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지금 네 위에서 발정 난 새끼가, 오빠로 보여?" 6살과 11살. 부모의 재혼으로 묶였던 10년. 부모의 이혼과 함께 끊어진 인연, 그리고 다시 흐른 10년의 세월. 26살과 31살. 백화점의 점원과 VIP고객으로 재회 후, 다정했던 오빠는 온데간데없고 짐승 같은 눈을 한 남자만이 남았다. 그리고 그들의 사이를 파고드는 또 다른 그림자, 강서우. 도윤의 아버지가 새로 들인 여자의 아들이자, 현재 도윤의 동생인 그가 해인의 앞에 나타났다. “형이 아끼는 건 다 뺏어보고 싶거든. 그게 누나라도.” 형을 향한 열등감과 증오로 시작된 접근이었다. 하지만 서우의 장난질은 지독한 소유욕으로 변질되기 시작한다. “말해봐, 누나. 형이야, 나야?” 숨 막히는 위압감의 권도윤 vs 애틋하게 파고드는 강서우
View More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심장을 때리는 감각적인 비트.밀라노 패션위크의 메인 스테이지를 장식한 피날레 워킹이 끝난 직후, 백스테이지는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다.“완벽했어요, 서우! 당신은 오늘 밀라노 전체를 완벽하게 압도했어!”수석 디자이너가 상기된 얼굴로 다가와 찬사를 쏟아냈다. 한국계 최초로 글로벌 하이엔드 브랜드의 메인 뮤즈 자리를 꿰찬 강서우. 그를 향해 쉴 새 없이 터지는 플래시와 외신들의 취재 열기는 이제 너무도 익숙한 일상이 되어 있었다.어머니인 한 여사의 그늘과 그룹의 후계 구도라는 족쇄를 벗어던진 서우는, 이
일부러 들으라는 듯 꽤나 노골적으로 뱉어낸 음성이었다.하지만 샴페인 잔을 들고 지나가던 해인의 걸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여유로운 미소를 띤 채 사모들이 모여 있는 테이블로 우아하게 방향을 틀었다.“상도덕이라는 단어는, 지금 같은 상황에 쓰는 게 아니죠.”갑작스러운 해인의 등장에 사모들의 입이 헙, 하고 다물어졌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그들을 향해 해인이 맑은 샴페인 잔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서우 씨는 본인 커리어를 위해 더 넓은 세상으로 훌륭한 도약을 했고, 저는 제 가치를 완벽하게 알아봐 주는 최고
“권도윤…….”오빠라는 호칭조차 잊을 만큼, 날것의 감정이 섞인 젖은 이름이 새어 나왔다. 그 소리가 떨어지자마자, 도윤은 긴 다리로 성큼성큼 다가와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평소의 흐트러짐 없이 서늘했던 완벽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거칠게 풀어 헤쳐진 넥타이와 가쁘게 몰아쉬는 숨결이, 그가 얼마나 미친 듯이 이 먼 거리를 달려왔는지를 증명하고 있었다.“왜 말 안 했어.”해인이 원망 섞인 목소리로 그의 단단한 가슴을 퍽 쳤다.“바보같이 왜 혼자서 회장님을 상대한다고 지분을 다 매입해 놓고…… 왜 나한테 다 숨겼어!”툭. 마
눈물이 핑 돌 만큼 가슴이 벅차올랐다.하지만 해인은 애써 붉어지는 눈시울을 꾹 누르며, 끝까지 사장님과의 실무적인 대화를 갈무리했다.완성된 다기의 퀄리티는 완벽했고, 론칭 준비는 이견 없이 순조로웠다.“그럼, 다음 주 론칭 파티 때 뵙겠습니다, 사장님.”“예, 조심히 올라가세요, 디렉터님!”사장님의 배웅을 받으며 공방을 나선 해인은 곧장 자신의 차로 향했다.철컥, 하고 차 문이 닫히며 완벽하게 혼자만의 공간이 확보된 순간.“하아…….”억눌러왔던 뜨거운 숨이 단숨에 터져 나왔다. 해인은 핸들에 이마를 댄 채 한참 동안
뜨거웠다. 지나치게 뜨거워서 이성이 타액처럼 녹아내릴 것 같았다. 시야는 온통 흐릿했으나, 품 안에 엉겨 붙은 말랑한 살결의 감촉과 숨을 들이켤 때마다 폐부를 찌르는 달큰한 살냄새만은 소름 끼치도록 선명했다.“하으, 윽…….”여자의 가느다란 팔이 도윤의 목을 뱀처럼 감아왔다. 도윤은 짐승 같은 갈증을 느끼며 그녀를 집어삼키듯 파고들었다. 질척하게 엉겨 붙는 마찰음과 가쁜 신음이 어둠 속을 난폭하게 헤집었다.누굴까. 이채영인가? 아니면 예전에 스치듯 만났던 이름 모를 여자? 상관없었다. 누구든 지금 이 순간 제 욕망을 오롯이 받
타이트하게 조여오던 넥타이를 풀어 내리고, 자켓을 침대 위로 던지듯 벗어던졌다.도윤은 마스터 룸 안쪽, 어둠이 짙게 깔린 서재로 걸음을 옮겼다. 책상 위에 놓인 스탠드 조명 하나만이 비좁은 빛의 영토를 만들고 있었다. 의자에 몸을 깊숙이 파묻은 그가 마른세수를 하며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하나도 안 변했네.’가만히 떠올려 보면 아직도 중학생 꼬맹이 같았다. 아니, 그보다 더 오래된…, 자신을 보고 엄마 뒤로 숨던 6살 아이의 눈빛 그대로였다. 그래서 더 가슴이 아렸다. 그 투명한 눈동자에 담긴 고단함을 읽어버린 순간, 도윤
“그냥…, 바빴어. 군대 다녀오고 학교 졸업하고, 일하고 살다 보니. 넌 왜 안 했는데?”“나도 바빴지 뭐. 순식간에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하고 일 시작하니까 시간이 더 빠르게 가더라.”그녀는 창밖으로 지나가는 가로등 불빛을 멍하니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백화점 일?”“아니. 처음엔 미용실에서 일하다가, 백화점으로 들어왔어. 내가 손재주가 없나봐 하핫, 지금도 포장 잘 못한다고 혼나거든.”가벼운 웃음소리가 차 안을 울렸지만, 도윤의 표정은 굳어졌다.“자격증 같은 건? 고등학교에서 전문 자격증 따서 졸업하는 친구들도 있잖아
마감 시간을 알리는 부드러운 음악이 매장에 깔리기 시작했다. 지친 다리를 두드리며 매대를 정리하던 해인의 귀에, 결코 들려서는 안 될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가 꽂혔다.“어, 그래! 나 지금 에비뉴 백화점에 옷 사러 왔다니까? 내가 말했잖아, 우리 딸이 여기서 일한다고.”불안한 예감은 왜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을까.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심장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저 멀리서 화려하다 못해 천박한 원색 원피스를 입은 명희가 전화를 귀에 댄 채 위풍당당하게 걸어오고 있었다.“어머, 해인아! 아직 마감 아니지?”명희는 사색이 된 딸의
reviews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