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왜 이렇게 늦었어? 너무 느린 거 아니야?”강지현의 목소리에 살짝 투정이 묻어났고, 입꼬리는 자꾸만 올라갔다.그녀 앞의 남자는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강지현의 눈동자에 비친 모습으로, 자신의 뒤에 누가 서 있는지 확인한 것이다.다음 순간 차가운 총구가 그의 뒤통수에 닿았다.“미안. 오늘 처음 신랑 노릇을 해 봐서 할 일이 너무 많았어.”김태하 역시 장난기 어린 목소리였다.‘설마... 김태하라고? 결혼식이 이제 막 시작됐는데... 이 시간이라면 결혼식장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말도 안 돼...”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뭐가 말이 안 돼? 네놈들보다 우리가 한 수 위였던 것뿐이지!”그때 창고 안으로 수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들이닥쳤다.뒤이어 육운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서운혁은 구조돼 밖에 대기하던 구급차로 옮겨졌고, 정신을 차린 백하린은 달아나려다 곧바로 제압당했다.육운성 쪽 사람들이 다가오자 김태하도 총을 거두어 원래 주인에게 돌려줬다.그리고 곧장 강지현의 손을 잡아 몸에 다친 곳이 없는지 확인한 뒤에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정말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어. 이런 식으로 몇 번만 더 놀라면 나도 할머니처럼 심장약을 늘 들고 다녀야겠네.”김태하가 부드럽게 말하며 강지현의 손을 들어 올렸다.강지현은 웃으며 곧바로 김태하를 끌어안았다.“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네가 뭐든 다 해결할 줄 알았어.”“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아까 사람들 앞에서 결혼식 취소한다고 했잖아!”무장 해제된 남자는 동료의 시체를 바라보며 아직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육운성이 다가오며 비웃었다.“아직도 모르겠어? 그 정도 머리로 나쁜 짓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주제 파악을 못 해도 너무 못한 거 아니냐?”김태하는 강지현을 안은 채 살짝 몸을 돌렸다.그러자 강지현의 가늘고 하얀 팔이 드러났다. 손목에는 화려하고 폭이 넓은 큐빅 시계가 채워져 있었다.겉으로 보면 평범한 액세서리 같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계 판에는 숫자 대신 작은 빨간색과
강지현의 목소리가 창고를 가르며 쩌렁쩌렁 울렸다.남자는 몇 초 동안 놀란 표정을 짓다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옆에 있던 동료에게 서운혁의 상태를 확인하라고 눈짓했다.동료가 서운혁의 목동맥을 짚어 보고 비웃듯 말했다.“제때 왔네. 몇 분만 늦었어도 끝날 뻔했어.”그러고는 서운혁의 팔에 곧장 해독제를 주사했다.주사기를 내던진 남자가 돌아서서 강지현을 향해 두 손을 펼쳤다.“어때, 강지현 씨? 우리가 약속은 확실히 지키지? 말한 건 한다니까.”“저 여자 살려 두면 안 돼요! 안 그러면 당신들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저 서운혁도, 어떻게 저 사람을...”서운혁에게 해독제를 놓는 걸 본 백하린이 날카롭게 소리쳤다.하지만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옆의 남자가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젠장, 여기서 네가 끼어들 자리가 있어?”“...”억울한 눈물이 백하린의 눈에서 곧바로 떨어졌다. 하지만 무서워 더는 덤비지 못하고 조용히 뺨만 감쌌다.그래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이 서운혁은 놓아줄지 몰라도 강지현만큼은 절대 살려 보내지 않을 것이다.어차피 오늘이 강지현의 제삿날이었다.강지현은 서운혁 곁으로 달려가 맥을 짚었다. 살아 있다는 걸 확인한 뒤 두 남자를 바라봤다.“당신들, 공회 사람이야?”“역시 똑똑하네. 강지현 씨. 자, 이제 직접 골라 봐. 어떻게 죽고 싶어?”백하린 옆에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그가 서운혁 곁의 동료에게 눈짓하자, 동료는 강지현 앞으로 독주사와 날카로운 칼 한 자루를 던졌다.“이 주사는 용량이 세서 고통은 10분 정도면 끝나. 칼을 고르면 나도 최대한 빨리 끝내줄게. 목만 한 번에 그으면 되니까.”발치에 떨어진 물건을 내려다보는 강지현의 표정은 놀라울 만큼 침착했다.“결국 오늘은 무조건 죽어야 한다는 거네?”“농담도 잘하네. 여기 오기 전부터 알고 있었잖아?”남자는 아무 경계도 없이 강지현에게 다가왔다.옆에 있던 동료는 총을 꺼내 강지현이나 백하린에게 언제든 겨눌 준비를 했다.누구든 수상하게 움직
김태하의 표정은 무심했고 목소리도 높지 않았지만, 사람을 오싹하게 만드는 거리감이 느껴졌다.“어쩌면 이게 그 사람의 선택일지도 모르지.”“...”현다영과 하원영은 김태하의 말에 그대로 굳었다.그때 지순옥 일행도 달려왔다. 지순옥이 지팡이로 김태하의 앞을 막았다.“김태하, 너 지금 뭐 하려는 게냐?”“결혼식을 취소하겠습니다.”김태하가 담담히 뱉은 한마디에 모두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지순옥은 지팡이로 바닥을 세게 내리쳤다.“지현이가 그럴 아이가 아니야! 지금 결혼식을 취소할 때가 아니라, 분명 무슨 일이 생긴 거니까 빨리 사람부터 풀어 찾아!”“할머니.”김태하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보시는 것처럼 강지현이 결혼식에서 도망쳤어요. 저도 여기 계신 분들께 설명은 드려야 해요.”김태하는 말을 마치자 더는 누구도 쳐다보지 않고 곧장 예식 무대로 걸어갔다.혼자 올라오는 김태하를 본 사회자는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마이크를 건넸다.화려한 조명 아래, 음악이 뚝 끊겼다.모든 조명이 김태하에게 집중됐다.정교하게 맞춘 예복은 흠잡을 데 없었고, 빛을 받은 그는 빈틈없이 잘생겨 보였다.하지만 온몸에서 풍기는 싸늘한 기운은 사람을 소름 끼치게 했다.김태하가 마이크를 들었다.“오늘 이 자리에 와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죄송하게도...”남자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연회장 구석구석에 울려 퍼졌다.“저와 강지현의 결혼식은 취소됐습니다.”순간 하객석이 크게 술렁였다.“김 대표님!”아래에 있던 주시언이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강지현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는 마당에 김태하가 이렇게 가볍게 결정을 내려 버리는 걸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김태하는 차갑게 시선을 한 번 보냈을 뿐, 전혀 개의치 않았다.“오늘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제대로 모시지 못한 점 너그러이 양해 부탁드립니다. 연회는 예정대로 진행하니 편히 즐겨 주십시오.”말을 마친 김태하는 완전히 얼어붙은 사회자에게 마이크를 돌려주고 단호하게 무대에서 내려왔다.
“뭐라고요?”“신경 쓰지 말라고요?”현다영과 하원영이 동시에 얼어붙었다.‘정말 김태하가 한 말이라고?’하원영은 결국 욕설까지 튀어나왔다.“김태하 미친 거 아니에요? 강지현이잖아요! 자기 아내인데!”하원영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지자 주시언이 얼른 그녀를 품으로 끌어당겼다.그들이 이야기하는 사이 서지아와 지현우도 급히 달려왔다.두 사람 역시 은주희와 지순옥에게서 소식을 들었다. 어른들은 이미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주병찬은 조금 전 경찰에 신고하고, 결혼식은 일단 제쳐 두고 강지현부터 찾자고 제안했다.하지만 그 말이 나오자마자 김태하가 사람을 시켜 막았다.서지아가 도착했을 때 김씨 집안 어른들은 마침 김태하를 찾아간 뒤였다.“육 대표님이 정보망이 제일 좋다고 했던 것 같은데, 도움을 부탁하면 안 될까요?”주시언이 문득 육운성을 떠올렸다.그는 강지현에게서 육운성의 지하 정보망이 대단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예전에 엄경미와 공회 문제도 육운성이 뒤에서 도와준 덕분에 해결할 수 있었다.게다가 이번 결혼식 때문에 육운성의 사람들도 돌발 상황에 대비해 미리 해원시에 배치돼 있지 않았던가?“맞아! 육 대표님!”하원영의 눈이 번쩍 빛났다.그런데 그제야 모두 육운성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친지들 가운데 지금 행방을 알 수 없는 사람은 육운성뿐이었다....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결혼식 시작 시각이 코앞으로 다가왔다.사람들은 상원궁 입구를 몇 번이나 들락거렸지만, 끝내 강지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마침내 결혼식 생중계가 시작됐다.상원궁에서 가장 큰 연회장의 문이 활짝 열렸다. 안은 하객들로 가득했고, 화려하게 차려입은 사람들 사이를 카메라가 한 번에 훑었다.거대한 원형 스크린에서는 홍보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찬란한 장면마다 감탄이 터져 나왔다.하지만 정작 신부가 걸어야 할 무대에는 한참이 지나도록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드넓은 연회장 안에 수군거림이 조금씩 번져 갔다.“들었어요? 신부가 사라졌대요!
“대표님, 사모님께 무슨 일이 생긴 것 아닐까요? 경찰에 연락할까요?”최동윤은 초조하기 그지없었다. 김태하와 강지현이 겪어 온 일이 워낙 많다 보니 그 역시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하지만 말을 끝내기도 전에 김태하가 차갑게 끊었다.“그럴 필요 없어.”김태하는 CCTV 영상을 최동윤에게 돌려주며 말했다.“나한테 미리 아무 연락도 없었으니, 조금 있으면 올지도 모르지.”“그... 그게 어떻게 가능해요?”최동윤은 경악했다.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평소 사모님을 목숨처럼 여기는 대표님 입에서 나올 말인가?’김태하가 냉랭하게 말했다.“왜 불가능하지? 영상 보면 본인이 직접 차에서 내렸잖아.”최동윤의 머리가 복잡해졌다.‘이런 상황에 설마 대표님이 사모님과 감정싸움이라도 하는 건가?’최동윤은 다시 영상을 확인했다.확실히 김태하의 말대로 강지현은 스스로 차에서 내렸다.곁에는 아무도 없었다.차에서 내린 강지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치맛자락을 들고 뛰기 시작했고, 도중에는 면사포까지 벗어 던졌다.하지만 그 모든 행동이 너무 이상했다.“사모님답지 않아요. 분명 무슨 사정이 있는 것 아닐까요...”“할 일이 그렇게 없어?”김태하가 다시 최동윤의 말을 막았다.온몸에서 뿜어지는 냉기가 섬뜩할 정도였다.“결혼식 시작까지 한 시간 남았어. 전 세계 생중계까지 하는데, 설마 이때 도망이라도 갔다고 생각해?”“도망이라니요... 아니에요.”최동윤은 말문이 막힌 채 고개를 저었다.김태하는 더 말할 틈을 주지 않았다. 연회장은 이미 하객들로 가득 찼고, 지금은 일손이 필요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최동윤에게도 맡은 일이 있었고, 김태하 역시 촬영 스튜디오로 가 사전 인터뷰를 준비해야 했다.김태하는 소름 끼칠 만큼 침착했지만, 소식을 들은 집안 어른들과 친지들은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최동윤은 처음 보고를 김태하에게만 하고 따로 소문내지 않았다.하지만 강지현은 식장으로 오는 길에, 수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갑자기 사라진 상태였
그제야 공포에서 조금 진정된 강지현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상대 남자는 변조기조차 쓰지 않았다. 분명 그녀가 아는 사람은 아니었다.하지만 서운혁과 자신의 관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주변 사람이거나, 오래전부터 몰래 자신을 조사해 온 자일 터였다.지금 강지현에게 남은 원수는 단 하나, 공회뿐이었다.송준호도 떠나기 전, 해원시에 남아 있는 공회의 잔당을 반드시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했었다.그래서 요즘 강지현과 김태하는 최대한 조용히 지내며 매사에 주의를 기울였다.저 미친놈들이 자신들에게 손쓸 기회를 찾지 못하자... 결국 서운혁에게 표적을 돌린 모양이었다.지금 여기서 신고라도 했다가는 서운혁은 절대 살아남지 못한다.그렇다고 범인들을 잡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었다.결혼식까지 망가질 게 뻔했다...강지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상 묵인한 셈이었다.목적을 이뤘다고 생각한 상대가 목소리를 낮추며 본론을 꺼냈다.“이제부터 내가 시키는 대로 해.”전화기 너머 목소리를 듣던 강지현은 갑자기 기사에게 차를 세우라고 소리쳤다.“길가 약국에 세워 주세요. 살 게 있어요.”“물건을 사신다고요? 강지현 씨, 필요하신 게 있으면 사람을 시키면 돼요. 지금 시간이...”“세우라면 세워요. 지금 당장!”기사는 당황했지만 강지현의 명령을 거스를 수 없어 급히 길가에 차를 세웠다.함께 출발한 차량은 서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있었고, 하필 강지현의 차가 멈춘 곳은 사거리였다.뒤따르던 차들도 무슨 일인지 몰라 하나둘 멈춰 섰다.그 순간 강지현이 갑자기 차에서 내려 치맛자락을 들어 올린 채 약국 안으로 전력 질주했다.바로 뒤 차량에서도 경호원들이 내려 그녀를 따라갔다.하지만 2분도 채 지나지 않아 강지현은 감쪽같이 사라졌다.강지현은 전화를 든 채 이미 약국 뒷문으로 빠져나와, 미리 대기하고 있던 택시에 올라탔다.상대는 분명 미리 현장을 답사해 모든 걸 준비해 둔 상태였다.그 약국은 사람들의 시야를 피하기에 더없이 좋은 사각지대에 있었다.택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