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당장 내 발밑으로 기어내려 와." 국내 최고 재벌가의 막내딸이자 오만한 기획팀장, 한도희. 지적인 안경 너머 잔인한 안광을 빛내는 그녀는 첫 출근 날 신입 사원 강연우의 목줄을 완벽하게 틀어쥔다. 사방이 막힌 은밀한 팀장실, 상사의 권력으로 남주의 바지 지퍼를 내리는 가학적인 여왕님. 날카로운 하이힐로 발등을 짓밟고 넥타이를 잡아당겨 입술을 뜯어먹듯 집어삼키는 그녀의 압박에 연우는 치졸한 [사적 예속 계약서]에 붉은 지장을 찍고 만다. 낮에는 듬직한 대기업 신입 사원, 밤에는 재벌 아가씨의 발밑에서 철저하게 해체당하는 19금 전용 대형견. 비밀 가득한 사무실에서 벌어지는 두 사람의 숨 막히는 예속 로맨스릴러.
Lihat lebih banyak“강연우 씨, 자네 요즘 너무 실수가 잦아. 주의할 필요가 있네.”
원형탈모 개꼰대 새끼.
아니, 우리 부서 팀장놈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돌아섰다. 결코 불만스러운 기색을 들키지 않기 위해 허리가 부러져라 고개를 숙였지만, 속은 이미 시커멓게 뒤집어진 후였다.
‘지가 트롤짓 해서 터진 사고를 왜 엄한 신입한테 뒤집어씌우고 지랄이야, 대머리 독수리 새끼가.’
마음 같아서는 저 빛나는 대갈통을 붙잡고 저금통 구멍이라도 뚫어버리고 싶었지만, 슬프게도 나는 삼 개월 차 핏덩이 신입사원이었다. 결국 무력한 어깨를 질질 끌며 사무실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집에 가기엔 억울해서 미칠 것 같았다. 결국 퇴근길에 편의점에 들러 맥주 한 캔을 샀다. 터덜터덜 걸어 회사 근처 한적한 냇가 벤치에 주저앉았다.
치익-
캔을 까서 차가운 맥주를 목구멍에 대고 사정없이 들이켰다. 탄산이 식도를 찌릿하게 긁고 지나갔지만, 가슴속 응어리는 쉽게 내려가지 않았다.
“휴우우……. 세상 말세다, 말세. 개 같은 새끼…….”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허공에 삿대질을 하던 그때였다.
툭, 툭.
갑자기 등 뒤에서 튄 낯선 인기척에 고개를 돌리려는 찰나, 귓가로 얄궂은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왁!”
“으악!!! 아오, 진짜! 좀 그만 좀 놀래켜요!!!”
진심으로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잔뜩 쪼그라든 가슴을 부여잡고 비명을 지르자, 등 뒤에서 자지러지는 듯한 맑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쏘리, 쏘리~ 많이 놀랐냐?”
차예린 선배. 나보다 한 살 연상의 직속 선배이자, 모델 뺨치게 큰 키와 도시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고고한 쿨뷰티…… 이긴 한데, 이상하게 나만 보면 장난을 못 쳐서 안달이 난 인간이었다. 맨날 어디선가 귀신같이 튀어나와서 나를 놀라 자빠뜨리는 게 특기였다.
“심장 마비로 뒤질 뻔했네, 진짜.”
“그 정도는 아니다, 야. 왜? 또 팀장님한테 까여서 기분이 안 좋으실까?”
“그 헤드라이트가 대낮부터 밤까지 긁어대는 게 한두 번이어야죠. 거지 같은 대머리 같으니라고…….”
“푸흡! 아하하하! 아니, 난 너 말하는 게 너무 웃겨. 역시 네 개그가 내 취향이라니까?”
배를 잡고 껄껄 웃는 예린 선배를 보며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웃기다고 해주는 선배도 참 신기하지만요…….”
“여기서 이러고 찌질하게 있지 말고 술집 가자. 기분도 구린데 내가 사줄게.”
“……갈까요?”
방금 전까지 우울했던 댕댕이의 눈이 번쩍 뜨였다. 심지어는 꼬리까지 생겨서 붕붕 흔들고 있었다. 예린 선배가 내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피식 웃었다.
“푸하하, 이 녀석 사준다고 하니까 바로 무네?! 귀엽기는.”
“공짜 밥은 못 참죠~ 가요, 빨리!”
가게 안이 조용하고 따뜻한 작은 선술집 구석자리.
“크으~ 그래 이거야 이거!!!”
예린 선배는 맥주를 쭉 들이켜며 특유의 세상 행복한 리액션을 선보였다. 회사에서는 얼음 마녀처럼 도도하면서, 술 들어갈 때만큼은 참 투명하고 정직했다. 선배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턱을 괸 채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툭 질문을 던졌다.
“그러고 보니 너 내일 반차라며?”
“네.”
“뭐 하려고? 주말 껴서 쉬게?”
“아뇨, 그냥 요즘 너무 피곤해서요. 집에서 밀린 잠이나 자고 푹 쉬려고요. 그래야 다음 주에 팀장님 쌍라이트 공격을 버티죠.”
그러자 선배의 눈빛이 묘하게 가늘어졌다. 테이블 밑으로 선배의 매끄러운 구두 앞코가 내 정강이를 스치듯 툭툭 건드려 왔다. 간지럽고 아슬아슬한 감각이 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오~ 바로 앞에도 번듯한 여자를 두고서, 집에서 잠만 자겠다?”
“무슨 소릴 하시는 거예요. 제가 선배를 어떻게 넘봐요. 과분하죠.”
“야, 남녀 사이에 친구가 어딨냐? 선후배도 다 결국 남녀야.”
“여기 있잖아요. 말괄량이 선배랑 맨날 털리는 어리바리한 후배.”
“칫, 한방 먹었네.”
예린 선배는 코를 찡긋거리더니, 이내 몸을 테이블 쪽으로 슥 밀어붙였다. 은은하고 매혹적인 향수 냄새와 함께 선배의 짙은 시선이 내 얼굴에 가닿았다.
“야, 그러지 말고…… 주말에 나랑 데이트나 할래?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난 어때?”
“……예?”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난 덩치는 산만 한 대형견이지만, 이런 기습적인 직진은 언제나 심장에 해로웠다. 당황해서 눈을 굴리자 선배가 재미있다는 듯 생글생글 웃었다.
“선배 이미 남자친구 있잖아요.”
“걔랑 싸웠어. 얘기 안 했나?”
“지금 처음 하시거든요? 게다가 남친이랑 싸웠다고 바로 후배한테 이래요?”
“나도 속상했다 이거지~ 너도 지금 대머리 때문에 속상해서 술 마시는 거잖아? 쌤쌤으로 쳐.”
선배는 그렇게 말하며 연신 잔을 비워댔다. 어느새 빈 술병은 죄다 선배 쪽에 길쭉하게 쌓여 있었다.
“차예린 선배, 선배 쪽이 더 위험해 보이는데요. 이러다 내일 출근할 수 있겠어요?”
“내 주량 알잖아? 괜찮아, 이 정도는. 내 돈 내고 이 정도도 못 먹으면 억울해서 안 되쥐~”
“많이 드십쇼, 예에.”
“칫, 재미없게.”
선배는 투덜거리면서도 내 잔에 술을 채워주었다. 분위기가 묘하게 풀어지자, 선배는 이내 잔을 높이 치켜들었다.
“뭐야, 분위기 가라앉게 만들지 말고! 자, 건배~! 다시 즐겁게 마시자고!”
그렇게 우리는 조금 웃고, 조금 더 취해갔다.
술자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선배를 안전하게 택시에 태워 보내고 밤거리를 터덜터덜 걷고 있었다.
내 가벼운 발걸음 소리만 울리는 고요한 골목길, 내 앞을 걸어가던 한 인물의 주머니에서 무언가가 툭 하고 떨어졌다. 어두운 곤색 가죽 지갑이었다.
오버핏 코트에 푹 파묻힌, 다소 땅딸막하고 작은 체구의 남자…… 인 줄 알았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어서 성별조차 모호해 보였다.
“어? 저기요! 지갑 흘리셨어요.”
내 목소리에 앞서 걷던 인물이 뚝 멈춰 섰다.
천천히 돌아선 그 사람은 모자 그늘 아래로 슬쩍 얼굴을 드러냈다. 순간 숨이 멎을 뻔했다.
굉장히 차갑고 딱딱한 인상. 마치 인기 애니메이션의 서늘한 냉미녀 캐릭터가 현실로 튀어나온 것 같은 무표정이었다. 그 속을 알 수 없는 서늘한 눈동자가 내 얼굴을 아주 깊숙이 꿰뚫어 보는 듯했다.
“아, 감사합니다.”
목소리마저 낮고 묵직해 오한이 서릴 정도였다. 그 사람은 지갑을 받아 들고 가볍게 목례한 뒤 다시 어둠 속으로 슥 사라졌다.
“와, 무섭다…… 무슨 사람이 저렇게 차가워?”
목덜미를 쓸어내리며 집으로 향했다. 내일부터 시작될 꿀맛 같은 반차와 주말 휴가를 기대하면서, 나는 그 기묘한 만남을 금세 잊어버렸다.
며칠 후, 회사.
달콤했던 연휴 같던 휴가가 끝나고 출근한 그날 아침, 회사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분위기가 아주 ‘뒤숭숭했다’.
사무실 내부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고, 복도 한쪽, 구내식당, 심지어 프린터 앞에서도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수군거렸다. 사내 메신저 알림음이 불이 나게 울려댔다.
“진짜야? 그 대머리 팀장, 잘렸대.”
“징계 수준이 아니라 아예 면직 처분이래. 지금 공식 메일도 돌았어.”
“하긴, 그동안 부하 직원들한테 너무 심하게 굴긴 했지. 뒤에서 다들 말 많았잖아.”
내 자리로 걸어가던 중 동기들의 대화를 들은 내 고개가 갸웃 기울어졌다. 모니터를 켜고 사내 공지 탭을 누르자, 정말로 붉은 글씨가 박힌 인사조치 명령서가 팝업으로 떠올랐다.
[인사조치 공고] 마케팅 부서 ‘정태건’ 과장은 사내 규정 위반 및 직권남용으로 다음과 같이 징계합니다.
‘해고.’
이상입니다.
그 간결하고도 무자비한 두 글자를 보는 순간, 등줄기에 소름이 쫙 돋았다.
“……해고? 진짜로?”
그가 사라졌다는 찌릿한 안도감보다, 대체 어떤 엄청난 변화가 오려고 이 거대한 폭풍이 하루아침에 몰아친 것인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더 컸다.
옆자리 동기가 내 모니터 슬쩍 보더니 목소리를 극도로 낮추며 속삭였다.
“야, 강연우. 이거 이번에 본사에서 새로 내려오는 신임 팀장이 다 터트린 거래.”
“……새로 오는 팀장님이요?”
“어. 오기 전부터 우리 부서 감사 자료 싹 훑고 정태건 과장 비리 증거 잡아서 한 방에 날려버렸다더라고. 완전히 피도 눈물도 없는 칼잡이라던데, 큰일 났다 진짜.”
동기의 말에 마른침이 꼴깍 넘어갔다. 출근 첫날부터 전임자를 단칼에 숙청해 버리는 상사라니. 백전노장의 괴물이나 시퍼런 작두를 탄 무당 같은 인간이 오는 건 아닐까. 상상만으로도 위장이 뒤틀리는 기분이었다. 사무실 안은 이미 차가운 성에가 낀 것처럼 서늘한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다들 키보드 치는 소리조차 죽인 채, 새로 올 전권대사의 처분만을 기다리는 죄수들처럼 굳어 있었다.
그 무시무시한 소문을 증명하듯, 부서원 전체가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정적에 잠긴 오전 회의 시간이 찾아왔다.
회의실 문이 단단한 소리를 내며 열리고, 한 사람이 안으로 들어섰다.
핏이 자로 잰 듯 딱 떨어지는 검은색 정장 셋업. 흠잡을 데 없이 깔끔하게 정돈된 머리.
대리석 바닥을 탁, 탁 울리는 단단한 구두 굽 소리와 함께 등장한 그녀는……
“……헉.”
나는 순간 숨을 쉬는 법을 잊어버렸다.
회의실 상석으로 걸어오는 저 여자. 며칠 전 밤거리에서 오버핏 코트를 입고 지갑을 떨어뜨렸던 그 ‘차가운 땅딸보’였다.
그때는 밤인 데다 옷이 커서 미처 몰랐는데, 오버핏 옷을 벗어던지고 칼정장을 차려입은 그녀는 작은 체구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압도적인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서늘하고 단정한 미모,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을 발밑에 두는 듯한 그 깊고 날카로운 눈동자.
그녀가 회의실 상석에 서서 서류철을 툭 내려놓았다. 그리고 수십 명의 직원 중, 정확히 나와 시선을 맞췄다.
지갑을 돌려받았을 때 지었던 그 비밀스러운 미소가 그녀의 입가에 호선으로 스쳤다.
“오늘부로 마케팅 팀을 총괄하게 된 한도희입니다.”
낮고 매혹적인 목소리가 회의실 안을 지배했다. 전임 정태건 과장을 단칼에 목 잘라버린 피의 숙청자이자, 나의 새로운 만렙 직속 상사.
그녀는 상석에 서서 서류철을 툭 내려놓았다. 그리고 수십 명의 직원 중, 정확히 나와 시선을 맞췄다. 주말 전 밤거리에서 지갑을 돌려받았을 때 슬쩍 지었던 그 비밀스러운 미소가 그녀의 입가에 호선으로 스쳤다.
“서로 통성명할 시간은 아까우니 바로 업무 시작하죠. 우선, 강연우 씨?”
“……네, 네? 네!”
갑자기 내 이름이 날카롭게 호명되자, 대형견처럼 어깨를 움찔 떨며 대답했다.
회의실에 모인 모든 직원의 따가운 시선이 내게로 쏠렸다. 소문 속의 냉혹한 칼잡이 팀장이 부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찍어 누르려는 타깃이 내가 된 것 같아 눈앞이 아찔해졌다.
나를 가만히 응시하던 한도희 팀장이 서류철을 덮으며 턱으로 문을 가리켰다.
“강연우 씨는 회의 끝나고 바로 나 좀 보죠. 휴게실로 따라와요.”
그녀의 눈빛이 마치 ‘도망칠 생각은 마라’고 내 목줄을 부드럽게 쥐는 늑대 같았다.
내가 전임 과장의 독박을 쓰고 잘리는 걸까, 아니면 어제 지갑 일 때문일까. 머릿속이 칠흑처럼 캄캄해졌다.
위잉- 위잉-토요일 아침, 머리가 깨질 것 같은 지독한 숙취와 함께 눈을 뜨자마자 침대 머리맡에서 휴대폰이 요란하게 진동했다. 잔뜩 흐려진 눈으로 겨우 액정을 확인한 순간, 어젯밤 사케의 알코올 기운과 도희 누나의 축축한 스타킹 맛이 한순간에 싹 가실 정도로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발신인은 한도희 팀장. 아니, 내 사생활과 육체를 통째로 사들인 나의 진짜 주인님이었다.[오전 11시까지 내 집으로 와. 주소는 아래. 1분이라도 늦으면 벌칙 있어, 연우야.]간결하다 못해 서늘한 문자 한 통에 숨이 턱 막혔다. 시간은 이미 10시 10분. 내 의지나 주말 스케줄 따윈 안중에도 없는, 지극히 가차 없고 일방적인 소환 명령이었다.문자를 빤히 바라보는 시야 위로 어젯밤의 기억들이 지독하리만치 선명한 악몽처럼 되살아났다. CCTV조차 없는 어두운 밀실, 반항할 틈도 없이 나를 소파 위로 거칠게 밀쳐 덮쳐 누르던 도희 누나의 묵직한 힘. 내 단단한 손목을 한 손으로 결박하고, 풀어헤쳐진 넥타이를 목줄처럼 가느다란 손가락에 감아쥐며 내 숨통을 조여오던 그 무자비한 강압감. 지이익 찢겨 나간 검은 스타킹 잔해 사이로 내 혓바닥을 강제로 집어삼키며 분수를 토해내던 그녀의 수치스러운 절정까지.‘나니까 이래도 되는 거야. 넌 얌전히 짓밟혀서 내 처분만 기다려.’귓가에 웅웅거리는 도희 누나의 오만한 음성과 뺨 위에 떨어지던 [사적 예속 계약서]의 감각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내 손을 겹쳐 쥐고 강제로 이름을 쓰게 만들던 그녀의 뜨거운 체온이 아직도 오른손 끝에 남아있는 것만 같아, 나는 침대 위에서 머리를 감싸 쥔 채 괴롭게 신음했다. 일개 신입사원인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대기업의 아가씨. 그녀의 덫에 걸린 이상 내게 주말의 평화 따윈 허락되지 않는 사치였다.1분이라도 늦으면 벌칙이 있다는 경고가 뇌리를 스치자 등 뒤로 식은땀이 확 흘렀다. 거절하거나 늦었다간 월요일 아침 회사에 내 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그녀의 손에 어떻게 망가질지 몰라 끔찍한 두려
똑, 똑.“손님, 프런트입니다. 주문하신 추가 주류와 물수건 가져왔습니다.”잠겨 있는 줄 알았던 미닫이문 바로 너머에서 지배인의 정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내 머릿속에 공포와 패닉이 동시에 휘몰아쳤다.지금 내 꼬라지는 소파 아래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바지 지퍼가 완전히 열려 있고, 입술은 도희 누나의 붉은 립스틱으로 엉망으로 번진 상태였다. 들키면 사내 매장은 물론 인생이 끝장나는 최악의 상황.“엇……!”겁에 질린 내가 당장 옷추스르고 소파 뒤로 도망치려 몸을 비튼 순간, 내 목에 감겨 있던 넥타이 목줄이 자비 없이 콰악 낚아채 졌다.“아윽……!”“누가 맘대로 움직이래, 연우야.”도희 누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치도록 오만한 미소를 지으며, 바닥에 꿇린 내 머리통을 제 치마 속 검은 스타킹을 신은 양 허벅지로 콰악 조여 제 발밑에 그대로 찍어 눌렀다. 그리고 문밖을 향해 아무렇지도 않게 고고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아, 문 열려 있으니까 그냥 들어와서 테이블 위에 두고 가세요.”스르륵-미닫이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지배인의 발걸음 소리가 방 안으로 울 퍼졌다. 그와 동시에 내 지옥 같은 쾌락과 수치심도 극에 달했다.나는 도희 누나의 치마 밑, 어두컴컴한 검은 스타킹 다리 사이에 얼굴이 갇힌 채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엎드려 있어야 했다. 콧정신을 아찔하게 만드는 지독한 무화과 살취와 스타킹 원단의 까슬한 촉감이 얼굴 전체를 덮쳤다.게다가 더 미칠 것 같은 건, 열린 내 바지 사이로 도희 누나의 맨발가락 끝이 밀려들어 와, 터질 듯 부풀어 오른 내 은밀한 부위를 노골적으로 꽉 움켜쥐고 비벼대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흐으윽……!”비명이 터져 나오려는 걸 입술을 짓깨물며 필사적으로 삼켰다. 지배인이 테이블 위에 술병을 내려놓는 달칵 소리가 들릴 때마다 척추가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들키면 끝장이라는 극도의 스릴 속에서, 발가락 끝으로 내 가장 민감한 곳을 유린하는 주인의 가학적인 애무에 내 아래는 이미 통
똑, 똑.“손님, 주문하신 요리 준비해 드리겠습니다.”정적을 깨는 지배인의 목소리와 함께, 내 셔츠 밑단을 헤집던 도희 누나의 서늘한 손가락이 스르륵 빠져나갔다. 은밀한 자극이 사라진 자리에는 지독하리만치 선명한 열감과 잔상이 남아, 나는 도희 누나가 옆자리로 물러난 후에도 가쁜 숨을 몰아쉬어야 했다.미닫이문이 열리고 화려한 일식 코스 요리와 함께 맑은 사케가 테이블 위를 채웠다. 지배인이 물러가고 다시 문이 완전히 잠기자마자, 나는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수치심과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눈앞의 술잔을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 화끈한 알코올 기운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며 가뜩이나 도희의 무화과 향에 마비되어 가던 뇌를 더 어지럽게 뒤흔들었다.도희 누나는 그런 나를 한심하면서도 흥미롭다는 듯 빤히 바라보더니, 사케 병을 들어 내 빈 잔을 채워주었다. 사케 병을 쥔 그녀의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에 절로 시선이 머물 때, 도희 누나가 내 잔을 쥔 손위로 제 손을 겹쳐 쥐며 힘을 주어 꾹 눌렀다.“급하게 마시지 마, 연우야. 밤은 기니까.”그녀의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서늘한 온도와 겹쳐진 손가락을 타고 흐르는 묵직한 지배력에 나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 도희는 내 손끝이 잘게 떨리는 것을 눈으로 가만히 감상하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이미 이 공간의 주도권은 물론, 내 신체 일부까지 그녀의 철저한 통제 하에 들어간 것 같았다.도희 누나가 부드러운 몸짓으로 젓가락을 들어 잘 익은 참치 한 점을 집어 들었다. 그러더니 내 입가로 그것을 슥 가져다 대었다. 코끝에 닿는 은은한 살취와 너무 노골적인 주인의 행동에 당황한 내가 고개를 슬쩍 뒤로 뺐다.“어…… 팀장님, 아니 누나. 이건 제가 먹을게요.”“습관이 참 나쁘네, 연우는.”내가 거절의 기색을 보이자마자, 도희 누나의 얼굴에서 부드러운 미소가 순식간에 증발했다. 그녀는 거두지 않은 단단한 나무 젓가락 끝으로 내 아랫입술을 지긋이, 거칠게 짓눌렀다.“읍…….”입술을 사정없이 파고드는 강압적인 통증에
“……정말 미안. 갑자기 회사에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서. 내가 나중에 진짜 맛있는 거 살게. 응, 미안해.”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 나는 수화기 너머의 상대에게 연신 허리를 숙이며 문자를 보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선약을 취소하는 내 손끝이 억울함과 수치심으로 잘게 떨렸다. 내 피 같은 프로젝트 실적과 직장 생활 전체를 인질로 잡고 사정없이 흔드는 무자비한 새 팀장, 한도희.딩동-.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스산한 기운이 감도는 주차장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리고 저 멀리, 대형 SUV들 사이에서 유독 매끈하고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는 검은색 고급 세단 한 대가 비상등을 깜빡이고 있었다. 한성그룹 막내딸이라는 그녀의 신분에 걸맞은, 숨이 막힐 정도로 거대하고 차가운 철갑 같았다.침을 꼴깍 삼키며 다가가자, 스르륵 조수석 창문이 내려갔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도희 팀장은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손끝으로 슬쩍 내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회사에서의 칼정장 재킷은 뒷좌석에 걸어둔 채, 얇은 실크 셔츠 차림으로 핸들을 잡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차 안의 어두운 조명과 어우러져 숨이 막힐 정도로 매혹적이었다.“늦었네요, 연우 씨. 타요.”나는 거역할 수 없는 주인의 명령에 이끌리듯 주춤거리며 조수석 문을 열고 올라탔다.툭.문이 닫히자마자, 외부의 소음이 완벽하게 차단된 좁은 밀실 속에서 훅 끼쳐오는 향기가 있었다. 회사에서 희미하게 맡았던 것보다 훨씬 진하고 깊은 향. 마냥 가벼운 꽃향기가 아니었다. 잘 익은 무화과 과육의 농밀하고 달콤 쌉싸름한 체향 뒤로, 묵직하고 서늘한 삼나무 잔향이 차 안의 공기를 빈틈없이 채우고 있었다.‘무섭고 차가운 사람인데…… 왜 이렇게 달콤하고 중독성 있는 냄새가 나는 거지?’묘하게 이성을 흐트러뜨리는 살취에 취해 내가 안전벨트도 매지 못한 채 굳어있던 그때였다.스윽-“……!”갑자기 도희 팀장이 내 쪽으로 상체를 슥 기울여왔다. 코앞까지 다가온 그녀의 비현실적인 냉미녀 낯짝에 숨이 턱 막힌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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