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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8화

작가: 재인
그는 빠르게 몸을 일으키더니 곧장 화장실로 향했다.

그러나 강하리는 그의 뒷모습을 보고 또다시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왜 이 남자한테만 마음이 자꾸 약해지는지, 분명 자기 앞에서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넘어갔다.

그에게 제대로 홀려버렸다는 사실을 이제는 인정해야 했다.

구승훈은 원래 여기에 그의 옷이 남아 있을 거라고 기대조차 하지 않았는데 다 씻고 나와보니 소파 위에 웬 잠옷이 가지런하게 놓여 있는 걸 발견하고는 또다시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애써 자는 척하고 있는 강하리에게 다가가 일부러 물었다.

“날 위해서 준비해 둔 잠옷인가?”

남자의 체향이 가까이에서 느껴지면서 왠지 모르게 대답하지 않으면 그가 곧 덮쳐올 것 같아 빠르게 고개를 돌리고 답했다.

“삼촌 거야, 입든지 말든지.”

구승훈의 얼굴이 삽시에 굳어졌다.

그리고 신경질적으로 손에 들고 있던 잠옷을 쓰레기통에 버린 뒤에 곧장 소파로 향했다.

알몸으로 잘지언정 심준호의 옷은 죽어도 입기 싫었다.

그러나 그가 돌아서자마자 갑자기 강하리가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

“왜?”

그리고 갑자기 불을 켰다.

원래 구승훈이 들이닥친 후로 두 사람은 계속 어둠 속에 있었는데 갑자기 불빛이 들어오자 그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구승훈이 막 뭐라고 하려는 순간 강하리가 갑자기 손을 뻗어 그의 가슴을 만졌다.

그녀의 차가운 손이 남자의 뜨거운 가슴에 닿자 순간 자기도 모르게 움찔거리게 되었다.

구승훈은 사워 후 하반신에 목욕 가운만 두르고 나왔고 윗몸에는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았다.

사실 예전에도 약을 발라주면서 이미 그의 가슴 쪽과 복부 쪽의 흉터를 본 적이 있었지만 매번 이 얽히고설킨 흉터를 마주할 때마다 가슴 한편이 욱신거렸다.

그리고 오늘 또다시 이 모습을 보게 되니 강하리는 좀처럼 눈을 떼기 힘들었다.

심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 이토록 깊은 상처가 있다는 게 그때 긴급했던 상황을 그대로 말해주는 것 같아 순간 오싹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그 흉터에는 꽃이 수놓아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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