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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Author: 쌍춘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8-07 16:21:16

천사가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푸른 공간 전체가 흔들리며 눈앞에 새로운 홀로그램 창이 떠올랐다.

[환생 프로세스 시작]

[보유 선행 포인트: 1,201,633 포인트 → 라티아스-β 선택 비용 700,000 포인트 차감]

[잔여 포인트: 501,633 포인트]

홀로그램이 또 한 번 바뀌며 내 앞에 캐릭터 생성창 같은 게 떴다.

[현재 육체 옵션: ‘빙의형’ 선택됨 → 현지인의 몸에 영혼 결합(이나엘 강제 선택)]

[환생 연령: 성격이 비슷반 20대 남성]

“갓난아기때부터 다시 사는건...솔직히 너무 재미없죠?”

천사가 윙크를 하며 말했다.

“음...기저귀부터 다시 시작하는 건 아무래도..."

“걱정 마세요. 비슷한 연령대의 몸을 골라놨어요.

원하시면 완전 새 얼굴로도 바꿔드릴 수 있고,

기존 몸의 얼굴을 조금 손보는 방법도 있어요.”

“얼굴 손보기요?”

“그렇죠. 혹시 요구하시는 이미지 있으세요?

키? 얼굴? 체형? 분위기? 인상?”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대충 둘러댔다.

“그렇게 화려할 필요는 없어요. 신뢰감 있고, 사람들에게 편안함 주는 얼굴이면 좋겠어요.”

천사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어깨를 들썩이며 감동받은 척했다.

“세상에...외모 보정에 편안한 얼굴을 원하는 분은 처음 봤어요.”

“뭐, 너무 잘생기면 부담스럽잖아요.”

“흠흠, 정말 재미없...이 아니라, 착한 사람 포스가 뚝뚝 흐르네요.”

천사가 외모 설정창을 쓱쓱 손가락으로 조정하자

내 얼굴이 3D 모델링처럼 여러 버전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 잘생김(인기 폭발! → 250,000 포인트)

– 상급(인기 많음 → 200,000 포인트)

– 중상급(무난하게 인기 있음 → 150,000 포인트)

– 평범(본인의 행동에 따라 인기가 결정됨 → 100,000 포인트)

......

– 하급(딱히 인기 없음 → 10,000 포인트)

– 못생김(인기 아예 없음 → 무료)

“이거요.”

나는 네 번째를 선택했다.

→ [외모 보정 완료: 100,000 포인트 사용]

→ [잔여 포인트: 401,633]

“오오~ 좋은 선택이에요.

라티아스-β에선 얼굴이 너무 잘생기면 피곤하고,

너무 못생기면 몬스터가 더 달려들어서 사망 확률이 높아져요~”

“...예?”

"크흠, 다음으로 넘어 갈까요?"

천사는 헛기침 후에 손가락을 튕겼다.

곧, 화면 중앙에 새로운 패널이 떴다.

“이제 능력 부분이에요!

대부분 환생자들은 전투력, 재능, 신체 능력 등등을 골라요. 혹시 원하는 능력 있으세요?”

“저는...”

잠시 생각을 하던 나는 숨을 크게 들이켰다.

“그냥 남에게 도움이 되는 능력?”

천사가 말문이 턱 막힌 표정이었다.

“남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느낌이요.”

천사는 입술을 꾹 깨물더니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상담원이 아닌, 진짜 천사같은 표정이었다.

“정말, 그런 마음에서 선택하시는 건가요?”

“네.”

천사는 한동안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갑자기 양손을 펼쳤다.

“알겠습니다. 이건 정말 귀한 능력이에요.”

홀로그램이 황금빛으로 변했다.

[능력 보정: 400,000 포인트 사용]

[특수 능력군(지원 계열)]

[지원 계열 능력: ‘버프(Buff)’]

[잔여 포인트: 1,633 → 능력치 랜덤 부여 사용]

[포인트 소모 완료]

패널에 쓰인 글자를 보자마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버프? 이게 좋은 건가요?”

“그럼요! 이 세계에서 버퍼는 당신이 최초랍니다. 보통 사람은 이런 재미없...아니, 남에게 도움이 되는 능력은 선택하지 않으니까요."

천사가 슬쩍 미소를 지었다.

“이 능력, 진짜 제대로 쓰면 나라 하나도 바꿀 수 있어요.”

“...생각보다 쎄네요?”

“본인이 약하다고 느끼기 쉬운 능력이긴 한데...

정말 잘 쓰면 ‘사기’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능력입니다.”

천사는 그 말을 끝으로 손을 뻗었다.

내 주변이 금빛으로 물들더니, 곧 시야가 점점 깜깜해졌다.

“그럼, 호구님의 새로운 몸으로 바로 빙의 들어가겠습니다?"

“새 몸이요? 지금 바로?”

“현지 나이 26세. 외형은 아까 보정한 그대로. 뭐,가보시면 이것저것 알거에요.”

빛이 완전히 나를 삼키기 직전, 천사는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이번 생은 제가 즐겁게 해드릴테니 기대하세욧♡”

--

정신이 번쩍 들었다.

차갑고 축축한 공기.

금속 끼리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누군가의 거친 숨소리.

나는 본능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는 어둡고 음습한 거대한 동굴 안 이었다.

벽 곳곳에 달라붙은 푸른 이끼가 희미하게 빛을 뿜고 있었고,

머리 위 천장에서는 고드름 같은 돌이 바싹 날을 세우고 있었다.

그리고 내 바로 앞,

“하앗! 비켜!”

“마무리는 내가 한다!”

“파이어 스파이크!”

"힐!"

네 명이 한꺼번에 외치며, 거대한 괴물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탱커— 커다란 방패와 도끼를 든 남자.

검사— 날렵한 양손검을 든 남자.

마법사— 붉은 지팡이로 불꽃을 쏘아 올리는 여자.

힐러— 뒤에서 파티 전체에게 연속 힐을 넣는 여자.

그리고, 그들 뒤쪽에서 멍하니 서 있는 나.

그 순간,

쿵—!!

거대한 몬스터가 울부짖으며 쓰러졌다.

몸 좌우가 갈라지며 붉은 피가 튀었고, 곧 파란 가루를 흩날리며 사라졌다.

그 후, 주변 바닥에 반짝이는 커다란 보물상자가 떨어졌다.

탱커가 그 광경을 보고 헐떡이며 웃었다.

“후, 클리어!”

마법사 여자는 지친 듯 이마의 땀을 닦았다.

“보스 몬스터 잡았으니 드랍 확인 들어갈게.”

“오, 이거 괜찮네.”

“아, 이건 내가 쓸게.”

“힐러는 이거 가져.”

그들 넷은 자연스럽게 아이템과 골드를 N분의 1로 나누기 시작했다.

아주 자연스럽게 나는 그 분배에서 제외되었다.

탱커가 마지막 아이템을 챙기며 나를 힐끗 보더니, 비웃으며 말했다.

“넌 아무것도 한게 없으니까 불만 없지?”

“...아, 네.”

내가 뭔가 말하기도 전에

이미 힐러와 마법사가 동굴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아무것도 안하고 멀뚱멀뚱...진짜 애매하네.”

“그러게. 진짜 쓸모 없어.”

“좋겠다~ 경험치만 공짜로 먹고.”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왜냐면,

나는 막 빙의해서 이 세계가 어떤 곳인지조차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뒷모습이 동굴 저 멀리 사라지는 순간,

동굴 안에는 내 숨소리만이 홀로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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