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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 당신이 없는 집

Autor: 노에빌
last update Fecha de publicación: 2026-10-21 09:19:37

현관문이 열렸다.

강도윤은 구두를 벗던 자세 그대로 잠시 멈춰 있었다.

이 집에는 원래 자신 혼자 살았다. 한서윤과 결혼하기 전에도 그랬고, 두 사람이 계약에 따라 각자의 공간을 정해 생활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지금은.

“…….”

도윤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불이 꺼진 거실. 가지런히 놓인 소파. 벽에 걸린 시계가 초침 소리만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집 안은 지나치게 조용했다.

그는 무심코 거실 쪽을 바라보았다.

서윤이 자주 앉던 소파의 한쪽 자리.

함께 저녁을 먹고도 각자 휴대전화만 들여다보던 식탁.

가끔 늦게 귀가한 서윤이 물을 마시러 나왔다가 자신과 마주치면, 별다른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이고 지나가던 복도.

그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그런데 정작 그녀만 없었다.

도윤은 신발을 정리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

괜히 헛기침이 나왔다. 누군가 들을 리도 없는데.

그는 넥타이를 풀어 소파 위에 던졌다. 그러고는 평소처럼 냉장고로 향했다.

물을 마시려 문을 열었다가 멈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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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과 동시에 이혼을 약속했습니다.    86화. 전남편의 데이트 신청

    “식사 한번 하시겠습니까?”서윤은 휴대전화를 귀에 댄 채 잠시 말을 잃었다.“…네?”“이번 주 금요일 저녁입니다. 시간 괜찮으십니까?”너무도 태연한 목소리였다. 마치 중요한 거래처와 저녁 약속을 잡는 사람처럼. 서윤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흘렸다.“강도윤 씨.”“네.”“지금 저한테 데이트 신청하시는 거예요?”잠깐의 침묵. 그리고.“네.”서윤의 손이 멈췄다.“데이트 신청하는 겁니다.”도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전남편으로서가 아니라, 당신을 좋아하는 남자로서 식사 한번 하고 싶습니다.”서윤은 입술을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 남자가 정말 강도윤이 맞나 싶었다. 결혼 생활 내내 자신에게 식사하자는 말 한마디조차 쉽게 건네지 않던 사람이었다. 같은 집에 살면서도 저녁을 함께 먹는 날보다 각자의 일정에 맞춰 따로 식사하는 날이 더 많았다.그런 남자가. 이혼한 지금 자신에게 데이트를 신청하고 있었다.“…제가 왜요?”“저와 식사할 이유가 없으십니까?”“없는데요.”즉각적인 대답이었다. 도윤은 수화기 너머에서 작게 웃었다. 서윤의 눈썹이 올라갔다.“지금 웃으셨어요?”“네.”“뭐가 웃긴데요?”“거절하실 줄 알았습니다.”“그럼 왜 물어보셨어요?”“거절하실 줄 알았다고 해서, 신청하지 말아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서윤은 말문이 막혔다. 정말이지. 요즘의 강도윤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저 바빠요.”“금요일 저녁에도요?”“네.”“알겠습니다. 그럼 토요일은 어떻습니까?”“강도윤 씨!”“네. 듣고 있습니다.”서윤은 이마를 짚었다.“제가 바쁘다는 건 당신이랑 만나고 싶지 않다는 뜻이에요.”“그렇군요.”이번에는 도윤이 잠시 말을 멈췄다.“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서윤은 뜻밖이라는 듯 눈을 깜빡였다.“원하지 않으신다면 더 권하지 않겠습니다.”어쩐지 허무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끈질기게 날짜를 묻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거절의 뜻을 분명하게 밝히자 순순히 물러섰다. 서윤은 자신도 모르게 입

  • 결혼과 동시에 이혼을 약속했습니다.    85화. 당신 대체 뭘 숨기고 있는 거야?

    다음 날 오전. 서윤이 출근하자 비서가 작은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대표님, 이거 전달해 달라고 하셨습니다.”“뭔데요?”“과일이요.”서윤의 손이 멈췄다.“…과일이요?”“네. 강명인베스트먼트 강도윤 대표님 쪽에서 보내셨습니다.”서윤은 상자를 바라보았다. 안에는 먹기 좋게 손질된 과일들이 담겨 있었다. 딸기와 포도, 잘게 썬 사과. 그 옆에는 작은 카드가 놓여 있었다.[어제 과일 드신다고 하셨는데, 혹시 못 드셨을까 봐 보냅니다.부담스러우시면 다음부터는 보내지 않겠습니다.- 강도윤 -]서윤은 카드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조금 올렸다. 정말 이상한 남자였다. 예전에는 자신이 무엇을 먹는지, 언제 퇴근하는지조차 관심 없어 보이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과일 하나까지 챙기고 있었다.서윤은 상자 안에서 포도 하나를 집어 들었다. 입안에 퍼지는 달콤한 맛에 속이 조금 편안해졌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과일 받았어요.]잠시 후 답장이 왔다.[입맛에는 맞습니까?]서윤은 포도를 하나 더 먹었다.[네. 맛있네요.]이번에는 답장이 조금 늦게 왔다.[다행입니다.]그리고 곧이어 한 줄이 더 도착했다.[오늘은 그 말만 들어도 기분이 좋네요.]서윤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진짜 왜 이래.”혼잣말과 달리 그녀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남아 있었다.그때 비서가 다시 노크했다.“대표님, 윤태하 대표님 오셨습니다.”서윤은 황급히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았다.“들어오시라고 하세요.”잠시 후 태하가 들어왔다.“서윤아.”“태하야. 일찍 왔네?”“근처에 미팅 있어서 들렀어.”태하는 자연스럽게 서윤의 책상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다 과일 상자를 발견했다.“웬 과일이야?”“아, 이거?”서윤은 잠시 망설였다.“도윤 씨가 보내셨어.”태하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었다.“…강도윤 씨가?”“응.”서윤은 아무렇지 않은 척 포도를 하나 집어 들었다.“어제 과일 먹고 싶다고 했더니 보내셨네.”태

  • 결혼과 동시에 이혼을 약속했습니다.    84화. 양보하지 않겠습니다

    도윤의 말이 끝나자 두 사람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태하는 한동안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낮게 웃었다. “참 쉽게 말씀하시네요.” 도윤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쉽게 하는 말 아닙니다.” “그럼 더 이해가 안 되는데요.” 태하가 한 걸음 다가섰다. “그렇게 소중한 사람이었으면 왜 놓쳤습니까?” 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태하는 그의 침묵을 기다리지 않았다. “서윤이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아십니까? 그쪽이 아무렇지 않게 던진 말 하나에 얼마나 오래 상처받았는지요.” “…….” “이혼하고 나서도 그랬습니다. 강도윤 씨가 다시 좋아한다고 했을 때, 서윤이가 얼마나 혼란스러워했는지 아세요?” 도윤의 손이 천천히 굳어졌다. “알고 있습니다.” “아니요. 강도윤 씨는 하나도 모릅니다.” 태하의 목소리가 단호해졌다. “알았다면 그렇게 쉽게 다시 시작하자는 말 못 했을 겁니다.” 도윤은 잠시 시선을 내렸다. 태하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서윤이 자신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 시간을 모두 알 수는 없었다. 그가 보지 못한 곳에서 서윤이 얼마나 울었는지. 얼마나 많은 밤을 혼자 견뎠는지. 그 모든 시간을 자신은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 곁에 태하가 있었다. 그 사실이 견딜 수 없이 질투 났다. 하지만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윤태하 씨.” 도윤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사실이 제가 앞으로도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서윤이가 원하지 않는다면요?” “그 사람의 선택은 존중할 겁니다.” 도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하지만 제 마음까지 포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태하가 헛웃음을 흘렸다. “결국 다시 붙잡겠다는 거네요.” “네.” 짧고 분명한 대답이었다. 태하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도윤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다시 좋아해 달라고 말할 겁니다. 기회를 달라고도 할 겁니다.” “…….” “다만 서윤 씨가 싫다고 하는 일을 억지로 하지는 않겠습니다.”

  • 결혼과 동시에 이혼을 약속했습니다.    83화.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습니다

    서윤의 숨이 멎었다. 도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그리고 당신과 우리 아이에게 책임을 다하는 일.”서윤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이 아이는...”“제 아이가 아니라고 하셨죠.”도윤이 먼저 말을 이었다.“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강도윤 씨.”“그날 밤을 기억합니다.”서윤의 손끝이 떨렸다. 도윤은 그녀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당신이 먼저 저에게 입을 맞췄던 것도, 제가 당신을 놓지 못했던 것도.”서윤은 숨을 삼켰다.“다음 날 아침 당신이 그 일을 실수라고 했을 때, 제가 어떤 말을 했는지도 기억합니다.”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그 말이 당신에게 어떤 상처를 줬는지도 이제는 압니다.”“...”“그러니까 당신이 왜 저에게 아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서윤의 눈가가 붉어졌다. 도윤은 한 걸음 다가가려다가 멈췄다. 그녀가 물러서지 않았음에도, 함부로 거리를 좁히지는 않았다.“하지만 서윤 씨.”그의 목소리가 단단해졌다.“저는 그 아이를 모른 척하지 않겠습니다.”서윤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당신이 저를 아이 아빠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그 이유가 저를 믿지 못해서라면...”도윤은 잠시 말을 멈췄다.“그 믿음을 다시 얻겠습니다.”“그게 그렇게 쉬운 일인 줄 아세요?”“아니요.”도윤은 즉시 대답했다.“쉽지 않을 겁니다.”“...”“오래 걸릴 수도 있겠죠.”그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그래도 하겠습니다.”서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아이 때문에 돌아온 게 아닙니다.”도윤이 낮게 말했다.“당신에게 돌아가고 싶었던 겁니다.”순간 서윤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도윤의 손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닦아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손을 뻗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말했다.“울게 만들 생각은 없었습니다.”“...그럼 그만하세요.”서윤의 목소리가 떨렸다.“이제 와서 그런 말 하지 마세요.”도윤은 잠시 입술

  • 결혼과 동시에 이혼을 약속했습니다.    82화. 당신을 좋아하는 일

    오후 세 시. 한경라이프 대표실.서윤은 책상 위에 놓인 보고서를 넘기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몸은 전날보다 나아졌지만, 쉽게 피로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오전 회의 두 개를 마치고 나니 벌써 눈꺼풀이 무거웠다. 그녀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서류를 집어 들었다.그때 비서가 노크했다.“대표님, 강명인베스트먼트 강도윤 대표님께서 오셨습니다.”서윤의 손이 멈췄다.“...누구요?”“강도윤 대표님이십니다. 협업 건으로 잠깐 뵙고 싶다고 하시는데요.”서윤은 눈을 감았다. 어제 분명히 말했었다. 병원에도 혼자 가겠다고.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고. 그런데 이 남자는 또 나타났다.“업무 때문이라고 하셨어요?”“네. 관련 자료도 가져오셨습니다.”서윤은 잠시 망설였다. 업무를 이유로 찾아온 사람을 무작정 돌려보낼 수는 없었다. 더구나 강명인베스트먼트와 진행 중인 협업은 한경라이프에도 중요한 사업이었다.“...들어오시라고 하세요.”잠시 후 문이 열리고, 도윤이 들어왔다. 검은색 정장에 단정하게 매만진 머리. 언제나처럼 빈틈없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서윤은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순간, 미묘하게 달라진 것을 느꼈다.예전에는 눈이 마주치면 먼저 시선을 거두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도윤은 서윤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몸은 좀 어떻습니까?”첫마디부터 업무 이야기가 아니었다. 서윤은 눈썹을 찌푸렸다.“업무 때문에 오셨다고 들었는데요.”“맞습니다.”도윤은 들고 온 서류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협업 계약서 수정본입니다. 서윤 씨가 제안하신 조건을 반영했습니다.”서윤은 서류를 펼쳤다. 자신이 요청했던 조항들이 정확하게 수정되어 있었다. 단순히 형식만 맞춘 것이 아니라, 한경라이프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보완되어 있었다.“검토 많이 하셨네요.”“필요한 일이니까요.”도윤은 담담하게 대답했다.“한서윤 씨가 준비한 사업이잖습니까.”서윤의 손끝이 멈췄다. 그는 그녀의 표정을 살피다가 조용히 덧붙였다.“잘되었으면

  • 결혼과 동시에 이혼을 약속했습니다.    81화. 바로잡아야 할 것

    도윤은 세린이 떠난 뒤에도 한동안 자리에 앉아 있었다.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내려다보았지만 글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온통 한 사람만 맴돌았다. 한서윤. 그리고 그녀가 혼자 품고 있던 아이. 자신의 아이였다. 그 사실을 깨닫고도 서윤이 부정하던 순간이 자꾸 떠올랐다.‘당신 아이 아니에요.’그 말을 내뱉던 서윤의 눈은 흔들리고 있었다. 도윤은 그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 자신을 밀어내려 애쓰면서도 차마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던 눈. 그녀는 자신을 믿지 못했다.어쩌면 당연했다. 좋아한다고 말하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고, 정작 그녀가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려 했을 때는 상처를 주었다. 이제 와서 진심이라고 말한들, 서윤이 그 말을 쉽게 믿을 리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또다시 물러설 수는 없었다.서윤이 자신을 받아 주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에 대한 책임까지 외면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아이 때문이라는 말 뒤에 숨어 서윤을 향한 마음을 감출 생각도 없었다.도윤은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한참 동안 화면을 바라보다 메시지를 작성했다.[몸은 좀 괜찮습니까.]잠시 후, 짧은 답장이 돌아왔다.[네. 괜찮아요.]도윤은 화면을 내려다보았다.그 한마디로 대화를 끝내려는 것이 분명했다. 예전 같았으면 더는 연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서윤이 불편해할까 봐, 자신이 다가가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까 봐.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그는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오늘 저녁에 찾아가겠습니다.]곧바로 답장이 왔다.[오지 마세요.]도윤의 손가락이 멈췄다.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그는 짧게 숨을 내쉰 뒤 다시 입력했다.[알겠습니다. 찾아가지는 않겠습니다.]그리고 잠시 망설이다 한 줄을 더 보냈다.[대신 내일 병원에 함께 가고 싶습니다. 검사 일정이 있다면 알려 주십시오.]이번에는 답장이 오지 않았다. 도윤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답을 재촉하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서윤의 침묵을 거절로 단정하고 다시 물러나지도 않을 생각이었다.그녀가 자신을 밀어낼 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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