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너무나 안고 싶고 너무나 좋아하지만 안지 못하고 혹여나 돌려달라고 할까 봐 조용히 마음속에 숨기고 있는 사람. 같이 있으면 혜란을 젊은 시절로 돌아가게 만드는 사람. 류성재. 딸이 지나쳐 버린 인연이 엄마의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딸이 연을 끊어버린 인연이 엄마의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딸이 더는 연을 이어가지 않기로 한 인연이 엄마의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어느 날. 모른척하고 외면했던 딸의 눈빛이 엄마의 마음속을 파고들었다. 류성재를 다시 원하는 딸의 눈빛이 엄마의 마음속을 파고들었다. 신소희의 엄마이자 한 사람의 여자인 도혜란. 도혜란은 망설이고 있다. 자신의 딸이 원하는 류성재를 꺼내어 내어줄지, 마음속 더 깊은 곳으로 숨길지를 망설이고 있다. 이 이야기는 딸의 것이었던 류성재의 이야기다.
View More딸의 것.
도혜란의 예쁘고 사랑스러운 딸 신소희.
혜란의 사랑과 관심 속에서 자라난 소희는 받았던 사랑과 관심 그 이상을 엄마에게 다시 사랑으로 되갚는 딸이다.
엄마가 내려준 사랑 가득한 보살핌으로 다시 혜란을 살피고, 혜란이 내려준 사랑 가득한 관심으로 다시 엄마에게 관심을 갖는 딸이다.
혜란과 소희, 엄마와 딸, 두 사람은 서로 사랑과 관심을 주고받으며 부모 자식이자, 동반자 격의 존재로 나아갔다.
몹시 친한, 나이 많은 여자와 나이 적은 여자 같기도 했다.
두 사람은 친구보다도, 형제자매보다도 가까이 지내며 삶의 제법 많은 부분을 서로 공유했다.
새로운 정보를, 맛있는 음식을, 어울리는 화장품을, 아름다운 액세서리를, 예쁜 옷을 서로 공유했다.
새로운 정보에 즐겁게 수다 떨고,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고, 어울리는 화장품을 추천하고, 아름다운 액세서리를 선물했다. 새로운 계절 오고 갈 때마다 마음에 들거나, 마음에 들었었던 몇 벌의 옷들은 서로 주고받았다.
유행에 민감한 소희의 옷들이 혜란에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넘겨진 소희의 옷들이 혜란의 옷장을 채우고 채웠다.
소희의 흔적이고 손길이 묻어있음에, 마음에 들지 않고 입지 않을 옷일지라도 혜란은 소중히 보관했다.
소희의 옷으로 채워지기만 하던 혜란의 옷장을 소희가 열어보는 경우가 가끔 있다.
다시 돌아온 유행에, 넘겼던 옷들을 다시 꺼내보고 예쁘다며 소희가 다시 챙겨가는 그런 경우가 있다.
혜란은 소희가 돌려달라고 하면 다시 돌려줬다.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도, 좋아하는 색깔의 옷도, 좋아하는 질감의 옷도,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스타일의 옷도 다시 돌려달라고 하면 말없이 돌려줬다.
신소희의 엄마, 도혜란의 마음에 들었던 옷은 아무런 미련 없이 돌려줬다. 자신이 갖는 기쁨보다 딸의 얼굴에 그려지는 예쁜 미소가 더 값지기에 돌려줬다.
한 사람의 여자, 도혜란의 마음에 들었던 옷은 돌려주지 못했다. 나이에 맞지 않고 연출하기 힘든 스타일일지라도 돌려주지 못했다. 신소희의 엄마 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여자인 도혜란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 하는 몇 가지 옷들은 돌려주지 못했다.
몇 안 되는 그런 것들이 옷장 깊숙한 곳에 있었다.
입어보면 스스로가 너무나 예뻐 보이고 젊고 아름다웠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옷들이 옷장 깊숙한 곳에 있었다.
너무나 마음에 들어 입고 싶지만, 눈에 띄면 돌려달라고 할까 봐 숨긴 것들이 옷장 깊숙한 곳에 있었다.
하지만 그런 옷들도 언젠가 찾아와 몰래 옷장을 열어본 딸에게 내어주곤 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은 그렇게 내어줬다.
어느 날.
눈에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혜란의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언제 들어왔는지도 모를 그것이 다시 나갈 생각도 없이 무겁게 마음속으로 자리 잡았다.
너무나 안고 싶고 너무나 좋아하지만 안지 못하고 혹여나 돌려달라고 할까 봐 조용히 마음속에 숨기고 있는 사람.
같이 있으면 혜란을 젊은 시절로 돌아가게 만드는 사람.
류성재.
딸이 지나쳐 버린 인연이 엄마의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딸이 연을 끊어버린 인연이 엄마의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딸이 더는 연을 이어가지 않기로 한 인연이 엄마의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어느 날.
모른척하고 외면했던 딸의 눈빛이 엄마의 마음속을 파고들었다.
류성재를 다시 원하는 딸의 눈빛이 엄마의 마음속을 파고들었다.
신소희의 엄마이자 한 사람의 여자인 도혜란.
도혜란은 망설이고 있다.
자신의 딸이 원하는 류성재를
꺼내어 내어줄지, 마음속 더 깊은 곳으로 숨길지를 망설이고 있다.
이 이야기는
도혜란의 마음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 버린 딸의 것에 관한 이야기다.
딸의 것이었던 류성재의 이야기다.
서로 만나기로 약속했던 카페를 지나치는 그녀를 서두르는 걸음으로 따라잡고는 옆에서 나란히 걸었다.힘든 부탁 들어줘서 고맙다는 말로 시작된 그녀의 이야기는 조금은 횡설수설해 보이고 불안해 보였다. 그냥 그 카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말하면 될 이야기를 아침부터 커피를 마시기에는 속이 부담스럽다는 둥 너무 자주 가는 카페라 메뉴가 지겹다는 둥 조용한 카페가 좋다는 둥 좀처럼 이야기의 흐름을 읽을 수가 없었다. 만나기로 약속했던 그 카페를 반드시 지나쳐야 할, 반드시 피해야 할 이유를 만들어내는 사람처럼 보였다.약속 장소를 지나치고 횡설수설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정처 없이 걷던 그녀가 빨간불임에도 횡단보도에 발을 올렸다. 급히 그녀의 손목을 잡아 세웠다. 옆에서 걷느라 제대로 살피지 못한 그녀의 표정이 많이 불안해 보였다. 힘없이 풀 죽은 눈빛으로 어느 곳 하나 시선을 두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휴식이 필요함을 느꼈다. 정말로 잠시 쉬어야만 할 것 같았다. 주변에 몇몇 카페가 보였지만 권할 수가 없었다. 카페가 싫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이렇게 되어버린 마당에 다시 카페를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잠깐... 차로 돌아갈까요?”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의 손을 잡은 채, 왔던 길을 되돌아 내 차를 향해 걸었다.---지하 주차장.오전 시간이라 텅텅 비어 있는 주차장에 홀로 덩그러니 주차된 내 차의 뒷좌석 문을 열 때쯤 내 손에서 그녀의 손목이 빠져나갔다.“아까 카페 안에... 그 사람이 있어서 그랬어.”“이제는 내 사람도 아니고 이혼한 사이인데도 다른 여자랑 있는 모습이... 많이 속상하네.”색조 화장 없이 단아했던 아름다운 얼굴에 붉은 기운이 차오르기 시작했다.빨갛게 물드는 코끝과 불안정하게 거칠어지는 호흡, 조금씩 구겨지는 표정에서 이별의 감정에 심란했던 내가 떠올랐다.천천히 고이는 속상함 가득한 눈물을 숨기려 몸을 돌리는 그녀에게서 이별에 눈물 흘렸던 내가 떠올랐다.아주 희미하게 옅은 울음이 들려올 때쯤, 두 팔을 벌린 내가 그녀의
설정해 둔 알람 시각보다 5분 먼저 일찍 일어나는, 그 몇 번 없는 최상의 컨디션을 오늘 맞이했다.아주 조금 졸린 감이 있지만 설렘 가득한 상상을 하다가 늦게 잠들어서 잠이 부족할 뿐이지, 잠을 이상하게 잤다거나 컨디션이 떨어진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간단하게 바나나를 두 개 챙겨 먹으며 출근용 정장이 아닌, 외출용 정장을 꺼냈다. 그녀가 특정 복장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왠지 차려입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녀에게 부탁받은 역할을 생각해 보면 정장이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찬물 샤워를 하며 미라클 모닝 대신 그녀와의 관계에 있어서 기적적인 진전이 있기를 바라며 차가운 물로 말끔하게 샤워했다. 부탁받은 역할과 관계가 진짜로 그녀와 그렇게 이어지기를, 기적적인 일이 일어나길 바라며 추위를 견뎠다.그녀의 부탁.나는 어떤 일인지 어떤 절차인지 전혀 알 수 없는 ‘협의이혼 의사 확인 기일’이라는 날에, 젊고 어린 애인 역할을 부탁받았다. 지금의 남편이 젊은 애인과 함께 법원에 온다면 홀로 남은 자신이 너무나 초라해 보일 것 같다며, 젊고 어린 여자에게 남편을 빼앗기고 홀로 남겨진 쓸쓸한 여자이고 싶지 않다며 내게 애인 역할을 부탁한 것이었다.어제 통화로 부탁받으며 들었던 생각은 하나였다.내일 하루뿐만이 아니라 좀 더 긴 기간 동안 그녀의 애인 역할을 하고 싶었다.단순히 자리만 채우는 역할만으로 끝나고 싶지 않았다.내일 하루만큼을 그녀가 절대로 초라함을 느끼지 않게 해주고 싶었다.애인 역할을 넘어서 애인 자리에 앉아보고 싶었다.애인 역할이 아닌, 정말로 그녀의 애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법원 근처의 한 카페.만나기로 했던 시간보다 좀 더 일찍 도착했다. 이런저런 다른 이유를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물어본다면 잘 보이고 싶어서 빨리 나왔고, 먼저 나와서 기다렸다고 대답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일찍 일어나고 조금 더 서두르고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조금 먼 거리까지 보이는 자리에 앉아서 그녀가 이곳으로 걸어오기를, 카페의 문
이별의 후유증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확실하게 겪고 털어냈다.떠올릴 수 있는 모든 기억을 떠올리고 그때의 감정을 곱씹었다. 소희를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행복했던 순간, 즐거웠던 순간, 오해로 싸웠던 순간, 힘들었던 순간 그리고 마지막 이별의 순간까지 내가 기억할 수 있는 모든 순간을 떠올렸다. 그러고는 그 기억들 속에서 후회와 반성을 했다. 너무나도 좋아했고 사랑했고 행복했으면서 마지막 모습을 이별로 만들어버린 내 행동과 선택에 후회했다. 그렇게나 행복했으면서 이어가지 못하고 이별로 끝나버린 내 사랑에 반성했다. 사랑과 이별을 통해서 좀 더 나은 내가 되었기를, 좀 더 성숙하고 멋진 사람이 되었기를 바라며 후회와 반성을 했다.다음번 사랑의 마지막 모습은 이별이 아니기를 바라며 마음속에서 소희를 완전히 덮었다.그렇게 며칠이 걸려 소희와 완전히 이별했다.--- ---퇴근하고 집에 왔다.씻고 편한 차림으로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소파에 앉아 TV를 시청했다. 여느 때와 별반 차이 없는 퇴근 후의 모습이지만, 오늘은 많이 달랐다. 내일 있을 도혜란씨와의 약속에 긴장되고 설레기 시작했다. 입고 나갈 복장부터 만날 장소와 대화 주제까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대책이 서지 않았다. 자신을 위해 하루만 비워달라는 말만 들었을 뿐, 그 외 다른 것들은 도혜란씨로부터 들은 게 하나도 없었다. 작고 미안함 가득한 목소리로 망설이다가 내게 부탁했기에 분명 뭔가 목적이 있어 보였다. 단순히 얼굴이나 보고 식사나 하는 그런 가까운 사이도 아니기에 더 긴장됐다.[우우우웅][우우우웅]요란스럽게 진동하는 핸드폰에 정말 깜짝 놀랐다. 화면에 뜬 이름을 보고는 더욱더 놀랐다. 통화 공포증이라도 걸린 사람처럼 갑자기 긴장되고 몸 어딘가가 뻣뻣해졌다. 기분 좋은 긴장감을 잔뜩 느끼면서 진동이 끊기기 전에 재빨리 통화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통화가 연결되고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 짧은 순간이 최고로 긴장됐다.“어. 성재야. 소희 엄마야. 아... 혜란
“그러면 말이야. 성재야. 하루 정도만 비워놓을 수 있니?” “네!” 멍청한 내 자신을 탓하고 욕하던 그때, 도혜란씨의 작고 미안함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무슨 날, 무슨 목적인지도 듣지 않고 바로 대답해 버렸다. 기다렸다는 듯이 조금은 큰 목소리로 대답해 버렸다.오늘 하루가 어떻게 흘러갈지도 모른 채, 우연히 나를 만나고 어쩌다 보니 위로하게 된 도혜란씨처럼, 나 또한 날짜와 목적을 가리고 싶지 않았다. 고맙다며 내게 미안한 표정을 짓는 도혜란씨와 서로의 핸드폰을 주고받았다. 류성재라는 이름과 함께 숫자 하나하나 꼼꼼하게 연락처를 입력했다. 입력을 마치고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름도 전화번호도 틀린 것 하나 없었다. 핸드폰을 건네받고는 그 자리에서 달력을 띄웠다. 두 번이나 되물어가며 날짜와 요일까지 확인했다. 무슨 일인지는 물어보지도 않고 연차를 사용할 생각을 먼저 했다. 이대로 두 번 다시 못 볼 사이가 아니라 한 번 더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가벼운 걸음으로 소희의 자취방을 나왔다. 어느샌가 도착해있는 고기 택배를 발견하고는 다시 한번 도혜란씨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 벨을 누르고 헤어지자마자 다시 만난 도혜란씨에게 택배를 전했다. 소희의 택배를 보며 조금은 쓴 미소를 지었다.오늘 도혜란씨의 하루는 아무 일 없이 고기 택배를 무사히 받은 게 전부였던 것으로 서로 말을 맞췄다. --- --- 집에 돌아와 주차를 마치고, 무조건 모든 스케줄을 비워놓아야 할 그날을 확인하다가, 도혜란씨의 연락처가 궁금해졌다. 내 폰에 남긴 도혜란씨의 흔적이 무척이나 궁금했고 보고 싶었다. 부디 ‘소희 어머니’ 같이 거리감이 가득 느껴지는 호칭으로 적어두지 않았기를 바라며, 초조하게 주소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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