해경 특수구조대 팀장의 단단한 가슴에강서나래의 얼굴이 닿았다."남들이 보든 말든 상관없습니다. 지금 강 선생 보내면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몰라서 나는 눈앞이 캄캄합니다."강태풍은 서나래의 귀에 대고 속삭이듯 말을 이어갔다."서울 올라가면 훤칠한 의사 놈들이 강 선생한테 들이댈 거 아닙니까.
태풍의 차가운 저격에 이번엔 도훈과 수아가 얼굴을 붉히며 손을 번개처럼 뗐다.수아는 부끄러움에 다크서클이 다시 내려오는 기분이었다."어머, 수아 씨! 둘이 언제부터 그렇게 친해진 거예요?"서나래가 짓궂게 웃으며 수아의 팔짱을 끼자,수아는 "아, 그게 아니고 차 형사님이 자꾸 닭발 사준다고 따라오셔서……"라며 말을 더듬었다.결국 네 사람은 식당 안쪽 큰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뚝배기에서 국밥이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사이로,태풍 제우스 본진과 맞서 싸웠던 영웅들의 무용담이 아닌,서로의 연애 전선을 향한 유치한 청문회가 시작되었다."해경 형님, 물속에서 인공호흡 한 게 첫 키스라면서요? 진도가 너무 느린 거 아닙니까?"도훈의 깐족거림에 강태풍의 귀가 붉어졌고, 서나래는 도훈의 정강이를 걷어찼다.폭풍을 이겨낸 네 청춘의 웃음소리가 국밥집 가득 울려 퍼지며,재난의 잔재를 완벽하게 씻어내고 있었다.여러 날 동안의 철야 복구 작업이 끝내 완성 단계에 이르자,마침내 연실군 통합 재난 복구 TF 본부의 공식 임무 종료가 선언되었다.광장에 모인 수많은 대원들과 주민들 앞에서 해체식이 거행되었다.서로의 등을 두드려주는 대원들의 얼굴에는 뜨거운 연대감이 넘쳐났다.소방과 해경, 경찰이 하나가 되어 역대급 태풍 제우스를 단 한 명의 사망자 없는..인명 페해 없이 막아냈다는 자부심이 광장을 가득 채웠다.해체식이 끝나고 각자의 본 소속으로 복귀하기 위한 짐을 꾸리는 시간,광장 구석에서 도훈과 강태풍이 다시 마주 섰다.도흔은 이제 제법 멀쩡해진 목소리로 강태풍에게 손을 내밀었다."강 팀장님, 이번에는 진짜 제대로 빚졌습니다. 다음 번에 연성시로 오면 내가 삼겹살에 소주 제대로 쏠 테니까 연락하십시오."강태풍은 도훈의 손을 잡으며 묵직하게 웃었다."차 반장님이 쏘는 거라면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민 순경 눈에서 눈물나게 하면 그때는 내가 해경 장비 들고 소방서로 찾아갈 겁니다."강태풍의 뼈 있는 농담에 도훈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껄껄 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