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지구의 희박한 마력 환경이었지만, 샬롯은 제국 최고 수준의 마법적 재능을 지닌 공녀였다. 그녀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체내의 미세한 마력을 순환시키기 시작했다.
'지구의 마력은 비록 보잘것없이 약하지만, 영양분과 태양의 기운을 흡수하니 변신술 정도는 운용할 수 있겠군.'
스스스-!
샬롯의 하얀 몸 주변으로 은은한 핑크빛 마력이 연기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방 안의 공기가 기분 좋게 진동하며 빛의 입자들이 샬롯의 신체를 감쌌다. 빛이 점차 거세지더니, 이내 커다란 빛의 고치가 형성되었다가 천천히 스러졌다.
그곳에는 작은 고양이의 모습 대신, 긴 은발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늘어뜨린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소녀의 형상이 서 있었다.
체내의 마력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탓에 본래의 완벽한 성인의 자태는 아니었고, 은발 머리 사이로 하얗고 귀여운 고양이 귀가 쫑긋하게 솟아있었으나, 오묘한 사파이어와 에메랄드빛 양색 눈동자는 자애로우면서도 범접할 수 없는 고귀함을 내뿜고 있었다.
샬롯은 자신의 손가락을 살짝 움직여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완벽한 본래의 형상까지는 마력이 부족하군. 하지만 잠시 동안 인간의 형상을 유지하며 활동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샬롯은 손짓 한번으로 환영 마법을 발동시켰다. 캣 킹덤의 드레스 대신, 지구의 대학교 캠퍼스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사복 차림으로 옷을 바꾸었다.
단정하고 깔끔한 흰색 블라우스와 우아한 체크무늬 스커트. 그리고 머리 위에 솟은 고양이 귀를 감추기 위해 푹신한 베레모를 깊게 눌러썼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자태를 확인한 샬롯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미개한 지구인들에게 진정한 귀족의 품격이 무엇인지 보여주도록 하지. 그나저나 가신의 연애를 코칭하기 위해 제국의 공녀가 직접 친정을 나가야 하다니? 참으로 기가 막힌 상황이로군.'
샬롯은 창문을 살짝 열었다. 3층 높이의 원룸 건물이었지만, 공녀로서의 뛰어난 신체 감각과 마력을 이용해 공중에서 사뿐히 뛰어내렸다. 바람을 가르며 지면에 가볍게 착지한 샬롯은, 공기 중에 남아있는 민우의 냄새를 추적하며 한국대학교 캠퍼스를 향해 유유히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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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이 완연한 한국대학교 캠퍼스는 수많은 학생으로 북적이고 있었다. 벚꽃 잎이 바람을 타고 흩날리는 정원 한가운데서, 샬롯은 커다란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 서서 민우를 감시하고 있었다.
민우는 멀리서도 금방 눈에 띄었다. 넓은 캠퍼스 한복판에서 구부정한 자세로 전공 서적을 가슴에 꼭 안은 채, 주춤주춤 걸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목이 늘어난 노란 체크 셔츠는 주변의 세련된 대학생들 사이에서 단연 눈에 띌 정도로 촌스러웠다.
샬롯은 이마를 짚으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제발 그 몸짓부터 어떻게 좀 해라, 이 미련한 가신아. 어깨를 쫙 편 채 당당하게 걷는 법부터 가르쳐야겠군.'
그때, 민우의 발걸음이 뚝 멈춰 섰다. 민우의 시선이 캠퍼스 중앙 분수대 근처로 향했다.
그곳에는 연극영화과의 여신이라 불리는 한예리가 친구들과 함께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예리는 뚜렷한 이목구비와 세련된 패션 감각으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민우는 주머니 속에서 작은 캔 커피를 꼬옥 쥐었다. 차가운 캔 커피에는 민우의 손에 쥔 식은땀이 묻어나고 있었다. 오늘 아침 일찍 편의점에 들러 예리에게 주기 위해 사 온 것이었다.
민우는 침을 꼴깍 삼키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오늘만큼은 꼭 인사를 건네고 커피를 줄 수 있을까?'
민우의 가슴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한 걸음 내딛기가 마치 천근만근처럼 무게감이 느껴졌다.
샬롯은 나무 뒤에서 그 꼴을 지켜보며 혀를 찼다.
'저렇게 지레 겁을 먹고 머뭇거리니 상대가 너를 쉬운 상대로 보는 것 아닌가? 이성과의 관계에서는 기선 제압과 당당함이 핵심이거늘!'
민우가 마침내 커다란 용기를 내어 예리를 향해 한 걸음 다가가려던 그 순간이었다.
"어? 강민우 아니냐?"
갑자기 날카롭고 거만한 목소리가 민우의 귓전을 때렸다.
그곳에는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은발의 소녀가 팔짱을 낀 채, 오만한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베레모를 깊게 눌러썼지만, 사파이어와 에메랄드가 섞인 양색 눈동자는 도저히 지구인의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민우는 그 눈부신 자태에 숨을 헉 하고 참았다."누, 누구세요? 저를 아시나요?"민우가 당황하여 어버버 거리며 물었다.샬롯은 민우에게 다가가 우아한 손가락으로 민우의 턱을 싹 잡아 올렸다."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냐?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나에게 참치 캔을 따주던 자를?""네? 참치 캔이라니요?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가요?"민우가 눈을 한껏 크게 뜨며 되물었다.그 순간, 샬롯이 눌러쓰고 있던 베레모 사이로 하얗고 몽실몽실한 고양이 귀가 쫑긋하고 튀어나왔다. 귀 끝이 기분 좋게 씰룩거렸다.민우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격렬하게 흔들렸다."꼬... 꼬맹이? 눈송이?"샬롯은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민우의 뺨을 살짝 꼬집었다."눈송이가 아니라 샬롯이다, 미개한 가신아. 지금부터 똑똑히 들어라. 너의 그 한심한 짝사랑, 내가 직접 코칭해서 성공시켜 주마!"* 가신의 개조 프로젝트캠퍼스 구석진 벤치 위, 나뭇잎 사이로 내리쬐는 햇살 아래에서 강민우의 사고 회로는 완벽하게 정지해 있었다.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이는 방금 전까지 자취방에서 동글동글한 몸으로 캔 사료를 깨끗이 비우던 하얀 고양이 '눈송이'가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앞에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은빛 머리카락과 사파이어, 에메랄드빛이 오묘하게 섞인 양색의 눈동자를 지닌 압도적인 아름다움의 소녀가 서 있었다.심지어 머리 위에는 하얗고 귀여운 고양이 귀가 쫑긋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내가... 내가 드디어 정신을 놓은 것인가? 충격이 너무 커서 환각이 보이는 건가?"민우가 자신의 뺨을 양손으로 가볍게 때리며 얼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샬롯은 기가 차다는 듯 한쪽 눈썹을 찡그리며 혀를 차냈다. 그러고는 뻗어 있던 민우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딱 소리가 나게 튕겼다
예리의 옆에 서 있던 잘생긴 복학생, 최태중이었다. 태중은 고급 브랜드의 옷을 차려입고 명품 시계를 찬 채, 민우를 비아냥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태중이 목소리를 높이자 주변에 있던 학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민우에게 쏠렸다."민우야, 너 또 그 낡은 노란 체크 셔츠 입고 왔네? 과 사무실 청소하러 온 줄 알았잖아?"태중의 조롱 섞인 말에 주변에 있던 남학생들이 킥킥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예리 역시 난처한 표정으로 민우를 바라보았다.민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민우는 어쩔 줄 몰라 하며 가방끈을 쥐어짜듯 잡았다."아, 아니... 그냥 수업 들으러 온 건데...""그래? 근데 그 손에 든 저렴한 캔 커피는 뭐야? 설마 예리 주려고 사 온 거냐?"태중이 민우의 손에 든 캔 커피를 가리키며 비웃었다."하하, 민우야. 예리는 이런 길거리 자판기 캔 커피 안 마셔. 최소한 스벅스 신메뉴 정도는 사 와야지. 안 그래, 예리야?"태중이 예리의 어깨를 살짝 감싸 안으려 하며 말했다.민우는 캔 커피를 쥔 손을 덜덜 떨었다. 창피함과 수치심에 당장이라도 땅속으로 꺼져버리고 싶었다.예리는 태중의 손길을 슬쩍 피하며 난처한 듯 입을 열었다."태중 오빠, 그만해. 민우야, 마음은 고마운데 나 방금 커피 마셔서 괜찮아."예리의 거절은 정중했지만, 민우의 가슴에는 날카로운 비수처럼 꽂혔다. 민우는 죄를 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깊이 숙이며 걸음을 뒤로 물렸다."미, 미안해... 내가 눈치가 없었네. 수업 늦겠다, 먼저 갈게!"민우는 비틀거리며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주변에서는 여전히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나무 뒤에서 그 광경을 모두 지켜본 샬롯의 사파이어빛 눈동자에 차가운 살기가 서서히 감돌았다.'감히 내 가신을 능멸하고 조롱해? 저 무례하기 짝이 없는 하등 생물 놈이?'샬롯의 이마에 미세한 경련이 일어났다. 민우가 소심하고 청승맞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자신이 점지하고 수양 중인 가신을 타인이 함부로 짓밟고 웃음거리로
지구의 희박한 마력 환경이었지만, 샬롯은 제국 최고 수준의 마법적 재능을 지닌 공녀였다. 그녀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체내의 미세한 마력을 순환시키기 시작했다.'지구의 마력은 비록 보잘것없이 약하지만, 영양분과 태양의 기운을 흡수하니 변신술 정도는 운용할 수 있겠군.'스스스-!샬롯의 하얀 몸 주변으로 은은한 핑크빛 마력이 연기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방 안의 공기가 기분 좋게 진동하며 빛의 입자들이 샬롯의 신체를 감쌌다. 빛이 점차 거세지더니, 이내 커다란 빛의 고치가 형성되었다가 천천히 스러졌다.그곳에는 작은 고양이의 모습 대신, 긴 은발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늘어뜨린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소녀의 형상이 서 있었다.체내의 마력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탓에 본래의 완벽한 성인의 자태는 아니었고, 은발 머리 사이로 하얗고 귀여운 고양이 귀가 쫑긋하게 솟아있었으나, 오묘한 사파이어와 에메랄드빛 양색 눈동자는 자애로우면서도 범접할 수 없는 고귀함을 내뿜고 있었다.샬롯은 자신의 손가락을 살짝 움직여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완벽한 본래의 형상까지는 마력이 부족하군. 하지만 잠시 동안 인간의 형상을 유지하며 활동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샬롯은 손짓 한번으로 환영 마법을 발동시켰다. 캣 킹덤의 드레스 대신, 지구의 대학교 캠퍼스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사복 차림으로 옷을 바꾸었다.단정하고 깔끔한 흰색 블라우스와 우아한 체크무늬 스커트. 그리고 머리 위에 솟은 고양이 귀를 감추기 위해 푹신한 베레모를 깊게 눌러썼다.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자태를 확인한 샬롯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미개한 지구인들에게 진정한 귀족의 품격이 무엇인지 보여주도록 하지. 그나저나 가신의 연애를 코칭하기 위해 제국의 공녀가 직접 친정을 나가야 하다니? 참으로 기가 막힌 상황이로군.'샬롯은 창문을 살짝 열었다. 3층 높이의 원룸 건물이었지만, 공녀로서의 뛰어난 신체 감각과 마력을 이용해 공중에서 사뿐히 뛰어내렸다. 바람을 가르며 지면에 가볍게 착지한 샬롯은, 공기 중에
* 연애 코치의 비밀 수업아침 햇살이 창문 틈새를 뚫고 들어와 강민우의 작고 아늑한 원룸 안을 따스하게 비추었다. 서늘했던 밤공기가 물러가고 방 안에는 평화로운 온기가 감돌고 있었다. 알람 소리가 기분 좋게 귓가를 울리자, 침대 위에서 자고 있던 민우가 부스스 눈을 떴다.민우는 눈을 비비며 자신의 옆자리를 살폈다. 그곳에는 하얀 솜사탕 같은 털을 가진 샬롯이 가지런히 앞발을 모으고 앉아 고결한 자태로 세수를 하고 있었다.민우는 샬롯의 귀여운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잘 잤어, 꼬맹아? 오늘 날씨가 참 좋다."민우가 손을 뻗어 샬롯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인사를 건넸다.샬롯은 속으로 코웃음을 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감히 제국의 공녀에게 꼬맹이라니? 미개한 가신 주제에 무례하기 짝이 없군.'그러나 샬롯은 민우의 손길을 굳이 거부하지 않았다. 따스한 손가락이 귀 뒤쪽을 간질여오자 온몸의 긴장이 느슨해지며 기분 좋은 나른함이 밀려왔기 때문이었다. 샬롯은 짐짓 차가운 눈빛을 유지하려 애쓰며 눈을 감았다.민우는 침대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더니, 곧바로 주방으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찬장에서 전날 거금을 주고 구입한 프리미엄 참치 캔을 꺼냈다. 뚜껑을 따자 알싸하고 고소한 참치 향이 원룸 안 전체로 부드럽게 퍼져나갔다.민우는 샬롯의 전용 그릇에 사료를 정성스럽게 담아 캣타워 밑에 놓아주었다."아침밥 먹자. 입맛에 맞아야 할 텐데."민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샬롯은 캣타워에서 사뿐히 내려왔다. 샬롯은 품위를 잃지 않으려 천천히 걸어가 그릇 앞에 멈춰 섰다. 그러고는 혀를 내밀어 참치 조각을 살짝 맛보았다.입안 가득 터지는 진한 감칠맛과 담백한 풍미에 샬롯의 사파이어빛 눈동자가 순식간에 커졌다.'음, 연어에 이어 참치라니? 지구인들의 사료 조리 기술은 제법 높게 평가할 만하군. 이 정도의 성의라면 가신으로서의 임무를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고 인정해주지.'샬롯은 저도 모르게 꼬리를 기분 좋게 살랑거리며 그릇을 깨끗하게 비워나갔다
민우의 따뜻한 손길이 머리통을 간질이자, 샬롯은 온몸의 긴장이 풀리며 나른한 기운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샬롯은 자신도 모르게 목 안쪽에서 골골송을 낼 뻔했다가 깜짝 놀라 입을 다물었다.'이 인간의 다정함은 거짓이 아니로군. 좋다, 당분간 이 자의 거처에서 신세를 지며 마력을 회복하도록 하지.'하지만 그 평화로운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밤이 깊어지자 민우의 분위기가 급격하게 침울해지기 시작했다.민우는 책상 앞에 앉아 스마트폰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연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화면 속에는 같은 과 동기인 한예리의 SNS 프로필 사진이 떠 있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이목구비를 가진 여학생이었다.민우는 손가락을 떨며 문자 입력창에 글자를 썼다가 지우기를 수십 번 반복했다.[예리야, 혹시 내일 수업 끝나고 같이 저녁 먹을 수 있어?]민우는 그 짧은 문장을 보내지 못해 쩔쩔맸다. 전송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가도, 이내 비명을 지르며 취소 버튼을 눌러버렸다. 그러고는 머리를 감싸 쥐고 책상에 이마를 쾅 찍었다."아아, 내가 무슨 염치로 예리한테 밥을 먹자고 해? 나 같은 애가 말 걸면 싫어할 텐데. 나는 왜 이렇게 소심하고 바보 같을까?"민우의 혼잣말에는 깊은 자괴감과 쓸쓸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타인에게는 한없이 따뜻하고 순수한 청년이었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전혀 없는 청승맞은 모태솔로였던 것이다.캣타워 위에서 그 꼴을 지켜보던 샬롯은 기가 차다는 듯 혀를 찼다.'쯧쯧, 미련하기 짝이 없는 인간 같으니. 좋아하는 이성이 있다면 당당하게 다가가서 마음을 보여주고 소유하면 될 것을, 어째서 저렇게 혼자 끙끙대며 괴로워하는 거지?'샬롯은 캣타워에서 사뿐히 내려와 민우의 책상 위로 뛰어올랐다. 그러고는 민우의 스마트폰 화면을 발로 툭툭 쳤다.민우가 고개를 들고 샬롯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가에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듯 서글픈 기색이 가득했다."너도 내가 한심해 보이지?"민우가 샬롯의 턱 아래를 손가락으로 살살 간질이며 씁쓸하
민우는 보호소의 철창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며 안타까운 눈빛을 보냈다. 그러다 구석진 곳, 철창 중앙에 당당하게 앉아 있는 샬롯의 앞에 멈춰 섰다.다른 고양이들이 민우의 관심을 끌기 위해 철창에 몸을 비비거나 애교를 부릴 때, 샬롯은 고개를 높이 들고 도도하게 민우를 내려다보았다. 사파이어와 에메랄드가 섞인 그녀의 양색 눈동자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아 신비롭게 반짝였다.민우는 그 눈동자를 보자마자 숨을 헉 하고 참았다."안녕? 너는 왜 그렇게 당당하게 앉아 있니?"민우가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다가와 철창 사이에 손가락을 살짝 넣어보며 물었다.샬롯은 코웃음을 쳤다.'미개한 인간이 감히 누구에게 함부로 손을 내미는 것이냐?'그러나 민우의 행동은 샬롯이 예상했던 지구인들과 달랐다. 거칠게 잡으려 하거나 억지로 만지려 하지 않았다. 샬롯이 경계하며 쌕쌕거리는 소리를 내자, 민우는 놀란 듯 즉시 손을 거두고 눈높이를 낮춰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의 눈에는 샬롯을 향한 순수한 연민과 다정한 온기가 가득했다."미안해, 놀라게 하려던 건 아니었어. 손길이 낯설어서 그렇지?"민우의 나직하고 따뜻한 목소리가 샬롯의 귓가를 간질였다. 샬롯은 캣 킹덤 제국의 고위 귀족이었기에 타인의 영혼과 진심을 읽어내는 특수한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민우의 영혼을 살짝 들여다본 샬롯은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 인간 청년의 영혼은 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타인을 향한 지독할 정도의 다정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탐욕과 이기심으로 얼룩진 이 미개한 행성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맑고 깨끗한 영혼이었다.'흐음, 제법 착한 눈빛을 하고 있군. 미개한 지구인치고는 품성이 나쁘지 않아. 내 가신으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구나.'샬롯은 꼬리를 천천히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철창 가까이 다가가 민우의 손가락 끝에 자신의 코를 살짝 가져다 대며 냄새를 맡았다.민우의 얼굴에 한껏 환하고 맑은 미소가 번져 나갔다."너, 나랑 같이 우리 집에 갈래? 내가 정말