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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Author: 쌍춘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11 03:07:57

여관 '달빛의 숙소' 앞에 도착했을 때, 나는 처음으로 그 건물을 제대로 보았다.

2층짜리 목조 건물로, 지붕은 짙은 붉은색 기와로 덮여 있었고, 현관 앞에는 작은 화분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창문마다 따뜻한 주황빛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엘라는 문을 활짝 열어 주며 말했다.

"어서 와. 오늘은 내가 사줄게."

"저... 저녁도요?"

그녀는 장바구니를 들고 미소를 지었다.

"당연하지. 외상은 둘째 치고, 넌 밥부터 먹어야 할 얼굴이거든."

갑작스러운 친절에 당황스러웠지만, 묘하게 가슴이 찡해졌다.

지구에서의 마지막 순간, 아무도 나를 기다리지 않았던 그 적막했던 귀갓길이 떠올랐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

"...고마워요, 엘라 누나."

그녀는 내게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렌, 너 예전엔 이런 말 잘 안 했는데... 오늘은 좀 다르네. 무슨 일 있었어?"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대신 멋쩍게 웃으며 따라 들어갔다.

새로운 세계에서의 첫날, 나는 예상치 못한 사람에게서 따뜻한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

---

여관 내부는 생각보다 아늑했다.

1층은 식당 겸 휴게 공간으로 꾸며져 있었고, 나무 테이블 다섯 개가 간격을 두고 놓여 있었다.

벽난로에서는 장작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오르고 있었고, 그 앞에는 낡은 소파 두 개가 마주 보고 있었다.

"저기 앉아 있어. 금방 차려줄게."

엘라는 장바구니를 들고 안쪽 주방으로 사라졌다.

나는 창가 쪽 테이블에 앉아 밖을 내다보았다.

해는 이미 거의 진 상태였고, 마을 곳곳에 가로등이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했다.

가로등은 마법으로 작동하는 듯, 푸른빛을 은은하게 뿜어내고 있었다.

"자, 여기."

잠시 후, 엘라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접시를 들고 돌아왔다.

구운 빵 두 조각, 야채 수프 한 그릇, 그리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우유.

단순했지만, 냄새만으로도 침이 고였다.

"천천히 먹어."

그녀는 내 맞은편에 앉으며 자신도 수프 한 그릇을 가져왔다.

나는 숟가락을 들고 조심스럽게 수프를 떠먹었다.

따뜻하고, 달짝지근하고, 짭짤했다.

오늘 하루 종일 제대로 먹지 못했던 탓에, 첫 숟가락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맛있어요."

"다행이네. 오늘 감자가 싱싱해서 많이 넣었거든."

저녁을 다 먹고 나서, 엘라는 나를 2층으로 안내했다.

"203호 방 써. 네가 자주 쓰던 방이야."

"감사합니다."

"내일 아침 식사도 차려 줄테니까 너무 일찍 나가지 마. 알았지?"

"...네."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203호 방은 작지만 아늑했다.

침대 하나, 작은 책상 하나, 창문 하나. 그게 전부였지만, 충분했다.

나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오늘 하루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교통사고, 천사, 환생, 던전, 무시했던 사람들, F랭크 퀘스트, 그리고 엘라 누나.

"내일부터는... 뭘 해야 하지?"

나는 혼자 중얼거리다가 그대로 눈을 감았다.

따뜻한 침대, 따뜻한 저녁, 따뜻한 사람.

오랜만에 편안한 느낌을 받으며, 그대로 푹 잘수...있을 줄 알았다.

갑자기 띠ㅡ링! 소리에 눈이 번쩍 뜨여졌다.

눈 앞엔 파란 홀로그램이 내 얼굴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

[긴급 퀘스트 발견!]

■ 엘라의 방에 방문하라!

-엘라는 오늘밤 많이 외로워 보입니다! 그녀를 찾아가 위로해 주세요.(제한 시간: 00:59:54)

난이도: E

보상: 경험치 500, 엘라의 호감도 상승

퀘스트 누락, 실패시: 패널티 적용, 엘라의 호감도 하락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 YES / OH, YES!

━━━━━━━━━━━━━━━━━━

뭐지, 이건?

잘못 본건가 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홀로그램을 자세히 들여다 봤는데...

이 퀘스트, 좀 이상한 거 아닌가?

그건 그렇고 패널티가 눈에 걸렸다.

"...일단 가봐야겠지."

나는 'OH, YES!'가 신경쓰였지만, 마지못해 'YES'를 눌렀다.

[퀘스트 수락 완료!]

퀘스트 수락과 함께 침대에서 조심스럽게 일어나 1층으로 향했다.

1층은 어두컴컴했다.

벽난로의 불은 이미 꺼져 있었고,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달빛만이 희미하게 공간을 비추고 있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나무 바닥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여관 1층 구석, 주방 옆에 엘라의 방이 있다는 걸 이 몸의 기억으로 알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쪽으로 걸어갔다.

'위로라는 게 대체 뭘 하라는 거지?'

엘라의 방문 앞에 도착했을 때, 떨리는 손으로 문을 두드리려 했다.

그런데 그때,

"하...하아...흐읏..."

안에서 숨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순간 온몸이 굳었다.

'서, 설마...?'

머릿속이 하얘지며, 긴급 퀘스트의 문구가 다시 떠올랐다.

'외로워 보입니다', '위로해 주세요'

'아니지? 설마 그런 의미는 아니겠지?'

하지만 안에서 계속 들려오는 숨소리는 조금씩거칠어졌다.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흘렀다.

'어떡하지? 그냥 돌아가야 하나?'

나는 손을 떨며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잡았다.

'일단 상황만 확인하고...'

끼이익—

문이 살짝 열리고, 틈 사이로 방 안이 보였다.

엘라는 침대 위에서 자위를...

아니, 잠깐.

엘라는 침대가 아니라 작은 테이블 앞에 앉아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술병과 빈 잔이 놓여 있었다.

"하아...왜 이렇게 안 풀리냐...후우."

엘라가 한숨을 푹 쉬며 술잔을 비웠다.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술 마시면서 한숨 쉬는 거였네.'

온몸의 긴장이 풀리며 다리에 힘이 풀렸다.

'난 뭘 상상한 거지?'

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똑똑.

"엘라 누나?"

안에서 움직임이 멈췄다.

"...렌?"

"네. 혹시... 괜찮으세요?"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엘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나는 천천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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