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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hor: 윤소정
차가 멈춘 후 주병찬이 문을 열고 다시 한번 말했다.

“타. 가면서 얘기해.”

강지현은 몇 초간 망설이다 결국 차에 올랐다.

주병찬에게서 오늘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국내 최고 재벌인 김씨 가문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김씨 가문은 금융, 과학기술, 에너지 등 핵심 분야에 사업을 펼치고 있고 전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하여 ‘나라에 버금가는 부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현재 김씨 가문의 후계자인 김태하는 28살이라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혼자만의 능력으로 가문의 사업을 새로운 정상으로 끌어올렸고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젊은 경영자로 인정받고 있다.

어젯밤 주호석은 김씨 가문의 연락을 받았다. 주씨 가문과 사돈을 맺고 싶다고 제안했고 그들이 선택한 정략결혼 상대가 바로 강지현이었다.

주병찬은 강지현에게 김씨 가문과 인연을 맺고 싶어 하는 재벌이 셀 수 없이 많으며 주씨 가문 역시 그중 하나라고 했다.

그도 김씨 가문 어르신의 지시를 받고 강지현을 찾아온 것이었다.

“김씨 가문이 주씨 가문보다 더 대단하단 말인가요?”

강지현은 주병찬의 장황한 설명이 듣기 싫어 직설적으로 물었다.

이에 주병찬이 답했다.

“클래스가 달라. 굳이 비교하자면 주씨 가문은 해원시 갑부이고 해원의 상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김씨 가문은 레벨이 달라. 국내에서 김씨 가문에게 감히 함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없거든.”

“그럼 김태하라는 그분은... 어떤 분인가요?”

강지현이 또 물었다.

“김태하가 국제적으로는 유명하지만, 국내에서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아주 신비로운 인물이야. 나도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소문에 따르면...”

주병찬이 코를 어루만졌다. 정략결혼 때문에 그녀를 찾아왔으니 무엇이든 잘 생각하고 말해야 했다.

“소문에 따르면요?”

“조금 까다로운 사람이라 하더라고.”

주병찬이 솔직하게 말하긴 했지만, 이 정도면 매우 완곡하게 표현했다.

김태하가 조금만 까다로웠더라면 김씨 가문의 문지방이 진작 닳아 없어졌을 것이다.

“어떻게 까다로운데요?”

강지현은 끝까지 진실을 파헤치려는 기세로 따져 물었다.

이에 주병찬이 멋쩍게 웃었다.

“그게 그러니까... 성격이 좀 차갑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엄격해. 거기에 이성한테 별로 관심이 없다고 들었어. 하지만 김씨 가문의 가풍이 바르니 김태하의 성품도... 아마 크게 나쁘지는 않을 거야.”

‘아마?’

왠지 들을수록 좋은 말은 아닌 것 같았다.

강지현이 말없이 빤히 쳐다보자 주병찬이 마침내 참지 못하고 말했다.

“알았어. 솔직하게 말할게. 소문에 의하면 상당히 까탈스럽고 일 처사가 아주 가혹하대. 또한 이익 지상주의라 인간미가 없어서 무릇 김태하를 건드린 사람은 죄다 비참한 결말을 맞이했대.”

강지현이 언젠가는 김태하를 만나야 했기에 미리 마음의 준비를 시키는 게 좋았다.

“그런데 정략결혼일 뿐이니 너도 너무 신경 쓸 건 없어. 재벌가에는 원래 사랑 없는 결혼이 비일비재하잖아. 게다가 이제 네 명의로 된 자산이 많아서 주씨 가문 사람들뿐만 아니라 대다수가 널 호시탐탐 노릴 테니 든든한 백이 없으면 안 돼.”

주병찬은 행여나 그녀가 포기할까 봐 다시 한번 그녀의 처지를 상기시켰다.

“알았어요.”

“아니, 너무 성급하게 거절하진 말고...”

주병찬이 화들짝 놀랐다. 강지현이 거절하는 줄 알고 설득할 멘트까지 다 준비했는데 뜻밖에도 그녀가 바로 승낙해버렸다.

“지금 동의한 거니?”

“네.”

그녀는 제대로 결혼한 적이 없었고 지금은 홀로 남겨진 상태였다.

들어보니 주병찬이 말한 김태하는 집안이나 능력 모두 이도운보다 백배는 나았다.

이도운은 거짓 서류로 그녀를 2년간 속이고 발판으로 삼았었다.

만약 김태하 같은 인물과 연맹을 맺는다면 그 시너지 효과가 백 배는 뛰어넘을 테고 그녀가 진흙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씨 가문에 강지현을 노리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엄경미 모자는 호시탐탐 그녀를 노렸다. 가문으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된 ‘사생아’라 수십조 원 유산에 대한 법적 서류만으로는 전혀 기세를 잡을 수 없었다.

진정으로 발판을 다지고 그 사업들을 순조롭게 이어받으려면 충분한 서포트 없이는 발을 내딛기조차 힘들 것이다.

정략결혼은 사랑이 아니라 거래이고 연맹이었다.

강지현은 창밖을 바라보며 차분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혼자 힘으로 싸우다 잡아먹히느니 제대로 된 연맹을 찾는 게 낫겠죠. 김씨 가문이 저를 선택했는데 굳이 거절할 이유가 있을까요?”

저녁 무렵.

강지현이 이씨 저택으로 돌아왔을 때, 이도운과 백하린, 두 사람 모두 보이지 않았다.

가정부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이도운이 백하린과 이윤후를 데리고 인근 도시로 그림 전시회를 보러 갔고 오늘 밤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강지현이 휴대폰을 꺼냈다. 오후 내내 이도운이 여러 통의 전화를 걸었고 메시지도 보냈다.

[지현아, 윤후가 갑자기 교수님이랑 그림 전시회를 보러 가자고 해서 나왔어. 길이 멀어서 나도 함께 가기로 했어.]

‘세 식구가 외출하는데 뭘 새삼스럽게 나한테까지 메시지를 보내?’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그들이 집에 없어 조용히 뒷정리를 할 수 있으니까.

메시지를 확인한 후 강지현은 가정부를 몇 명 불러 같이 짐을 정리하자고 했다.

“사모님, 먼 길이라도 떠나시나요?”

강지현이 본인 짐을 캐리어에 담는 걸 본 가정부들은 궁금증을 참지 못했다.

“네.”

그녀가 서랍에 있는 서류를 정리하며 말했다.

“도운이한테는 얘기하지 마세요. 요즘 좀 바빠서 괜히 이런 일로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아요.”

이도운은 요새 확실히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아내와 아들과 함께 달콤한 시간을 보내야 했으니까.

여하튼 그 인간의 좋은 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짐 정리가 끝이 났다.

밤이 깊어지고 가정부들이 모두 잠든 후, 강지현은 이삿짐센터를 불러 짐을 모조리 옮겼다.

다만 몇 가지 물건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하나는 그녀가 졸업 후 지금까지 쓴 논문이었는데 수년간의 연구 데이터를 담고 있어 엄청 중요한 업무 자료였다.

다른 하나는 이도운의 회사를 위해 진행했던 프로젝트의 핵심 데이터였다.

논문은 늘 서랍에 넣고 잠가두었는데 사라진 걸 보니 이도운이 가져갔을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도운의 회사에 저장되어 있어 그녀로서는 다시 가져올 권한이 없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모두 강지현이 심혈을 기울인 것이었기에 절대 이도운에게 남겨둘 수가 없었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이도운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주변이 꽤 시끄러운 게 아직 고속도로를 달리는 듯했다.

“지현아, 어제 내가 보낸 메시지 봤어?”

“응, 봤어.”

강지현이 커피를 저으며 답했다. 목소리에는 그 어떤 감정도 실리지 않았다.

“미안해. 갑자기 나가게 돼서 너랑 상의도 못 했네. 백 교수님은 어쨌거나 손님이라 윤후랑 단둘이 보내는 건 아닌 것 같아서 함께 온 거야.”

“뭘 이런 거로 사과를 해? 당연히 교수님이랑 같이 가야지.”

그녀의 대답을 들은 이도운은 순간 멈칫했다.

답장이 없어 화난 줄 알았지만, 어젯밤에는 줄곧 백하린과 함께 있어 강지현에게 연락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뜻밖에도 강지현은 전혀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네가 어젯밤에 답장이 없으니 난 또...”

“어제는 정신없이 바빴어. 집을 보고 나서 바로 거래처 만나러 갔거든. 아예 답장할 겨를이 없었어.”

강지현이 이도운의 말을 끊었다. 목소리가 명랑한 게 화난 기색이라곤 전혀 없었다.

이도운도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바빠서 그런 거라 생각했어. 너무 무리하진 마. 걱정되니까.”

그 순간 강지현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 가뜩이나 아침에 입맛이 없는데 그의 말을 듣고 나니 더더욱 밥 생각이 없어졌다.

“아빠, 나쁜 여자랑 말 섞지 말아요!”

돌연 휴대폰 너머로 이윤후의 목소리와 아이를 말리는 백하린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지현아. 운전 중이라 이만 끊을게. 저녁에 봐.”

이번에는 강지현이 말하기도 전에 이도운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간만에 이도운이 자리를 비우니 강지현은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그의 사무실로 들어가 자료를 찾았다.

하지만 아무리 뒤지고 컴퓨터까지 살펴봐도 수확이라곤 얻지 못했다.

강지현이 골머리를 앓고 있던 그때, 누군가 급히 그녀를 찾아왔다.

“이사님, 오늘 대표님이 안 계셔서 이사님이 대신 자금 지급 계약서에 사인해주셔야 합니다.”

그녀는 계약서를 들고 꼼꼼하게 살폈다.

협력업체에 비교하면 현재 이경 그룹은 자격이 한참 부족했다. 이 프로젝트들은 그녀가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어렵게 성사시킨 것이었다.

만약 자금 지급이 늦어진다면 절반 이상의 프로젝트가 무산될 것이다.

“대표님한테는 연락해봤어요?”

“연락드렸는데 바쁘다면서 이사님께 말씀드리라고 하셨어요.”

강지현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이도운의 회사에서 그녀가 가장 열심히 일했고 실수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가 처리할 시간이 없을 때면 항상 강지현에게 모든 것을 위임하곤 했다.

다만 이 위임권은 속이 텅 빈 권력이었다.

강지현은 무늬만 이사일 뿐 어떤 실권도 없었고 중간층 관리자들조차 가지고 있는 회사 지분마저 그녀에게는 없었다.

하여 강지현이 이도운을 대신해 결정을 내릴 때마다 그는 회의에서 강지현을 꾸짖고 처벌하곤 했다. 회사의 직원들과 주주들에게 보여주기식으로다가...

이도운은 자신이 그렇게 하는 이유가 두 사람의 관계를 공개하면 민심이 흔들릴까 봐 걱정돼서라고 했다.

“일단 여기 두세요. 지금 좀 나가봐야 해서 돌아오는 대로 확인하고 사인할게요.”

“네.”

상대가 떠난 후 강지현은 계약서를 옆에 던져두고 회사를 나섰다.

김씨 가문에서 말하길 김태하가 오늘 그녀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고 한다.

그래도 나름 약혼 상대와의 첫 만남이기에 강지현은 제대로 꾸미고 나가야 했다.

미용실에 갔다가 나왔을 땐 거의 5시였다. 그녀는 곧 인근 백화점으로 가서 가장 좋아하는 명품 브랜드의 드레스를 골랐다.

“와 손님, 정말 너무 예쁘세요. 저희 집 드레스 아무나 소화 못 하는데 손님은 홍보 모델보다 더 아름다우시네요!”

가게 직원이 진심 어린 찬사를 건넸다.

거울 속 강지현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몸매에 정교하게 맞춤 제작한 슬립 드레스를 입으니 그야말로 여신이 따로 없었다.

연보라색 드레스는 주름 부분에 반짝이와 얇은 쉬폰이 있었다. 요정 같은 느낌을 주긴 했지만 피부가 더 어둡고 촌스러워 보이기에 십상이었다.

하지만 강지현은 백옥 같은 피부에 또렷한 이목구비까지 지녀서 메이크업도 너무 잘 받고 드레스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그래요? 그럼 이걸로 할게요.”

그녀가 웃으며 몸을 살짝 돌렸다.

오프숄더 슬립 드레스는 깔끔하고 고급스러우며 노출 정도도 적당해서 데이트할 때 입기에 딱이었다.

이도운과 함께한 지난 2년간, 강지현은 오롯이 일에만 몰두하여 오늘처럼 제대로 꾸며본 지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조차 잊고 살았다.

강지현은 거울 앞에서 한참 비춰본 후에야 계산대로 향했다. 이제 막 카드를 긁으려는데 방금 누군가 전화로 계산을 마쳤다고 직원이 말했다. 게다가 드레스에 어울리는 클러치 백, 액세서리에 신발까지 모두 구매했다고 했다.

“혹시 성함은 남기셨나요?”

“성이 김 씨라고 하셨습니다.”

김 씨라는 소리에 강지현은 저도 모르게 뒤를 돌아봤지만,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큰아버지가 분명 김태하는 까다롭고 차가운 사람이라 했는데?’

백화점을 나서자 예상대로 차 한 대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번 주씨 가문에서 봤던 것과 같은 차였다. 브랜드 로고가 없었지만, 번호판이 아주 눈부셨다.

“강지현 씨, 우리 지난번에 만난 적 있죠? 대표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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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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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숙
술술 넘어가네요 다음화로 빨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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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이렇게 늦었어? 너무 느린 거 아니야?”강지현의 목소리에 살짝 투정이 묻어났고, 입꼬리는 자꾸만 올라갔다.그녀 앞의 남자는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강지현의 눈동자에 비친 모습으로, 자신의 뒤에 누가 서 있는지 확인한 것이다.다음 순간 차가운 총구가 그의 뒤통수에 닿았다.“미안. 오늘 처음 신랑 노릇을 해 봐서 할 일이 너무 많았어.”김태하 역시 장난기 어린 목소리였다.‘설마... 김태하라고? 결혼식이 이제 막 시작됐는데... 이 시간이라면 결혼식장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말도 안 돼...”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뭐가 말이 안 돼? 네놈들보다 우리가 한 수 위였던 것뿐이지!”그때 창고 안으로 수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들이닥쳤다.뒤이어 육운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서운혁은 구조돼 밖에 대기하던 구급차로 옮겨졌고, 정신을 차린 백하린은 달아나려다 곧바로 제압당했다.육운성 쪽 사람들이 다가오자 김태하도 총을 거두어 원래 주인에게 돌려줬다.그리고 곧장 강지현의 손을 잡아 몸에 다친 곳이 없는지 확인한 뒤에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정말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어. 이런 식으로 몇 번만 더 놀라면 나도 할머니처럼 심장약을 늘 들고 다녀야겠네.”김태하가 부드럽게 말하며 강지현의 손을 들어 올렸다.강지현은 웃으며 곧바로 김태하를 끌어안았다.“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네가 뭐든 다 해결할 줄 알았어.”“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아까 사람들 앞에서 결혼식 취소한다고 했잖아!”무장 해제된 남자는 동료의 시체를 바라보며 아직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육운성이 다가오며 비웃었다.“아직도 모르겠어? 그 정도 머리로 나쁜 짓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주제 파악을 못 해도 너무 못한 거 아니냐?”김태하는 강지현을 안은 채 살짝 몸을 돌렸다.그러자 강지현의 가늘고 하얀 팔이 드러났다. 손목에는 화려하고 폭이 넓은 큐빅 시계가 채워져 있었다.겉으로 보면 평범한 액세서리 같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계 판에는 숫자 대신 작은 빨간색과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915화

    강지현의 목소리가 창고를 가르며 쩌렁쩌렁 울렸다.남자는 몇 초 동안 놀란 표정을 짓다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옆에 있던 동료에게 서운혁의 상태를 확인하라고 눈짓했다.동료가 서운혁의 목동맥을 짚어 보고 비웃듯 말했다.“제때 왔네. 몇 분만 늦었어도 끝날 뻔했어.”그러고는 서운혁의 팔에 곧장 해독제를 주사했다.주사기를 내던진 남자가 돌아서서 강지현을 향해 두 손을 펼쳤다.“어때, 강지현 씨? 우리가 약속은 확실히 지키지? 말한 건 한다니까.”“저 여자 살려 두면 안 돼요! 안 그러면 당신들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저 서운혁도, 어떻게 저 사람을...”서운혁에게 해독제를 놓는 걸 본 백하린이 날카롭게 소리쳤다.하지만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옆의 남자가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젠장, 여기서 네가 끼어들 자리가 있어?”“...”억울한 눈물이 백하린의 눈에서 곧바로 떨어졌다. 하지만 무서워 더는 덤비지 못하고 조용히 뺨만 감쌌다.그래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이 서운혁은 놓아줄지 몰라도 강지현만큼은 절대 살려 보내지 않을 것이다.어차피 오늘이 강지현의 제삿날이었다.강지현은 서운혁 곁으로 달려가 맥을 짚었다. 살아 있다는 걸 확인한 뒤 두 남자를 바라봤다.“당신들, 공회 사람이야?”“역시 똑똑하네. 강지현 씨. 자, 이제 직접 골라 봐. 어떻게 죽고 싶어?”백하린 옆에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그가 서운혁 곁의 동료에게 눈짓하자, 동료는 강지현 앞으로 독주사와 날카로운 칼 한 자루를 던졌다.“이 주사는 용량이 세서 고통은 10분 정도면 끝나. 칼을 고르면 나도 최대한 빨리 끝내줄게. 목만 한 번에 그으면 되니까.”발치에 떨어진 물건을 내려다보는 강지현의 표정은 놀라울 만큼 침착했다.“결국 오늘은 무조건 죽어야 한다는 거네?”“농담도 잘하네. 여기 오기 전부터 알고 있었잖아?”남자는 아무 경계도 없이 강지현에게 다가왔다.옆에 있던 동료는 총을 꺼내 강지현이나 백하린에게 언제든 겨눌 준비를 했다.누구든 수상하게 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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