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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3화

작가: 은지아
윤이현은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그의 젊은 얼굴에는 사업가다운 기민함과 여유로운 사교 매너가 배어 있었다.

“강 총괄님, 과찬이십니다. 워낙 기획이 훌륭해서 제가 특별히 직접 나선 것뿐이에요. 저 아무 데나 직접 발걸음 하지 않는 거, 총괄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는 능청스럽게 상대를 추켜세우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대화가 끝날 무렵 송남지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제작진에게 가볍게 묵례를 한 그녀는 젊은 윤 대표를 향해 말을 건넸다.

“윤 대표님, 안녕하세요. 저는 재스민 갤러리의 송남지라고 합니다. 불쑥 찾아뵈어 결례인 줄 알지만, 협찬 건으로 드릴 말씀이 있어 실례를 무릅쓰고 왔습니다.”

윤이현은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

예고도 없이 자신의 동선을 파악해 나타난 이 불청객이 달가울 리 없었다.

그러나 송남지의 얼굴을 확인한 윤이현의 불쾌감은 이내 희미해졌다.

우아하고 부드러운 그녀의 미소는 결코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때 송남지가 무작정 끼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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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면을 쓴 남편   제580화

    유경태는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다.“역시 하 대표야! 일 처리 하나는 끝내주네! 내일 사모님의 겨울 전시회에 내가 가줄까?”“아니, 그럴 필요 없어. 남지라면 그런 작은 상황쯤은 능히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유경태는 하정훈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방금 막 자정이 지났을 뿐인데, 송남지는 이미 최고의 여론 선동 타이밍에 연예계에 한바탕 큰 소동을 일으켰으니 말이다.그녀가 이런 작은 상황들을 처리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둘째치고 그녀 자체가 이미 소동의 발화점이었다....한편, 송남지는 컴퓨터를 닫고 서재의 불을 껐다.이 밤, 그녀는 사실 조금도 걱정되지 않았다.긴장해서 잠 못 드는 것이 아니라, 이 한바탕 쇼가 끝나야 비로소 잠들 수 있을 터였다.이 모든 연극의 연출은 바로 그녀 자신이었으니 말이다.안방의 포근한 침대에 몸을 누인 송남지는 문득 다가올 아침이 간절히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잠들기도 전에 낯선 번호로 전화를 받았다.서경 발신 번호였기에 송남지는 아무런 경계 없이 전화를 받았다.수화기 너머에서 엄가을의 히스테릭한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송남지, 이 독한 년! 너 지금 나랑 장난해?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네 밥그릇에 담긴 걸 내가 조금이라도 탐낸 적 있어? 내가 네 몫을 가로채기라도 했냐고! 그런데 왜 나 하나를 못 잡아먹어서 이 난리야!”송남지는 휴대폰을 살짝 멀리 떼어 놓았다. 엄가을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고막이 아플 지경이었다.“그럼 네 밥그릇에 담긴 걸 내가 뺏어오기라도 했다는 거야? 하도 오래 연기하며 살다 보니 이젠 정말 본인이 피해자라고 착각이라도 하는 모양인데. 먼저 여론전 시작한 거 너 아니었어? 기자들 매수해서 나랑 윤이현 사진 찍게 만든 것도, 박재용의 대화 내용을 유출한 것도 전부 너잖아. 그것도 모자라서 나한테 뿌릴 오물이 부족할까 봐 정시연까지 끌어들여 판을 키운 건 누구였지?”송남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단호하게 말했다.“엄가을, 네가 지금 처한 상황은 네가 저지른 짓들

  • 가면을 쓴 남편   제579화

    “윤 대표님, 3분도 채 안 걸립니다.”유경태는 거두절미하고 본론을 꺼냈다.“제가 하 대표를 처음 알았을 때부터 그 사람 마음엔 이미 남지 씨뿐이었습니다. 그 긴 세월을 오직 남지 씨만을 기다려왔죠. 모르셨겠지만 남지 씨는 이혼한 전력이 있습니다. 전남편 이름은 아마 들어보셨을 겁니다. 윤해진이라고.”유경태의 입에서 나온 말은 윤이현을 경악하게 만들기 충분했다.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되물었다.“송남지 씨가 이혼녀라고요? 잠깐, 방금 뭐라고 했습니까? 전남편이 윤해진? 온갖 추문은 다 몰고 다니는 데다 살인까지 저질렀다는 그 윤씨 가문 말입니까?”말할수록 윤이현의 팔에 소름이 돋았다.유경태는 송남지를 향한 동정을 담은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사람 잡아먹는다는 그 집안 맞습니다. 옛날엔 하 대표가 배짱이 없어서 고백도 못 하고 끙끙 앓으며 남지 씨가 대학 졸업하기만 기다렸는데 졸업도 하기 전에 윤해진이 홀랑 낚아채서 결혼해버린 거죠. 그 후로 하 대표는 진짜 넋이 나간 사람처럼 지냈고요.”윤이현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유경태에게 담배 한 개비를 더 청했다.“하 대표님이 배짱이 없다니, 믿기지가 않는데요.”유경태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뭐, 안 믿기시면 나중에 하 대표가 동남아 사업 마무리하고 돌아오셨을 때 직접 식사 대접받으면서 들어보시죠. 그럼 믿게 될 겁니다. 너무 사랑하면 원래 그런 법 아닙니까? 사랑은 때로 용기의 찬가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겁쟁이가 되는 근원이기도 하니까요.”“사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두 사람이 정말 어렵게 오늘을 맞이했고 비로소 서로에게 안착했다는 겁니다. 친구로서 저는 그들 사이에 어떤 문제도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죠. 윤 대표님도 워낙 출중한 인재시니 ‘왜 내가 아니라 하정훈인가' 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지난 세월을 지켜본 저로서는 하 대표보다 남지 씨를 더 사랑할 남자는 세상에 없을 거라고 확신합니다.”이 말을 들은 윤이현은 마음 깊이 승복할 수밖에 없었다.이번 승부에서

  • 가면을 쓴 남편   제578화

    윤이현은 미간을 깊게 찌푸린 채 깊은 생각에 잠겼지만 결론은 단 하나뿐이었다.송남지의 약지에서 빛나던 반지는 결코 평범한 물건이 아니었다.처음엔 그저 유복한 집안이겠거니 치부하며 나 같은 탑티어 남자를 마다한 그녀의 안목을 의심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제야 상황 파악이 끝났다.자기가 잘난 놈인 건 맞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걸 간과했던 것이다.하정훈은 서경의 상류사회에서 모든 재벌 2세, 3세들이 결코 넘을 수 없는 태산과도 같은 존재였고 서경의 명문가를 대표하는 상징이었다.그러니 윤이현이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서더라도, 전혀 억울할 것 없는 상대였다.유경태가 이쯤에서 말을 아낀 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기 때문이었다.시끌벅적한 술집에서 오직 윤이현의 머릿속만 차갑게 식어갔다.그는 유경태가 건네는 잔을 받아들며 짐짓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친구 사이에 좀 챙겨준 게 뭐 대수라고, 하 대표님이 너무 격식을 차리시네요.”윤이현의 말에 유경태도 미소 지었다.역시나 윤이현은 눈치가 빠르고 처세에 능했다. 서경에서 뼈대 굵은 가문끼리 잘 지내려면 하씨 가문과 척져서 좋을 게 없다는 계산이 끝난 것이다.윤이현이 술을 비우자 유경태는 더 이상 자리를 지킬 이유가 없었다. 그는 정중하게 자리를 떴고 윤이현 역시 흥이 다 깨져버렸다.이것은 윤이현이 하정훈에게 보내는 정중한 복종의 신호였다. 어차피 선택의 여지가 없는 길이었지만, 막상 선택하고 나니 속이 뒤틀리고 씁쓸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술자리에 모인 이들도 눈치껏 입을 다물었지만 윤이현은 이미 술맛이 뚝 떨어진 뒤였다.그는 유경태가 자리를 뜨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황급히 일어났다.밤의 차가운 공기가 폐부로 밀려들어 정신이 번쩍 드는 순간, 눈앞에 유경태가 몰고 온 고급 세단이 시야에 들어왔다.유경태는 바로 출발하지 않고 차에서 내려 윤이현을 향해 가볍게 목례했다. 그러곤 다가와 담배 한 개비를 건넸다.윤이현은 담배를 받아 들며 입꼬리만 살짝 올려 웃었다.“유 선생님, 아직

  • 가면을 쓴 남편   제577화

    그는 화면 속 내용을 똑바로 응시했다.정시연이 올린 영상이었다.그런데 이 영상은 다름 아닌 달이슬 룸 안의 감시 카메라 영상이었다.‘이 영상이 어떻게 정시연의 손에 들어간 걸까?’윤이현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이 영상은 엄가을이 자신과 연을 맺으려 했음을, 심지어 그가 달이슬에서의 식사를 제안했을 때 엄가을이 곧 윤씨 가문의 안주인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음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었다.정말이지... 어리석기 그지없는 여인이었다.어쩐지 룸 안에서 엄가을의 태도가 이상하다 싶었더니, 이런 이유였다니.술자리에서 누군가 깐족거리듯 말했다.“이야, 재스민 갤러리의 송남지 씨, 순식간에 누명을 벗었네요?”곧 나직한 목소리가 이어졌다.“원래 송남지와는 아무 관계도 없었잖아요. 이제 다들 송남지 말이 진실이라는 걸 알게 됐겠네요? 엄가을이 진짜 까칠한 여자였다는 걸.”윤이현은 말을 건넨 이를 바라보았다.그는 모임에서 몇 번 본 적이 있는 유경태였다.듣기로 그는 의사였는데, 유씨 가문은 서경 일대에 부유층 전용 병원을 여러 곳 운영하고 있었다.과연 ‘의료계의 황태자’라는 별칭이 아깝지 않은 배경이었다. 윤이현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물었다.“유 선생님, 말투를 보니 송남지 씨를 좀 아는 모양이네요?”유경태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잘 압니다.”짧은 대답이었지만 그의 눈빛에는 묘한 흥미가 일렁였다. 본래 그는 이런 소란스러운 술자리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다만 윤이현이 온다는 소식, 그리고 무엇보다 하정훈의 부탁을 받았기에 마지못해 이곳에 발을 들였을 뿐이었다.윤이현은 휴대폰을 방금 말한 이에게 돌려주고는 다시 유경태를 바라보며 웃었다“그럼 내가 송남지 씨에게 이용당한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송남지 씨가 엄가을을 불러 달라고 했는데, 하필 엄가을의 이 영상이 정시연에 의해 인터넷에 퍼졌고 또 하필이면 재스민의 겨울 전시회가 코앞이라니 말입니다?”분위기는 순식간에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윤이현은 사실 이용당한 것에

  • 가면을 쓴 남편   제576화

    깊은 밤. 윤이현은 친구와의 약속 장소로 향했다.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서경의 시내 중심가, 화려한 거리의 한 PUB 앞에선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그에게 깍듯하게 인사했다.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지배인이 바로 달려와 길을 안내했다.“윤 대표님, 소 대표님 일행은 VIP석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윤이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를 드나드는 각양각색의 여자들에게 무심히 시선을 던졌다.대부분 짙은 화장을 하고 있었고 하나같이 이목구비는 화려했다.하지만 이런 스타일은 딱 질색이었다. 화장 지운 얼굴이 어떨지 누가 알겠는가.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송남지의 얼굴만이 맴돌았다.누군가가 이토록 정확하게 그의 미적 기준에 부합했던 적은 드물었다.시크하면서도 미묘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분위기, 완벽한 계란형 얼굴에 웃을 때면 본인도 모를 아주 작은 보조개가 생겼고 속눈썹은 어찌나 짙고 풍성한지 눈을 감을 때면 마치 작은 부채를 펼친 듯했다.송남지의 얼굴을 떠올리기만 해도 윤이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오늘 모임을 주선한 소민우가 그를 놀리듯 말을 건넸다.“윤 대표님, 피곤한 거예요 아니면 무슨 걱정이라도 있는 거예요?”곁에 있던 젊은 여인이 눈치 빠르게 윤이현에게 술 한 잔을 따르며 말했다.“윤 대표님, 여기 오셨으니 속상한 일들은 다 잊어버리세요.”윤이현은 건네받은 위스키를 마시며 눈썹을 치켜올리고 어깨를 으쓱했다.“별거 아니에요. 그냥 좀 피곤해서.”그는 본래 오고 싶지 않았으나 집에 있으면 송남지가 그 다이아몬드 반지를 내밀던 장면이 머릿속을 가득 채워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그러다 마침 술 약속이 잡히자 그냥 나온 것이었다.어차피 업계 관계는 늘 유지해야 하는 법이니, 오늘 참석한 것도 나름 관계 유지를 한 셈이었다.하지만 위스키 한 잔을 마시자 마음은 더욱 심란해졌다.그래서 결국 도저히 참지 못하고 물었다.“나 정도면 최고 미녀랑은 안 어울려요?”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당연히 그에게

  • 가면을 쓴 남편   제575화

    [U are the apple of my eye.]송남지는 그 문장을 소리 내 읽었다.“넌 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람...”그녀는 웃으며 답했다.[내일 봐요! 여보!]어차피 서로 다 아는 사이라 댓글이 공개되자마자 최보라와 오지훈은 다시 한번 열광적으로 아우성을 쳤다.[어머머! 내일 당장 만난다고? 남지야, 언제부터 그렇게 굶주린 늑대처럼 안달이 나 있었니?]오지훈이 최보라의 뒤를 받쳤다.[역시 우리 정훈이가 매력이 넘치긴 하나 보네. 남지 씨가 하루도 못 참고 이렇게 안달이 난 걸 보면 말이야. 쯧쯧]그 시각, 어느 6성급 호텔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에서 하정훈은 두 사람의 짓궂은 장난이 담긴 문자를 내려다보며 위험할 정도로 차갑게 눈을 가늘게 떴다.그는 망설임 없이 오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오지훈은 여전히 짓궂게 놀려댔다.“하 대표, 오늘 밤에 푹 안 자두면 내일 남지 씨 실망한다? 컨디션 관리 잘해야지.”하정훈은 나직이 웃으며 경고했다.“오지훈, 적당히 해. 남지는 얼굴이 얇아서 너희가 그러면 부끄러워한단 말이야.”“쯧, 알았다고, 알았어. 아주 그냥 팔불출 나셨네. 남지, 남지... 성은 그룹 대표의 그 위엄은 대체 어디로 다 팔아먹은 거야.”하정훈은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성은 그룹 대표는 뭐 별거야? 대표는 아내도 필요 없나?”“필요하지, 필요하고말고! 이렇게 좋은 아내라면 더더욱!”오지훈은 눈을 흘기며 장난스러운 대화를 이어가다 이내 진지한 목소리로 화제를 돌렸다.“정훈아, 내일 겨울 전시회가 끝나면 분명 업계에서 재스민을 견제하고 따돌리려는 움직임이 많을 거야. 남지 씨가 너한테 가면 잘 다독여줘. 그런 일에 너무 상처받지 말라고. 그림 실력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대단하니까 다른 걸로 자신을 증명할 필요 없다고 말이야.”하정훈은 눈썹을 살짝 올렸다.“말 안 해도 알아. 내 와이프가 세상에서 제일 최고인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잖아.”오지훈은 더 이상 들어줄 수 없다는 듯 진저리를 쳤다.“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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