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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4화

Autor: 윤소정
자신이 너무 예민한 건지 모르겠지만, 최근 이틀 동안 주시언의 태도가 조금 차가워진 것 같았다.

만나지 못하는 날에도 주시언은 매일 수많은 메시지를 보내곤 했다. 조금만 시간이 나도 계속 통화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지난 이틀은 달랐다.

주시언은 하원영이 평가 준비에 집중해야 한다는 그럴듯한 이유를 내세웠고, 두 사람은 거의 연락하지 않았다.

그는 평가를 통과하면 함께 축하하자고도 했다.

그런데 막상 평가가 끝나자 주시언의 반응은 하원영이 기대한 것보다 훨씬 무덤덤했다.

하원영은 곧 실망감을 떨쳐 냈다.

지금은 주시언도 힘든 시기이니 언제나 자신과 똑같은 감정 상태이기를 바랄 수는 없었다.

퇴근을 앞두고 강지현에게서 지하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메시지가 왔다.

강지현이 저녁을 사 주려는 줄 알았던 하원영은 차에 타자마자 말했다.

“오늘 비용은 제가 낼 거예요. 저랑 계산하려고 싸우면 안 갈 거예요.”

강지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좋아요. 대신 돈 쓰기 전에 저랑 먼저 한 군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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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912화

    “대표님, 사모님께 무슨 일이 생긴 것 아닐까요? 경찰에 연락할까요?”최동윤은 초조하기 그지없었다. 김태하와 강지현이 겪어 온 일이 워낙 많다 보니 그 역시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하지만 말을 끝내기도 전에 김태하가 차갑게 끊었다.“그럴 필요 없어.”김태하는 CCTV 영상을 최동윤에게 돌려주며 말했다.“나한테 미리 아무 연락도 없었으니, 조금 있으면 올지도 모르지.”“그... 그게 어떻게 가능해요?”최동윤은 경악했다.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평소 사모님을 목숨처럼 여기는 대표님 입에서 나올 말인가?’김태하가 냉랭하게 말했다.“왜 불가능하지? 영상 보면 본인이 직접 차에서 내렸잖아.”최동윤의 머리가 복잡해졌다.‘이런 상황에 설마 대표님이 사모님과 감정싸움이라도 하는 건가?’최동윤은 다시 영상을 확인했다.확실히 김태하의 말대로 강지현은 스스로 차에서 내렸다.곁에는 아무도 없었다.차에서 내린 강지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치맛자락을 들고 뛰기 시작했고, 도중에는 면사포까지 벗어 던졌다.하지만 그 모든 행동이 너무 이상했다.“사모님답지 않아요. 분명 무슨 사정이 있는 것 아닐까요...”“할 일이 그렇게 없어?”김태하가 다시 최동윤의 말을 막았다.온몸에서 뿜어지는 냉기가 섬뜩할 정도였다.“결혼식 시작까지 한 시간 남았어. 전 세계 생중계까지 하는데, 설마 이때 도망이라도 갔다고 생각해?”“도망이라니요... 아니에요.”최동윤은 말문이 막힌 채 고개를 저었다.김태하는 더 말할 틈을 주지 않았다. 연회장은 이미 하객들로 가득 찼고, 지금은 일손이 필요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최동윤에게도 맡은 일이 있었고, 김태하 역시 촬영 스튜디오로 가 사전 인터뷰를 준비해야 했다.김태하는 소름 끼칠 만큼 침착했지만, 소식을 들은 집안 어른들과 친지들은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최동윤은 처음 보고를 김태하에게만 하고 따로 소문내지 않았다.하지만 강지현은 식장으로 오는 길에, 수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갑자기 사라진 상태였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911화

    그제야 공포에서 조금 진정된 강지현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상대 남자는 변조기조차 쓰지 않았다. 분명 그녀가 아는 사람은 아니었다.하지만 서운혁과 자신의 관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주변 사람이거나, 오래전부터 몰래 자신을 조사해 온 자일 터였다.지금 강지현에게 남은 원수는 단 하나, 공회뿐이었다.송준호도 떠나기 전, 해원시에 남아 있는 공회의 잔당을 반드시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했었다.그래서 요즘 강지현과 김태하는 최대한 조용히 지내며 매사에 주의를 기울였다.저 미친놈들이 자신들에게 손쓸 기회를 찾지 못하자... 결국 서운혁에게 표적을 돌린 모양이었다.지금 여기서 신고라도 했다가는 서운혁은 절대 살아남지 못한다.그렇다고 범인들을 잡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었다.결혼식까지 망가질 게 뻔했다...강지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상 묵인한 셈이었다.목적을 이뤘다고 생각한 상대가 목소리를 낮추며 본론을 꺼냈다.“이제부터 내가 시키는 대로 해.”전화기 너머 목소리를 듣던 강지현은 갑자기 기사에게 차를 세우라고 소리쳤다.“길가 약국에 세워 주세요. 살 게 있어요.”“물건을 사신다고요? 강지현 씨, 필요하신 게 있으면 사람을 시키면 돼요. 지금 시간이...”“세우라면 세워요. 지금 당장!”기사는 당황했지만 강지현의 명령을 거스를 수 없어 급히 길가에 차를 세웠다.함께 출발한 차량은 서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있었고, 하필 강지현의 차가 멈춘 곳은 사거리였다.뒤따르던 차들도 무슨 일인지 몰라 하나둘 멈춰 섰다.그 순간 강지현이 갑자기 차에서 내려 치맛자락을 들어 올린 채 약국 안으로 전력 질주했다.바로 뒤 차량에서도 경호원들이 내려 그녀를 따라갔다.하지만 2분도 채 지나지 않아 강지현은 감쪽같이 사라졌다.강지현은 전화를 든 채 이미 약국 뒷문으로 빠져나와, 미리 대기하고 있던 택시에 올라탔다.상대는 분명 미리 현장을 답사해 모든 걸 준비해 둔 상태였다.그 약국은 사람들의 시야를 피하기에 더없이 좋은 사각지대에 있었다.택시는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910화

    두 사람은 상원궁 연회장에서 만나 양가 어른들에게 함께 술을 올리고 기록 영상을 촬영하기로 했다.강지현이 신부 방에서 웨딩카 행렬 앞까지 걸어가자 구름처럼 풍성한 웨딩드레스 자락이 길게 펼쳐졌다.현다영과 하원영은 양옆에서 조심스럽게 옷자락을 정리하며 그녀를 둘러싼 채 방을 나섰다.별장 앞 정원에는 이미 웨딩카 행렬이 준비돼 있었다. 맨 앞에 선 긴 리무진은 꽃으로 화려하게 장식돼 있었다.주변에는 경호원들에게 막힌 기자와 사진작가들이 앞다퉈 사진을 찍고 있었다.“신부님, 베일 씌워 드릴게요.”강지현이 차에 타기 직전 스타일리스트가 따라와 진주와 작은 다이아몬드가 박힌 화려한 베일을 씌워 줬다.웨딩카는 수십 대나 돼 자리가 넉넉했다. 강지현은 잠시 뒤 하차 장면을 촬영하기 편하도록 맨 앞 차량에 혼자 타기로 했다.현다영과 하원영에게 인사한 뒤 먼저 차에 올랐다.차 안에 앉는 순간, 강지현은 마치 두 번의 삶을 산 듯한 아득한 기분을 느꼈다.이곳까지 오는 동안 많은 일을 겪었지만 마침내 더없이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강지현은 고개를 숙이고 손바닥으로 아랫배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달콤하게 웃었다.그녀는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문득 김태하에게 메시지를 하나 더 보내고 싶어졌다.잠시 뒤면 곧 만나게 될 텐데도 그랬다.강지현이 휴대전화기 화면을 켠 순간, 모르는 번호에서 동영상 파일 하나가 도착했다.영상에 나온 사람은 분명 서운혁이었다.강지현은 깜짝 놀랐다. 흔들리는 화면은 어둡고 장소도 알 수 없었다. 카메라에는 서운혁만 찍혀 있었다.그는 의자에 묶여 있었는데, 약에 취한 듯 의식이 흐릿해 보였다.잠시 뒤 마스크를 쓴 남자가 앞으로 다가와 서운혁의 목에 주사기를 찔렀다.영상은 20여 초로 짧았고 소리도, 글도 없었다.강지현은 너무 놀라 상황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 바로 그 순간 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그녀는 생각할 틈도 없이 전화를 받았다.“당신들 누구야...”“쉿. 소리 내지 마.”상대는 강지현의 말을 빠르게 끊었다.운전하던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909화

    “형님, 이 여자가 한 말이 맞아요... 정말 사람을 잘못 잡았어요. 어떻게 할까요?”칼을 든 남자가 한숨을 내쉬었다.두 사람이 무언가 상의하려 하자 백하린이 황급히 말했다.“강지현을 상대하려는 거지? 내가 도와줄 수 있어! 그 여자의 약점이 뭔지 알아. 나를 풀어 주기만 하면... 무슨 일이든 협조할게!”...이틀 뒤.달이 지고 해가 떠오르자 희미한 새벽빛이 비쳤다.강지현은 화려하게 꾸며진 침실에 앉아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오늘은 김태하와 강지현의 결혼식 날이라 일정이 무척 많았다.그녀는 겨우 2시간 자고 일어나 화장과 머리 손질을 시작했다. 조금 전에는 실내복과 예복을 입은 사진 촬영까지 마쳤다.별장 안팎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모두 사진작가의 지시에 따라 차례로 가족과 친구 사진을 찍고 있었다.지순옥과 은주희는 하객을 맞이하느라 강지현의 곁에 있지 못했다.방 안에는 현다영과 하원영만 있었다.서지아도 원래는 오려고 했지만 서씨 집안에 급한 일이 생겼는지 앞쪽 홀로 불려 갔다.본래도 눈부시게 아름답던 강지현의 얼굴이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손길을 거쳐 더욱 화려하게 빛났다. 현다영과 하원영은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두 사람은 아예 취재 기자라도 된 듯 한순간도 쉬지 않고 강지현의 사진을 찍었다.중간중간 사진을 단체 채팅방에 올려 팬처럼 새 사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성화도 달랬다.채팅방에는 오늘의 주인공인 강지현과 김태하를 제외하면 신랑·신부 들러리와 가까운 지인들이 모여 있었다.신부 측에는 현다영, 하원영, 서지아와 강지현이 직접 키운 부하 몇 명이 있었고, 신랑 측에는 주시언, 주단우, 최동윤, 육운성, 지현우가 있었다.강지현의 사진이 올라오자 채팅방은 칭찬으로 도배됐다.신랑 측도 질 수 없었다. 육운성은 곧바로 김태하의 옆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을 올렸다.정장을 갖춰 입은 김태하는 비교적 단정하고 간결하게 꾸민 모습이었다. 결혼반지를 낀 손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그는 창가에 서서 전화를 받고 있었다.[멋있죠?]육운성이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908화

    눈을 뜨자 덩치 큰 남자 두 명이 앞에 서 있었다.두 사람은 마스크와 야구 모자를 쓰고 있었고, 한 명은 손에 든 작은 권총을 장난감처럼 만지작거렸다.“당신들... 누구야... 강지현이 보낸 사람들이야?”백하린은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을 만큼 쉬어 있었다. 두려움이 순식간에 덮쳐 온몸이 걷잡을 수 없이 떨렸다.차에서 달아난 뒤 백하린은 배수로에 숨어 있었다.김태하의 부하들을 간신히 따돌리고 떠나려던 순간 누군가에게 갑자기 습격당했다.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 끔찍한 곳에 묶여 있었다.두 남자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중 한 명이 가까이 다가와 작은 칼끝으로 백하린의 턱을 들어 올렸다.“연기 그만해. 강지현의 친구잖아. 지금 당장 전화해서 혼자 널 구하러 오라고 해. 안 그러면...”“사람을 잘못 봤어! 난 강지현과 친구가 아니야!”남자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상황을 파악한 백하린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끊었다. 숨이 무너질 듯 가빠졌다.“친구가 아니라고?”칼을 든 남자는 멈칫하며 옆에서 기다리던 동료를 바라봤다.‘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사람을 잘못 납치한 건가?’두 사람은 공회 조직의 일원으로, 임지태가 국내에서 직접 키운 신입이었다.얼마 전 임무를 나갔다가 돌아와 보니 자신들이 따르던 형님이 누명을 썼다는 소식을 들었다.국내 조직은 소탕됐고 해외에 있던 공회의 세력도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다.두 사람 역시 최대한 빨리 출국하라는 지시를 받았다.하지만 자신들에게 큰 은혜를 베푼 임지태가 모함당했다는 생각을 하면 분을 참을 수 없었다.조직의 배신자 송준호는 아직도 도망 다니고 있었고, 형님을 감옥에 보낸 강지현과 김태하는 호화로운 결혼식까지 준비하고 있었다.떠나더라도 적어도 한 번은 복수해야 했다.처음에는 강지현을 납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강지현과 김태하는 거의 밖에 나오지 않았고, 주변에 사람이 너무 많아 접근하기 어려웠다.남은 시간이 많지 않자 두 사람은 차선책을 택했다. 기회를 노려 강지현의 주변 사람을 붙잡은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907화

    하지만 지금은 미안하다는 말 외에는 아무것도 꺼낼 수 없었다.“애초에 기대하지 않았는데 실망할 게 뭐가 있겠어요?”강지현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서운혁의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 눈에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가 끝없는 쓸쓸함 속으로 가라앉았다.“강지현 씨 말이 맞아요.”“치료 잘 받으세요.”강지현의 마음도 편하지 않았다.서운혁이 병상에 누워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한 모습을 보자 괴로웠다.하지만 친남매라는 관계로 그를 대하는 건 너무도 어색했다.“...”서운혁은 입술을 달싹였지만 붙잡는 말은 끝내 하지 못하고 멀어지는 강지현의 뒷모습만 말없이 바라봤다.김태하는 병실 밖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채 기다리고 있다가 강지현이 나오자마자 다가와 손을 잡았다.손끝은 차가웠고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없었다. 온몸이 몹시 지쳐 보였다.“괜찮아?”김태하는 낮은 목소리로 물으며 차가운 손을 두 손으로 감싸 따뜻하게 녹여 줬다.강지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억지로 미소 지었다.“이제 가자.”차에 탄 뒤에야 강지현은 완전히 긴장을 풀고 김태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눈을 감았다.김태하는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피곤하면 좀 자. 내가 곁에 있을게.”강지현은 눈을 감은 채 김태하의 커다란 손을 두 손으로 만지작거렸다.“태하야, 네가 곁에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나도 그래.”김태하는 고개를 숙여 강지현의 정수리에 입을 맞췄다.서운각에 도착하기 전 강지현은 정말로 잠들었다.김태하는 혼자 그녀를 안아 침실까지 데려갔다.밤이 깊어지자 김태하의 휴대전화가 계속 울렸다.그는 곁에 있는 강지현이 깰까 봐 휴대전화를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무슨 일이야?”“대표님, 그 여자가 도망쳤어요.”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잔뜩 떨리고 있었다. 김태하의 눈빛도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었다.결혼식을 앞둔 지금, 백하린이 서경시에서 엄청난 사건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더라도 분명 골칫거리였다.그래서 김태하는 기회를 틈타 사람들에게 백하린을 붙잡으라고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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