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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hor: 봄은어디
유하늘은 푹신한 침대 위에 눕게 되었다. 그녀는 송여준을 밀어내기도 전에 그의 우디 향이 가득 느껴지는 품에 안기게 되었다.

그것은 유하늘이 가장 좋아하는 향이었다.

그녀가 별 뜻 없이 한 말 한마디에 송여준은 그 향수를 무려 7년 동안 썼다.

이틀 전이었다면 유하늘은 그들이 부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송여준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절대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괜찮아. 긴장 풀어.”

송여준은 부드럽게 말하며 유하늘의 손에 깍지를 꼈다.

손바닥이 서로 맞닿았고 송여준은 유하늘의 목 언저리에 키스마크를 남겼다.

그러다 송여준의 뜨거운 손이 등에 닿는 순간, 유하늘은 몸을 흠칫 떨면서 정신이 번쩍 들어 송여준을 힘껏 밀어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난 뒤 괴로움을 견디며 말했다.

“나 몸 안 좋아. 안 하고 싶어.”

말을 마친 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간 뒤 방문을 쾅 닫았다.

송여준은 눈살을 찌푸린 채 굳게 닫힌 방문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

유하늘은 옆방으로 향했다.

거실을 지날 때 송우주가 그녀를 불렀으나 유하늘은 대꾸하지 않았다.

유하늘은 휴대전화를 들고 떨리는 손으로 SNS를 확인했다. SNS 속 그녀의 가족관계등록부가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것은 유하늘이 며칠 전 올린 사진이었는데 거기에 그녀와 송여준의 결혼 7주년 기념일이 적혀 있었다.

유하늘은 9월 9일, 그들이 결혼한 그날을 기억했다. 그날은 아주 뜻깊은 날이었다.

그날 유하늘은 송여준과 함께 구청에 혼인신고를 하러 간 뒤 바로 결혼식장으로 달려갔다.

그 뒤 홍이수가 그들을 대신하여 가족관계등록부를 수령해서 전달해 주었고 그들에게 축복의 말도 건넸다.

유하늘이 올린 게시글 아래 홍이수는 ‘좋아요’를 누르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라는 댓글도 남겼다.

이때 권아람은 이미 돌아왔을 것이다.

홍이수는 그녀의 가족관계등록부를 보고 유하늘을 바보 같은 여자라고, 7년 동안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다고 비웃었을 것이다.

유하늘은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억지로 눈물을 삼켰다.

‘내가 눈이 삐었지. 7년이나 속았으면 충분해.’

앞으로 유하늘은 그들의 인생에서 완벽히 사라져서 오빠와 함께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즐길 것이다.

그녀는 송여준이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살 수 있도록 그의 인생에서 빠져줄 것이다.

유하늘은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자러 가려고 했는데 때마침 의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유하늘 씨, 유하늘 씨 검사결과지를 확인해 봤는데 뇌종양 발견 시점이 너무 늦었고 또 아무런 치료도 받으신 적이 없어서 지금 몸으로는 비행기뿐만 아니라 배도 타실 수 없어요.”

유하늘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죠? 배도 탈 수 없다고요?”

“네. 우선 유하늘 씨는 항암 치료를 받으신 적이 없어서 몸이 버틸 수가 없을 거예요. 그리고 유하늘 씨의 출국 경로에 해발이 높은 지역이 포함돼 있어 뇌종양 증상을 유발할 수가 있어요.”

의사는 엄숙하게 말했다.

유하늘은 휴대전화를 꽉 쥔 채로 실망한 듯 물었다.

“비행기도, 배도 탈 수 없으면 어떻게 떠나죠?”

의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꼭 떠나셔야 하나요?”

유하늘은 입술을 깨물었다.

송여준이 진짜 사랑하는 여자가 돌아왔는데 여기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여기 있어 봤자 집에서 쫓겨나고, 남편과 아들에게 버림받을 것이니 말이다.

유하늘은 부드럽지만 결연한 어조로 말했다.

“네. 떠나야 해요. 그러니까 꼭 좀 도와주세요. 돈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의사는 한숨을 쉬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면 10일 간의 치료 계획을 짜드릴게요. 만약 1차 치료를 받은 뒤 효과가 괜찮으면 떠날 수 있을 거예요. 어쩌면 비행기를 탈 수 있을지도 몰라요.”

10일...

유하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사실 유하늘은 이곳에서 단 하루도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10일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의사가 그렇게 말했으니 협조할 수밖에 없었다.

...

다음 날, 유하늘이 밖으로 나왔을 때 거실에서는 음식 냄새가 풍겼다.

송여준은 송우주의 손을 쳐내면서 그를 혼냈다.

“엄마 아직 안 깼어. 엄마 나오고 먹어.”

송우주는 손을 주무르면서 입을 비죽이다가 자리에 앉았다.

유하늘은 문고리를 꽉 쥐었다. 그들이 아직 떠나지 않았을 줄은 몰랐다.

“두 사람 다 이제 그만 돌아가면 안 돼?”

송여준은 당황했다. 그러나 그는 이내 다가가서 유하늘을 붙잡고 다정한 목소리로 그녀를 달랬다.

“어제 우주가 잘못한 거 나도 알아. 우주 혼내는 건 당연한 일이지. 그런데 너 요즘 많이 피곤했잖아. 몸도 많이 안 좋았고. 걱정돼서 너 혼자 이곳에 두고 갈 수가 없어.”

유하늘은 멈칫했다. 그녀는 송여준이 계속 이곳에 있으려고 할 줄은 몰랐다.

유하늘은 몸을 틀면서 시선을 내려뜨렸다.

“돌아가지 않겠다면 나도 다시는 그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야.”

“너...”

송여준의 눈빛에서 부드러움이 사라졌다. 그는 유하늘이 왜 이토록 고집을 부리는지, 왜 아이와 끝까지 싸우려고 하는지 알지 못했다.

유하늘은 겉옷을 들면서 조깅하러 가는 척했다.

“나 돌아올 때쯤에 음식이랑 쓰레기 다 치우고 가.”

송우주는 계속 유하늘을 바라보았고, 유하늘이 자신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자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했다.

“엄마!”

유하늘은 송우주를 무시하고 문을 닫고 나갔고, 송여준과 송우주는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송여준은 이내 표정이 차가워지며 송우주를 혼냈다.

“달걀이랑 우유만 먹고 등교해. 오늘 저녁에 엄마를 잘 달래서 집으로 돌아오게 해. 그렇지 않으면 너도 돌아오지 마!”

송우주는 감히 반항하지 못하고 울 듯 말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있던 가정부가 송우주의 책가방을 정리해 준 뒤 그를 데리고 학교로 갔고, 송여준도 회사로 향했다.

유하늘이 밖에서 두 시간 동안 있다가 다시 호텔로 돌아왔을 때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곧바로 프런트 데스크로 가서 방을 바꾼 뒤 병원으로 향해 의사와 함께 치료 방법에 대해 의논했다.

저녁 5, 6시쯤 유하늘이 호텔로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집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집사가 초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모님, 지금 어디 계세요? 어서 돌아오세요! 도련님께서 지금 아프신데 대표님이랑 연락이 안 돼요!”

유하늘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으나 그녀는 끝내 거절했다.

“주치의한테 연락하세요. 전 의사가 아니라서 치료는 못 해요.”

“하, 하지만 도련님께서 정신을 잃으셨는걸요. 게다가 계속 식은땀을 흘리며 엄마를 찾고 있어요.”

집사의 말에 유하늘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숨을 내뱉었다.

“절 찾은 게 확실한가요? 다른 사람이 아니라요?”

집사는 자기도 모르게 당황했다.

그는 황급히 옆에서 자신이 연기하는 걸 감시하고 있는 송우주를 바라보다가 유하늘의 질문에 더듬대며 대답했다.

“사, 사모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사모님은 도련님 어머니인데 도련님이 사모님이 아니면 누구를...”

유하늘이 바로 전화를 끊었다.

송우주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엄마 안 온대요?”

집사는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송우주는 화가 나서 얼굴이 벌게지더니 주먹까지 움켜쥐었다.

“엄마는 변했어요! 어떻게 저를 하나도 걱정하지 않을 수가 있어요? 학교에서 겨우 몇 마디 한 것 가지고 정말 속 좁게 구네요!”

집사는 황급히 그를 막았다.

“그만 말씀하세요, 도련님! 대표님께서 아시면 또 화내실 거예요.”

송우주는 매우 화가 나서 의자에 앉은 채 콧방귀를 뀌다가 휴대전화를 꺼냈다.

“엄마가 집에 없으니까 아람 이모한테 전화해야겠어요. 아람 이모한테 같이 숙제 해달라고 하면 되죠. 저도 굳이 엄마가 옆에 있어 줄 필요는 없어요!”

이때 유하늘은 이미 리헬 그룹에 도착하여 송여준을 찾아가서 사직서를 건넸다.

송여준은 사직서 오른쪽 아랫부분에 단정한 글씨체로 유하늘의 이름이 적힌 걸 보았다.

그는 시선을 들며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회사에 한직으로 있는 건데 왜 갑자기 그만두려는 거야?”

유하늘이 주먹을 꽉 쥐면서 핑계를 생각하고 있는데 송여준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

유하늘은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같은 시각, 사무실 밖에서 하이힐과 바닥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준 씨, 방금 우주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지금 우주 집에 혼자 있대. 그래서 일단 내가 집으로 가서...”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온 권아람이 유하늘을 보고 흠칫했다.

유하늘은 창백한 얼굴로 언제나 파문 하나 일지 않던 송여준의 눈동자에 긴장과 불안이 번져가는 걸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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