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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hor: 윤소정
강지현이 몇 걸음 떼지도 않아 차 안에서 한 남자가 내리더니 뒷좌석 문을 열어주었다.

상대는 바로 지난번 그녀에게 명함을 건넸던 사람이었다. 다만 오늘은 제복 대신 평범한 검은색 정장을 입고 선글라스를 꼈는데 훨씬 친근한 분위기를 풍겼다.

강지현은 웃으며 차에 올라탔다.

아무래도 일부러 그녀를 데리러 온 듯 차 안에는 오직 그들 두 사람뿐이었다.

“실례지만 누구...”

“저는 대표님 개인 비서 최동윤입니다.”

그녀가 입을 열자마자 최동윤은 바로 그 뜻을 알아듣고 대답했다.

“최동윤 씨 대표님은 왜 저를 정략결혼 상대로 선택하셨대요? 우린 서로 일면식도 없을 텐데...”

강지현이 조심스럽게 떠보자 최동윤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건 대표님 사생활이라 저는 잘 모릅니다. 다만 대표님이 최근에 귀국하셔서 강지현 씨와 모르는 사이인 건 맞을 거예요.”

“그럼...”

강지현은 잠깐 생각하다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대표님 외모는 어때요?”

이 정도로 신비주의자라면 설마 엄청 못생겨서 사람들 앞에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는 게 아닐까?

비록 정략결혼 상대일 뿐이지만 만약 상대가 너무 못생겼다면 강지현도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야 했다.

그녀의 질문에 최동윤이 웃음을 터뜨렸다.

김태하의 옆에서 수년간 일하면서 그의 외모를 걱정하는 여자는 그녀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최동윤은 이내 다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전 대표님의 외모에 대해 평가할 자격이 없어요. 이따가 직접 만나보시면 알게 되실 겁니다.”

아무래도 못생겼나 보다. 강지현도 그만 기대를 접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화려한 양옥집으로 들어섰다.

도심이었지만 다소 외진 곳이라 프라이버시가 꽤 잘 돼 있었다.

최동윤은 그녀에게 이곳이 회원제로 운영되는 유명한 프라이빗 레스토랑이고 오늘 식사 자리를 위해 김태하가 레스토랑 전체를 대관했다고 했다.

강지현이 식당 안으로 들어선 후, 최동윤은 입구를 지키던 경호원들과 함께 물러났고 직원이 그녀를 조용한 룸으로 안내했다.

“김태하 씨?”

룸 안에서 화려한 샹들리에가 눈부시게 빛나며 한 남자의 등을 환히 비췄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부르자마자 강렬한 인상을 주는 얼굴과 마주했다.

깊고 날카로운 눈매, 오뚝한 코, 조각처럼 정교한 입술이 한눈에 들어왔다.

강지현이 넋을 놓고 멍하니 있던 그때,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네. 제가 김태하예요. 앉으세요, 강지현 씨.”

“아... 네.”

그녀는 재빨리 시선을 거두었다. 우아함을 신경 쓸 겨를이라곤 전혀 없었다.

‘뭐야? 전혀 못생기지 않았잖아!’

“왜요? 제가 못생겼나요?”

강지현이 고개를 푹 숙이고 쳐다보지 못하자 김태하가 물었다.

그는 아무나 범접할 수 없는 강한 압박감을 풍겼다.

그의 질문에 강지현이 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요. 못생기지 않으셨어요. 정말 잘생기셨고 완전 훈남이세요.”

여태껏 봐온 남자 중에 역대급 비주얼이었다.

학교 킹카인 이도운은 연예인 뺨치는 외모라 현실에서는 아주 보기 드문 미남이다.

수년간 이도운을 봐온 강지현이기에 웬만한 남자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하지만 눈앞의 김태하는 말 그대로 언나더 레벨이었다.

완벽한 이목구비가 신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칭찬 고마워요.”

김태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강지현 씨도 미인이세요. 드레스가 정말 잘 어울리시네요.”

“보내주신 선물 감사드려요.”

강지현은 환하게 웃으며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예상했던 것처럼 그렇게 까다로운 사람은 아닌 듯했다.

“그건 선물이라고 할 수도 없죠. 지현 씨가 좋아한다면 앞으로도 자주 선물할게요.”

그의 예의 바른 말투가 참으로 듣기 편했다.

하지만 강한 거리감과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눈 후 김태하가 음식을 내오라고 손짓했다.

이곳의 음식은 전부 코스 요리였는데 매우 정교했고 한 접시당 한입에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 맛 또한 아주 특별하면서도 식감이 풍부하고 맛있었다.

하지만 음식이 오르는 속도가 너무 느려 강지현은 배가 차지 않았다.

기나긴 식사 시간 동안 김태하는 그녀와 눈만 마주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직은 서먹한 사이라 음식이 있어도 어색함을 면하진 못했다.

김태하가 사람에 대한 요구가 엄격하다는 주병찬이 말이 떠올라 그가 말하지 않는 한 강지현도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

메인 요리가 끝나고 디저트가 나오기 시작해서야 김태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음식은 입에 맞으세요?”

“네, 맛있네요.”

강지현은 디저트를 입가에 가져다 댔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평가가 너무 수준 낮다는 생각에 귓불이 살짝 빨개졌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 덧붙였다.

“김태하 씨가 고른 요리들 모두 특별했고 맛도 아주 풍부했어요.”

김태하가 고개를 숙이고 있어 표정을 볼 수 없었다.

‘내 평가가 전문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나?’

하지만 강지현은 미식가가 아니었고 이런 고급 레스토랑에 자주 오는 것도 아니었으니 어휘력이 당연히 제한적이었다.

“지현 씨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다음에는 다른 식당으로 바꾸도록 하죠. 지현 씨가 정해요.”

“아니에요. 전 여기가 맛있어요...”

강지현은 급히 손사래를 쳤다가 평가하는 듯한 그의 시선에 또 이렇게 말했다.

“여기 음식 맛있어요. 다만 이런 고급 레스토랑에 자주 오지 않고 또 김태하 씨를 처음 만나는 자리라 긴장해서 그래요. 다음에 좀 더 편안한 환경에서 만난다면 대화도 많이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녀는 결국 본인의 생각을 다 얘기했다.

어차피 정략결혼일 뿐 진짜 연애하는 것도 아니니 그녀의 감정이 가장 중요했다.

“알겠어요.”

김태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했다.

“제가 말수가 적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런 것 같네요.”

강지현이 웃어 보였다.

이에 남자도 긴장이 풀린 듯 크고 단단한 몸을 뒤로 기댔다. 검은색 셔츠가 살짝 구겨지면서 그의 훤칠한 몸매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어르신께 전해 들었는데 정략결혼에 대해 이미 동의하셨다고요?”

“네.”

강지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집안이 좀 전통적인 집안이라 약혼부터 결혼, 혼인 신고까지 모든 절차를 빠짐없이 거쳐야 해요. 제가 요즘 좀 바빠서 지현 씨 며칠만 더 기다려 주셔야 할 것 같아요. 너무 서두르고 싶지 않거든요. 뭐 물론 다른 요구사항이 있다면 제게 말씀하셔도 돼요.”

“괜찮아요. 김태하 씨가 정해주시는 대로 따를게요.”

“알겠어요.”

강지현의 시원시원한 대답에 김태하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시간이 늦었네요. 그럼 오늘은 이쯤에서...”

“김태하 씨도 저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을 텐데 왜 저랑 결혼하기로 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저는 지현 씨의 자산이나 주씨 가문에 관심이 전혀 없어요. 단지 결혼할 나이가 되었고 주씨 가문은 확실히 좋은 선택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김태하는 그녀의 속마음을 단번에 꿰뚫어 본 듯했다.

사실 그녀는 김태하가 자신을 선택한 게 수십조 원의 유산과 관련 있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오기 전에 강지현도 자료를 찾아보았는데 김씨 가문의 자산 역시 엄청났고 권력도 막강했다. 수많은 기업 거물들이 친분을 맺고 싶어도 맺을 수 없는 존재이기에 단지 이익만을 바라볼 리는 없었다.

“집에서 결혼하라고 재촉하나요?”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저는 제 아내가 순종적이었으면 좋겠어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 협조해주는 그런 아내요.”

강지현은 그의 말뜻을 바로 이해했다.

애초에 이도운이 그녀에게 대시한 이유도 바로 말을 잘 듣고 통제하기 쉬운 여자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결국 의지할 곳 없는 고아였으니까.

강지현은 차분한 눈길로 김태하를 쳐다보며 말했다.

“저는 주상 그룹의 상속 1순위이고 주씨 가문은 해원시에서 뿌리 깊은 가문입니다. 만약 김태하 씨 집안에서 사업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제가 가장 좋은 조력자일 거예요. 그리고 전 이제 막 주씨 가문으로 돌아간 터라 홀로 싸우다가 잡아먹힐 수가 있어 김태하 씨의 힘이 필요해요.”

“우리가 결혼하면 김씨 가문에 이득을 더해줄 것이고 저한테는 발판을 다질 힘을 줄 수가 있죠. 각자 필요한 걸 얻는 것이야말로 페어플레이 아니겠어요?”

김태하는 말 대신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동의했다.

남자는 시간이 귀하다 보니 레스토랑을 나서자마자 누군가 다가와 그에게 공항으로 가야 한다고 알렸다.

눈치 빠른 강지현은 그에게 택시 타고 갈 테니 데려다줄 필요가 없다고 했다.

김태하는 매너를 지키며 그녀를 차에 태워 보낸 후에야 돌아섰다.

가는 길에 강지현은 주병찬의 전화를 받았다.

두 사람이 오늘 저녁에 만나는 걸 알고 상황을 물으려 전화한 것이었다.

그녀는 분위기가 나름 괜찮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김태하에게서 풍기는 압도적인 카리스마 때문에 옆에 있으면 다소 부담스럽다는 것이었다.

깊은 밤, 강지현이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휴대폰 화면이 줄곧 밝게 켜져 있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이도운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지현아, 이 늦은 시각에 왜 아직도 안 돌아와? 무슨 일 생겼어? 전화는 왜 안 받는 건데?”

강지현은 전화를 들기만 할 뿐 그의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

지금 그녀의 시선은 통유리창 밖의 야경에 사로잡혀 있었고 속으로 자신의 안목을 감탄했다.

“지현아?”

이도운의 다급해진 목소리를 듣고서야 강지현은 정신을 차렸다.

“아, 오늘 거래처를 만났는데 좀 멀리 와서 호텔에 묵었어.”

자신이 이사한 사실을 알고 있을 거로 여겼지만 남자의 말을 듣고 보니 백하린만 신경 쓴 나머지 아직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이에 강지현도 아무렇게나 핑계를 둘러댔다.

“호텔에서 편히 잘 수 있겠어? 내가 그냥 데리러 갈까? 주소 보내줘 봐.”

이도운은 안도하는 듯하면서도 목소리에 걱정이 더욱 짙어졌다.

“괜찮아. 오늘 너무 피곤해서 움직이고 싶지 않아. 시간도 늦었는데 이만 쉬어야겠어.”

그도 더는 강요할 수 없었다.

“알았어. 그럼 내일 회사에서 봐.”

“응.”

강지현이 대충 대답하고 전화를 끊으려는데 이도운이 다시 그녀를 불렀다.

“여보, 너무 보고 싶다. 여보는 나 안 보고 싶어?”

“...”

한동안 침묵이 흐르자 이도운이 계속 말을 이었다.

“지현아.”

“잠들 뻔했어... 너무 졸려...”

그녀는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며 졸린 척했다.

이에 이도운이 아쉬움을 달래며 말했다.

“알았어. 얼른 자. 이만 끊을게.”

“응.”

대답을 마친 강지현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전화를 끊었다.

“...”

뚜뚜 소리에 이도운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텅 빈 듯했다.

지난 몇 년 동안 강지현에게 달콤한 말을 하고 다정하게 대하는 것에 익숙해졌지만 단 한 번도 진심으로 감정적인 동요를 느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요즘 어찌 된 영문인지 자꾸만 그녀에게 묘한 애착을 느끼고 있었다.

“도운아, 나 사랑해?”

이도운이 멍하니 있던 그때, 가느다란 팔이 뒤에서 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다름 아닌 백하린이었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이도운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그는 씩 웃으며 백하린의 손을 잡았다.

“그걸 꼭 물어야 알아? 자기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야. 자기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하긴, 백하린은 정말 그가 뼛속 깊이 사랑하는 여자였다.

16살 때, 그녀가 목숨을 구해줬고 그때부터 큰 결심을 내렸다. 평생토록 이 여자를 지켜주고 백년해로하겠다고 다짐했었지...

“그런데 나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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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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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숙
머가 무섭다는 걸까요?빨리 보러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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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이렇게 늦었어? 너무 느린 거 아니야?”강지현의 목소리에 살짝 투정이 묻어났고, 입꼬리는 자꾸만 올라갔다.그녀 앞의 남자는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강지현의 눈동자에 비친 모습으로, 자신의 뒤에 누가 서 있는지 확인한 것이다.다음 순간 차가운 총구가 그의 뒤통수에 닿았다.“미안. 오늘 처음 신랑 노릇을 해 봐서 할 일이 너무 많았어.”김태하 역시 장난기 어린 목소리였다.‘설마... 김태하라고? 결혼식이 이제 막 시작됐는데... 이 시간이라면 결혼식장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말도 안 돼...”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뭐가 말이 안 돼? 네놈들보다 우리가 한 수 위였던 것뿐이지!”그때 창고 안으로 수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들이닥쳤다.뒤이어 육운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서운혁은 구조돼 밖에 대기하던 구급차로 옮겨졌고, 정신을 차린 백하린은 달아나려다 곧바로 제압당했다.육운성 쪽 사람들이 다가오자 김태하도 총을 거두어 원래 주인에게 돌려줬다.그리고 곧장 강지현의 손을 잡아 몸에 다친 곳이 없는지 확인한 뒤에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정말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어. 이런 식으로 몇 번만 더 놀라면 나도 할머니처럼 심장약을 늘 들고 다녀야겠네.”김태하가 부드럽게 말하며 강지현의 손을 들어 올렸다.강지현은 웃으며 곧바로 김태하를 끌어안았다.“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네가 뭐든 다 해결할 줄 알았어.”“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아까 사람들 앞에서 결혼식 취소한다고 했잖아!”무장 해제된 남자는 동료의 시체를 바라보며 아직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육운성이 다가오며 비웃었다.“아직도 모르겠어? 그 정도 머리로 나쁜 짓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주제 파악을 못 해도 너무 못한 거 아니냐?”김태하는 강지현을 안은 채 살짝 몸을 돌렸다.그러자 강지현의 가늘고 하얀 팔이 드러났다. 손목에는 화려하고 폭이 넓은 큐빅 시계가 채워져 있었다.겉으로 보면 평범한 액세서리 같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계 판에는 숫자 대신 작은 빨간색과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915화

    강지현의 목소리가 창고를 가르며 쩌렁쩌렁 울렸다.남자는 몇 초 동안 놀란 표정을 짓다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옆에 있던 동료에게 서운혁의 상태를 확인하라고 눈짓했다.동료가 서운혁의 목동맥을 짚어 보고 비웃듯 말했다.“제때 왔네. 몇 분만 늦었어도 끝날 뻔했어.”그러고는 서운혁의 팔에 곧장 해독제를 주사했다.주사기를 내던진 남자가 돌아서서 강지현을 향해 두 손을 펼쳤다.“어때, 강지현 씨? 우리가 약속은 확실히 지키지? 말한 건 한다니까.”“저 여자 살려 두면 안 돼요! 안 그러면 당신들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저 서운혁도, 어떻게 저 사람을...”서운혁에게 해독제를 놓는 걸 본 백하린이 날카롭게 소리쳤다.하지만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옆의 남자가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젠장, 여기서 네가 끼어들 자리가 있어?”“...”억울한 눈물이 백하린의 눈에서 곧바로 떨어졌다. 하지만 무서워 더는 덤비지 못하고 조용히 뺨만 감쌌다.그래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이 서운혁은 놓아줄지 몰라도 강지현만큼은 절대 살려 보내지 않을 것이다.어차피 오늘이 강지현의 제삿날이었다.강지현은 서운혁 곁으로 달려가 맥을 짚었다. 살아 있다는 걸 확인한 뒤 두 남자를 바라봤다.“당신들, 공회 사람이야?”“역시 똑똑하네. 강지현 씨. 자, 이제 직접 골라 봐. 어떻게 죽고 싶어?”백하린 옆에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그가 서운혁 곁의 동료에게 눈짓하자, 동료는 강지현 앞으로 독주사와 날카로운 칼 한 자루를 던졌다.“이 주사는 용량이 세서 고통은 10분 정도면 끝나. 칼을 고르면 나도 최대한 빨리 끝내줄게. 목만 한 번에 그으면 되니까.”발치에 떨어진 물건을 내려다보는 강지현의 표정은 놀라울 만큼 침착했다.“결국 오늘은 무조건 죽어야 한다는 거네?”“농담도 잘하네. 여기 오기 전부터 알고 있었잖아?”남자는 아무 경계도 없이 강지현에게 다가왔다.옆에 있던 동료는 총을 꺼내 강지현이나 백하린에게 언제든 겨눌 준비를 했다.누구든 수상하게 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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