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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ผู้เขียน: 봄은어디
유하늘은 길가에서 택시를 기다리면서 그 사이 항공권을 예약하여 곧장 공항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때 의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하늘 씨, 언제 해외로 가서 항암치료를 받을 예정이죠?”

어둑어둑한 가로등 아래, 가녀린 체구의 소유자인 유하늘의 그림자가 아주 길게 드리워졌다.

유하늘은 시선을 내려뜨려 자신의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지금 바로 공항으로 가려고요.”

의사는 황급히 말렸다.

“안 돼요! 유하늘 씨는 뇌종양 때문에 두개 내압이 일반인들과는 달라서 비행기를 타게 되면 위험 요소가 굉장히 많아요. 반드시 미리 검사를 받으셔야 해요.”

유하늘은 당황했다.

‘이럴 수가...’

유하늘은 오늘 밤 잠적할 준비를 마쳤는데 떠날 수가 없었다.

의사는 제때 그녀에게 연락해서 다행이라는 듯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내일 병원으로 와서 검진받으세요. 유하늘 씨의 몸 상태로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는지 한 번 봐드릴게요.”

전화를 끊자 택시가 도착했다.

운전기사가 창문을 내렸다.

“손님, 타실 거예요?”

유하늘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네. 블루문 호텔로 가주세요.”

유하늘은 일부러 송여준이 운영하는 호텔이 아닌 다른 호텔을 선택했다. 그리고 호텔에 체크인한 뒤에는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눈을 감은 채 미래를 계획하기 시작했다.

비행기를 탈 수 없다면 배를 타는 건 어떨까? 비록 배를 타면 많이 느리겠지만 풍경을 즐길 수 있고 5일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테니 나쁘지 않았다.

유하늘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코가 갑자기 간지러워졌다.

유하늘은 피곤함을 견디며 고개를 숙였고 그 순간 욕조 안에 핏물이 떨어져 빨갛게 번져갔다.

유하늘은 서둘러 코피를 닦은 뒤 코를 잡고 가만히 있다가 잠시 뒤 자리에서 일어나 자러 갔다.

그날 밤 휴대전화는 잠잠했다.

어쩌면 송여준은 그녀가 쓴 편지를 읽고 유하늘이 알아서 권아람에게 자리를 양보했다는 사실에 기뻐할지도 몰랐다.

유하늘은 침대에 누운 뒤 어느샌가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깬 뒤 유하늘이 씻고 병원에 가보려고 했는데 갑자기 휴대전화가 울렸다.

유하늘은 ‘김 선생님’이라는 글을 보고 잠깐 당황했다.

김 선생님은 송우주의 담임 선생님이었다.

유하늘은 고민 끝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김 선생님...”

“우주 어머님, 혹시 오늘 잠깐 유치원에 와주실 수 있을까요? 우주가 반 친구랑 싸웠는데 그 친구 이마를 할퀴어서 피가 났어요. 그래서 그 아이 부모님이 유치원에 찾아오셨어요.”

김재영은 다급한 어조로 빠르게 상황을 설명했다.

모성애는 본능과도 같은 것이었기에 유하늘은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우주는요? 우주는 많이 다쳤나요?”

“우주는 다치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 사과를 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어서 다친 아이 부모님들이 굉장히 화가 나신 상태예요.”

김재영은 퍽 난감해했고 유하늘은 잠깐 침묵했다.

오늘은 평일이기에 송여준은 매우 바쁠 것이다.

평소 학교에 문제가 생길 때면 항상 유하늘이 나서서 처리했다.

유하늘은 떠나기 전 엄마로서 마지막으로 송우주의 일을 처리하려고 했다.

그리고 송우주 홀로 학교에서 선생님과 다른 친구의 학부모들을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다.

유하늘은 단호히 학교로 향했다.

그녀는 차에서 내린 뒤 곧장 김재영의 사무실로 향했다.

유하늘은 송우주가 홀로 처량하게 있을 모습을 상상하고는 본능적으로 걸음에 박차를 가했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탄산수처럼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주도 아무 이유 없이 화를 낸 건 아니에요. 우주는 숙제를 하지 않은 일로 선생님한테 혼나서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다운이가 우주 옆에서 우주는 칭찬 스티커를 받지 못했다고 비웃어서 싸움이 난 거잖아요. 그러니까 우주가 일방적으로 잘못한 건 아니죠. 다운이 아버님, 안 그런가요?”

유하늘은 그 말을 듣고 흠칫했다.

앞으로 나선 그녀는 안의 상황을 보는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그 말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권아람이었다.

권아람은 튜브톱 원피스에 흰색 머리띠로 반묶음을 하고 있었다. 아주 우아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뒷모습이었다.

그리고 송여준은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넓은 어깨와 가는 허리가 돋보였다. 송여준과 권아람은 함께 나란히 서 있었다.

유하늘이 정성껏 키운 송우주는 권아람의 손을 잡고 그녀의 몸에 기대어 서 있었다.

세 사람은 아주 단란한 가족 같아 보였다.

상대방 아이의 부모님은 권아람의 말에 수긍한 것인지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

권아람은 시선을 내려뜨리고 웃으면서 송우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주야, 다운이한테 사과해야지. 응?”

송우주는 입을 비죽이다가 순순히 사과했고 그렇게 두 집안 사람들은 화해를 했다.

옆에서 구경하던 선생님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감탄하는 눈빛으로 권아람을 바라보았다.

“우주 어머님, 정말 훌륭한 교육 방식을 가지고 계시네요. 우주는 아까까지만 해도 절대 사과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머님이 오셔서 몇 마디 하니까 바로 사과를 하네요.”

송여준은 살짝 굳은 얼굴로 미간을 찌푸렸다.

“이쪽은 우주 엄마가 아니...”

옆에 있던 이다운의 아버지가 웃으면서 송여준의 말허리를 잘랐다.

“우주 아버님, 이렇게 현명한 아내를 두셔서 참 행복하시겠어요. 기가 센 저희 와이프랑은 전혀 다르네요. 두 분 정말 잘 어울리세요. 앞으로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세요.”

송여준의 눈빛에 언짢음이 스쳤다. 그는 정색하며 말했다.

“이쪽은 우주 엄마가 아닙니다.”

권아람은 표정이 살짝 굳더니 송우주를 안았다.

송우주는 곧바로 큰 목소리로 말했다.

“아람 이모가 우리 엄마는 아니지만 우리 엄마보다 훨씬 나아요.”

순간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송여준은 어두운 눈빛으로 경고하듯 송우주를 바라보았다.

멀리서 그들을 지켜보던 유하늘은 또다시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유하늘은 괴로운 얼굴로 문틀을 짚으며 그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마치 만신창이가 된, 영양분을 얻지 못한 채 병들어 시들어가는 꽃과 같았다.

그리고 지금껏 가족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 모두 그녀를 떠나 권아람이라는 아름다운 장미 곁으로 가려고 했다.

이때 고개를 돌린 송우주가 권아람의 뒤쪽에 있는 유하늘을 발견했다.

“엄마!”

송우주는 크게 소리를 지르면서 권아람을 내버려두고 문밖으로 달려 나왔다.

그리고 송여준도 유하늘을 발견하고는 망설임 없이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그 광경에 유하늘은 조금 당황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송우주가 유하늘의 옷자락을 힘주어 쥐면서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

“다 엄마 탓이에요! 어젯밤에 왜 숙제하라고 하지 않은 거예요? 엄마가 숙제하라고 시켰으면 저도 칭찬 스티커 받을 수 있었다고요! 그랬다면 이다운에게 놀림당할 일도, 이다운이랑 싸울 일도 없었을 거예요. 전부 엄마 탓이에요!”

송우주는 유하늘을 앞으로 잡아당긴 뒤 다시 뒤로 밀었다.

아이긴 하지만 힘이 꽤 셌다.

유하늘은 몸이 좋지 않았고 머리도 어지러워서 송우주에게 밀쳐져 뒷걸음치다 넘어질 뻔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누군가 그녀를 품에 앉았다.

따뜻한 품에 안기게 된 유하늘은 고개를 돌려 송여준을 바라보았고, 송여준은 고개 숙여 차가운 눈빛으로 송우주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그를 혼냈다.

“엄마한테 사과해. 어떻게 엄마한테 이렇게 무례하게 굴 수가 있어? 엄마를 존중해야지. 그리고 너도 다 컸는데 숙제는 자기가 알아서 해야지. 엄마가 시켜야 할 거야?”

송여준은 송우주에게 언제나 엄격했다.

송우주는 송여준이 화를 내는 걸 매우 무서워했기에 곧바로 몸을 떨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송우주는 입을 삐죽 내밀고 사과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하늘은 중심을 잡은 뒤 송여준을 살짝 밀어냈다.

송여준은 유하늘이 오늘따라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고 고개를 돌려 걱정스러운 얼굴로 유하늘을 바라보았다.

“괜찮아?”

유하늘은 고개를 끄덕였다.

송여준은 유하늘을 달래려는 듯 그녀의 손을 잡은 뒤 낮은 목소리로 명령했다.

“송우주, 사과해!”

송우주는 몸을 흠칫 떨었다.

뒤에 서 있던 권아람의 눈이 번득였다. 그녀는 송여준과 유하늘의 깍지 낀 손을 아주 잠깐 바라본 뒤 이내 시선을 거두어들이고 웃으면서 그들에게 다가갔다.

“여준 씨, 왜 큰소리를 치고 그래? 우주는 선생님한테 혼난 데다가 친구랑 싸워서 기분이 안 좋았을 테니 짜증을 부릴 만도 하지. 우주 엄마도 마음에 두지 않을 거야. 그렇죠, 우주 엄마?”

유하늘은 시선을 들어 권아람과 눈을 맞추었다.

가까이 있으니 권아람에게서 옅은 감귤 향이 났다. 어젯밤 송여준의 몸에서 나던 향과 똑같은 향이었다.

심장이 쿵 내려앉은 유하늘은 본능적으로 송여준의 손을 뿌리쳤고, 권아람은 유하늘이 대꾸하지 않는데도 개의치 않고 눈을 접어 웃으며 말했다.

“여준 씨, 나랑 우주 엄마 오늘 처음 만나는 건데 소개해 줘야지.”

송여준은 흠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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