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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作者: 은지아
송남지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본능적으로 최미경을 등 뒤로 감쌌다. 그러고는 매섭게 매장 직원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직원분은 이 귀걸이를 살 수 있어요?”

C사의 주얼리는 이름만으로도 사치품이었다. 비록 귀걸이 한 쌍일 뿐이라도 시작 가격은 수백만 원대였다.

송남지의 한마디에 직원은 순간 말문이 막혔지만 원래부터 성질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 오히려 더 뻔뻔스러워졌다.

“저는 비록 못 사도 여기 와서 남의 시간을 뺏지는 않잖아요? 살 능력도 없으면서 왜 굳이 이런 데 들어와서 사람 귀찮게 해요? 못 살 거면 그냥 당신들 형편에 맞는 브랜드나 가서 보시지... 왜 여기서 우리 시간을 낭비하는 거죠?”

최미경은 조용히 송남지의 팔을 끌어내리며 굳이 이런 사람과 엮이지 말라는 듯 신호를 보냈다.

송남지는 엄마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늘 일을 더 크게 만들지 말자는 태도였다.

그러나 그런 태도로 지내다 보면 주변 사람들은 언제든 만만하게 보기 마련이었다.

송남지는 물러서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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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면을 쓴 남편   제782화

    박재용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쳐 지나갔다.자신의 치부를 들킨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송남지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말을 이었다.“하씨 가문의 예절 교육이 서경에서도 유명한데, 그 집안 자제분께서 별명의 차이를 모르시나 보죠? 친구 사이엔 친근함의 표시지만, 타인이 부르면 비아냥이고 시비라는 걸요.”송남지는 친구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온몸의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처럼 날 선 눈빛으로 하정훈을 쏘아보았다.임승아는 하정훈이 밀리는 형국이 불만스러웠는지 대화에 끼어들었다.“송남지 씨, 왜 이렇게 공격적으로 말씀하세요? 하정훈 씨와 박재용 씨도 구면인데, 친구라고 볼 수 있지 않나요?”송남지는 서늘한 냉소를 띠며 단호하게 맞받아쳤다.“얼굴 좀 안다고 다 친구인가요? 임승아 씨는 참 순진하시네요.”임승아는 말문이 막혔다. 하정훈이 나서주지 않으면 상황을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달은 그녀는 하정훈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냈다.하지만 하정훈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그의 시선은 줄곧 송남지에게 머물러 있었고 몇 초가 흐른 뒤에야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그래, 네 말이 맞아. 나와 박재용 씨는 친구가 아니니 내가 별명을 부르는 건 결례였어.”말을 마친 하정훈은 짧게 숨을 들이켜고는 그제야 임승아를 돌아보며 차갑게 내뱉었다.“갑시다.”임승아는 멍하니 서 있었다.그녀가 알던 하정훈은 그 누구 앞에서도 결코 고개를 숙이는 법이 없는 남자였기에, 지금의 모습은 너무나 낯설었다.하정훈은 그 정도 지위라면 설령 자기가 틀렸더라도 남 앞에서 기세가 꺾일 사람이 아니었다.그런데 유독 송남지 앞에서는 달랐다.임승아가 멍하니 서 있자 하정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낮게 물었다.“아직 멀었어요?”하정훈의 비위를 거스를 수 없었던 임승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떨구며 대답했다.“다 끝났어요.”하정훈은 어두운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단나무 지팡이를 짚고 서둘러 매장을 나섰다.송남지는 모든 기운을 쏟아부은 듯 박재용의 휠체어에 살짝 몸을 기대었다.박

  • 가면을 쓴 남편   제781화

    잠시 멍하니 있던 찰나, 송남지가 웃으며 다가와 박재용의 휠체어 곁에 서서 인사를 건넸다.“임승아 씨, 참 우연이네요.”임승아는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그러게요, 정말 우연이네요. 송남지 씨는 라인국에서 근무 중이신가요, 아니면 여행 오신 건가요?”송남지의 얼굴에는 예의 바르면서도 적당한 거리감이 서려 있었다.이제 그녀는 전남편의 새 연인을 마주하고도 평온을 유지할 만큼 의연해져 있었다.“아니요, 여기서 일하는 건 아니고 출장차 잠시 왔어요.”임승아는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갈 의지가 없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들고 있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점원에게 돌려주며 툭 내뱉었다.“미안해요, 카페인이 든 건 못 마셔서요. 찬 것도 의사 선생님이 웬만하면 피하라고 하셨거든요.”커피를 받아 든 점원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아유, 제가 눈치가 없었네요! 하 대표님과 함께 왔을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혹시 임신 소식이라도 있는 건가요?”‘임신이라니?’박재용과 송남지의 미간이 동시에 좁혀졌다.이 소식은 마치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았다. 분명 ‘일기예보'는 비를 예고했건만, 눈부시게 푸른 청명한 하늘 아래서 맞닥뜨린 벼락은 도저히 익숙해질 수 없는 공포였다.임승아는 잠시 멈칫하더니 수줍게 미소 지었다.“네, 요즘 사실 아이를 가질 준비를 하고 있어서요...”그 순간 박재용은 더는 참을 수 없었다.송남지가 겪어야 할 이 황당한 상황과 상대의 가식적인 태도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던 것이다.“와, 하정훈 씨가 데려다줬나요? 그 사람은 어디 있죠? 단단히 단속하셔야겠어요. 결혼 생활 중에 바람피워 그쪽을 만난 사람이니, 그쪽이 임신했다고 해서 딴눈 안 판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원래 세컨드가 제일 겁내는 건 서드라잖아요?”매장 직원들은 휠체어에 앉은 이가 박재용임을 알아보고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까 봐 다들 멀찌감치 물러나 눈치만 살폈다.“자기 앞마당이라고 아주 날뛰는군. 박재용 씨는 역시 듣던 대로 들개 같아.”그때 매장 입구에 하정훈이 나타났다.

  • 가면을 쓴 남편   제780화

    만약 서경이나 수리스였다면 송남지도 정말 임승아를 마주친 것이라 믿었을 것이다.하지만 이곳은 그녀와 접점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을 라인국이었으니 헛것을 봐도 너무도 터무니없는 헛것이었다.송남지가 박재용을 밀며 매장 앞에 멈춰 서기 전까지는 말이다.수많은 점원에게 둘러싸인 채, 커피를 대접받고 옷과 가방을 나르는 점원들의 수발을 받으며 탈의실로 향하는 한 여자를 본 순간 송남지는 눈을 가늘게 떴다.참으로 기가 막힌 우연이었다. 전혀 상관없을 것 같던 이곳에서 결국 마주치고 만 것이다.순간 머릿속에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말이 스쳤다.사람들의 극진한 대접을 받던 임승아 역시 송남지를 발견했다.그녀는 점원이 건넨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든 채 송남지를 빤히 바라보았다.마치 ‘정말 우연이네요’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이었다.송남지는 미간을 꿈틀하며 휠체어의 방향을 틀려 했다.“재용 씨, 다른 매장으로 가요.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는데, 이왕 돈 쓰는 거 좀 화려한 걸로 사는 게 낫겠어요.”하지만 박재용은 송남지의 말을 믿지 않았다.그의 시선이 임승아에게 머무는 것을 보니 이미 상황을 파악한 모양이었다.그는 휠체어를 돌리려는 송남지의 손을 덥석 잡았다.“좁은 길에서 적을 만나면 용기 있는 자가 이긴다는 말 못 들어봤어요? 설마 겁쟁이처럼 굴 건 아니죠? 남지 씨는 본처고 저 여자는 내연녀인데, 숨어도 저쪽이 숨어야지 남지 씨가 피할 이유가 어디 있어요?”송남지는 입술을 깨물었다. 박재용의 논리가 구구절절 맞긴 했다.하지만 그녀가 자리를 뜨려 한 건 비겁해서가 아니라, 그저 임승아라는 존재 자체가 싫어서였다.임승아를 보면 자꾸만 하정훈이 떠오르니까.하정훈을 떠올리자 좋지 않은 기억들이 밀물처럼 밀려왔다.이것은 송남지의 몸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내보내는 방어 기제였고 그 때문에 그녀는 본능적으로 자리를 피하고 싶어 했다.송남지가 미처 입을 떼기도 전에 박재용은 스스로 휠체어를 조종해 임승아 쪽으로 다가갔다.“임승아 씨, 정말 우

  • 가면을 쓴 남편   제779화

    송남지는 박재용의 팔을 가볍게 치며 핀잔을 주었다.“그만 해요, 하늘 구경하다가 목 빠지겠어요.”그제야 박재용은 시선을 옮겨 송남지를 바라보며 히죽거렸다.“헤헤, 어때요? 나 좀 멋있죠?”송남지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입술을 내밀었다. 허세 가득한 사람은 많이 봤지만 이렇게까지 심한 사람은 처음이었다.그녀는 경호원에게서 휠체어를 넘겨받아 직접 밀며 걸음을 옮겼다.“알았으니까 그만 해요. 층 비우는 건 됐어요. 옷 한 벌 사려는 건데 굳이 요란 떨 필요 없잖아요.”경호원들이 송남지의 뒤를 바짝 따르며 사방을 매섭게 살피자 그녀는 묘한 기분마저 들었다.그녀가 농담조로 물었다.“혹시 라인국에서 테러라도 당해본 적 있어요? 경호원들 눈빛이 금방이라도 총이라도 쏠 기세라 겁나네요.” 박재용은 일부러 송남지를 겁주려는 듯 대답했다.“말도 말아요, 진짜 그럴 수도 있어요. 삼촌이 이번에 큰 건을 하나 하셨는데 시기하는 놈들이 엄청 많거든요. 이제 좀 무섭죠?”송남지는 어깨를 으쓱했다.“별로 안 무서운데요. 그 사람들 목표는 휠체어에 앉은 박씨 가문 도련님이지, 나처럼 이름도 없는 평범한 사람은 아닐 테니까요.”박재용은 말문이 막힌 듯 씁쓸하게 중얼거렸다.“말 하나는 진짜 얄밉게 잘하네. 조심해요, 그러다 남자들이 다 도망가요.”박재용은 아차 싶었다. 말이 너무 나갔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하지만 송남지는 그의 마음을 다 안다는 듯 웃어넘기며 똑같이 응수했다.“재용 씨는 나 좋아하잖아요. 그럼 재용 씨는 남자가 아니라는 건가요?”송남지가 아무렇지 않게 넘기고 하정훈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자 박재용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고는 속으로 다시는 그런 농담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송남지가 박재용을 밀며 쇼핑몰 안으로 들어서자, 쏟아지는 시원한 냉기에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박재용이 가장 큰 명품 매장을 가리키며 호기롭게 제안했다.“저 매장으로 가요. 오늘 남지 씨 쇼핑은 이 박재용이 책임질 테니까, 무조건 제일 비싼 걸로 고르세요!”

  • 가면을 쓴 남편   제778화

    그제야 박재용은 기세등등해져서 당당한 기세로 박명규를 쳐다보았다.“봤죠! 남지 씨는 나랑 같이 있고 싶어 한다고요!”박명규는 하는 수 없이 허탈하게 웃으며 라인국의 엘리트들을 데리고 박씨 저택을 나섰다.“남지야, 그럼 재용이 옆에 잘 있어 주렴. 쇼핑하러 갈 때는 이따 기사보고 데려다주라고 하마.”박명규가 젊은 인재들을 데리고 떠나자마자 박재용은 돌연 도우미에게 차를 준비시키라고 일렀다.송남지는 다소 당황스러운 듯 물었다.“어디 나가려고요?”박재용은 고개를 돌려 눈을 깜빡였다.“옷 사러 가야 한다면서요? 여기 쇼핑몰은 내가 빠삭하거든요.”송남지는 미간을 찌푸렸다.“안 돼요. 아저씨가 공항 마중도 못 나오게 하셨다는 건 아직 외출하기엔 아직 무리라는 증거예요.”하지만 박재용은 막무가내였다. 송남지와 도우미들이 말려도 소용없었고 기어코 송남지를 따라 쇼핑하러 가겠다며 고집을 부렸다.송남지도 끝내 박재용을 꺾지 못했다.결국 박명규에게 전화를 걸어 허락을 구한 뒤 박재용과 함께 차에 올랐지만, 두 명의 경호원이 동행했다.차 안에서 송남지가 장난스럽게 말을 건넸다.“장소가 바뀌니까 외출 한 번 하는 데 경호원까지 따라붙네요.”박재용은 선글라스를 끼더니 제법 근사하고 잘생긴 티를 내며 자아도취에 빠진 표정으로 대꾸했다.“농담 아니에요. 내가 라인국에선 아주 유명한 몸이거든요.”송남지도 박재용의 배경쯤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박씨 가문은 라인국 최대 규모의 은행을 소유하고 있었고 박재용은 온 국민이 다 아는 전형적인 재벌 2세였다.송남지는 그가 아프지만 않았더라도 분명 어디서나 화제를 몰고 다니는 중심인물이었을 것이라 생각했다.사실 송남지가 박재용을 높게 평가하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그와 같은 배경을 가진 이들이 대부분 방탕한 한량으로 전락하는 것을 수없이 봐왔지만, 박재용은 당당히 신진 화가로서 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박재용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으나 선글라스에 가려진 눈빛까지는 읽어낼 수 없었다. 다만 목소리에는 특유

  • 가면을 쓴 남편   제777화

    다만 통창 근처에 앉아 있는 박재용만은 이 그림과 영 딴판이었다.다들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그는 휠체어에 앉아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박명규가 기세등등하게 외쳤다.“자, 내가 누구를 데려왔는지 봐봐!”박재용은 너무 놀라 하마터면 자리에서 일어날 뻔했다. 라인국에 살아 돌아올 줄도 몰랐지만, 설마 자기 집에서 송남지를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그러자 평소 그토록 싫어하던 라인국의 집마저 한순간에 좋아 보이기 시작했다.송남지는 먼저 손을 흔들며 박재용과 눈을 맞추고는 작은 목소리로 웃으며 인사했다.“재용 씨!”박재용은 흥분한 듯 휠체어를 밀어 송남지 곁으로 ‘달려’가려 했다. 하지만 고용인이 그를 가로막았다.“도련님, 거실에 장애물이 너무 많으니 그냥 앉아 계세요. 필요한 게 있으시면 제가 가져다드릴게요.”박명규 역시 서둘러 앞을 막아서며 만류했다.“이 녀석아, 왜 이렇게 덤벙대. 혹시라도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박재용은 박명규의 안내를 받아 남자들 사이 소파 좌석으로 들어가는 송남지를 답답한 심정으로 바라보았다.“이분이 아저씨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시던 송남지인가요?”“아저씨 칭찬이 허풍이 아니었군요. 송남지 씨는 정말 경국지색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만큼 아름다우세요.”처음에는 송남지도 조금 쑥스러워했으나, 모인 이들이 모두 또래인 것을 확인하고는 심리적인 부담을 덜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이야기가 한창 무르익으면서 어느덧 박재용의 존재는 까맣게 잊힌 분위기가 되었다.박재용은 나직하게 투덜거렸다. “이거 참, 내가 꼭 무능한 남편이라도 된 기분이네. 정말 짜증 나 죽겠어!” “듣기로는 송남지 씨가 예전에 재스민 갤러리의 책임자였다면서요? 전에 서경으로 출장 갔을 때 재스민 갤러리에 들른 적이 있는데, 참 품격 있고 앞날이 기대되는 곳이더라고요. 꼭 사고 싶은 그림이 하나 있었는데, 그때 갤러리 측에서 그 작품은 팔지 않는다고 해서 아쉬웠죠.”“네.”그 말

  • 가면을 쓴 남편   제490화

    송남지는 그의 격정적인 고백에 말문이 막혔다.하정훈의 긴장과 흥분이 고스란히 전해져 숨을 내쉴 때마다 느껴지는 압박감이 대단했다.뜨거운 감정은 이내 송남지에게도 전염되어 가빠진 호흡 사이로 심장이 터질 듯 쿵쾅거리기 시작했다.긴장 탓에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킬 정도였다.깊은 밤의 정적은 두 사람 사이의 묘한 분위기를 더욱 짙게 만들었다.송남지는 고개를 살짝 돌린 채, 하정훈의 얇은 입술이 자신의 귓바퀴를 타고 귓불까지 내려오는 것을 느꼈다.도톰한 그녀의 귓불은 형언할 수 없는 관능미를 풍겼다.오랫동안 쌓여온 그리움이

  • 가면을 쓴 남편   제456화

    서경의 겨울밤은 유난히도 스산했고 매서운 밤바람이 몰아쳤다.블루 오션 인근의 한 병원 응급실 앞에서 민지현은 박재용이 나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박재용 대신 그녀 앞에 나타난 인물은 전혀 낯선 중년 남성이었다.단정한 옷차림에 웃음기 하나 없는 엄격한 인상의 남자는 민지현을 한 번 확인하더니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실례지만, 저기 응급실 안에 있는 환자가 박재용 씨입니까?”그 질문에 민지현은 본능적으로 경계심 어린 눈빛을 띠며 상대를 바라보았다.상대가 경쟁 갤러리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 가면을 쓴 남편   제449화

    그럼에도 팀원들의 불평 섞인 목소리는 그치지 않았다.“민 실장님, 관장님 비서는 요새 계속 쉬고 있잖아요. 실장님도 자비를 좀 베풀어서 저희 휴가 좀 보내주시면 안 돼요?”송남지의 비서 이야기가 나오자 민지현은 새삼 느낀 바가 컸다.상사가 부상을 당해 자리를 비웠다고 해서 비서에게까지 긴 휴가를 주는 관대한 사장은 그녀도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심지어 오늘 관장님이 복귀했음에도 비서에게 당장 출근하라고 재촉하지도 않았다.부하 직원을 조금도 압박하지 않는 이런 상사가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예전의 민지현이라면 믿지 않았겠지만

  • 가면을 쓴 남편   제459화

    박재용은 누가 봐도 비아냥거리는 투로 말을 이었다.“딱 보니 일밖에 모르는 독종 스타일인데, 평소에 일에만 매달리느라 가족들이랑 사이가 소원해진 거 아닙니까? 지금 이 꼴로 돌봐줄 사람 하나 없는 걸 보니 자업자득이네요.”그 말을 듣는 송남지의 눈빛이 순식간에 흐릿하게 가라앉았다.하정훈과 결혼한 뒤 그녀에게 제1순위 가족은 당연히 하정훈이었지만, 그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표정은 금세 어두워졌다.“정말 말씀대로 제가 가족 관계를 잘 못 풀었나 봐요.”처음 다쳐서 퇴원하고 다시 입원하는 이 소동 속에서도 그는 고작 한 번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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