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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작가: 윤소정
“응? 뭐가?”

이도운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백하린을 품에 안으며 얼음도 녹아내릴 것만 같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너희 집에서 우리를 떼어놓으려고 하면 어떡해? 나랑 윤후가 평생 명분도 못 얻으면 어떡해? 나중에 내가 늙으면 넌 또 마음 변하는 거 아니야?”

백하린이 시선을 늘어뜨리더니 점점 울먹이기 시작했다.

“그럴 일 없어.”

이도운은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엄지손가락으로 눈물을 자상하게 닦아주었다.

“말했지. 평생 널 지켜준다고. 아무도 우리 사이 못 막아. 내가 마음 변할 리는 더더욱 없고.”

“도운아...”

백하린은 감격에 겨워 두 눈을 지그시 감더니 남자의 입술을 탐했다.

회사가 상장을 앞둔 시점이지만 이도운은 그녀의 요구대로 집에 들였다.

하지만 이 남자는 2년 사이 많이 변해버렸다.

예전처럼 그녀에게 열정적이지 않았고 심지어 그녀의 앞에서 강지현을 의식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났다.

백하린은 자주 불안해하고 또 아주 예민했다. 이도운을 아무리 믿어도 밀려오는 불안감은 어쩔 수가 없었다.

여자의 뜨거운 키스에 이도운은 몸에 열기가 후끈 달아올라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목덜미를 잡았다. 두 사람은 곧장 안방으로 들어가 뜨거운 밤을 보냈다.

하지만 찰나의 순간, 이도운의 머릿속에 강지현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중요한 순간에 그가 불쑥 움직임을 멈췄다.

“왜 그래...”

깜짝 놀란 백하린이 급히 팔을 붙잡았지만 남자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곧게 욕실로 들어가 몸의 열기를 식혔다.

머릿속이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강지현의 얼굴이 떠오른 순간 흥미가 완전히 식어버렸다.

하지만 이런 속마음을 백하린에게 말해선 안 되었다.

“배탈 난 것 같아. 갑자기 속이 너무 안 좋네.”

욕실에서 나온 후, 그는 다시 백하린을 껴안고 키스하며 연신 사과했다.

그녀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요 이틀 이도운이 순종적이었던 것을 되새기며 더는 뭐라 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이도운은 회사로 달려갔다.

가는 길에 전화를 받았는데 어렵게 계약하기로 한 몇몇 협력업체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협력을 포기했다는 것이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이도운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회의실 안의 사람들은 감히 숨도 제대로 고르지 못했다.

“대표님, 그게... 자금 지급이 늦어져서...”

“뭐? 자금 지급이 왜 늦어져?”

“어제 대표님이 안 계셔서 아무도 사인하지 않았어요...”

이도운은 순간 멈칫했다. 그제야 어제 백하린과 밖에 있을 때 비슷한 내용의 전화를 받았던 게 생각났다.

하지만 이런 시시콜콜한 일은 분명 강지현을 찾아가라고 했을 텐데?

“어제 강 이사도 회사에 있지 않았어? 강 이사한테...”

그는 말을 꺼내려다 강지현이 그를 대신해 사인할 권한이 없다는 걸 깨닫고 도로 삼켰다.

“쓸모없는 것들. 꺼져 당장!”

한바탕 호통을 치고 나서야 이도운은 강지현을 불렀다.

그 시각, 막 회사에 도착한 강지현은 멀리서부터 협력이 무산되어 이도운이 노발대발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동료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이사님, 계약이 다 틀어져서 대표님이 엄청 화내셨어요. 얼른 들어가 보세요.”

한편 강지현의 말투는 덤덤하기만 했다.

“알았어요.”

그러고는 곧장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분노를 터뜨리던 이도운은 그녀를 보자마자 곧바로 화를 가라앉혔다.

“왔어?”

강지현이 책상 앞으로 걸어갔다.

“어제 도운 씨 비서가 나한테 사인을 부탁했을 때, 마침 중요한 거래처를 만나고 있어서 급하게 나가야 했어.”

그녀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너도 알다시피 나한테 실권이 없잖아. 대리 서명 같은 건 안 그래도 중요한 일인데 혹시 문제라도 생기면 나뿐만이 아니라 너한테까지 누를 끼칠까 봐 사인 안 했어.”

여기까지 말하던 강지현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협력업체들이 이렇게 성급할 줄은 몰랐어. 딱 하루 늦었다고 가차 없이 계약을 포기한 거야?”

강지현은 계약이 무산된 괴로움은커녕 ‘실권이 없는’ 자신의 어려움을 명확하게 드러냈다.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가 충분한 권한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고 협력업체들이 너무 매정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녀의 솔직한 눈빛에 이도운은 이 여자가 일부러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모조리 거두어들였다.

강지현은 항상 회사를 위해 애썼고 어제는 거래처를 만나러 먼 곳까지 다녀왔는데 그런 그녀가 일을 일부러 내팽개칠 리가 있을까? 결국은 이도운이 그녀에게 실권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한 탓이었다.

게다가 회사가 상장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백하린과 시간을 보내느라 정신을 딴 데 판 이도운의 잘못이 컸다.

그는 생각할수록 강지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도운 씨, 요즘도 중요한 시기이니 회사의 일부 권한을 나한테 주는 게 어때? 그러면 특별한 상황이 생겼을 때 내가 제때 처리할 수 있잖아.”

그녀는 이때다 싶어 은근슬쩍 말을 꺼냈다.

다만 이도운의 두 눈에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

강지현이 권한을 요구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그녀는 늘 이도운을 믿어왔고 회사 데이터가 필요할 때도 이 남자와 함께 확인하곤 했다.

“왜? 곤란해? 날 못 믿겠다면...”

“그럴 리가! 너라면 아주 마음 놓고 권한을 줄 수 있어.”

이도운은 그녀가 자신의 속마음을 알아챌까 봐 바로 승낙했다.

“다만 전체 권한을 열려면 모든 주주의 동의가 필요하니 우선 일부 권한만 열어줄게.”

“알았어.”

강지현이 방긋 웃었다. 이 남자가 흔쾌히 허락하지 않을 거라는 건 이미 예상했다.

하지만 우선 일부 권한만 있어도 중요한 데이터를 복사할 수 있다.

이도운의 회사를 망가뜨리는 건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니다.

권한을 얻은 강지현은 신속하게 지난 2년간의 회사 핵심 데이터를 복사했다.

이 데이터만 있으면 앞으로 이도운의 입찰이나 상장 모두 그녀가 좌우하게 될 것이다.

그날 점심, 강지현은 갑자기 이도운의 어머니인 문수정의 전화를 받았다.

“민지가 네가 만든 밥을 먹고 싶대. 도운이한테도 말해놨으니까 당장 이리로 와!”

그러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건 뭐 상의가 아니라 뻔뻔스러운 명령이었다.

강지현도 진작 익숙해진 반응이었다. 이도운이 그녀를 이씨 가문에 데려온 이후로 문수정은 그녀에게 상냥하게 대한 적이 없었다.

마치 이 집안에 신세라도 진 것마냥 모두가 당연하게 그녀를 부려먹었다.

집에 분명 가정부들이 있었지만, 강지현은 매주 시부모를 위해 밥을 차리고 집안일까지 도맡아야 했다.

이도운의 여동생이 임신했을 때, 남이 해주는 밥은 먹기 싫다며 그녀가 해준 것만 고집하는 바람에 매일 음식을 만들어 보내야 했다.

강지현은 이도운이 곤란해질까 봐 무려 2년이나 묵묵히 참아왔다.

휴대폰 화면을 보던 강지현의 두 눈에 서늘한 한기가 감돌았다. 그녀는 휴대폰을 옆으로 치우고 느긋하게 컴퓨터를 켠 다음 최근 회사 프로젝트 계획들을 훑어보았다.

빨간색으로 표기된 한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이는 최근 회사의 중점 프로젝트이자 그녀가 직접 추진하여 지금까지 끌어온 것이었다. 해당 프로젝트 담당자도 오직 그녀와만 소통하기를 원했다.

강지현은 잠깐 고민하다가 이도운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그런데 비서에게서 그가 방금 전화를 받고 곧 있을 회의도 미루고 나갔다는 말을 들었다.

곧바로 이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백하린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지현아, 도운이 찾아?”

“백 교수님? 두 사람 지금 같이 있어요?”

“응. 오해하지 마. 우리 지금 병원이야. 윤후가 넘어져서 다리를 좀 다쳤거든. 심각한 건 아니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그냥 가벼운 찰과상이야. 도운이가 윤후 약을 타러 갔는데 이따가 너한테 전화하라고 할까?”

“아니요, 괜찮아요. 애가 다쳤다는데 일단 애부터 챙겨야죠.”

말을 마친 강지현은 백하린이 대답하기도 전에 전화를 툭 꺼버렸다.

백하린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얘는 정말 예의가 없어.’

그녀가 고개를 든 순간, 이도운이 이윤후를 데리고 다가오고 있었다.

“지현이가 전화 왔어. 내가 받았는데 다시 할래?”

백하린이 휴대폰을 건네자 이도운은 잠깐 멈칫했다가 휴대폰을 받았다.

이때 이윤후가 그의 팔을 잡았다.

“아빠, 나 다리 아파요.”

아들이 일부러 꾀병을 부리는 걸 알았기에 이도운은 아이의 볼을 꼬집고 다시 백하린에게 휴대폰을 돌려주었다.

사실 좀 전에 백하린의 전화를 받았을 때, 이도운은 큰일이라도 난 줄 알았다. 다짜고짜 아들이 위층에서 떨어졌다고 했고 휴대폰 너머로 이윤후의 울음소리까지 들려 서둘러 병원으로 달려왔던 것이었다.

하지만 병원에 와보니 아이는 고작 무릎에 찰과상을 입은 정도였다. 조금만 더 늦었다가 상처가 다 아물었을지도 모른다...

“회사 일로 전화했대?”

“별로 중요한 일은 아니라면서 윤후부터 챙기래. 네가 보고 싶어서 전화했나 봐.”

백하린은 그를 쳐다보지 않고 은근 질투심이 묻어나는 말투로 말했다.

이도운은 달리 방법이 없다는 듯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가 두 번이나 뿌리쳤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깍지를 꼭 꼈다.

“자기야.”

그가 백하린의 귓가에 나지막하게 속삭이자 순간 그녀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실룩거렸다.

“네 와이프는 따로 있잖아.”

“이렇게 말하면 나 속상하지! 내 와이프는 오직 자기뿐이잖아.”

두 사람은 그렇게 속삭이며 복도 계단으로 들어섰다.

이윤후는 부모님이 함께 있는 걸 보면서 의기양양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엄마가 있는 한 강지현 그 나쁜 여자는 조만간 집에서 쫓겨날 거야.’

“됐어. 그만 화 풀어. 아무래도 전화해봐야겠어. 괜히 의심이라도 사면 피곤해지잖아.”

“걔는 멍청해서 의심할 리 없어. 너한테 얼마나 일편단심인데. 괜한 걱정 마.”

“하린아...”

“아, 몰라! 전화하기만 해봐, 변심한 거로 여길 거야 나.”

평소 백하린은 조금만 달래도 금방 풀렸는데 오늘은 아무리 공들여도 고집을 꺾지 않았다.

이도운은 그녀가 속상해할까 봐 결국 알겠다고 했다.

그나저나 백하린의 말도 맞았다. 강지현은 그에게 워낙 일편단심인지라 이 남자를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할 것이고 의심 같은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강지현을 상대하는 건 그래도 나름 자신이 있었다.

30분 후, 문수정이 또다시 강지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강지현, 뭘 그렇게 꾸물거리고 있어? 회사가 민지네 집이랑 얼마나 멀다고 이렇게 늦는 거야? 빨리 튀어와!”

그녀의 말투가 더욱 퉁명스러워지긴 했지만, 아까처럼 서둘러 끊지는 않았다.

강지현이 입꼬리를 올리더니 그제야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어머님, 저 지금 회의 중이에요. 회사가 상장을 앞둔 중요한 시점이라 조금만 차질이 생겨도 손실이 어마어마해요. 이런 시기에 저 진짜 자리를 비울 수가 없어요.”

그 말에 휴대폰 너머로 몇 초간 침묵이 흘렀다.

문수정은 잘못 들은 건 아닌지 의심까지 들었다. 늘 그녀에게 순종적이던 강지현이 감히 거절할 거라곤 꿈에도 예상치 못했다.

“너 미쳤니? 약을 잘못 먹었어? 어딜 감히 내 말을 거역해! 우리 집안 가법을 다 잊은 거야? 첫 번째가 바로 존중...”

“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명히 말씀드렸잖아요. 도운 씨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어머님이 항상 제게 가르쳐주신 거 아닌가요?”

강지현은 문수정의 말을 자르더니 상대가 입을 열기도 전에 계속 쏘아붙였다.

“아가씨가 산후조리 중이라 잘 먹긴 해야죠. 뭐 먹고 싶대요? 도운 씨 비서한테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주문하거나 요리사를 보내라고 할게요. 돈만 충분히 주면 문제없어요. 비용은 회삿돈으로 하면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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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숙
강지현의 인내심 테스트네요 언제 폭발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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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다가 방금 전까지 현시우는 주단우를 위해서라며 현다영에게 싫다는 말까지 했다.가슴 한구석이 찌릿하게 아팠다. 주단우를 향해 남아 있던 일말의 걱정마저 차갑게 식어버렸다.20분 뒤, 차는 현다영의 아파트 단지 앞에 멈춰 섰다.현다영은 결국 현시우를 학교로 돌려보내지 않기로 했다.오는 길 내내 현시우가 주단우 걱정에 울먹이는 걸 보니, 억지로 학교에 보내봤자 소용없을 것 같았다. 주단우의 안부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밤새 난리를 피울 게 뻔했으니까.집에 도착하자마자 현다영은 주단우에게 전화를 걸었다.현시우가 오는 길에 몇 번이나 걸었지만 받지 않았던 번호였다.이번에도 신호음만 이어지다 끊겼다. 잠시 뒤 다시 걸자, 아예 전원이 꺼져 있었다.“거봐! 형한테 무슨 일 생긴 게 분명해!”“경찰서에서 연락 올 거야. 그냥 배터리가 나갔을 수도 있고.”현다영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담담하게 현시우를 다독였다.“일단 너부터 씻어. 잠자리 봐줄게.”현다영은 침구를 정리하러 돌아섰다.너무 태연해 보이는 그녀의 태도에 현시우가 결국 울컥했다.“이제 알겠어. 누나가 왜 형을 그렇게 오해하는지!”현시우가 씩씩대며 소리쳤다.“누나가 세상에서 제일 차가운 사람이니까 그런 거잖아!”현시우는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가려 했다.“거기 서!”현다영이 엄하게 꾸짖었지만 이번에는 현시우도 순순히 말을 듣지 않았다.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문밖에 주단우가 서 있었다.입고 있던 재킷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셔츠 깃은 뜯겨 나갔고 옷 여기저기는 찢겨 있었다.목덜미와 입가, 뺨에는 시퍼런 멍이 들어 있었다. 평소의 말끔한 귀공자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지금은 영락없는 거리 싸움꾼 꼴이었다.“형...”현시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졌다.하지만 주단우는 대꾸할 힘도 없는 듯 비틀거리며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현다영은 주단우를 보고 잠시 놀랐다가, 이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현시우는 서둘러 문을 닫고 주단우에게 달려갔다.“형, 괜찮아요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547화

    현다영이 망설이자, 주단우가 소리쳤다.“빨리 가! 나 오래 버티지 못해!”앞서 얻어맞은 사내 둘은 주단우에게 쉽게 다가오지 못했다. 주단우 하나를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듯했다.그러나 현시우를 붙잡고 있던 사내들까지 합세하자, 주단우는 혼자서 그들을 막아내야 했다.현시우는 난전 속에서 온 힘을 다해 붙잡힌 손을 뿌리쳤다. 주단우도 쇠파이프를 휘둘러 현시우 앞을 막아선 사내를 밀쳐냈다.곧 두 사람은 등을 맞대고 섰다.“단우 형!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요?”현시우는 겁에 질려 있었다. 하지만 주단우가 나타난 순간, 구해줄 사람이 나타난 것 같아, 가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나중에 얘기해! 정신 똑바로 차려.”“곧 누나가 차 끌고 올 거야. 내가 길 열면 앞뒤 보지 말고 뛰어. 바로 차에 타. 알았어?”“형은요?”현시우가 발길질하며 불안하게 물었다.목이 잔뜩 쉰 주단우가 짧게 답했다.“이놈들이 나한테 뭘 어쩌겠어? 너희 먼저 가. 나중에 내가 찾아갈게.”“진짜죠?”현시우가 머뭇거리는 사이, 주단우가 먼저 돌진했다. 주단우가 쇠파이프를 휘두르자 사내들이 겁을 먹고 사방으로 흩어졌다.“뛰어!”주단우가 고함치자, 현시우는 곧장 길가로 내달렸다. 마침 현다영이 차를 몰고 달려왔다.차 문은 이미 열려 있었다. 현시우는 뒤쫓아오던 사내들에게 붙잡히기 직전, 가까스로 차 안으로 몸을 던졌다.현다영은 현시우의 다리가 다 들어오기도 전에 가속 페달을 밟았다.차가 그대로 튀어나갔다.현다영은 신호등을 몇 번이나 무시하고 달렸다. 한참을 달린 뒤에야 겨우 속도를 조금 줄였다.현시우는 내내 창문에 매달려 뒤를 살폈다.차가 너무 빠르게 달린 탓에, 빠져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뒤쪽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누나! 형을 그냥 두고 오면 어떡해? 혼자서 괜찮겠어?”현시우가 애가 타서 소리쳤다.“우리 다시 가서 형 구하자!”“그 사람이 뭐라고 했지?”현다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그녀는 현시우보다 훨씬 차분했다. 아니, 차분해지려 애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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