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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hor: 봄은어디
유하늘의 속눈썹이 떨렸다.

조금 전 권아람은 마치 남편에게 아이의 상황을 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했다.

켄다 별장은 유하늘과 송여준이 7년동안 함께 산 곳이었다. 그러나 권아람은 마치 그곳이 자기 집인 것처럼 말했다.

그리고 송우주는 유하늘이 자신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면서 아프다는 거짓말로 그녀를 속여 집으로 돌아가게 만들려고 했다.

유하늘의 마음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송여준의 표정이 굳었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걱정스럽게 말했다.

“하늘아, 아람이가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이유는...”

“하늘 씨, 오해하지 마세요. 저는 박수담 비서님 대신해서 잠깐 일하는 것뿐이에요. 박 비서님 집안에 처리해야 할 문제가 생겨서 제가 박 비서님 대신 며칠 동안 여준 씨를 돕기로 했어요.”

권아람이 송여준의 말을 가로챘다. 그녀는 유하늘에게 다가가서 살갑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진짜예요.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언제 오해했다고 했나요?”

유하늘이 그렇게 되물으며 힘껏 손을 빼냈다.

권아람의 표정이 살짝 미묘해졌으나 그녀는 이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까 우주가 저한테 전화해서 하늘 씨가 집에 돌아가서 우주 숙제하는 거 도와주지 않으려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문제를 다 풀지 못하면 내일 선생님한테 또 혼나게 될 거라던데... 하늘 씨, 우주 이제 그만 용서해 주시면 안 돼요? 우주 학업도 중요하잖아요...”

“그만해. 하늘이 탓하지 마.”

송여준이 갑자기 입을 열며 권아람의 말허리를 잘랐다.

그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유하늘을 바라보면서 단호히 말했다.

“일 그만두는 거는 내일 다시 얘기하자. 오늘은 너무 늦었어. 일단 내가 바래다줄게.”

유하늘은 이명을 들었다. 그리고 이제 곧 구역질이 날 것이다.

매번 감정이 요동칠 때마다 몸도 반응을 보였다.

유하늘은 애써 마음을 가다듬은 뒤 말했다.

“내일 다시 올 테니까 사표 수리하는 거 잊지 마.”

“하늘아.”

송여준이 유하늘을 잡으려고 했다. 그의 손끝이 유하늘이 입은 겉옷을 살짝 스치며 서늘한 기운만 남았다.

유하늘은 아주 빠르게 걸었다. 그녀는 그들의 말을 단 한마디도 듣고 싶지 않았다.

유하늘은 밖으로 나갈 때 옆 사무실을 힐끔 보았다.

유하늘은 회사에 오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으나 박수담의 사무실이 복도 끝 쪽에 있다는 건 기억하고 있었다. 송여준이 옆 사무실에서 들리는 소리에 방해받는 걸 싫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그의 옆 사무실에 대표 비서 권아람이라고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겨우 며칠 도와주는 것뿐이라면서.’

유하늘은 속으로 헛웃음을 치면서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서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바로 이때 집사에게서 영상통화가 걸려 왔다.

전화를 받은 유하늘은 송우주가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엉엉 우는 걸 보았다.

“사모님, 얼른 돌아오세요! 도련님 이번에 정말 다치셨어요!”

1분 뒤, 유하늘은 엘리베이터에서 뛰쳐나갔다.

유하늘은 걸음에 박차를 가해서 달리기 시작했고, 귓가를 스치는 바람과 함께 몇 년 전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송우주는 겨우 세 살이었는데 유하늘과 함께 마당에서 게임을 하다가 실수로 다쳐 머리에서 피를 흘렸었다.

유하늘은 스스로를 자책하며 송우주를 안은 채로 울면서 병원까지 달려갔다.

의사가 상처를 꿰매줄 때 송우주는 울지도 않았고 난리를 치지도 않았다. 오히려 아파서 온몸을 덜덜 떨면서도 손을 뻗어 유하늘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송우주가 말했다.

“엄마, 울지 말아요. 우주는 엄마를 사랑해요.”

송우주가 오늘 또 똑같은 곳을 다쳤다는 생각에 유하늘의 눈가에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유하늘은 지금의 송우주는 거절할 수 있었지만 그녀의 기억 속 세 살배기 송우주는 거절할 수 없었다.

...

켄다 별장은 환히 밝혀져 있었다.

유하늘은 그곳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공기 속 피비린내를 맡았다.

의사는 이제 막 처치를 마쳤고 송우주는 훌쩍거리고 있었다.

유하늘이 온 걸 보자 송우주는 더욱 크게 울었다.

“엄마, 저 죽을 뻔했어요. 저 죽을 뻔하니까 이제야 돌아오는 거예요?”

유하늘이 빠르게 달려갔다.

“안 죽어. 우리 우주가 왜 죽어? 어서 상처 좀 봐봐.”

송우주는 얌전히 유하늘에게 다가갔다.

단순히 피부가 찢긴 것뿐인데 살짝 깊게 찢겨서 심각해 보였던 것이었다.

유하늘이 안도하며 송우주의 상처에 호 해주려는데 갑자기 송우주가 그녀를 밀어냈다.

“아람 이모!”

유하늘은 당황했다.

송우주는 상처도 신경 쓰지 않고 달려가서 권아람의 품에 안기더니 훌쩍대며 애교를 부렸다.

“이모, 저 이마 찢어졌어요. 너무 아파요. 이모, 호 해주면 안 돼요? 이모가 호 해주면 안 아플 것 같아요.”

권아람은 안쓰러운 듯 송우주를 안아주며 송우주의 이마에 바람을 불어 주었다.

“우주 착하지? 이모가 호 해줄게. 이제 조금 나아졌지?”

“네! 이모가 호 해주니까 별로 안 아파요.”

송우주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유하늘은 안색이 창백해지면서 속이 울렁거렸다.

권아람은 애정 어린 표정으로 송우주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시선을 들어 유하늘을 바라볼 때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늘 씨, 저 여기로 올 때 우주를 위해서 진통제를 샀거든요. 만약 내일 우주가 또 아파한다면 꼭 먹이세요. 아이들도 먹을 수 있는 거라 내성 생길까 봐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권아람은 마치 사람을 부리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유하늘의 눈빛이 더 차가워졌다.

“전 여기서 안 사니까 다른 사람한테 얘기하세요.”

“어...”

집사는 난감한 표정으로 손을 가만두지 못했다. 그가 어떻게 두 사람 사이의 기묘한 분위기를 풀지 고민하고 있을 때 마침 송여준이 주차를 해두고 안으로 들어왔다.

송우주는 송여준이 상처를 살펴보게 한 뒤 유하늘을 곁눈질하면서 무례하게 말했다.

“엄마, 어서 가서 과일 씻어요. 아빠랑 아람 이모 다 포도 좋아해요. 그리고 저는 사과 먹을래요!”

송우주가 말을 마치자마자 송여준이 송우주의 뒤통수를 때렸다.

“지금 누구한테 명령하는 거야? 송우주, 너 요즘 엄마한테 점점 더 버릇없이 구네. 당장 사과해.”

권아람은 황급히 송우주의 편을 들면서 동의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직 어려서 그래. 게다가 우주 방금 다쳤는데 그러지 마...”

유하늘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몸을 돌려 소파에서 가방을 집어 들었다. 그런데 고개를 숙이는 순간 하마터면 토할 뻔했다.

두개 내압이 상승한 탓이었다. 유하늘은 속이 울렁거리는 걸 참으며 빠르게 밖으로 나갔다.

“하늘아, 괜찮아?”

송여준이 유하늘을 붙잡으며 권아람을 바라보았다.

“넌 돌아가. 우리 집안일에 괜히 끼어들지 마. 그리고 앞으로 우리 집에 오지 마.”

권아람이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표정이 확 달라졌다.

송여준은 고개를 돌리더니 혹시라도 유하늘이 놀랄까 봐 걱정되는 듯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늘아, 너 안색이 너무 안 좋아. 내가 병원으로 데려다줄게.”

송여준은 그렇게 말하며 유하늘을 끌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갑자기 구역질이 치밀어오른 유하늘은 결국 참지 못하고 송여준을 밀어낸 뒤 입을 틀어막고 위층 화장실로 향했다.

유하늘은 변기 앞에 무릎을 꿇고 신물을 게워 냈다.

구역질하는 소리가 아래층까지 들려오자 송여준은 걱정되는 얼굴로 빠르게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러자 갑자기 등 뒤에서 권아람의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준 씨...”

송여준이 걸음을 멈추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왜 그래?”

송우주는 이마의 상처를 신경 쓰지 않고 황급히 권아람을 부축했다.

“아람 이모, 괜찮아요?”

권아람은 휘청거리다가 소파에 털썩 주저앉더니 점점 더 가쁘게 숨을 쉬었다.

그녀는 가슴께를 누르며 힘겹게 말했다.

“나, 나 심장이... 아파. 너무 아파...”

집사는 혀를 찼다.

“아람 씨 심장병 있다고 하셨죠? 혹시 또 심장에 문제가 생긴 걸까요? 대표님, 어떡해요?”

위층에서는 유하늘이 구토를 마친 뒤 입을 헹궜다. 그녀는 화장실 문을 열자마자 송우주가 다급한 얼굴로 달려가 송여준의 옷자락을 잡는 걸 보았다.

“엄마는 그냥 속이 안 좋은 것뿐이잖아요. 예전에도 자주 그랬는데 신경 쓰지 말아요. 아람 이모는 당장 병원에 가지 않으면 죽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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