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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구승훈의 표정이 무겁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의 인내심은 오직 강하리 한 사람에게만 열려있었다.

“손연지, 강하리 친구면 내가 못 건드릴 줄 알아?”

구승훈의 주위에 찬 기운이 서리기 시작했다.

손연지가 흠칫했다.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하지만 이 인간쓰레기 앞에서 고개를 숙이긴 싫었다.

“뭐 왜 뭐! 어떻게 건드릴 건데! 유산이라도 시켜 줄라고요? 아님 절벽에서 밀어버릴 건가? 하등 고생이란 고생은 다 시켜놓고 무슨 낯짝으로 자꾸 찾아오는 겁니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상도덕이 있다면, 다 털어내고 새로 시작하려는 사람은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원한 맺힌 귀신도 아니고 왜 지긋지긋하게 자꾸 찾아오는 건데! 당장 꺼져요! 훠이훠이!”

속사포로 욕을 뱉어내고는 재빨리 현관으로 달려들어갔다.

다행히 1층에 머물러있는 엘리베이터에 들어가 미친듯이 층수와 닫힘 버튼을 눌렀다.

벌렁벌렁 나대는 가슴을 부여안고 집에 도착해 보니 강하리가 수저를 세팅하고 있었다.

“뭐냐? 왜 그래? 귀신이라도 쫒아와?”

“귀신보다 더 진절머리 나는 그 인간 쓰레기!”

“……다음부턴 아예 무시해 버려. 멘탈이 정상은 아닌 것 같아. 그 사람.”

“싫은데? 방금도 욕 한 바가지 퍼붓고 올라왔는데?”

강하리가 웃으며 ‘소금이라도 들고 다녀야 하나’며 조미료 통을 뒤적이는 손연지를 뜯어말렸다.

“나는 괜찮아. 그러니까 우리 언제 터질지 모르는 그 인간 폭탄은 건드리지 말자. 응?”

“이젠 개나 소나 다 건드리네.”

인간 폭탄, 아니 구승훈이 얼굴을 구긴 채 차 옆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손연지가 사라진 쪽을 노려보며 한참을 서 있다가 차에 올랐다.

막 시동을 걸려던 찰나.

잠옷에 점퍼만 걸친 채 달려나오는 강하리가 눈에 확 들어왔다.

환하게 웃는 얼굴. 바람에 살랑살랑 나부끼는 옆머리.

너무나도 싱그럽고 활력이 넘치는 모습.

구승훈은 잠시 넋을 놓았다. 목울대가 위아래로 사납게 요동쳤다.

막 차에서 내리려는 순간.

“하양아!”

구승훈의 신형이 우뚝 멈췄다.

저만치 주해찬이 걸어오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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