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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Author: 윤소정
굳이 안 물어도 이 남자가 밖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서 있었을지 짐작이 갔다.

이미 늦은 시간이지만 김태하를 보니 그녀는 피곤함을 싹 잊었다.

요즘 그가 자주 집에 드나드는 바람에 강지현은 손님방에 남자 용품을 넉넉히 갖춰 두었다. 새 칫솔, 면도기, 그리고 잠옷 두 벌까지도.

“네가 검은색 실크 잠옷을 좋아하길래 디자인이 다른 거로 두 벌 샀어.”

강지현은 익숙하게 그 물건들을 김태하에게 건넸다. 그녀는 누군가를 챙기는 것에 익숙했기에 이 정도 일은 너무나 당연했지만, 김태하가 그것들을 보고 흠칫하는 모습에 조금 놀랐다.

그는 고개를 들어 강지현을 바라보았다. 남자의 눈가에 지극히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이걸 다... 언제 준비했어?”

“점심시간에 잠깐 짬 내서 사 왔지. 가게 몇 군데 돌면서 소재도 비교해 보다가 네가 평소 입는 거랑 비슷해 보이는 거로 샀어.”

강지현은 마치 사소한 일을 이야기하듯 태연하게 말했다.

그녀는 어느덧 습관처럼 주변 사람들을 꼼꼼히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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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234화

    “점? 무슨 점?”김태하가 계속 장난스럽게 건드리는 바람에 몸이 간질간질해진 강지현이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물었다.자신의 목 뒤에 점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빨간 점.”김태하의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입술이 금방이라도 그 자리에 닿을 듯 가까웠다.“위치가 꽤 깊숙한데...”그의 숨이 눈에 띄게 거칠어졌고 말도 중간에 끊겨 버렸다.“응?”말을 다 듣기도 전에 강지현이 몸을 돌렸다.그 순간 균형을 잃은 김태하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 넓은 어깨가 움찔하며 강지현을 뒤쪽 찬장 쪽으로 밀어붙였다.하지만 그는 재빨리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받쳐주었다.차가운 숨결이 강지현의 볼 옆에 스쳤다.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마주쳤다. 검은 눈동자 속에는 서로를 향한, 뜨겁지만 억눌린 감정이 담겨 있었다.“그런데...”그의 목소리에는 묘한 유혹이 섞여 있었다.“굉장히 매력적이네... 자꾸만 보고 싶어질 만큼.”말이 끝나자마자 따뜻한 입술이 그대로 내려앉았다.강지현은 미처 반응할 틈도 없었다.“음...”그녀는 고개를 젖힌 채 갑작스레 찾아온 입맞춤을 받아들였다.양 볼이 금세 달아올랐다. 온몸의 피가 전류처럼 흘러가며 저릿저릿하게 퍼져 나갔다.가느다란 손가락이 자신도 모르게 남자의 넓고 단단한 등에 파고들었다.김태하의 키스는 부드러웠지만 깊었다.강지현은 조금씩 뒤로 밀려났고 어느새 그의 가슴과 찬장 사이에 갇혀버렸다.자세가 불편해지자 김태하는 눈을 감은 채 자연스럽게 그녀를 들어 올렸다. 허리를 감싸안아 그녀의 다리가 그의 좁은 허리에 걸리게 했다.강지현은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몸은 이미 힘이 풀려 있었다. 김태하의 손이 그녀의 옷자락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가려는 순간, 갑자기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휴대폰은 강지현의 등 뒤에 있었다.지금 그녀는 남자에게 꽉 붙잡혀 있어 손을 뻗기 어려웠다. 김태하 역시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하지만 벨소리는 계속 울렸다. 누군지는 몰라도 끈질기게 계속 전화를 걸어왔다.강지현의 시선이 무심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233화

    회사 일은 해결됐지만 이제는 집안 문제를 마주해야 했다.예전의 이도운은 늘 이렇게 생각했다. 언젠가는 백하린과 함께 버티다 보면, 집에서도 결국 반대를 포기할 것이고 자신 역시 사업에서 성공하게 될 거라고.하지만 막상 그 순간이 눈앞에 다가오자, 예상했던 것처럼 들뜨거나 기쁘지는 않았다.강지현은 이제 회사에서 더 이상 쓸모가 없었다.하지만 여전히 그의 아내였고 무엇보다 아직도 그를 그렇게까지 사랑하고 있었다.만약 자신이 진실을 알리고 그렇게 잔인한 방식으로 그녀의 곁을 떠난다면...아마 그녀는 자신을 몹시 원망하게 되겠지.예전의 이도운은 이런 생각을 해도 죄책감이 조금 들 뿐, 크게 고민하지는 않았다.강지현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그의 마음속 모든 사랑은 백하린을 향하고 있었으니까.백하린과 함께할 수만 있다면 강지현을 저버리는 건 그저 필요한 희생일 뿐이었다.하지만 언제부터였을까.그의 일상에는 어느새 강지현의 흔적이 가득해졌고, 어느 순간부터는 그녀를 쉽게 놓을 수 없게 되어 있었다.이도운은 방으로 돌아와 샤워를 했다.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마침 백하린이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일부러 그런 건지, 새로 산 속옷을 하나씩 갈아입어 보고 있었다.여러 벌이었는데, 하나같이 꽤 자극적이고 매혹적인 디자인이었다.결국 남자는 남자였다. 문가에 서서 잠시 바라보던 이도운은 결국 다가가 그녀를 가볍게 끌어안고 입을 맞췄다.입술은 천천히 목선을 따라 내려가더니, 곧 그녀의 가슴께에 파묻혔다.백하린은 고개를 뒤로 젖혔다.처음에는 일부러 못마땅한 척하며 그를 몇 번 밀어냈지만 곧 그의 움직임에 몸을 맡기기 시작했다.그때였다.이도운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있다가, 희미한 조명 아래에서 문득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너, 그 점은 어디 갔어?”그는 곧장 백하린의 긴 머리를 한쪽으로 쓸어 올렸다. 그리고 귀 뒤에서 목덜미까지, 예전에 그 점이 있던 자리를 꼼꼼히 더듬어 보았다.하지만 예전에 분명 있던, 작고 선명한 붉은 점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232화

    “이런 건 먹기 싫어.”이도운은 쉰 목소리로 말하며 식판을 힐끗 내려다봤다. 도무지 식욕이 돌지 않았다.“죽 없어?”그가 아플 때마다 강지현은 직접 죽을 끓여 줬다.영양도 풍부하고 맛도 좋았다. 종류도 다양해서, 어떤 건 달콤했고 어떤 건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났다.평소에는 죽도, 담백한 음식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그였지만 그때만큼은 늘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은근히 기대하기까지 했다.“너 원래 죽 안 좋아하잖아? 이 음식들도 다 담백하게 준비한 거야. 내가 사람 시켜서 특별히 만들게 한 거니까, 조금이라도 먹어 봐.”백하린은 이도운이 일부러 자신에게 심술을 부린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몸이 안 좋다는 걸 알기에 목소리는 한결 누그러져 있었다.“아까 말했잖아. 입맛 없어.”이도운은 옆에 놓인 식판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짧게 말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옷을 갈아입고 그대로 나갈 생각이었다.“어디 가려고?”그가 외투와 차 키를 집어 드는 걸 보자 백하린이 급히 문 앞을 가로막았다.“회사. 오늘 처리 못 한 일이 많아.”“지금 몸도 안 좋은데, 내일 가도 되잖아.”“이젠 괜찮아.”이도운은 그렇게 말하고는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백하린으로서는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그때 옆에서 이윤후가 달려 나오는 게 보이자 그녀는 재빨리 눈짓을 보냈다.“아빠!”이윤후는 곧장 달려와 이도운의 다리를 꼭 끌어안았다.“아빠, 나 앞으로 꼭 말 잘 들을게요. 얌전히 있을 테니까 가지 마세요, 네?”어제 이윤후는 매를 맞은 뒤 내내 씩씩거리고 있었지만, 아빠가 나가려는 순간 본능적으로 붙잡고 싶어졌다.엄마는 늘 이렇게 말했다. 그들 모자에게 가장 큰 의지처는 아빠라고.그래서 지금 아빠와 엄마가 싸웠으니, 자신이 더 얌전하게 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아직 어린아이였던 만큼, 아무리 화가 났던 이도운도 그 감정을 오래 품고 있지는 못했다.아들의 촉촉한 눈망울이 금세 울음을 터뜨릴 듯 흔들리는 걸 보자 결국 발걸음을 멈췄다. “윤후야, 착하지.”그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231화

    서지아는 퇴원하자마자 바로 게시물 하나를 올려, 자신을 걱정해 준 팬들과 네티즌들에게 무사하다는 소식을 전했다.그 한마디가 파문을 일으켰다.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연예계로 돌아오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잠잠해지던 여론도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하지만 이번에 서지아는 아예 라이브 방송을 켜, 자신의 계획을 직접 밝혔다.“일은 다시 시작할 거예요. 하지만 연예계로 돌아가진 않을 생각이에요.”대신 그녀는 자신의 전공이었던 언론 분야로 돌아가 공익 인터뷰를 하겠다고 선언했다.서씨 가문은 원래부터 여러 재단과 협력 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곧바로 다양한 공익 프로젝트 제안이 쏟아져 들어왔다.그 덕분에 서지아의 팔로워 수 역시 하룻밤 사이 수십만 명이나 늘어났다.서지아의 라이브 방송을 본 주단우의 눈가에 옅은 웃음이 번졌다.‘역시 일에 몰두하는 여자가 훨씬 매력적인 법이지. 서지아가 완전히 눈치 없는 편은 아니군.’이번 고육지책은 고생이 따르긴 했지만, 김태하와 대중의 동정을 얻어냈다.주단우는 곧바로 엄경미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보고했다.강지현을 습격했던 남자는 이미 사라졌고 김태하도 사건 조사에 손을 대기 시작한 상태였다.하지만 김태하가 아무리 파고들어도 그들에게까지 닿을 일은 없었다.그 남자는 원래부터 주승호를 증오하고 있었고, 동시에 엄경미를 오랫동안 짝사랑해 온 사람이기도 했다.주단우가 한 일이라곤 그저 엄경미의 사정을 살짝 흘려준 것뿐이었다. 그러자 그는 스스로 나서서 멍청한 짓을 저질렀다.사람이란 참 묘했다. 가질 수 없는 것일수록 더 미쳐 버리는 법이니까.앞으로 서씨 가문의 협력 사업은 자연스럽게 주단우와 엄경미 쪽으로 흘러 들어올 것이다.게다가 강지현은 이번 일로 서씨 가문과도 사이가 틀어졌다.주상 그룹의 제약 사업은 사실상 해원시 경제의 숨통을 틀어쥐고 있다. 그래서 서씨 가문과 틀어졌다고 해도 겉으로는 큰 타격이 없어 보일 수 있었다.하지만 서씨 가문 뒤에 서 있는 건 수많은 재단과 기금들이었다. 그 영향력은 국가의 핵심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230화

    “너만 옳다고 생각한다면, 남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쓸 필요 없어.”강지현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힘이 있었다.그녀는 김태하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봄바람처럼 따뜻한 눈빛에는 그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그 말을 듣자 김태하의 얼굴에 드리워져 있던 어두운 기색이 서서히 걷혔다.김태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그녀를 끌어안았다.“너만 옆에 있으면 그런 것들은 다 상관없어.”목소리도 다시 평소처럼 밝아졌다.“응. 앞으로 무슨 일이 생겨도 네 옆에 있어 줄게. 네가 말한 것처럼 너도 내 앞에서는 굳이 강한 척 안 해도 돼.”강지현은 그의 어깨에 기대며 말했다. 마음속의 온기를 그대로 담아, 조금이라도 그를 위로해 주고 싶었다.김태하는 다시 마음을 정리한 뒤 강지현에게 당분간 서지아를 만나지 말라고 당부했다.지금은 상황이 너무 민감했다. 서씨 가문이 감정적으로 반응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강지현이 괜히 여론에 휘말릴까 걱정됐다.강지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이럴 때 내가 직접 가는 건 오히려 상황을 더 자극할 수도 있어. 비서 통해서 위문만 전할게.”김태하는 그녀라면 모든 일을 잘 처리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녀를 보고 있으면 자꾸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점심 무렵, 주단우가 고급 과일 바구니를 들고 서지아의 병실 문을 두드렸다.서지아는 옆으로 누운 채 창밖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에게서 기운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새벽에 서지아는 가족들이 잠든 틈을 타 과일칼로 자신의 상처를 다시 그었다.피가 침대 위로 흥건하게 번졌고, 마침 순찰하던 간호사가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정말 큰일이 날 뻔했다.그 일로 장미란도 크게 놀랐다. 몸 상태까지 무너질 지경이었다.결국 간병인과 경호원들을 병실 안팎에 24시간 붙여 두고서야 겨우 집에 돌아가 쉴 수 있었다.“왜 그렇게까지 했어요? 시작하자마자 버티기 힘들어진 거예요?”주단우가 병실 안을 둘러보며 말했다.이미 선물들이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229화

    김태하는 낮게 웃더니,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가를 쓸어내리며 살짝 문질렀다.“내가 부인을 지킬 수 있는지 없는지, 직접 시험해 봐도 좋아. 네 주변을 싹 정리해서, 네 머리카락 한 올도 건드리지 못하게 할 거야.”분명 장난스럽게 던진 말이었는데, 강지현은 남자의 눈을 바라보는 순간 묘한 서늘함을 느꼈다.농담이 아닌 것 같았다. 그 안 어딘가에는 거의 집착에 가까운 통제 욕구가 어둡게 숨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밤에 잠자리에 들었을 때였다. 김태하의 휴대폰이 계속해서 진동했다.강지현이 그 소리에 잠에서 깨 남자를 살짝 밀었다.김태하는 여전히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고 있었다. 잠시 뒤에야 손을 뻗어 침대 옆 협탁에서 휴대폰을 집었다.그는 눈도 제대로 뜨지 않은 채 전원을 꺼 버렸다.“급한 일 아니야? 받아 보는 게 좋지 않을까?”강지현이 흐릿한 목소리로 물었다.하지만 김태하는 다시 그녀를 끌어안으며 잠긴 목소리로 두 글자만 내뱉었다.“자자.”“...”다음 날 아침, 강지현이 눈을 떴을 때 김태하는 이미 침대에 없었다.그녀의 휴대폰도 계속 울리고 있었다. 메시지가 여러 개 와 있었 부재중 전화도 한 통 찍혀 있었다.현다영에게서 온 메시지였다.[언니, 단톡 좀 봐요.]회사 단체 채팅방에서는 서씨 가문 프로젝트가 갑자기 중단됐다는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협력이 아예 깨질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었다.강지현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휴대폰을 내려다봤다.그때 뉴스 알림 하나가 화면에 떴다.[서씨 가문 딸, 어젯밤 자살 시도. 현재 생명에는 지장 없어.]손가락이 문득 멈췄다.기사에는 서지아의 배경에 대한 설명도 함께 실려 있었다.몇년 전, 그녀는 외모와 몸매가 뛰어나 광고에도 출연했었고 한때 연예계 활동을 하기도 했다고 했다. 하지만 큰 인기를 얻지는 못한 채 결국 조용히 업계를 떠났다고 한다.이번 자살 시도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녀가 서씨 가문 딸이라는 사실까지 함께 공개되었고 인터넷에서는 큰 화제가 되고 있었다.댓글 창에는 온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47화

    가식적인 친절함이 아첨과 두려움으로 바뀌었다.“강지현, 너 주상 그룹이랑 대체 무슨 관계야? 정말... 주상 그룹의 그 아가씨야?”모임 주최자만이 강지현에게 실례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지 간신히 용기를 내어 물었다. 이 질문에 다른 사람들도 잽싸게 기회를 틈타 강지현에게 호의를 표하기 시작했다.“지현아, 네가 주상 그룹의 아가씨든 아니든 난 네가 힘들게 산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 학교 때부터 널 우러러봤다고.”“재벌 집 아가씨가 민간에 흘러들어 사는 이야기가 내 눈앞에서 펼쳐지다니. 나 복권 당첨된 거나 마찬가지야. 하하...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45화

    강지현의 말에 누군가 재빨리 검색했다.“진짜야. 주씨 가문 아가씨라고 했던 그 여자 사기꾼이야.”인터넷에 주씨 가문 아가씨의 사진이나 다른 정보가 없었던 이유는 그녀가 아직 언론에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자선 만찬 관련 기사에는 주상 그룹의 상속녀인 주승호의 딸이 처음으로 참석했다는 내용이 명확히 적혀 있었다.박슬기는 충격에 비틀거리다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2천만 원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자신이 망신당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도예림은 마음이 여린 편이라 다른 사람들처럼 박슬기를 비웃거나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44화

    박슬기가 문자를 보내자 상대의 답장이 바로 왔다. 1분 정도 통화가 가능한지 물었더니 역시 흔쾌히 응했다.곧 재벌 아가씨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 사람들은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심지어 도예림마저 참지 못하고 박슬기에게 바짝 다가갔다.“주씨 가문 아가씨가 참 한가하신가 봐. 문자에도 바로 답장하고.”강지현이 낮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박슬기가 강지현을 매섭게 째려봤다. 다른 사람들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재벌 딸이 딱히 할 일이 없는 것도 정상이라 생각했고 게다가 답장을 빨리한 건 박슬기와의 관계가 가깝다는 것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43화

    강지현의 입꼬리를 살짝 올라갔다.“이런 우연이 다 있나? 나도 주상 그룹 아가씨랑 아는 사이인데. 게다가 주씨 가문 사람들도 많이 알아. 주상 그룹이 나한테는 집처럼 익숙한 곳이야.”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룸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사람들의 두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강지현의 말투가 단호하고 차분해서 진짜인지 거짓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이런 우연이 있다고? 슬기랑 지현이 모두 주씨 가문 아가씨랑 아는 사이라니.’주씨 가문은 보통 가문이 아니었다. 해원시의 최고 재벌이었고 뉴스나 매체에서만 볼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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