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혹

현혹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4
By:  양순이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goodnovel18goodnovel
Not enough ratings
6Chapters
70views
Read
Add to library

Share:  

Report
Overview
Catalog
SCAN CODE TO READ ON APP

남편인 연호의 외도를 묵인하며 철저히 메말라가던 아내, 미호. 어느 날, 두 사람의 집으로 새파랗게 어린 조수 하윤이 들어왔다. "상관없어, 난 아무것도 못 느끼니까.” "느낄 수 있으면... 화가 날까요? 화가 나면 이혼 할래요?" 연호를 향한 아슬아슬한 도발. 그리고 연호의 눈을 피해 하윤의 뜨거운 손길이 미호의 닫힌 틈새를 사정 없이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가장 위험한 쌍방구원이 시작된다.

View More

Chapter 1

1화

1화.

작업실의 무거운 방음 철문을 밀고 나오자, 코끝을 찌르던 독한 물감과 기름 냄새가 집 안의 서늘한 공기에 서서히 희석되었다.

닫히는 문틈 사이로 검고 붉은 유화 물감이 거칠게 짓이겨진 커다란 캔버스가 언뜻 보였다. 미호는 뒤를 돌아 그 잔상을 한 번 더 눈에 담은 뒤에야 완전히 문을 닫았다.

물감이 엉겨 붙은 손을 마른 수건으로 거칠게 닦아내며 거실로 걸음을 옮기던 그녀가, 현관 앞에서 문득 발을 멈췄다.

대리석 바닥 위에 짝을 잃은 채 널브러진 쨍한 붉은색 스틸레토 힐.

‘내가 저걸 어디서 봤더라…… 아, 갤러리 관장. 강 희라.’

“하아.”

미호의 메마른 입술 사이로 자조적인 헛숨이 새어 나왔다. 마치 그 한숨에 반응이라도 한 것처럼 현관의 센서등이 스산하게 켜졌다가 이내 꺼졌다.

‘밖에서 누굴 안든 상관없어. 하지만 여긴…… 내 공간이잖아.’

남편의 외도에 대한 분노 따위는 바스러져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저 유령처럼 갇혀 지내는 이 숨 막히는 집 안에서, 마지막 남은 최소한의 경계마저 거리낌 없이 짓밟혔다는 눅눅한 체념만이 발끝에 무겁게 들러붙었다.

미호는 물감 묻은 수건을 쥔 채 느릿한 걸음으로 안방을 향해 다가갔다. 반쯤 열린 안방 문틈 사이로 살갗이 부딪치는 질척한 마찰음과 달뜬 신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문을 밀어 열었다.

“아앗, 연호 씨…… 흣……!”

침대 위, 쾌락에 취해 있던 희라의 두 눈이 문가에 선 미호를 발견하곤 크게 확장되었다. 미호는 물감 묻은 손을 감추듯 팔짱을 낀 채, 얽혀 있는 두 사람의 정사 장면을 건조하게 내려다보았다.

“저, 저기, 연호 씨…… 당, 당신 와이프……!”

소스라치게 놀란 희라가 사색이 되어 황급히 몸을 빼내려 했다.

하지만 연호는 도망치려는 그녀의 가는 허리를 거칠게 다시 부여잡았다. 억센 악력에 짓눌린 희라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괜찮아.”

연호는 당황하기는커녕, 오히려 보란 듯이 더 깊고 노골적으로 허리를 쳐올렸다. 희라의 허리를 부서져라 틀어쥔 그의 오른손, 그 손목을 뱀처럼 흉측하게 휘감고 있는 깊고 기괴한 흉터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 흉터를 목도하는 순간, 텅 비어 있던 미호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그 미세한 균열을 연호가 놓칠 리 없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 그가 땀에 젖은 얼굴로 미호와 시선을 맞추곤 나른하게 웃었다.

“지가 누구 덕분에 여기서 사는 건데.”

그는 행위를 멈추지 않은 채, 여자를 쥐고 있던 오른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길고 흉측한 상흔이 선명한 손목으로 제 젖은 앞머리를 느릿하게 쓸어 넘기는 동작은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그만 문 좀 닫지.”

잔뜩 잠긴, 그러나 여유가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가 침실의 공기를 갈랐다. 남의 이야기라도 하듯 툭 내뱉은 연호가 다시 희라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미호는 시선을 내리깔았다. 흉터가 새겨진 그 손이 마치 제 목통을 틀어쥐고 있는 것만 같아 숨이 막혀왔다.

달칵―.

말없이 안방 문을 닫는 차가운 금속음과 함께, 미호는 다시 저만의 지옥에 갇혔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천박한 교성이 다시금 질척하게 얽혀 들었다. 미호는 도망치듯 걸음을 옮겼다. 발소리조차 흔적 없이 집어삼킬 듯 까마득하게 뻗은 대리석 복도와 서늘한 간접 조명. 이 거대한 저택은 연호의 기만과 허영을 전시해 둔 쇼룸이나 다름없었다.

미호는 그 화려한 공간 안에서 철저히 겉돌았다. 언제든 쫓겨날 임시 거처에 머무는 듯한 이질감이 그림자처럼 뒤를 따라다녔다. 역설적이게도 그녀는 그 공허를 지워내려는 듯, 강박적으로 집 안 곳곳에 제 손때를 묻히며 걸었다. 벽에 걸린 액자의 미세하게 어긋난 수평을 바로잡고, 대리석 콘솔 위 화병에 꽂힌 장미의 시든 잎을 무심하게 떼어내는 식이었다.

복도 가장 안쪽으로 그녀의 침실 문이 보였다. 안방과 화실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이 집에서 미호가 유일하게 스스로 선택한 위태로운 피난처였다.

서둘러 다가가 문고리를 쥐었을 때였다.

지이잉―.

물감이 덜 닦인 앞치마 주머니 속에서 짧고 건조한 진동이 울렸다.

‘누구지?’

화면에 뜬 낯선 번호. 평소 같으면 무시했을 테지만, 등 뒤로 쫓아오는 불쾌한 소음으로부터 단 1초라도 감각을 돌리고 싶었던 그녀는 홀린 듯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갈라지고 메마른 미호의 음성이 텅 빈 복도의 높은 천장을 겉돌다 흩어졌다. 짧은 정적이 흐르고, 수화기 너머에서 낮고 차분한 숨결이 건너왔다.

[화실 어시스턴트 구인 공고 보고 연락드렸습니다.]

앳되지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능글맞지도 않은 목소리였다.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묘한 깊이를 가진 그 음성은, 눅눅한 곰팡이처럼 피어오르던 집 안의 공기를 단숨에 베어낼 만큼 선명했다.

미호는 문고리를 쥔 채 잠시 굳어버렸다.

“아…….”

[면접을 보고 싶은데, 언제가 편하신가요.]

끝이 살짝 내려앉은 정중한 어조였지만, 어딘가 허락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답을 정해둔 듯한 기묘한 확신이 배어 있었다.

“……내일.”

미호는 마른침을 삼키며 덧붙였다.

“주소는 문자로 남길 테니, 내일 오후 2시까지 포트폴리오 챙겨서 오세요. 기본기만 볼 거니까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내일 뵙죠.]

미호가 쫓기듯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검은 액정이 꺼지는 것과 동시에 안도하며 방문을 당겨 닫으려던 찰나였다.

쿵―!

문이 완전히 닫히기 직전, 불쑥 끼어든 커다란 손이 문틈을 억센 악력으로 틀어막았다. 예고 없는 충격에 미호가 헛숨을 삼키며 반사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Expand
Next Chapter
Download

Latest chapter

More Chapters

To Readers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


No Comments
6 Chapters
1화
1화.작업실의 무거운 방음 철문을 밀고 나오자, 코끝을 찌르던 독한 물감과 기름 냄새가 집 안의 서늘한 공기에 서서히 희석되었다.닫히는 문틈 사이로 검고 붉은 유화 물감이 거칠게 짓이겨진 커다란 캔버스가 언뜻 보였다. 미호는 뒤를 돌아 그 잔상을 한 번 더 눈에 담은 뒤에야 완전히 문을 닫았다.물감이 엉겨 붙은 손을 마른 수건으로 거칠게 닦아내며 거실로 걸음을 옮기던 그녀가, 현관 앞에서 문득 발을 멈췄다.대리석 바닥 위에 짝을 잃은 채 널브러진 쨍한 붉은색 스틸레토 힐.‘내가 저걸 어디서 봤더라…… 아, 갤러리 관장. 강 희라.’“하아.”미호의 메마른 입술 사이로 자조적인 헛숨이 새어 나왔다. 마치 그 한숨에 반응이라도 한 것처럼 현관의 센서등이 스산하게 켜졌다가 이내 꺼졌다.‘밖에서 누굴 안든 상관없어. 하지만 여긴…… 내 공간이잖아.’남편의 외도에 대한 분노 따위는 바스러져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저 유령처럼 갇혀 지내는 이 숨 막히는 집 안에서, 마지막 남은 최소한의 경계마저 거리낌 없이 짓밟혔다는 눅눅한 체념만이 발끝에 무겁게 들러붙었다.미호는 물감 묻은 수건을 쥔 채 느릿한 걸음으로 안방을 향해 다가갔다. 반쯤 열린 안방 문틈 사이로 살갗이 부딪치는 질척한 마찰음과 달뜬 신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그녀는 망설임 없이 문을 밀어 열었다.“아앗, 연호 씨…… 흣……!”침대 위, 쾌락에 취해 있던 희라의 두 눈이 문가에 선 미호를 발견하곤 크게 확장되었다. 미호는 물감 묻은 손을 감추듯 팔짱을 낀 채, 얽혀 있는 두 사람의 정사 장면을 건조하게 내려다보았다.“저, 저기, 연호 씨…… 당, 당신 와이프……!”소스라치게 놀란 희라가 사색이 되어 황급히 몸을 빼내려 했다.하지만 연호는 도망치려는 그녀의 가는 허리를 거칠게 다시 부여잡았다. 억센 악력에 짓눌린 희라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괜찮아.”연호는 당황하기는커녕, 오히려 보란 듯이 더 깊고 노골적으로 허리를 쳐올렸다. 희라의 허리를 부서져라 틀어쥔 그의 오른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3
Read more
2화
문틈을 비집고 들어온 것은 연호의 손이었다.“누구.”끼익, 불쾌한 마찰음과 함께 문이 거칠게 밀려 열렸다. 반쯤 풀어진 셔츠 사이로 아직 식지 않은 정사의 열기와 땀 냄새를 풍기며, 연호가 미호의 방 안으로 성큼 들어섰다.“포트폴리오?”바닥에 깔리듯 낮고 위협적인 목소리였다. 그가 한 걸음 더 다가와 그녀의 손에 들린 휴대전화를 툭 쳐서 떨어뜨렸다.“제정신이야? 감히 이 집에 누굴 오라 가라 해.”카펫 위로 둔탁하게 굴러간 휴대전화를 힐끗 내려다본 연호가, 미호의 파리한 턱 끝을 느릿하게 쥐어 올렸다.“그것도, 수화기 너머로 웬 새파란 사내새끼 목소리가 새어 나오던데.”안방에 다른 여자를 벌거벗겨 둔 채로 넘어온 주제에, 그의 눈빛은 제 소유의 물건에 흠집이라도 났는지 감시하는 주인 같았다.미호는 턱을 옥죄어오는 억센 악력에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저 제 턱을 틀어쥔 그의 오른손, 그 기괴한 흉터를 건조하게 응시할 뿐이었다.“어시스턴트야.”감정이 완벽하게 거세된 텅 빈 목소리였다. 연호의 미간이 흥미롭다는 듯 비틀렸다.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유령 화가에게 조수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기막히다는 표정이었다.“어시스턴트? 네가?”“당신이 다음 달 메인 전시까지 뽑아내라는 연작, 나 혼자서는 기한 못 맞춰.”미호는 마른침을 삼키며 무심하게 시선을 올려 연호와 눈을 맞췄다.“당신 그 잘난 이름에 흠집 안 나게 하려면, 입 무겁고 밑작업만 얌전히 돕다 갈 사람이 하나쯤은 필요하잖아. 안 그래?”오직 자신의 화려한 껍데기를 유지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는, 지독하게 현실적이고 자조적인 대답. 그제야 연호의 서늘했던 눈매가 일순 누그러졌다. 그가 미호의 메마른 얼굴을 빤히 내려다보다 이내 픽, 실소를 터뜨렸다.“아…… 하긴. 너 불감증이지.”조롱기가 다분히 섞인 끈적한 목소리였다. 연호가 턱을 쥐고 있던 힘을 풀며, 엄지손가락으로 미호의 창백한 뺨을 툭툭 쳤다.“그래. 붓이나 빨러 온 놈 하나 화실에 알짱거린다고 뭐라도 동할 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3
Read more
3화
다음 날, 오후 1시 55분.미호는 거실 한가운데서 의미 없이 서성이고 있었다. 대리석 바닥 위로 질질 끌리는 실내용 뮬의 둔탁한 마찰음만이 이따금 정적을 깼다.[만약 허튼소리 새어 나가면, 그땐 그 새끼고 너고 끝인 줄 알아.]어젯밤 연호가 남긴 서늘한 경고가 귓전을 맴돌았다.외부인.그 단어가 주는 이질감이 새삼 거대하게 다가왔다. 온전히 그녀 혼자 유폐되어 있던 이 적막한 공간에 누군가를, 그것도 포트폴리오를 든 낯선 타인을 들인다는 사실이 닳아버린 신경을 날카롭게 긁어댔다.미호는 무의식적으로 마른 입술을 축이며 벽에 걸린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1시 58분. 초침이 넘어가는 소리만이 무거운 정적을 쪼개고 있었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지금 자신의 얼굴이 얼마나 초조하게 굳어 있는지 알 수 있었다.차라리 오지 않았으면.아니면 그저 말없이 캔버스 배경만 칠하고 사라질, 그림자 같은 인간이기를.그녀가 물감이 얼룩진 앞치마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주방으로 몸을 돌리려던 찰나였다.딩동―.정확히 오후 2시 정각.적막으로 가라앉아 있던 집 안에 날카로운 초인종 소리가 파열음처럼 울려 퍼졌다. 미호의 어깨가 반사적으로 움찔 떨렸다.곧이어 인터폰 화면 위로, 한쪽 어깨에 커다란 화구통을 멘 남자의 실루엣이 떠올랐다. 미호는 마른침을 삼키며 버튼 위에서 잠시 머뭇거리다, 떠밀리듯 현관의 잠금장치를 해제했다.달칵. 무거운 현관문이 열리고, 바깥의 더운 공기와 함께 누군가의 그림자가 대리석 바닥 위로 길게 늘어졌다.“안녕하세요.”단정하게 내리깔렸던 시선이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 흐트러짐 없는 까만 머리칼 아래로 드러난 짙고 깊은 눈동자가, 텅 빈 미호의 눈과 곧장 얽혀들었다.“오늘 면접 보기로 한 백하윤이라고 합니다.”앳된 태가 다 가시지 않은 반듯한 얼굴이었지만, 그녀를 내려다보는 그 시선의 질감만큼은 기묘할 정도로 묵직했다.미호는 저도 모르게 반걸음 뒤로 물러섰다. 수화기 너머로 들었던 것보다 훨씬 더 가까운 곳에서 울리는 중저음이 고막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3
Read more
4화
질척, 찌걱.가죽 소파 위로 끈적한 마찰음과 거친 숨소리가 어지럽게 뒤엉켰다.벽면을 가득 채운 파노라마 통유리창 너머로, 도심의 스카이라인이 발밑에서 일렁였다.침실과 응접실이 아득하게 분리된 거대한 공간.묵직한 우디 향이 밴 두꺼운 카펫이 바깥의 소음을 완벽하게 집어삼킨 정적 속에서, 끈적한 마찰음과 거친 숨소리만이 어지럽게 뒤엉키고 있었다.거실 한가운데 놓인 기다란 가죽 소파. 그 위에 기대앉은 연호의 위에서, 태성그룹의 막내딸 하유라가 헐떡이며 허리를 들썩이고 있었다.“하아, 읏, 연호야아…….”쾌락에 잔뜩 달아오른 유라가 열기에 취해 반쯤 흐려진 눈으로 연호의 어깨를 짚고 엉덩이를 짓눌렀다.척척하게 젖은 살덩이가 부딪칠 때마다 야릇한 소음이 룸 안을 가득 채웠다.하지만 정작 아래에서 그녀를 깊숙이 꿰뚫고 있는 연호의 얼굴은 소름 끼칠 정도로 무감했다. 그는 마치 지루한 포르노라도 감상하듯, 오르락내리락하는 유라의 나체를 감흥 없는 시선으로 훑어 내렸다.연호가 느릿하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허리의 움직임에 맞춰 출렁거리는 유라의 젖가슴을 억세게 움켜쥐었다.“아앙, 읏!”유라가 자지러지는 교성을 내지르며 허리를 더 바짝 붙여왔다. 손아귀를 꽉 채우는 부드럽고 풍만한 감촉. 하지만 연호의 입술 사이로는 서늘하고도 권태로운 실소가 새어 나왔다.‘아, 가슴은 미호가 더 크네.’한 손에 다 쥐어지지도 않던 미호의 희고 묵직한 가슴. 자신이 억센 손아귀로 거칠게 주무를 때마다 수치심과 공포에 잘게 떨리던 그 붉으스름한 유두.미호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의 아랫도리에 열기가 쏠렸다. 연호가 유라의 얄팍한 허리를 틀어쥐고 거칠게 위로 쳐올리기 시작했다.“하윽! 이제야 할 기분이 드는 거야?”연호는 대답 대신 픽 실소를 흘리며, 소파 위에 널브러진 유라의 몸을 거칠게 뒤집어 일으켰다.“아앗…! 잠깐, 연호야…!”그는 유라를 앞에 놓인 차가운 대리석 테이블 쪽으로 밀어붙였다. 테이블 모서리를 짚고 상체가 꺾인 유라의 뒤로, 연호가 파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3
Read more
5화
삐삑, 삑, 삐비빅― 철컥!비밀번호를 누르는 손끝이 신경질적으로 떨렸다.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연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펜트하우스 안으로 들어섰다.백색소음조차 존재하지 않는 텅 빈 집안의 공기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고요하고 서늘했다.하지만 연호의 시선은 현관 대리석 바닥 한구석에 꽂힌 채 그대로 얼어붙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신발 한 켤레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회색 캔버스화.앞코에 물감이 군데군데 튄, 투박한 남자의 신발.자신의 공간에 불쑥 끼어든 그 이질적인 물건이 연호의 비틀린 신경을 사정없이 긁어댔다. 마치 발가벗은 두 남녀가 엉켜있는 것을 목도한 것만큼이나 불쾌했다. 그러나 이내 피식, 옅은 조소를 흘렸다.“하아…….”옛날이면 모를까.이제는 시들어서 아무런 향기도 나지 않는 너.새파랗게 어린 새끼가 동할 리가 없다.‘하지만……, 너는 어떨까?’연호는 넥타이를 거칠게 잡아끌어 내리며 캔버스화를 구둣발로 짓밟고 지나쳤다. 넓은 거실을 가로질러 주방 안쪽으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은 점점 빨라졌다.빌트인 수납장 앞에 다다른 연호가 나무 패널을 주먹으로 치듯 밀어냈다. 드러난 차가운 방음 철문의 손잡이를 거칠게 낚아채 당겼다.끼기긱―!철문이 열리자마자, 평소보다 훨씬 독하고 매캐한 테레빈유 냄새가 코를 찌르듯 훅 끼쳐왔다.“미호, 너……!”연호의 날 선 목소리가 화실의 찬 공기를 갈랐다. 그러나 다음 순간, 매섭게 쏘아보던 그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미호는 온데간데없었고, 거대한 캔버스 앞 대리석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앳된 사내 혼자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바닥의 참상은 기괴했다. 엎질러진 테레빈유가 붉은 유화 물감을 녹여내며, 마치 묽은 핏물처럼 대리석 바닥 위로 흉악하게 번져 있었다.독한 냄새를 풍기는 그 붉은 웅덩이를 걸레로 훔쳐내고 있던 남자가, 거칠게 문이 열리는 소리에 놀란 듯 어깨를 흠칫 떨며 고개를 들었다.“…….”연호의 미간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하얗고 앳된 얼굴, 티 없이 맑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4
Read more
6화
저벅, 저벅.거친 구둣발 소리와 함께 연호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왔다.“아앗……!”다짜고짜 미호의 손목을 낚아챈 연호가 그녀를 제 품으로 난폭하게 끌어당겼다. 억센 손아귀가 붉게 달아오른 맥박 위를 부서져라 짓눌렀다.“당신, 갑자기…….”“읏, 읍!”미호의 벌어진 입술 사이로, 연호가 숨 쉴 틈조차 주지 않고 거칠게 입을 맞췄다. 키스라기보다는 마치 제 영역을 표시하는 듯한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탐닉이었다.미호를 우악스럽게 껴안은 연호의 오른손이 그녀의 얇은 목덜미를 감싸 쥐었다. 흉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손목 너머로, 그의 길고 억센 손가락이 미호의 목통을 틀어쥔 채 턱을 억지로 꺾어 올렸다.츕, 츄으읍―.조용한 화실 안으로 혀가 노골적으로 얽히고 타액이 질척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미호는 숨이 막혀 헐떡이면서도 눈을 감지 않았다. 두려움이나 쾌락 따위는 섞여 있지 않은, 그저 굳어버린 두 눈.그녀의 반사적인 시선이 연호의 어깨너머를 향했다.그리고, 그곳에 서 있는 하윤과 오롯이 시선이 얽혔다.‘보고 있어?’하윤이 불과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우두커니 서서, 남편에게 목이 졸린 채 입술을 유린당하는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어찌할 바를 몰라 시선을 피해야 하는 건 외부인인 하윤 쪽이어야 했다. 그러나 하윤의 까만 눈동자에는 일말의 당혹감조차 없었다. 마치 유리관 너머의 전시를 관람하는 듯한 집요한 관찰자의 시선이었다.그 노골적인 시선 아래 완벽히 발가벗겨진 듯한 수치심을 느끼며, 미호는 파르르 몸을 떨었다.“하아…….”이내 연호가 끈적하게 얽혀있던 입술을 떼어냈다. 미호의 입술은 거친 마찰에 짓눌려 붉게 부어올랐다.숨을 몰아쉬는 미호의 젖은 입술을 엄지로 거칠게 문지르며, 연호가 하윤을 향해 고개만 비스듬히 돌렸다. 그의 눈빛은 승자의 여유로움과 오만함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마음에 안 들어.”연호가 미호의 목덜미를 쥔 손에 힘을 주며 싸늘하게 툭 내뱉었다.“새로 뽑아.”그의 일방적인 통보에, 미호가 억눌린 숨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4
Read more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