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대표님과 순결한 혈녀의 속사정

천마 대표님과 순결한 혈녀의 속사정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1-05
Por:  미셀1278Actualizado ah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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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의 잘나가는 변호사 한현주. 일도, 돈도, 남자와의 관계도 자신의 방식대로 즐기던 그녀가 수상한 혈혼계약을 검토하다 사고를 당했다. 눈을 뜬 곳은 병약한 스물두 살 혈녀, 그것도 이름까지 똑같은 한현주의 몸! 그런 그녀에게 냉정한 흑월그룹 대표 천태하가 혼인을 제안한다. “겁이 난다면 기다리겠습니다.” 아이고, 대표님. 제가 남자를 얼마나 만나봤는데요! 순진한 혈녀를 보호하려는 남자와 그보다 훨씬 노련한 여자의 아슬아슬한 계약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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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ítulo 1

1화. 마흔 살, 잘나가는 싱글입니다

1화. 마흔 살, 잘나가는 싱글입니다

일요일 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아파트 침실. 현주는 침대에 기대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욕실에서 잦아들던 물소리가 끊어지고, 젖은 머리카락에서 물방울을 털어내며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는 당연한 것 처럼 현주의 뺨에 가벼운 입맞춤을 남긴 뒤, 협탁 위에 놓인 수표를 매끄럽게 집어 들었다.

“누나! 잘 자!”

남자는 아무렇지 않게 인사하고 방문을 열어 나갔다.

한현주는 다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침대 옆 협탁에 쌓인 서류를 한 장씩 넘겨보았다. 주말에 끝내려던 사건 기록이 아직 두 뭉치나 남았다. 오늘은 일찍 자겠다고 다짐했건만, 서류들은 늘 약속을 지켜 주지 않았다.

“이 나이에도 주말 야근이라니. 내가 일을 좋아해도 너무 좋아하지.”

현주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안경을 고쳐 썼다. 거래 내역과 진술서의 날짜를 대조하고, 다음 날 회의에서 확인할 숫자에 표시를 해 두었다. 이런 작은 모순을 찾아내는 일이 그녀가 변호사로 살아남은 방식이었다.

마지막 기록에 붙일 메모까지 마치자 새벽이 가까웠다. 현주는 펜을 놓고 기지개를 켰다. 침대 한쪽에는 일을 끝내고 편안히 쉬는 사람이 아니라, 다시 일할 준비를 끝낸 여자가 앉아 있었다.

“이 정도면 내일의 한현주도 불평은 안 하겠지.”

현주는 정리한 서류를 협탁에 놓고 불을 껐다. 잠깐만 눈을 감으려던 것이었다. 이내 조용한 방 안에 일정한 숨소리만 남았다.

* * *

월요일 아침, 한현주는 알람보다 먼저 눈을 떴다.

커튼 사이로 들어온 햇빛이 침실 바닥에 길게 누워 있었다. 침대 오른편은 비어 있었고, 협탁에는 어젯밤 읽다 만 사건 기록과 물 반 잔이 놓여 있었다. 누가 보면 외로운 중년 여성의 쓸쓸한 아침이라고 생각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현주는 이 시간이 꽤 마음에 들었다.

자신이 고른 집에서, 자신이 정한 시간에,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일어나는 일. 마흔 살이 될 때까지 어렵게 얻어 낸 사치였다.

“역시 내 집이 제일 좋아!”

현주는 혼잣말하며 맨발로 거실에 나왔다. 통유리 너머로 한강이 보였다. 강변북로에는 이미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출근길을 내려다보는 그녀의 손에는 막 내린 커피가 들려 있었다. 세상이 바쁘게 움직일 때 자신은 몇 분쯤 여유를 부릴 수 있다는 사실이 즐거웠다.

식탁 위 휴대전화가 울렸다. 법무법인 후배였다.

“선배, 오늘 상대방이 합의 조건을 바꿀 것 같아요.”

“그래? 어제까지는 절대 못 바꾼다더니.”

“대표가 직접 온대요. 만나자마자 큰소리부터 칠까 봐 걱정이에요.”

“큰소리내는 건 무료니까 실컷 내라고 해. 숫자는 우리가 확인하면 돼.”

통화를 끊고 현주는 일정을 다시 훑었다. 오전에는 기업 분쟁 조정, 오후에는 재판 준비, 저녁에는 약속이 있었다. 달력에 적힌 저녁 약속에는 하트 모양 하나가 붙어 있었다. 연애도 일이 되면 곤란했다. 즐겁기 위해 만나는 사람을 숙제처럼 대할 마음은 없었다.

옷장 앞에서 그녀는 검은 정장과 아이보리색 원피스를 번갈아 보았다. 결국 정장을 골랐다. 오늘 만날 사람들은 여전히 여성 변호사의 능력을 옷차림으로 판단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들의 편견에 맞춰 줄 생각은 없었지만, 첫인상을 이용하는 것도 일의 일부였다.

“한현주, 오늘도 벌어 보자.”

거울 속 여자는 웃을 때마다 주름이 생겼다. 현주는 그 주름이 싫지 않았다. 지난 이십 년의 노력이 얼굴에 남긴 흔적이었다.

사무실에 도착하자 비서가 따뜻한 차와 서류를 건넸다. 복도 너머 회의실에서는 이미 누군가 신경질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현주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서류의 마지막 장을 확인했다. 상대 회사가 주장하는 손해액과 실제 입금액이 맞지 않았다.

“저분이 우리를 기다리시는 모양이네요.”

“죄송합니다. 변호사님이 아직 안 오셨다고 하셔서…….”

“왔잖아요. 이제 계산부터 합시다.”

회의실 문을 열자 여러 시선이 그녀에게 꽂혔다. 현주는 인사를 받으며 가장 끝자리에 앉았다. 상대 대표가 자신을 훑어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제 저 사람이 무슨 말을 할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담당 변호사님은 언제 오십니까?”

현주는 명함을 밀어 놓았다.

“이미 왔습니다. 제가 한현주입니다.”

그 사람의 얼굴이 아주 조금 굳었다. 현주는 친절하게 웃었다. 이런 순간은 예전에도 많았다. 달라진 것은 자신이었다. 이제는 누구의 허락도 기다리지 않았다.

한 시간 뒤 회의실 문을 나올 때, 상대 대표는 처음보다 한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에는 서류를 미리 검토하고 오겠습니다.”

“그게 서로 시간을 아끼는 방법이죠.”

현주는 웃으며 휴대전화를 꺼냈다. 저녁 약속 상대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오늘 와인바, 일곱 시 괜찮아요?]

[좋아요. 대신 오늘은 일 얘기 금지예요.]

그녀가 답장을 보내자 곧 웃는 얼굴이 돌아왔다.

사무실로 돌아와 남은 일을 끝내는 동안에도 현주는 기분을 잃지 않았다. 오후의 사건은 결론보다 의뢰인의 표정이 더 어려웠다.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여성이 거래처와의 분쟁 때문에 찾아왔는데, 계약서 내용을 설명하자 한숨부터 쉬었다.

“제가 잘못한 줄만 알았어요. 사인했으니까 무조건 제 책임이라고 해서요.”

“사인한 내용이 뭔지가 중요하죠. 설명받지 못한 부분도 확인해야 하고요.”

현주는 불필요한 위로를 늘어놓지 않았다. 대신 종이 한 장을 꺼내서 확인할 자료와 날짜를 적어 주었다. 의뢰인은 그제야 어깨를 조금 폈다.

“정말 해 볼 수 있는 일이 있겠네요.”

“있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자료부터 모아 보자는 거예요.”

현주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싫었다. 그 말이 틀렸을 때 누가 대가를 치르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의뢰인이 나간 뒤 후배가 물었다.

“선배는 상담 끝나면 꼭 숙제부터 내주네요.”

“그럼 숙제 없이 기적이 일어나겠니?”

“가끔은 일어나지 않을까요?”

“그런 기적이 일어나면 내가 제일 먼저 퇴근할 거야.”

후배와 웃음을 나누면서도 현주는 방금 건넨 메모의 글자를 다시 확인했다. 자신의 능력은 거창한 연설보다 작은 자료 한 장을 정확히 읽어 내는 데 있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일도 바로 그것이었다.

현주는 엘리베이터에 기대 잠시 미소 지었다. 누군가와의 관계는 이런 정도로도 충분히 좋았다. 함께 보내는 시간을 선택하고, 헤어진 뒤에는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

그날 밤 그녀는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조금 웃고, 적당히 늦게 집에 돌아왔다. 굳이 상대에게 내일의 약속을 받아 내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피곤했지만 만족스러워 보였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집 안은 조용했다. 현주는 구두를 벗어 두고 휴대전화를 충전기에 꽂았다. 내일 입을 옷을 준비하려는데 메시지 하나가 들어왔다.

[한현주 변호사님. 흑월그룹에서 비밀계약에 관한 긴급 사전 검토를 의뢰드립니다. 보안 자료와 자문 조건을 첨부합니다.]

처음 보는 회사 이름은 아니었다. 규모에 비해 외부에 알려진 정보가 지나치게 적은 기업. 의뢰인을 가려 받는 현주도 몇 번이나 호기심을 느꼈던 곳이었다.

그런데 메시지 아래 첨부된 문서 제목이 이상했다.

[혈혼계약 검토 요청서]

현주는 화면을 한참 바라보다가 짧게 웃었다.

“이름 참 살벌하게 짓네. 요즘 기업들은 계약도 무협지처럼 하나?”

웃음은 곧 멎었다. 파일 미리보기의 첫 줄에 익숙하지 않은 문장이 떠 있었기 때문이다.

[계약 당사자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처분은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동의를 요한다.]

현주는 거실로 돌아가 노트북을 켠 뒤 문서 첫 장을 확대했다. 농담처럼 넘길 수 없는 문구였다.

“자문료가 아무리 커도 이런 계약을 그대로 통과시키라는 건 곤란한데.”

현주는 미리보기의 조항을 다시 읽고, 자세한 자료를 요구할 질문을 적기 시작했다. 사람의 몸과 자유를 조건으로 거는 계약이라니. 한 번 더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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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마흔 살, 잘나가는 싱글입니다
1화. 마흔 살, 잘나가는 싱글입니다일요일 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아파트 침실. 현주는 침대에 기대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욕실에서 잦아들던 물소리가 끊어지고, 젖은 머리카락에서 물방울을 털어내며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는 당연한 것 처럼 현주의 뺨에 가벼운 입맞춤을 남긴 뒤, 협탁 위에 놓인 수표를 매끄럽게 집어 들었다.“누나! 잘 자!”남자는 아무렇지 않게 인사하고 방문을 열어 나갔다.한현주는 다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침대 옆 협탁에 쌓인 서류를 한 장씩 넘겨보았다. 주말에 끝내려던 사건 기록이 아직 두 뭉치나 남았다. 오늘은 일찍 자겠다고 다짐했건만, 서류들은 늘 약속을 지켜 주지 않았다.“이 나이에도 주말 야근이라니. 내가 일을 좋아해도 너무 좋아하지.”현주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안경을 고쳐 썼다. 거래 내역과 진술서의 날짜를 대조하고, 다음 날 회의에서 확인할 숫자에 표시를 해 두었다. 이런 작은 모순을 찾아내는 일이 그녀가 변호사로 살아남은 방식이었다.마지막 기록에 붙일 메모까지 마치자 새벽이 가까웠다. 현주는 펜을 놓고 기지개를 켰다. 침대 한쪽에는 일을 끝내고 편안히 쉬는 사람이 아니라, 다시 일할 준비를 끝낸 여자가 앉아 있었다.“이 정도면 내일의 한현주도 불평은 안 하겠지.”현주는 정리한 서류를 협탁에 놓고 불을 껐다. 잠깐만 눈을 감으려던 것이었다. 이내 조용한 방 안에 일정한 숨소리만 남았다.* * *월요일 아침, 한현주는 알람보다 먼저 눈을 떴다.커튼 사이로 들어온 햇빛이 침실 바닥에 길게 누워 있었다. 침대 오른편은 비어 있었고, 협탁에는 어젯밤 읽다 만 사건 기록과 물 반 잔이 놓여 있었다. 누가 보면 외로운 중년 여성의 쓸쓸한 아침이라고 생각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현주는 이 시간이 꽤 마음에 들었다.자신이 고른 집에서, 자신이 정한 시간에,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일어나는 일. 마흔 살이 될 때까지 어렵게 얻어 낸 사치였다.“역시 내 집이 제일 좋아!”현주는 혼잣말하며 맨발로 거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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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여자라서 안 된다고요?
2화. 여자라서 안 된다고요?다음 날 오전, 회의 자료를 챙기던 현주는 잠깐 오래전 일을 떠올렸다. 처음부터 법조인의 사명감 하나로 변호사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공부로 자신의 길을 열 수 있고, 능력을 인정받으면 경제적으로도 독립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성적이 좋고 일을 잘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배경 없는 여자 변호사에게 기회는 늘 한 번씩 늦게 돌아왔다.스물일곱 살, 처음 대형 사건에 투입되었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회의실에 들어간 현주에게 누군가 커피를 부탁했었다. 정장 차림의 남자 변호사들이 이미 앉아 있었고, 그녀는 유일한 여자였다. 당시에는 막 입사한 사람답게 그 말을 모욕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시험이라고 여겼다.“저도 담당 변호사입니다.”그녀가 대답하자 상대는 민망한 얼굴로 웃었다.“아, 그랬군요. 워낙 어려 보여서.”어려 보인다는 말은 설명으로 자주 쓰였다. 경험이 부족해 보여서, 목소리가 부드러워서, 여성이어서. 아무도 그 이유를 정확히 말하지 않았다. 현주는 밤새 기록을 읽었다. 한 번 틀리면 열 번 더 증명해야 하는 자리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그 사건에서 이겼을 때, 상사는 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주는 승소 소식보다 사건 당사자가 조용히 건넨 한마디를 오래 기억했다.“변호사님이 끝까지 제 말을 들어주셔서 고마웠습니다.”그날 이후 현주는 경력을 쌓았고, 지금의 법무법인에서 중요한 사건을 맡는 변호사가 되었다. 자신의 이름으로 책임질 수 있는 자리를 얻었지만 아직 조직 안에서 일했다. 아픈 기억을 보상받기 위해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자신이 잘하는 일을 오래 하고 싶었다.“선배?”후배의 부름에 현주가 고개를 들었다.“무슨 생각 하세요?”“예전에 내가 커피 타던 날.”“선배가요?”“응. 지금 생각하면 커피를 꽤 맛있게 탔어. 비싼 수업료였지.”후배가 웃음을 터뜨렸다. 현주도 따라 웃었다. 과거에 붙들려 있기보다 이렇게 농담으로 돌려줄 수 있는 현재가 좋았다.그때 사무실 직원이 다가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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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내가 이룬 인생
3화. 내가 이룬 인생그 주 토요일, 한현주는 유난히 오래전의 첫 집을 떠올렸다. 한현주의 첫 집은 계단을 네 층이나 올라야 하는 낡은 빌라였고, 겨울이면 창틀로 바람이 들어왔다. 그래도 계약서의 임차인 이름이 ‘한현주’인 것을 확인했을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그때보다 훨씬 넓었다. 그러나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면적이 아니라 그 안의 조용함이었다. 누가 들여다볼 일 없는 서재, 스스로 고른 그림, 마음에 드는 접시. 하나씩 모은 물건들에는 모두 그녀가 지나온 시간이 묻어 있었다.토요일 오전, 현주는 소파에 앉아 자산 관리 보고서를 넘겼다. 오래전에 무리해서 산 작은 상가의 임대료가 들어왔고, 분산해서 보유한 주식 가운데 몇 종목은 생각보다 잘 버텼다. 실수한 투자도 있었다. 실패의 이유를 기록해 두었기 때문에 두 번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 했다.“사람이나 돈이나 너무 믿으면 피곤해.”말하고 나니 스스로도 조금 우스웠다. 사람을 믿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었다. 믿으려면 무엇을 믿는지 알아야 한다는 뜻이었다.냉장고를 열어 보니 전날 사 온 재료가 있었다. 현주는 앞치마를 두르고 찌개를 끓였다. 밖에서 좋은 음식을 먹는 것도 좋아했지만, 집에서 먹는 뜨거운 밥에는 다른 위로가 있었다. 식탁 앞에 앉아 첫 숟가락을 뜨자 휴대전화가 울렸다.“한 변호사님, 흑월그룹 쪽에서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사무실 직원의 목소리가 조심스러웠다.“급하대요?”“오늘 저녁에 직접 뵙고 싶다고 합니다. 대표이사 직속이라고만 말했어요.”“토요일인 건 알고 있겠죠?”“그쪽에서도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현주는 잠시 찌개를 바라보았다. 평소라면 주말 미팅은 거절했다. 의뢰인의 긴급함이 곧 자신의 긴급함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 자료에는 사람의 생명과 신체를 처분한다는 이상한 조항이 있었다. 먼저 내용을 확인해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저녁 일곱 시. 사무실이 아니라 공식 회의실에서 만나자고 해요. 참석자 명단이랑 위임 범위는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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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흑월 그룹
4화. 흑월그룹다음 날 오후, 흑월그룹 본사는 서울 도심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었다.유리 외벽에는 오후 햇빛이 번쩍였지만 출입구 안쪽은 어둡고 조용했다. 한현주는 방문증을 받아 목에 걸고 안내 직원을 따라갔다. 로비에는 회사의 역사나 수상 경력을 알리는 전시 대신 검은 돌로 만든 문양 하나가 놓여 있었다. 어제 봉투에 찍혀 있던 인장과 같은 모양이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시죠?”“오늘은 직접 뵙기 어렵습니다. 먼저 담당자와 검토하실 예정입니다.”“계약 당사자도 모르고, 대표님도 못 뵙고. 오늘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꽤 적겠네요.”안내 직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현주는 굳이 다그치지 않았다. 직원이 결정할 수 없는 문제를 묻는 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었다.전용 엘리베이터는 숫자 표시가 없는 층에서 멈췄다. 문이 열리자 새카만 복도가 드러났다. 벽에는 붉은 빛이 은은하게 감도는 선이 이어져 있었다. 보안 시설이라고 보기에는 묘하게 오래된 느낌이었다.입구에는 휴대전화 반입 제한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현주는 명시된 반납 절차를 확인하고 서명한 뒤 기기를 맡겼다. 최소한 어제 요청한 서류는 준비되어 있었다.복도를 따라 걷는 동안 안내 직원이 자신도 모르게 목덜미를 만졌다. 현주는 그 행동을 기억해 두었다. 단순한 습관일 수도 있지만, 어제 검토한 자료에는 ‘혈점 확인’이라는 낯선 단어가 있었다. 자료 속 용어가 현실의 몸짓과 연결되는 순간, 이번 의뢰가 더 이상 장난처럼 느껴지지 않았다.“저 안에 계신 분들은 회사 임직원인가요?”“일부는 그렇습니다.”“나머지는요?”“외부 자문위원입니다.”현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직함보다 누가 실제로 결정하고 누가 책임지는지가 중요했다. 그녀는 문 앞에서 잠깐 멈춰 자신의 노트를 폈다. 오늘 물어볼 질문을 네 개로 줄여 적었다. 당사자는 누구인가. 무엇을 위해 계약하는가. 위험을 누가 부담하는가. 거절할 수 있는가.이 네 가지에 답하지 못한다면 자문료가 아무리 높아도 계약을 받아들일 생각은 없었다. 현주는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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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스물두 살이 되었습니다
5화. 스물두 살이 되었습니다처음 느낀 것은 소독약 냄새였다.현주는 눈을 감은 채 그 냄새를 구분하려 애썼다. 병원 특유의 알코올 냄새에 달콤하면서 비릿한 향이 섞여 있었다. 흑월그룹의 지하 복도에서 마지막으로 맡았던 냄새와 같았다.‘엘리베이터가 멈췄고, 전화가 끊겼고…….’그 뒤가 기억나지 않았다.눈을 뜨자 천장에 새겨진 검은 원이 보였다. 손목에는 붉은 실 같은 것이 감겨 있었고, 침대 옆에는 낯선 기계가 놓여 있었다. 의료 장비처럼 생겼지만 전선도, 화면도 없었다.“여기, 누구 없어요?”자신이 낸 목소리에 현주는 입을 다물었다.가늘었다. 스무 살 무렵에도 저렇게 높은 목소리는 아니었다. 목을 만져 보려는데 손이 작았다. 손등에 있던 점도, 오른쪽 검지의 흉터도 사라져 있었다.‘잠깐. 내 손이 왜 이래?’문이 열리고 젊은 여자가 들어왔다. 단정한 유니폼을 입은 그녀는 현주를 보자 눈에 띄게 안도했다.“드디어 깨어나셨군요, 아가씨.”“어디죠, 여기?”“흑월그룹 보호 의료동입니다. 어지러우시면 바로 의사를 부르겠습니다.”흑월그룹.현주의 머릿속에서 사고 전 검토했던 문서가 펼쳐졌다. 혈혼계약, 신체에 관한 처분, 계약 당사자의 동의. 이상한 회사의 이상한 계약서였다.‘내가 아직 그 건물 안에 있는 건가?’현주는 침대에서 내려오려다 무릎이 꺾이는 바람에 이불을 움켜쥐었다. 몸이 가벼운 게 아니라 힘이 없었다. 간호사처럼 보이는 여자가 급히 다가왔지만 현주는 먼저 손을 들었다.“괜찮아요. 거울 좀 주시겠어요?”여자는 선뜻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가 망설이는 몇 초 동안 현주의 가슴이 더 빠르게 뛰었다.이윽고 건네받은 손거울 안에는 처음 보는 여자가 있었다. 뺨은 희고, 눈매는 부드러웠으며, 목선은 지나치게 가늘었다. 거울 속 여자가 입술을 움직였다. 현주도 움직였다.“……미쳤다.”거울을 엎어 놓았다가 다시 들었다. 눈을 감고 손바닥을 볼에 대 보았다. 낯선 피부와 낯선 얼굴은 그대로였다.‘나, 한현주잖아.’마흔 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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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흑월그룹의 황태자
6화. 흑월그룹의 황태자천태하는 사진보다 훨씬 차가운 기운을 가진 남자였다.검은 정장을 입은 그가 병실에 들어서자 뒤따르던 사람들이 일제히 걸음을 멈췄다. 소개를 듣지 않아도 누가 대표인지 알 수 있었다. 서른다섯. 흑월그룹을 정상까지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어울릴 만큼 행동에 군더더기가 없었다. 전통에 휘둘리는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현주는 잠깐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어머. 사진이 실물을 제대로 못 담았네.’이럴 때 할 생각은 아니었다. 현주는 얼른 시선을 내렸다.“깨어났다고 들었습니다.”태하의 목소리는 엘리베이터 사고 직전 전화기 너머에서 듣던 목소리와 같았다. 그 사실에 현주는 손가락을 꼭 쥐었다. 저 사람은 한현주 변호사를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앉아 있는 여자가 그 변호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겠지.“네. 눈을 뜨니까 여기더라고요.”“몸은 어떻습니까?”“좀 어지러워요. 그런데 제가 왜 여기 있는지…….”현주는 일부러 말을 흐렸다. 태하는 옆에 선 의료 책임자를 돌아보았다.태하는 의사에게 먼저 최근 검사 기록부터 보고하라고 짧게 지시했다. 비서는 즉시 보호자의 승인 서류를 준비했다. 서류 하나로 조직을 움직이는 데 익숙한 사람의 태도였다.“기억 손상 가능성이 있다고?”“의식이 돌아온 뒤 일부 기억이 불명확한 것으로 보입니다.”그의 시선이 다시 현주에게 돌아왔다.“당신은 보호 대상입니다. 지금은 회복이 우선입니다.”“보호요? 그럼 제가 나가고 싶을 땐요?”“밖이 안전하다는 판단이 서야 합니다.”“누가 판단하죠?”“내가 합니다.”아, 바로 저거다. 제 얼굴이 잘생겼다고 세상에 있는 권리까지 모두 가진 건 아니다.현주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그럼 제가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해도 못 나가는 거예요?”태하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뒤에 있던 중년 남자가 나섰다.“혈녀는 가문의 안위를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다. 함부로 출입을 논할 신분이 아니지.”‘혈녀? 그 계약서에 있던 그 혈녀가 나라고? 헐 그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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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마지막 혈녀
7화. 마지막 혈녀붉은 돌이 현주의 손끝을 향해 빛을 뿜었다.의료 책임자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그 뒤에 있던 중년 남자는 무릎을 꿇으려다 태하의 눈길을 받고 멈췄다. 마치 오래전부터 예고된 기적이라도 나타난 것처럼 모두가 숨을 죽였다.현주는 당장 손을 빼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손을 빼면 더 큰 의심을 받을 것 같았다.‘피 검사할 때도 이렇게 호들갑은 안 떠는데.’“됐나요?”“분명합니다. 다른 후손들이 모두 반응하지 않았던 혈석이 아가씨께 반응했습니다. 수대에 걸쳐 확인되지 않았던 혈녀의 혈맥입니다.”“그러면 다른 분들은 다 탈락하고 제가 마지막 시험을 통과한 셈이네요?”현주는 대수롭지 않은 척 말했지만, 속으로는 웃을 수 없었다. 멀쩡한 친척들은 모두 아니었고, 평생 병약해 검사를 받지 못했던 스물두 살 여자에게서만 반응이 나타났다는 뜻이다.태하가 상자를 닫게 하자 붉은 빛이 한풀 꺾였다. 그러나 현주의 손목에는 희미한 줄이 남았다. 피부를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았다.“아픈 건 아닙니까?”태하가 물었다.“아직은요. 그런데 이거, 지워지기는 하는 거예요?”“확인하겠습니다.”또 확인. 이 회사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태하는 원로들을 물리고 의자를 하나 끌어왔다. 현주는 그가 처음으로 자기 앞에 앉는 모습을 보았다. 그에게는 할 말이 있는 듯했다.“나는 원래 혈녀라는 전설을 믿지 않았습니다.”현주는 눈을 들었다. 태하는 오래된 가문의 규칙을 무시하지는 않았지만, 경영과 사람의 생사를 전설 하나로 결정할 생각도 없었다고 말했다. 서른다섯에 흑월그룹을 이끌기까지 그가 믿어 온 것은 보고서와 숫자, 확인된 사실이었다. 그런데 몇 주 전부터 설명할 수 없는 발작이 시작됐다. 힘이 통제되지 않고, 온몸의 혈맥이 타들어 가는 듯한 통증이 찾아왔다. 의료진은 원인을 찾지 못했고, 원로들은 그것을 혈마화라고 불렀다.“처음에는 그 말도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발작 때 사람을 다치게 할 뻔했습니다. 그제야 혈녀에 관한 기록을 다시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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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혼인계약이라고요?
8화. 혼인계약이라고요?“……혼인계약이라고요?”현주 앞에 놓인 서류는 낯익었다. 표지에 찍힌 검은 날개 문양, 구식 문투로 이어진 조항들, 붉은 잉크로 그어진 수정 흔적까지.엘리베이터 사고가 나기 전,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여러 차례 검토했던 바로 그 문서였다.다른 점이라면, 그때 빈칸이었던 계약 당사자란에 지금 이 스물두 살 여자의 신상정보가 적혀 있다는 사실이었다.[계약 당사자: 한현주 / 만 22세]현주는 그 이름 위에 시선을 고정했다. 한현주. 자신의 이름과 한 글자도 다르지 않았다. 우연히 이름이 같을 수는 있다. 하지만 자신이 이 계약서를 검토하던 중 사고를 당했고, 그 직후 같은 이름을 가진 여자의 몸에서 깨어난 일까지 우연이라고 넘기기에는 섬뜩했다.‘이름까지 똑같아? 내가 검토한 계약서의 당사자가 바로 이 여자였다고?’현주는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웃을 일이 아니었다. 계약 내용은 여전히 끔찍했다.천태하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검은 셔츠 끝에서 드러난 손목에 희미한 붉은 선이 보였다.“원로회의는 혈녀가 후계자에게 종속되는 혈혼계약을 요구합니다. 함께 지내며 기운을 나누고, 필요하면 육체적인 관계까지 맺어야 한다는 옛 규칙이지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방식으로 사람을 묶어 둘 시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현주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이렇게까지 직접적으로 설명할 줄은 몰랐다.“그럼 대표님은 어떤 방법을 생각하세요?”“필요하다면 혼인관계가 더 현실적입니다. 함께 살아야 한다면 상대에게도 법적인 지위와 권리가 있어야 하니까요. 재산과 생활, 의료적 결정, 관계를 끝낼 권한까지 분명히 해야 합니다. 물론 혼인만으로 어느 한쪽의 몸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혼인이라는 말이 다시 가슴 한구석을 건드렸다. 스물아홉의 한현주에게도 결혼을 약속한 첫사랑이 있었다. 고시를 준비하던 그를 돕고 응원하던 때에는 두 사람이 함께 미래를 꾸릴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남자가 바란 것은 자신의 일을 계속하는 아내가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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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여린 여자의 비밀
9화. 여린 여자의 비밀“대표님은 어디에 있어요?”현주가 물었을 때 복도는 이미 비상 상황이었다. 의료진이 흑월그룹 지하 안정실로 달려갔고, 보안요원들은 통로를 비웠다. 조금 전까지 현주 앞에서 계약서를 고치던 남자가 혈마화로 쓰러졌다. 태하가 직접 혈마화를 겪은 뒤에야 혈녀의 존재를 믿게 됐다는 말을, 현주는 이제야 실감했다.“의료 구역으로 이동하셨습니다. 지금은 접근하시면 위험합니다.”비서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현주는 주저앉고 싶은 마음을 꾹 눌렀다. 이 사람들은 아픈 사람을 둘러싸고 움직이면서도 정작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혈녀가 필요해서 그렇게 찾으셨다면서요. 왜 정작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말하지 않죠?”“아직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그럼 검증해 봐야죠. 가서 상태부터 확인할게요.”“혈녀님.”“도와달라고 하기 전에 먼저 설명해 주세요. 어떤 위험이 있고, 제가 뭘 선택할 수 있는지.”현주는 소매를 걷어 올렸다. 목덜미의 혈점이 따끔거렸다. 두려움이 없어서 나서는 게 아니었다. 이 몸이 병약하다는 사실도, 자신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상황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 *안정실의 공기는 뜨겁고 탁했다. 천태하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한 손으로 침대 프레임을 움켜쥐고 있었다. 검은 셔츠의 소맷자락 아래로 붉은 선이 꿈틀거렸고, 그가 숨을 내쉴 때마다 바닥의 얇은 금속 장치가 떨렸다.조금 전 태하는 혼인 이야기를 하며 겁이 나면 기다려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침대에 기대 앉아 고통을 견디고 있었다. 현주는 뒷걸음치고 싶어지는 마음을 억눌렀다. 지금 자신이 도울 수 있다면 돕고 싶었다.“가까이 오지 마십시오.”그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처음 보는 완벽한 대표의 얼굴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래도 현주는 그의 눈빛이 아직 자신을 알아본다는 것을 확인했다.의료 책임자가 빠르게 설명했다. 발작이 깊어지면 태하의 힘이 주변으로 번질 수 있다. 혈녀와의 거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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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두 사람의 한현주
10화. 두 사람의 한현주손목에 나타난 문양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의료 책임자는 두 사람을 번갈아 확인하다가 진료 기록과 측정 장비를 가져오겠다고 했다. 현주는 손목을 내려다봤다. 가느다란 붉은 선이 피부 아래에서 느리게 움직이는 듯했다. 따끔거리거나 아픈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태하의 손목에 닿았을 때 올라왔던 열감이 아직 남아 있었다.‘이게 뭐야. 사인도 안 했는데 자동 갱신이라도 된다는 거야?’서류를 꼼꼼히 읽는 데 익숙한 현주에게 계약보다 먼저 발생한 결과는 몹시 마음에 걸렸다. 누군가 말해 주지 않은 규칙이 있다는 뜻이었다.“혹시 불편합니까?”태하가 물었다.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던 남자였다. 그런데 그는 다시 현주의 안색부터 살폈다.“아직은 괜찮아요. 대표님은요?”“통증은 가라앉았습니다.”“다행이네요. 그런데 저 문양, 정말 처음 보는 거예요?”태하는 자기 손목을 보고 대답했다.“혈마화가 시작될 때마다 제 손목에 붉은 흔적이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혈녀의 혈석 검사 뒤 남은 자국이 저와 똑같은 문양으로 변했다는 기록은 본 적 없습니다.”“그럼 검사해 주세요. 제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어요.”“그렇게 하겠습니다. 다만 오늘은 더 이상 무리하지 마십시오.”말을 마친 태하가 의료 책임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검사 결과는 당사자에게도 모두 보여 주십시오. 보호를 이유로 정보를 감추지 마세요.”현주는 무심코 그를 바라봤다. 태하는 자신이 했던 말을 실제로 지키려는 사람이었다. 계약 협상에서야 얼마든지 좋은 말을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막상 힘이 필요할 때 어떻게 행동하느냐였다.‘어휴. 이러다 사람 괜찮다고 넘어가겠네. 정신 차려, 한현주. 얼굴이 잘생겼다고 계약서까지 착해지는 건 아니잖아.’의료 책임자가 현주의 손목에 작은 측정 장치를 가까이 가져갔다. 붉은 표시등이 한 번 깜빡였다.“혈석의 반응과 유사합니다. 다만 혈혼계약 전에는 이렇게 나타난 사례가 확인되지 않습니다.”“그럼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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