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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Autor: 해월
last update Data de publicação: 2026-10-21 19:24:53

“삼 년을 함께했어. 그런데 당신은 계약서 한 장으로 전부 끝낼 수 있다는 거야?”

예진은 잠시 시선을 내렸다. 그녀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표정을 정리한 뒤였다.

“끝내기 쉬워서 내린 결정이 아닙니다.”

“그럼 왜 이렇게까지 해?”

예진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제가 괴로워하면 회장님의 결혼이 달라집니까?”

태준의 입술이 굳게 다물렸다.

예진은 더 묻지 않았다. 대답을 기다리는 대신 손에 든 서류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공항 차량은 금요일 오후 네 시에 출발하도록 예약했습니다. 변경 사항이 있으면 김 대리에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태준은 그 서류를 내려다보았다.

자신의 약혼녀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는 완벽하게 끝나 있었다. 그런데 그 일을 준비한 여자는 더는 자신을 기다리지 않겠다고 했다.

태준은 서류를 집어 들었다.

“문예진.”

그녀가 돌아보았다.

“아직 내 비서야.”

예진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태준은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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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약비서   15화

    “삼 년을 함께했어. 그런데 당신은 계약서 한 장으로 전부 끝낼 수 있다는 거야?”예진은 잠시 시선을 내렸다. 그녀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표정을 정리한 뒤였다.“끝내기 쉬워서 내린 결정이 아닙니다.”“그럼 왜 이렇게까지 해?”예진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제가 괴로워하면 회장님의 결혼이 달라집니까?”태준의 입술이 굳게 다물렸다.예진은 더 묻지 않았다. 대답을 기다리는 대신 손에 든 서류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공항 차량은 금요일 오후 네 시에 출발하도록 예약했습니다. 변경 사항이 있으면 김 대리에게 말씀하시면 됩니다.”태준은 그 서류를 내려다보았다.자신의 약혼녀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는 완벽하게 끝나 있었다. 그런데 그 일을 준비한 여자는 더는 자신을 기다리지 않겠다고 했다.태준은 서류를 집어 들었다.“문예진.”그녀가 돌아보았다.“아직 내 비서야.”예진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태준은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계약이 끝난 것도 아니고, 내가 당신을 내보내겠다고 한 것도 아니야.”“알고 있습니다.”“그런데 왜 벌써 떠난 사람처럼 행동하지?”예진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창밖으로 들어온 오전 햇빛이 그녀의 얼굴 한쪽을 비췄지만, 태준은 그 아래로 옅게 드리운 피로를 보았다.“계약이 끝나는 날까지 제 업무는 책임지겠습니다.”예진이 말했다.“다만 그 이후까지 회장님 곁에 남겠다고 약속드린 적은 없습니다.”태준은 서류를 움켜쥐었다.그녀의 말은 정확했다. 그래서 더 견디기 어려웠다.***오전 열 시, 태준은 계열사 투자 조정 회의를 주재했다.회의실에는 재무총괄 사장과 전략실장 정필원,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참석해 있었다. 태준은 보고서를 펼치자마자 첫 번째 투자안을 짚었다.“이 사업은 예상 수익률보다 자금 회수 시점이 더 중요합니다.”회의실이 조용해졌다.태준은 화면에 표시된 현금흐름표를 확인하며 말을 이었다.“투자 규모를 늘리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 계약비서   14화

    서태준은 문예진이 내민 일정표에서 민세아의 이름을 발견하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민세아 귀국. 금요일 오후 다섯 시 사십 분.그 아래에는 항공편과 차량 배정, 숙소 도착 예정 시각이 간단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태준은 결재 서류를 넘기며 무심한 목소리로 물었다.“공항에는 누가 나가지?”“김유정 대리가 담당합니다. 항공편 확인을 마쳤고, 차량과 기사 배정도 끝났습니다.”서류를 넘기던 태준의 손이 멈췄다.“김유정?”“네. 귀국 당일 일정은 김 대리에게 인계했습니다.”태준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예진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평소처럼 단정한 정장 차림으로 책상 앞에 서 있었다.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지지 않았고, 손에 든 태블릿에는 다음 일정이 표시되어 있었다.“왜 당신이 안 나가?”“김 대리가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업무입니다.”“내 약혼녀가 돌아오는 거야.”“알고 있습니다.”예진의 대답은 지나치게 담담했다. 태준은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서류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그런데 당신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사람한테 넘겼군.”예진은 그의 얼굴을 잠시 살핀 뒤 차분하게 설명했다.“회장님, 항공편 확인과 차량 배정은 이미 끝났습니다. 김 대리가 직접 담당하는 편이 인수인계에도 도움이 됩니다.”그녀는 업무에 필요한 설명만 덧붙였을 뿐, 다른 감정은 드러내지 않았다.태준은 바로 그 점이 거슬렸다.지난 삼 년 동안 예진은 그의 중요한 일정을 모두 챙겼다. 해외 출장과 이사회, 가족 모임은 물론 개인적인 약속까지 그녀의 손을 거치지 않은 일이 드물었다. 그는 그런 생활에 익숙해져 있었고, 예진이 곁에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자신이 부르면 언제든 돌아보는 여자.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무엇이 필요한지 먼저 알아차리는 여자.그런데 이제 예진은 자신이 없어도 모든 일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준비하고 있었다. 그것도 다른 여자와의 결혼을 앞둔 그의 곁에서였다.태준은 의자에서 일어났다.“문예진.”그가 낮게 이름을 부르자 예진이 고개를 들었다.

  • 계약비서   13화

    예진은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네. 개인적인 일정이 있습니다.”태준은 펜을 내려놓았다.그녀가 자신의 저녁 제안을 거절했던 전날 아침이 떠올랐다.“누구 만나는데?”예진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내가 모르는 사람인가?”그녀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했다.“회장님께 보고드려야 하는 일정은 아닙니다.”태준의 눈빛이 차가워졌다.그는 예진이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아무런 근거도 없었지만, 그녀가 자신의 곁을 떠나려는 이유가 다른 남자 때문이라면 그 사실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문예진, 나한테 숨기는 게 있어?”“숨기는 일은 없습니다. 다만 제 개인적인 시간을 모두 설명드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태준은 의자에서 일어나 책상을 돌아 그녀에게 다가갔다.예진은 물러서지 않았지만, 그가 가까워지자 손에 쥔 태블릿을 조금 더 단단히 잡았다.그 모습을 본 태준은 걸음을 멈췄다.전날 그녀가 자신의 손길을 피했던 장면이 떠올랐다.그는 손을 뻗지 않았다.대신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낮게 물었다.“당신은 정말 나 없이도 괜찮겠어?”예진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태준은 그녀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입술을 가볍게 깨물었다가 천천히 놓는 동안 눈가에 옅은 물기가 맺혔지만, 그녀는 고개를 숙이거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괜찮아지려고 합니다.”태준은 숨을 멈췄다.괜찮다고 말하지 않았다.괜찮아지려고 한다고 했다.그녀가 얼마나 힘든지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 고통이 자신의 곁에 남을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분명했다.태준은 그녀가 얼마나 오래 이별을 준비했을지 처음으로 생각했다.자신이 약혼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동안, 예진은 혼자 관계의 끝을 헤아리고 있었을지도 몰랐다.그녀를 붙잡고 싶었다.당장이라도 손을 뻗어 품에 끌어안고, 더는 떠나겠다는 말을 하지 못하게 만들고 싶었다.그러나 예진의 눈빛을 마주하자 움직일 수 없었다.그녀는 자신이 붙잡는다고 해서 남을 여자가 아니었다.“예

  • 계약비서   12화

    자신이 잘못을 인정했으니 그녀가 조금은 마음을 풀어 주기를 바랐다. 예전처럼 괜찮다며 웃어 주거나, 다음에는 늦지 말라고 가볍게 타박해 주기를 기대했다.하지만 예진은 업무로 돌아갔다.그녀가 다시 태블릿을 확인하자 태준은 무심코 말을 꺼냈다.“당신이 없으면 이런 일이 자주 생길 것 같군.”예진의 손이 멈췄다.그녀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대답했다.“그렇지 않도록 인수인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태준은 할 말을 잃었다.그가 원한 대답은 그것이 아니었다.그러나 예진에게는 가장 정확한 대답이었다.그녀는 자신의 빈자리를 남겨 두고 떠나려는 것이 아니라, 누가 오더라도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모든 것을 정리하고 있었다.태준은 책상 위에 놓인 인수인계 계획안을 내려다보았다.그녀는 자신을 사랑했지만, 자신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사람으로 남으려 하지 않았다.그 사실이 이상할 만큼 자존심을 건드렸다.***오후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되었다.태준은 투자사 대표와의 면담에서 협상 조건을 조정했고, 전략실과의 회의에서는 다음 분기 투자 우선순위를 재검토했다.오전의 지각이 무색할 만큼 업무 판단은 정확했다.투자사 대표가 태성그룹의 자금 운용 계획을 문제 삼았을 때도 그는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다. 상대가 제시한 수치를 하나씩 확인한 뒤 계약서에 명시된 위험 분담 조항을 짚어 냈고, 불리한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양측의 책임 범위를 다시 정리하도록 했다.회의가 끝날 무렵 상대 대표는 처음보다 훨씬 신중한 태도로 악수를 청했다.태준은 그 손을 받아 주며 짧게 웃었다.“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계약이라면 오래갈 수 있습니다. 다만 한쪽만 위험을 떠안는 구조라면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겠죠.”상대 대표가 고개를 끄덕였다.태준은 협상에서 물러설 때와 밀어붙일 때를 정확하게 구분하는 사람이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숫자와 계약 조건으로 상대를 설득하는 능력은 그가 태성그룹을 이끌어 온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였다.그러나 회의실을 나오는 순간, 그의

  • 계약비서   11화

    그는 자신이 예진의 능력에 얼마나 의지해 왔는지 알고 있었다. 다만 그녀가 언제나 곁에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에 그 사실을 깊이 생각하지 않았을 뿐이었다.오늘처럼 예진이 모든 일을 제대로 했는데도 자신이 흔들린다면, 그녀가 떠난 뒤에는 무엇이 달라질까.태준은 서류를 덮었다.그 질문에 답하고 싶지 않았다.***회장실로 돌아오는 길, 태준은 비서실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걸음을 늦췄다.예진은 다른 직원과 나란히 앉아 모니터를 확인하고 있었다.책상 위에는 업무 매뉴얼과 일정 관리 자료가 펼쳐져 있었고, 옆에 앉은 직원은 그녀의 설명을 들으며 빠르게 메모하고 있었다.“해외 계열사 관련 보고서는 숫자만 확인해서는 안 됩니다. 환율 적용 시점과 계약 조건이 다르면 같은 금액이라도 의미가 달라질 수 있으니 원본 자료와 반드시 대조해야 합니다.”예진은 화면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회장님께 보고할 때는 결론부터 정리하세요. 검토가 필요한 위험을 먼저 표시하고, 선택 가능한 대안을 함께 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태준은 문 앞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그녀가 자신의 업무 방식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고 있었다.아직 정식 후임자가 정해진 것은 아니었지만, 예진은 이미 자신이 없어도 업무가 유지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었다.태준의 시선이 책상 위 업무 매뉴얼에 머물렀다.삼 년 동안 그녀가 익힌 자신의 습관과 판단 방식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었다. 그동안 자신에게만 맞춰져 있던 작은 배려들까지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려는 것처럼 느껴졌다.“문 비서.”그가 부르자 예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회의는 잘 마치셨습니까?”평소와 다르지 않은 목소리였다.그러나 태준은 이제 그 평온함을 이전처럼 받아들일 수 없었다.“잠깐 들어와.”태준은 회장실로 향했다.잠시 뒤 예진이 태블릿을 들고 들어왔다.그는 책상에 앉지 않고 창가에 서 있었다.“오늘 회의에 늦은 거, 알고 있지?”“네. 열여덟 분 늦게 입장하셨다고 전달받았습니다.”태준은 그녀를 돌아보았다.“왜

  • 계약비서   10화

    재무총괄 사장이 서류를 넘겼다.“현재 금융기관과 추가 협의 중입니다. 금리 조건이 확정되지 않아서—”“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보수적으로 계산해야 하는 겁니다.”태준의 목소리는 높지 않았지만 단호했다.그는 화면에 표시된 세 개의 자금 조달안을 차례로 확인했다.“첫 번째 안은 단기 차입 비중이 지나치게 높습니다. 두 번째 안은 조달 비용이 불리하고, 세 번째 안은 만기 분산 효과가 있지만 환율 위험에 대한 대비가 부족합니다.”태준은 잠시 말을 멈추고 참석자들을 둘러보았다.“세 가지 중 하나를 고를 문제가 아닙니다. 단기 차입은 필요한 수준으로 제한하고, 만기 구조는 분산하되 환율 변동 위험을 별도로 관리해야 합니다. 금융기관 협상도 한 곳에 집중하지 마십시오.”재무총괄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금리 변동 시나리오를 세 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에서 필요한 현금 확보 규모를 다시 계산하십시오. 차입 구조를 바꾸는 목적은 단순히 이번 분기의 비용을 줄이는 데 있지 않습니다. 앞으로의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습니다.”임원들이 빠르게 메모했다.태준은 그 모습을 확인한 뒤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다.그가 회의의 흐름을 장악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앞서 십팔 분을 지각했던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판단은 정확했고, 질문에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불필요한 보고는 잘라 내면서도 중요한 위험은 놓치지 않았고, 의견이 엇갈리는 순간에는 숫자와 책임 범위를 기준으로 결론을 내렸다.회의가 끝날 무렵 정필원이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회장님, 오전에 문 비서가 별도로 전달한 검토 의견입니다. 방금 지시하신 내용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서 함께 보시면 좋겠습니다.”태준은 서류를 받아 들었다.그 안에는 자신이 회의에서 지적한 문제들이 이미 정리되어 있었다.금리 상승에 따른 추가 비용과 만기 집중 위험, 대체 금융기관 협상 가능성까지 한 장에 담겨 있었다. 단순히 보고서를 요약한 것이 아니라, 그가 반드시 확인해야 할 위험을 먼저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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