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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7화

Author: 은지아
그녀는 흡사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찍어낸 무결한 공예품 같았다.

그런데 지금 그 공예품이 송남지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불같이 화를 내고 있는 것이었다.

엄가을이 짜증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봐요, 당장 이 사람 내보내요. 곧 귀한 분 오실 자리인데, 어디서 개나 소나 들여보내서 물을 흐려요?”

그러자 윤이현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고 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일어나 엄가을에게 경고하듯 말했다.

“엄가을 씨, 이분은 제가 초대한 친구입니다.”

송남지는 담담한 시선으로 엄가을을 응시하며 그녀의 얼굴 위로 피어오르는 다채로운 변화를 즐겼다.

겨울철에 실로 보기 힘든 알록달록한 광경이었다.

엄가을은 어안이 벙벙해 윤이현을 다시 봤다. 전혀 농담 같지 않았다.

그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럴 수가? 윤이현이 초대했다는 사람은 저 사람 친구가 아니었나? 그리고 이런 자리에 어떻게 송남지를 부를 수가 있지? 요즘 두 사람 사이가 얼마나 껄끄러운지 다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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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정훈의 불쑥 튀어나온 고백에 송남지는 순간 얼어붙었다.저 엄숙한 얼굴로 저렇게 오글거리는 말을 진지하게 내뱉다니,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기묘한 조합이었다.송남지는 하정훈에게 쑥스러운 표정을 들키지 않으려 애써 전방의 도로를 주시했다.그녀는 그의 말을 받아 장난스럽게 물었다.“말해준 적도 없는데, 내가 기특한 건 어떻게 알았대요?”‘이 남자, 진짜 내 뱃속의 회충이라도 되나?’하정훈이 신비로운 미소를 지었다.“맞춰봐.”송남지는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싫은데요.”둘 사이의 분위기는 딱 좋았다.하정훈은 테이블 위 커피를 들어 화면 속에서 진지하게 운전하는 송남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신호 대기에 잠시 멈춘 틈을 타, 송남지는 하정훈의 손에 들린 커피를 발견했다.그는 평소 차를 즐겨 마셨고 가끔 우유나 신선한 과일 주스를 마시는 게 전부였다.송남지의 목소리에 섬세한 염려가 묻어났다.“이번 출장, 많이 바쁜가 봐요?”하정훈은 소파에 몸을 기댔다. 다른 이가 보지 않을 때에만 그의 얼굴에 비로소 낯선 피로감이 스쳐 지나갔다.송남지가 부정적인 답변을 예상하던 그때, 전화 저편에서 나지막한 대답이 들려왔다.“어.”“음...”송남지는 약간 당혹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예전에도 이런 질문을 안 한 것은 아니었으나, 대부분의 경우 하정훈은 바쁘지 않거나 피곤하지 않다고 답했기 때문이다.이번에는 업무로 인한 영향이 분명히 있었던 모양이었다.송남지의 눈에는 희미한 안타까움이 서렸다.그녀는 시선을 들어 화면 속 그를 바라보았다.호텔의 밝은 노란 조명 아래, 호텔 가운을 입은 그의 눈 밑 다크서클은 평소보다 짙게 배어 있었고 소파에 기댄 탓인지 살짝 위로 향한 얼굴과 턱선에서는 서늘한 기운과 피로함이 동시에 묻어났다.오뚝한 콧날 끝에서 시작된 미간의 주름은 좀처럼 펴질 줄 몰랐고 칼날 같은 눈썹이 꿈틀거리며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송남지는 그런 하정훈을 보며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지난 시간 동안 하정훈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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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면을 쓴 남편   제57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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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전 엄가을 씨처럼 그런 한가한 멋을 부릴 여유가 없어서요.”엄가을은 순간 자신이 판 함정에 빠졌다는 걸 깨달았지만, 억지로라도 체면을 세워야 했다.“난 여배우잖아요. 하늘이 무너져도 관리는 필수죠. 일반인들이야 나처럼 유난 떨 필요 없겠지만 송남지 씨도 결국 얼굴로 먹고사는 건 매한가지 아니겠어요? 관리 좀 하시죠. 얼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고 그럼 밥줄도 끊길 텐데.”윤이현의 미간이 깊게 패였다. 엄가을의 언사는 그가 듣기에도 너무 거슬렸던 것이다.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송남지는 평온했다.엄가을이 벌인 더러운 짓도 겪어봤는데 세 치 혀로 내뱉는 말 따위가 대수겠는가.“엄가을 씨 눈엔 갤러리 운영이 얼굴로 하는 장사로 보이나 봐요? 얼굴에 수분 보충을 너무 과하게 하셨나, 뇌까지 물이 차버린 것 같네요.”윤이현이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엄가을은 의심스런 눈초리로 윤이현을 보았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윤이현은 대체 누구 편이란 말인가? 저 여자 편이면 달이슬에 날 부를 리가 없을 테고 내 편이면 내가 한 방 먹었을 때 저렇게 흡족하게 웃을 리가 없을 텐데?’엄가을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승부수를 던졌다.“윤 대표님, 저는 송남지 씨랑은 도저히 물과 기름이라서요. 저랑 식사 계속하고 싶으시면 이 여자, 당장 내보내세요.”송남지는 여전히 차분하고 서늘한 눈빛으로 엄가을을 바라보았다.어차피 CCTV 원본은 확보했으니 목적은 달성한 셈이었다. 지금은 그저 한 발짝 물러난 관객이 되어, 엄가을이 펼치는 가당찮은 원맨쇼를 느긋하게 감상할 뿐이었다.윤이현은 여전히 젠틀하게 웃고만 있었다.그는 숨을 한 번 고른 뒤, 드디어 엄가을에게 오늘 식사 자리의 진짜 의미를 명확히 밝혔다.“엄가을 씨, 오늘 이 자리는 제가 원해서 마련한 게 아닙니다. 남지 씨 부탁을 받고 친구로서 대신 자리를 만들어 드린 겁니다.”엄가을은 기가 막힌다는 듯 입을 다물지 못했고 잔뜩 찌푸린 미간은 십여 초가 지나도록 펴질 줄을 몰랐다.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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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흡사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찍어낸 무결한 공예품 같았다.그런데 지금 그 공예품이 송남지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불같이 화를 내고 있는 것이었다.엄가을이 짜증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이봐요, 당장 이 사람 내보내요. 곧 귀한 분 오실 자리인데, 어디서 개나 소나 들여보내서 물을 흐려요?”그러자 윤이현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고 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일어나 엄가을에게 경고하듯 말했다.“엄가을 씨, 이분은 제가 초대한 친구입니다.”송남지는 담담한 시선으로 엄가을을 응시하며 그녀의 얼굴 위로 피어오르는 다채로운 변화를 즐겼다.겨울철에 실로 보기 힘든 알록달록한 광경이었다.엄가을은 어안이 벙벙해 윤이현을 다시 봤다. 전혀 농담 같지 않았다.그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럴 수가? 윤이현이 초대했다는 사람은 저 사람 친구가 아니었나? 그리고 이런 자리에 어떻게 송남지를 부를 수가 있지? 요즘 두 사람 사이가 얼마나 껄끄러운지 다 알고 있으면서.’속으로는 수만 가지 의구심이 휘몰아쳤지만, 엄가을은 겉으로 평온한 기색을 유지했다.그녀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어머, 윤 대표님이 초대한 친구였어요? 전 그것도 모르고 어디서 개나 소나 멋대로 들어온 줄 알고 그만 실례를 했네요.”말을 마친 엄가을은 송남지를 보며 덧붙였다.“미안해요. 방금은 좀 흥분했어요.”송남지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임기응변 하나는 제법이었다. 저 연기력을 본업에 쏟았다면 커리어가 한 단계는 더 도약했을 것이고 지금처럼 알맹이 없이 껍데기만 좋아하는 팬들만 남지는 않았을 터였다.윤이현은 상석 의자를 빼주며 신사적으로 송남지에게 앉으라고 권했다.“직원에게 알아서 코스를 준비시켰는데 더 드시고 싶은 거 있으면 추가하세요.”그의 다정한 모습에 엄가을은 미간을 찌푸렸다. 여자의 육감으로 윤이현이 자신과 송남지를 대하는 태도에 큰 차이가 있음을 감지한 것이다.하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그녀는 일찍이 인터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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