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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ผู้เขียน: 봄은어디
유하늘은 창백해진 얼굴로 조용히 송여준을 바라보았다.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자신이 사랑하지 않는 아내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

그녀가 송여준이었어도 난감했을 것이다.

송여준은 유하늘과 눈을 맞춘 뒤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설명했다.

“이쪽은 권아람이야. 나랑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송여준은 잠깐 뜸을 들였다.

“친구야.”

유하늘의 착각일까? 친구라고 말할 때 송여준은 굉장히 어색해했다.

유하늘은 몸을 살짝 떨면서 애써 태연한 척했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어? 그러면 소꿉친구야?”

권아람은 웃으며 말했다.

“아니요. 우리는 스무 살 때 알게 됐어요. 그때...”

권아람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입을 가리며 우아하게 웃었다.

“여준 씨 헤어스타일 진짜 웃겼어요. 가르마가 진짜 대박이었는데 학교에 가면 다들 뒤를 돌아볼 정도였어요.”

송여준은 못 말린다는 듯이 말했다.

“또 그 얘기를 하는 거야?”

“뭐 어때? 나한테 그때 사진도 있는데. 그러니까 나 화나게 하지 마. 나 화나게 하면 우주 엄마한테 그 사진 보여줄 거야!”

권아람이 웃으면서 흰 손을 뻗어 송여준의 팔을 툭툭 쳤다.

송우주가 달려와 권아람을 안으며 웃으면서 말했다.

“아람 이모, 그거 어떤 사진이에요? 저도 볼래요!”

그 광경에 유하늘은 마음이 불편해졌다.

누구든 그 모습을 보았다면 송우주, 송여준, 권아람을 가족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권아람은 송우주의 보드라운 뺨을 어루만지며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거렸다.

“다음에 몰래 보여줄게.”

송여준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시선을 돌려 유하늘을 보려고 했으나 유하늘은 바람 한 번 불면 날아갈 것처럼 가녀린 모습으로 돌아서서 그곳을 떠나고 있었다.

송여준은 유하늘을 따라잡은 뒤 그녀를 붙잡았다.

“왜 그래? 우주 때문에 화가 나서 그래? 내가 타이를게. 저녁에 돌아가면 너한테 사과하게 할게.”

유하늘은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준 거 봤어?”

송여준은 어리둥절해했다.

“뭐?”

송여준이 편지를 본 것 같지 않자 유하늘은 웃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난 이만 돌아가 볼게. 저녁에 서재 꼭 가봐.”

“내가 집까지 바래다줄게.”

송여준이 손을 들어 길 맞은편에 있던 운전기사에게 차를 끌고 오게 했다.

그러나 유하늘은 차에 타지 않았고 송여준의 손을 뿌리친 뒤 택시를 타고 떠났다.

송여준은 그 자리에 서서 멀어지는 택시를 바라보았다.

그때 뒤에서 권아람이 다가와 그에게 말을 건넸고, 유하늘은 그들을 힐끗 보았다.

권아람이 무슨 얘기를 했는지 송여준은 웃어 보였고 두 사람은 아주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다시 고개를 돌린 유하늘은 손바닥이 아픈 걸 느꼈다. 손바닥을 펼쳐보니 그제야 손톱 모양으로 멍이 든 게 보였다.

유하늘은 더 이상 두 사람을 바라보지 않고 결연히 그곳을 떠났다.

돌아간 뒤엔 의사에게서 전화가 와서 이틀 뒤 병원에서 검진을 받아보라고 했다.

유하늘은 이 도시에 오래 있고 싶지 않았으나 검사를 받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고 대부분이 타지에 가려면 반드시 비행기를 타야만 하는 노인들이었다.

유하늘처럼 중병 환자라서 검사를 받아야 하는 사람은 수백 명 중 겨우 한 명이었다.

유하늘은 호텔로 돌아간 뒤 송여준의 번호를 삭제했다.

오후 다섯 시, 송우주는 운전기사가 운전하는 차에 앉아 집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송우주는 곧바로 가방을 내려놓고 안으로 들어가서 큰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저 지금 당장 숙제할래요. 저 선생님한테 또 혼나기 싫어요. 저 숙제할래요!”

송우주는 어제 숙제를 하지 않고 논 것이 후회되었다.

그리고 여덟 시에 엄마가 숙제하고 일찍 자라고 말해주지 않은 것이 원망스러웠다.

비록 엄마는 짜증 나는 사람이었고 즐겁게 놀고 있을 때 여러 가지 잔소리를 하지만 엄마의 말대로 하지 않는다면 칭찬 스티커를 받지 못할 것이고 다른 친구들처럼 성적이 좋을 수도 없었다.

송우주는 친구들에게 놀림당하기 싫었다.

송우주는 위층으로 후다닥 올라가 이 방 저 방 다 들어가 보았으나 유하늘은 어디에도 없었다.

“집사님, 엄마는요?”

집사가 주방에서 나왔다.

“사모님은 못 봤어요. 볼일이 있어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은 건 아닐까요? 도련님, 계란찜 드시겠어요?”

송우주는 입을 비죽였다.

“집사님이 한 건 우리 엄마가 한 것보다 맛없어요. 됐어요.”

송우주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게임기로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 놀다가 결국엔 게임에 집중하지 못하며 시간을 보더니 서재에서 숙제를 꺼냈다.

송우주는 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투덜댔다.

“숙제일 뿐이잖아.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어.”

그러나 혼자 하기 어려웠다.

문제를 풀어야 하는 데 가르쳐줄 사람이 없었고, 눈이 아플 때 마사지를 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습관적으로 고개를 들고 입을 벌리면 과일을 먹여줄 사람이 없었다.

송우주는 씩씩대며 집사와 가정부를 찾아갔다.

그러나 집사는 글을 읽지 못했고 가정부는 영어를 하지 못했으며 눈을 마사지하는 법도 몰랐다.

과일은 다 잘라놓았지만 언제 어느 타이밍에 송우주에게 먹여줘야 하는지도 몰랐다.

송우주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예전에 엄마랑 함께 발코니에 앉아서 바람을 쐬며 숙제할 때는 아주 행복했었다. 싫어하지 않고 숙제를 즐겁게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결국 견디다 못한 송우주가 말했다.

“엄마한테 전화해야겠어요!”

집사는 서둘러 그의 스마트워치를 가져왔다.

연결음이 오랫동안 울리고 나서야 유하늘이 전화를 받았고, 송우주는 곧바로 따져 물었다.

“엄마, 어디예요? 왜 아직도 안 와요?”

유하늘은 잠깐 침묵한 뒤 덤덤히 말했다.

“무슨 일이야?”

“저랑 같이 숙제해 줘야죠! 저 엄마 기다리고 있다고요. 내일 제가 선생님한테 또 혼나길 바라는 건 아니죠? 얼른 집에 와요.”

송우주가 재촉했다.

휴대전화를 꼭 쥔 유하늘의 표정이 서서히 차가워졌다.

그녀가 심혈을 기울여 키운 아이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예의 바른 척하고, 다른 사람들이 없을 때는 그녀에게 짜증을 냈다.

처음부터 끝까지 유하늘은 한 번도 존중받은 적이 없었다.

유하늘이 반문했다.

“너 아람 이모 좋아하잖아. 물어볼 거 있으면 아람 이모한테 물어봐. 나한테 물어보지 말고.”

유하늘은 전화를 끊었다.

송우주는 스마트워치를 쥔 채로 넋이 나갔다. 그는 엄마가 자신한테 이토록 냉담하게 굴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1층에서 차가 멈추는 소리가 들려왔다.

송우주는 곧바로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송여준에게 고자질했다.

송여준은 그 말을 듣더니 송우주를 내려다보면서 차갑게 말했다.

“네가 엄마를 화나게 해서 그런 거잖아. 엄마는 아빠가 찾으러 갈 테니까 엄마 돌아오면 제대로 사과해야 해. 알겠지?”

송우주는 알겠다고 짧게 대답한 뒤 내키지 않는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30분 뒤, 누군가 유하늘이 묵는 호텔방 문을 두드렸다.

유하늘은 호텔 직원인 줄 알고 문을 열었다.

그래서 한결같이 새까만 눈동자를 보았을 때 잠깐 당황했다.

“나...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안 거야?”

송여준은 음식을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밥 먹었어? 나 만둣국 사 왔는데. 혹시 모자랄까 봐 네가 좋아하는 김자반도 따로 더 챙겨왔어. 뜨거울 때 먹어.”

송여준은 출근했을 때 입은 구김 하나 없는 정장을 입고 있었다. 그것은 유하늘이 다려준 옷이었다.

송여준은 겉옷을 벗고 방 안을 쭉 둘러보더니 소매를 걷어붙이고 유하늘이 옷걸이에 걸어 놓은 재킷을 챙기고 캐리어를 다시 열었다.

“나랑 같이 돌아가자. 여기서 지내면 불편하잖아. 우주도 가르쳐야 하고 말이야. 돌아가서 우리 같이 우주 혼쭐 내자. 이런 방법으로 화풀이하지는 마.”

유하늘은 송여준이 쭈그리고 앉아 짐을 챙기는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눈물을 떨궜다.

그러나 그녀는 이내 고개를 틀면서 눈물을 닦았다.

“서재 책상 위에 둔 거 아직 안 봤어?”

송여준은 멈칫하며 다시 고개를 들었다.

“뭐? 뭘 뒀는데? 오늘 그 얘기만 두 번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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